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8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80화(80/589)
< 080 : 자본주의 교육 >
다음날,
“나 부산에 좀 다녀올게, 삼복아.”
“부산? 아! 대세 건설에 가려는 거야? 하긴 김 부장이 뀌년에 사람 좀 보내달라고 난리더라. 어서 가서 종 두어 번 더 쳐라.”
어? 아버지가 사람을 더 보내라고 했다고?
“뭔 소리야? 내가 미국 가기 전에 배 고친 기능공들을 추려서 300명이나 보내줬는데.”
“그 인력으론 어림도 없대. 공항이랑 다낭과 깜만? 깜냥? 뭐 여하튼 그쪽 일도 다 가져왔다고 기능공과 엔지니어들 합쳐서 500명은 더 보내달래.”
이야, 내 아버지 능력 좋네.
일거리를 엄청나게 땄나 보네.
3년이면 1억 불은 거뜬하게 벌어오겠는걸?
“그래? 알았어. 전포동에서 사람 뽑아서 보낼 테니까, 정부에 비자 협조 좀 받아.”
“응, 알았어. 500 명!”
대세 실업이 사람을 뽑아서 보낸다고 하면 뀌년으로의 여권과 비자는 즉각 나온다.
기능공 한 명이 보내는 달러가 매달 최소 300불 정도 되니까 정부로선 한 명이라도 더 보내려는 거다.
인력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미 전포동에는 컨테이너 제작이니, 합판 목재상이니 하는 대세 실업의 하청 업체들이 널려 있어서 기능공들의 숫자가 엄청나다.
대세 실업뿐만 아니라 웬만한 제조업체에서는 전포동에서 기능공을 채용하기 때문에, 내로라하는 기능공들은 죄다 그쪽으로 몰려갔다.
그 골목에서 인정받으면 어디든 취직하니까 당연한 현상이었다.
간혹 내가 종을 치면 대박 취직자리가 나오는 거고 말이다.
어쩌다 보니 전포동은 기능공 사관학교가 된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울산 석유화학단지 기초 공사에 쓸 기능공들을 여유있게 뽑아서 그 중 눈에 드는 양반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뀌년으로 보내면 되겠네.
울산에서 검증하고 정직원으로 뽑아 뀌년으로 보낸다고 생각하니 꽤 괜찮은 시스템이다.
대충 석 달 뒤면 내 배들도 한국으로 들어올 테고, 그때부턴 해군 LST 신세 질 필요도 없이 내 배로 뀌년까지 실어다 주면 그뿐이다.
생각만 해도 뿌듯했다.
나는 그 길로 부산으로 향했다.
***
부산 영도 시장.
“대체 이 양반 어디 있는 거야?”
나는 전포동에서 황금종을 쳐서 사람들을 모아 울산으로 보내고는 곧바로 영도 시장으로 향했다.
우리 제품을 일제 밀수품으로 둔갑시켰던 잔머리 대마왕이 영도 시장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왔는데, 사람 찾기가 너무 어렵다.
하긴 경찰서에서 알아낸 것은 기두식이라는 이름 석 자와 키 175에 왼쪽 뺨에 작은 점이 있다는 인상착의가 전부였다.
내 눈에 안 띄면 할 수 없지만, 반나절 정도는 투자해볼 만한 사람 같았다.
“자자, 오세요! 양말 싸게 팔아요. 골드 스킨 보고 가세요. 양말 2켤레 30원! 3켤레 40원!”
응? 골드 스킨 양말?
우리가 언제 골드 스킨으로 양말을 만들었어?
그보다 골드 스킨 자체가 국내에 안 풀렸는데?
“골라요, 골라. 대세 실업 고급 양말. 골드스킨 보고 가세요. 3켤레 40원!”
소리를 쫓아 시장 귀퉁이로 가보니 리어카에 폴리텍 양말을 잔뜩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골드 스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중앙에 하반신만 있는 마네킹에 정말 우리 골드 스킨 스타킹을 신겨놓았다.
어라, 어떻게 구했지?
“이봐요, 저 스타킹 얼마에요?”
“에이, 그건 파는 게 아닌데요. 제 밥줄인데 보고만 가셔야죠. 하하.”
어쭈, 거짓말은 안 하네.
그러고 보니 골드 스킨을 보고 가라고 했지.
골드 스킨 양말을 판다곤 하지 않았다.
“대체 골드 스킨 스타킹을 어찌 구한 거예요? 죄다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하던데.”
“섬유 연구소 가서 빼 왔죠. 돈 엄청 들었어요. 자자! 골라요, 골라. 양말 3켤레 40원.”
대단한 잔머린데?
세관 통과용 국가 품질검사서를 얻기 위해 연구소에 보낸 샘플을 뒷구멍으로 빼낸 거다.
그리고 그걸 손님 끌기용으로 쓰고 있었다.
팔고 있는 양말도 진품 폴리텍이었다.
대세 실업 양말이라는 말도 거짓이 아니었다.
“이봐요, 기두식 씨. 나랑 얘기 좀 해요.”
“헉, 누구세요?”
내가 이름을 말하자 흠칫 놀랐다.
모자를 덮어쓰고 있었지만, 훤칠한 키와 왼쪽 뺨의 작은 점은 훤히 잘도 보였다.
“글쎄요, 누굴까요?”
난 장난기가 돌았다.
“저 잘못한 거 없어요. 밀수 아니었다고요. 전 그냥 일본 쪽에서 배를 몰고 와서 물건을 펼쳐놨을 뿐입니다. 전 아무 말 안 했는데, 상인들이 알아서 물건을 마구 사 갔을 뿐입니다.”
“밀수품을 사면서 밀수품이냐고 묻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렇게 물건 내리면 십중팔구 밀수품이겠거니 하는 거죠.”
딱 봐도 상인들 앞에 물건을 던졌을 거고, 상인들은 견본을 보니 일제답게 품질도 괜찮았으니 상자째로 사 간 거다.
드러내 놓고 할 수 없는 일을 시키기에 딱 알맞은 인재였다.
이번 일로 능력과 됨됨이가 검증되면, 남들 눈을 피해서 해야 할 일에 이 사람을 계속 쓸 수도 있으리라.
“잘못했습니다, 형사님. 그래도 제가 벌금까지 냈잖아요. 딱히 피해 본 사람도 없는데 너무 쫓아다니는 거 아닙니까?”
기두식은 내가 삥 뜯으러 온 형사인 줄 알았는지 유들유들 웃으며 볼멘소리를 했다.
시장 상인들은 행여 불똥이라도 튈세라 조용히 구경만 하고 있었고 건너편 나물 팔던 할머니가 ‘아이고, 그 총각 좀 봐줘.’ 하며 손짓하는 게 전부였다.
‘나 형사 아닌데, 잘 봐요.’
“헉! 우… 대세 실업 사장님?”
나는 중절모를 살짝 올려 내 얼굴을 보여줬다.
나름 TV 뉴스는 보는지 기두식은 금세 내 얼굴을 알아보았다.
“이만한 일로 사장님이 직접 와요? 아니, 아니 제가 무조건 잘못했어요. 그런데 저 골드 스킨 빼돌린 거 아니에요. 돈 주고 사 왔어요. 폴리텍도 마찬가지고요.”
기두식은 또다시 울상이 되었다.
60년대는 힘 있는 자에게 조금만 잘못해도 어디론가 끌려가는 야만 시대였다.
“내가 뭐 잡아가기라도 한답니까? 난 제안을 하러 온 겁니다. 내 밑에서 일해보지 않겠어요? 지금처럼 일하면, 사기꾼 취급밖에 더 당하겠어요?”
“헉! 절 써주시는 건가요? 뭐든 시키세요. 무슨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 혈서라도 쓰겠습니다.”
상인들 눈을 피해 훅하니 나를 골목 안으로 밀더니,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히며 연신 절했다.
눈치와 행동이 정말 빨랐다.
“혈서 말고 다른 건 없나요?”
“전 가난하게 태어나서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돈 벌어서 돌아올 거라 믿는 어머니와 어린 동생이 있습니다. 제 가족의 이름을 걸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족의 이름이라, 안 받아 줄 수 없는 보증이네.
내가 종이와 만년필을 건넸다.
기두식은 자신과 가족의 이름을 걸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고는 지장을 찍었다.
만년필 잉크를 엄지에 부어 인주를 대신하는 그의 임기응변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음… 나쁘지 않은데?’
느낌이 좋았다.
얼굴도 양복만 입히면 번듯해 보일 정도로 기본은 넘었고 무엇보다 비열한 구석이 없었다.
“받아요.”
난 계약서를 품에 넣고 통장과 도장을 건넸다.
“허헉, 사장님… 이게 대체…”
기두식이 놀라 입에 거품을 물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통장에는 2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주는 게 아니고 업무비에요. 그 돈으로 일단 구두랑 양복 한 벌 빼입고, 차도 한 대 뽑아서 울산으로 가요.”
“울산으로요?”
“운전은 할 줄 알아요?”
“압니다. 배도 운전하는걸요.”
이 시대의 능력자네.
이 바닥 저 바닥, 닥치는 대로 굴렀던 모양이다.
“울산으로 가서, 대세 실업 이름으로 미포 주변의 땅을 있는 대로 사요. 여기 지도가 있으니 매입한 땅은 매일같이 내게 텔렉스로 보고하고요.”
“미포 주변의 땅이라고요?”
“2000만 원이면 웬만큼 계약할 수 있을 거예요. 평당 50원 이상은 매입하지 말아요. 그리고 잔금은 대세 실업에서 지급할 테니 계약서만 가져와요.”
미포 쪽은 원래 역사에서도 현산 조선소가 들어섰을 정도로 여타 조건이 괜찮은 곳이다.
석유 화학 단지와 시너지도 좋고, 나중에 들어설 포항 제철도 가까워서 원자재 수급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더욱이 나는 21세기 울산항을 지어봤기에, 미포쪽에 조선소는 물론 대세 해운 전용으로 민자 부두도 만들 계획이다.
지금 당장은 돈이 모자라서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말이다.
투기꾼을 엿먹이기 위해 미포 땅 매입에 내 돈을 들이고, 그걸 미국 합작사에 제공한다는 게 당장은 손해 같지만 그 주위의 땅까지 다 매입해 두는 거라 장기적으론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울산 산업단지의 주축을 미포 쪽으로 옮기고, 나중에 내가 운용할 조선소와 민자 부두가 건설되면 남해안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산업 클러스터를 장악하는 초석이 되리라.
뀌년과 미국을 이으려면 남해안에 내 본거지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미포면 동해인가?
“사장님, 시골 땅이야 어찌어찌 평당 50원에 거둬들인다고 해도, 거기에 집이 있는 경우는 어찌합니까?”
“집이 있는 경우라…”
잠시 딴생각을 하자니, 질문을 해왔다.
“시골집이라고 해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쫓아낼 순 없고. 무엇보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집과 땅을 팔려고 할까요?”
어째 사기꾼으로 처벌받았던 이가 하는 말이라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상적인 말이었다.
“그런 경우엔 시내 외곽의 집값과 이사비용까지 매매 계약서에 포함해요.”
대부분 미포 촌구석보다는 외곽이라도 시내 가까운 집을 선호할 거다.
“아, 네. 알겠습니다. 딱 한 달만 주십시오.”
“아뇨, 2주 만에 끝내요.”
아무리 조심해도 투기꾼들은 금방 냄새를 맡을 거다. 놈들이 냄새를 맡기 전에 미포 쪽을 깡그리 먹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울산에서 봐요.”
“잠깐만요. 사장님.”
“왜요? 더 물어볼 게 있나요?”
“예, 있습니다. 사장님께선 저를 어떻게 믿고 이런 거금을 주시는 겁니까?”
“그 돈 가지고 도망쳐서 기두식 씨에게 좋을 게 없으니까요. 도망쳐봤자 쫓기면서 사는 거고, 이 일을 잘하면 말 안 해도 알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이 바보가 아니란 건 압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기두식은 철퍼덕 땅바닥에 엎드려 내게 절을 했다. 내가 일으켜 세우려니 손이 닿기도 전에 먼저 후다닥 일어났다.
그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마주한 거다.
지금 대세 실업 사장 정도로도 감지덕지할 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얼마나 큰 행운인지 계속 실감하리라.
“일부터 합시다. 보고는 매일 저녁 울산에 있는 대세 화학에서 받도록 하죠.”
“예, 사장님.”
나는 서둘러서 울산 석유화학 단지로 향했다.
“할머니. 이 리어카랑 양말 할머니 다 가지세요. 3켤레당 20원에 팔면 반나절이면 다 팔릴 겁니다.”
“아이고, 총각. 그걸 내게 왜 주는 거야?”
“엊그제 주먹밥도 나눠주시고, 제 편도 들어주셨잖아요. 제 보답이에요.”
“그렇다고 리어카를 내주면 총각은 뭘 먹고 살아?”
“걱정 마세요. 저 방금 엄청난 곳에 취직했거든요.”
“아이고, 취직했다니 축하하이.”
“건강하세요. 할머니.”
기두식은 리어카째로 노점상 할머니에게 줘버리고 내 뒤를 쫓아왔다.
내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허리를 굽혀 배웅하고는, 룸미러로 시야가 멀어질 때쯤 휙하니 사라졌다.
재빠른 행동이 느낌이 좋았다.
하는 걸 봐서, 기 비서라고 불러야겠다.
****
「울산 석유화학단지 추진위원회」
나는 차를 몰고 추진위원회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 현판은 한자로 아주 멋지게 써서 걸어놨지만, 막상 사무실은 허름한 양철판 지붕을 얹은 가건물에 불과했다.
전생에 플랜트 사업부 교육 때 흑백 다큐멘터리로 보았던, 대통령이 뭇 인파를 모아놓고 기공식을 했던 그 장소인 것 같았다.
이런 역사적인 곳에 자리하다니,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생각이 재차 들었다.
“아이고, 이제 오십니까. 우 사장님. 아니, 특별 고문님.”
어이없게도 염원철 차관보가 사무실 건물에서 뛰어나와 나를 반겼다.
“뭐죠? 서울에 계셔야 할 분이 울산엔 어쩐 일이십니까?”
“하하하. 청와대에서 긴급 발령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여기 부단장입니다. 상공부 장관께서 위원회 단장이니 제가 어쩌다 보니 2인자가 된 셈이군요. 우 고문님이 잘 좀 지도해주십시오.”
이 양반, 감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쓰네.
하긴 공무원이라면 기회가 될 때마다 감투를 써야 진급하는 법이지.
차관보가 이런 대형 프로젝트의 부위원장을 맡았다면, 이미 머릿속으론 차관 진급을 했겠는걸?
딱히 나쁜 짓을 꾸민다기보다 시킨 일은 열심히 하는 양반이다.
저번 같은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단속만 하면 예측 가능해서 오히려 편한 인간형이다.
사무실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사업 추진 일정이 적혀 있는 챠트를 보는 척했지만, 죄다 공단 토지에 눈길이 박혀 있었다.
“우 사장님, 언제 오시나 했습니다.”
“왕 사장님이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태국에 계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도 왕주영 사장이 언제 귀국하나 싶었다.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고작 522만 불에 수주했으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겠지.
내가 100만 불은 더 쓰라고 했는데 말이다.
“하하, 우사장님. 다시 뵈니 너무 반갑군요. 태국 고속도로야 궤도에 올랐고, 여기 울산 일이 더 크니 부리나케 귀국했지요. 우 사장님이 대규모 차관을 끌어오셔서 성사된 일 아닙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나야말로 반가워요.
방금 왕 회장님을 어디에 둘지 생각이 났거든요.
날 반기는 이는 왕 회장뿐만이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언젠가는 보겠거니 했는데 이런 자리에서 보게 되는군요. 수성의 도병철입니다.”
“반갑습니다. 도병철 회장님.”
약간은 의외였다.
도병철 회장이 이런 실무적인 장소에 나타나다니. 늘 다른 사람을 시키는 타입이지 않나?
“회장이라뇨?”
“회사를 두 개 이상 가지고 계시니, 사장님보단 회장님이 어울릴 것 같아서요.”
“하하, 기술 분야에서만 최고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말솜씨까지 좋은 젊은이라니 놀랍습니다.”
나를 젊은이로 칭하며 살짝 기죽이기를 시도하는 도병철이었다.
보나 마나 비료공장 때문에 왔을 거다.
꽤 돈이 되니까 말이다.
재일교포를 내세워 일본 자금을 끌어오셨겠지?
안 봐도 뻔하다.
“도림건설 은준용입니다.”
“반갑습니다. 쟁쟁한 건설사가 다 오셨네요.”
“한국조선공사 제갈궁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언젠가 봐야 할 사람들이 여기 다 모였네.
자, 이들에게 21세기 자본주의 교육을 좀 해볼까?
< 080 : 자본주의 교육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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