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8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84화(84/589)
< 084 : 실적의 값어치 >
삼복이가 뽑아줄 돈을 계산해보자.
미국에서 골드 스킨을 비롯한 나이크 브랜드가 벌어주는 돈이 월 1000만불 매출에 순익 280만불.
대략 4개월 물량을 탈탈 털어서 매출 4000만불을 달성했으니, 계산에 오차가 그다지 크지 않을 거다.
대세 화학의 원사 사업은 대세 실업에 넘기니 계산 제외, 촉매로 월 30만불 순익, 월남 군납이 월 270만불 매출에 순익 90만불쯤일 테고, 목재는 빼돌리는 거니 월 30만불 순익, 대세 건설이 월남에서 벌어다 주는 200만불은 오롯이 순익, 월남에서 쌓아두고 있는 잉여물자 불하는 내 히든카드니까 일단 제외.
그럼 이래저래 삼복이가 갖다줄 순익은 월 640만불쯤 되는 거네.
월남 특수가 있긴 하지만 연간 7500만불이나 버는 거다. 내가 엄청난 부자이긴 하네.
월남 특수가 끝나도 연간 3700만불이나 된다.
“차관 이자가 얼마더라? 연 7%쯤 되지 않나?”
웬만큼 큰돈을 빌려도 이자때문에 곤란해질 일은 없을 것이다.
삼복이가 1년만 버텨주면 가스전이 터져 나올 거고, 그러면 해당 실적으로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산유국 지위에 성공 실적까지 있으니, 베트남 백호 유전이든 7광구든 허가를 받을 수 있을 테고… 으, 생각만 해도 몸이 떨린다.
대통령에게 탐사권을 얻기 위해서라도 조선소든 제철소든 하긴 해야지?
내겐 조선소가 더 가치 있지만, 대통령이 아쉬운 것은 역시 제철소겠지?
대충 검토하는 척만 하려고 했는데, 진심으로 검토하게 생겼다.
따르릉 따르릉
나는 상공부에 전화부터 했다.
<상공부 염원철 차관보입니다.>
“차관보님, 우찬수입니다.”
어째 비서를 통하지 않고 바로 연락이 통했다.
<아이고,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대통령님께 보고드릴 게 있는데… 아니, 그보다 제철소 사업 검토를 시키셔서 말입니다.”
<제철소요?>
“예, 제철소요. 저 혼자서 검토할 순 없고 기존의 검토 자료들이 좀 필요합니다. 실무자를 붙여주시면 더욱 좋고요.”
<아이고, 자료야 많죠. 몇 년간 부평초처럼 떠돌고 있는 과제인데요. 석기훈 국장 연락처가… 아, 인천제철에 출장 나가 있네요. 제가 대세 실업으로 보내겠습니다.>
음, 제철소 사업이 포항제철보다 한참 먼저 기안되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보네.
헌데, 인천제철이 관련된 줄은 몰랐네.
“아뇨, 어차피 저도 현장을 봐야 하니 제가 인천제철로 가서 만나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고, 그러시렵니까? 그럼 제가 연락해두지요. 내일이든 모레든 언제든지 가셔도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툭.
전화를 끊고 기억을 끌어모아 보았다.
플랜트, 조선, 건설을 거치며 제철 업계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인천제철은 부실기업 아니었나?
포항제철에 밀려서 고전하다가 현산 그룹이 인수해서 자동차용 강판과 특수강 영역에 집중투자하고 나서야 실적이 개선된 회사로 기억하는데…
그런 인천제철이 제철소 프로젝트의 한 축이었다고?
“살펴보긴 해야겠네. 조금만 손보면 선박용 후판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종합 제철소 자체가 목적이라면 포항에 용광로를 갖춘 제철소가 최적이겠지만, 선박용 열간강판을 만들 수 있다면 단기적으로 내게 유리한 제철소가 될 수도 있다.
후판(厚板) 열간강판으로 일단 20만 톤급 유조선을 만들어 꿀을 빨고, 그 뒤에 천천히 대형 종합 제철소를 지어도 늦지 않다.
“기두식 비서.”
“예, 사장님.”
기 비서가 바로 대답했다.
한참 전부터 내 비서였던 듯, 적응력이 대단했다. 공장부지 건은 정말이지 완벽하게 처리를 해줘서 내가 감탄할 정도였다.
내가 직접 했어도 그보다 잘할 수는 없을 정도였다. 사람 하난 잘 뽑았다.
“인천제철로 가줄래요?”
“예, 바로 모시겠습니다.”
운전만 해줘도 이동 시간에 자료도 검토하고 사업 구상도 할 수 있어서 일 처리가 빨라졌다.
“아 참, 영어 공부는 좀 하고 있습니까?”
“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마침 집 근처 교회에 미국 선교사가 있어서 팔자에 없던 교회도 나가고 있습니다.”
“하하하.”
영어 공부를 위해 교회에 다닌다고? 역시 잔머리 하나는 발군이다.
그리 보면 대세 실업에 인재가 부족하긴 하다.
내가 제철소나 조선소 업무를 주로 보게 되면, 자연스레 석유 화학이나 옷 장사에는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대세화학이야 황혜성 사장이 워낙 출중하니 믿고 맡길 수 있고, 섬유 사업은 삼복이, 해운사업은 윤 선장과 스미스 선장을 투톱으로 하면 되고, 문제는 동해 가스전과 석유 화학단지 프로젝트를 간간이 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보다 제철소와 조선소 전문가를 지금부터 영입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기능공을 비롯한 직원들을 전포동에서 계속 수급하는 게 맞나?
임원급 인재 영입과 공개 채용을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매번 영입을 고민할 게 아니라, 아예 인재들이 제 발로 찾아올 채널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
똑똑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아, 도착했군요.”
살짝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기 비서가 밖에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눈을 뜨니 문을 열어 주었다.
어느새 한밤중이었다.
자칫하면 통금에 걸리겠다.
금방 풀려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걸리면 괜스레 골치 아프다.
“사장님, 인천제철 근방에서 제일 괜찮은 여관으로 모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여기 같이 묵어요. 밥도 좀 먹고요.”
“아닙니다. 저는 따로 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내일 아침 일찍 모시러 오겠습니다.”
기 비서는 여관 안으로 날 안내하고는 휙하니 사라졌다. 정말 바람 같단 말이지.
“어서 오십시오. 한 분이신가요?”
“예. 방 하나 주시고 밤참 좀 부탁드립니다.”
“예, 손님. 뜨끈하게 국밥에 소주 한 병해서 방에 넣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주를 원한 건 아니었지만, 뭐 주는 대로 먹지.
“이 방입니다. 수돗가는 여기고요. 그럼 쉬세요.”
아주머니가 싹싹했다.
안내해준 방에 들어가니, 신문지로 도배를 해놨고 벽에 구멍을 뚫어 전등을 하나 켜놨다.
옆방과 내 방이 전등 하나로 나누어 쓰는 형태였다. 이 근방에서 제일 좋은 숙소라기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딸칵.
“엇, 여보세요. 불 좀 켜주세요.”
씻기기는커녕, 양말도 벗지 못했는데 전등이 꺼져버렸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손님이 계셨군요.”
옆 방 손님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벽이 얇았다. 이건 뭐 벽이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어째 목소리가 낯이 익다.
내가 여기서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는데.
“… 어, 혹시, 우 사장님 아니십니까?”
“누구시죠?”
“아이고, 맞네. 저 염원철입니다.”
후다닥하는 소리와 함께 염 차관보가 내 방으로 들이닥쳤다.
“여기 묵으십니까?”
“전화하시고 바로 출발하셨네요. 이봐, 석기훈 국장. 인사드려. 우찬수 대세 실업 사장님이셔.”
“예. 석기훈 상공부 제2 공업국장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우연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고위 공무원도 여기에 묵는 걸 보니, 정말 기 비서 말대로 여기가 인천제철 근처에선 제일 괜찮은 여관인 모양이다.
“아이고, 손님이 느셨네. 잠시만 계세요. 안주 좀 더 갖다 드릴게요.”
“허허, 아주머니 우리 인삼주 한 병 딸 거니까 수육이라도 한 접시 삶아오쇼.”
“예, 손님.”
염 차관보가 자랑스레 인삼주를 흔들었다.
별걸 다 챙기고 다니네.
어째 밤참을 가져오던 여관집 아주머니가 술상을 봐주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안 그래도 우 사장님 모시고 인삼주라도 한잔해야지 싶었는데, 오늘 밤 딱 좋군요. 이래 봬도 7년이나 묵힌 놈입니다. 먼저 받으시죠.”
염 차관보는 내 잔을 먼저 채워주었다.
넉살이 좋아서 공무원보다 사업가가 더 잘 어울릴법한 양반이었다.
“저도 한 잔 따라드리죠.”
“하하, 가득 따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서로 잔을 채우고 금세 건배하고 꿀꺽 삼켰다.
쌉쌀한 향이 끝내줬다. 좋다.
“제가 두 분 밤잠을 방해한 건 아닌지요?”
“에이, 무슨 말씀을. 석 국장도 우 사장님 드린다고 자료를 잔뜩 챙기더라고요. 긴장돼서 잠이 안 온다기에 제가 불부터 껐던 겁니다.”
“생각난 김에 자료를 드리겠습니다. 틈나는 대로 한번 읽어봐 주십시오.”
석 국장은 어디선가 가방을 꺼내더니, 두툼한 보고서를 척척 얹어놓기 시작했다.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 종합 제철소」
제일 위에 놓인 자료의 제목부터 심상찮았다.
종합 제철소 건설이 1차 경제개발 계획에 있긴 있었구나.
“종합 제철소가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올해 9월이 되면 만으로 5년째가 됩니다. 다른 과제는 나름의 성과가 있는데, 제철소 사업은 정말이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으니 실무자로선 죽을 맛입니다.”
석기훈 국장은 답답한지 연신 술잔을 비웠다.
“석 국장, 이제 마음 푹 놔. 우 사장님이 합류하셨으니 씽씽 달릴 생각만 하라고. 뭐든 화끈하게 잘하시는 분이야.”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헌데, 제철소란 게 워낙 미국, 서독, 일본한테 조리돌림 당하는 과제라 우 사장님도 기력만 상하시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놈들이 제각기 우리나라를 이용할 생각만 하니 진행되다 엎어지고, 진행되다 엎어지고, 벌써 세 번째가 아닙니까. 어휴.”
“세 번씩이나 엎어졌다고요?”
국가 프로젝트가 세 번이나 엎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말이다.
“예. 세 번입니다. 그래도 하긴 해야죠. 철강을 생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예속 경제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난관이 있더라도 선철, 제강, 압연 공장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어째, 이 양반 공무원치고 꽤 괜찮은데?
철강 산업의 중요성을 잘 아는 데다 책임감도 있네.
“어쩌겠나, 불가항력이었던 것을. 서독과 잘 나가다가 괜히 미국이 들어와서 깨지고, 그 미국도 케네디가 뒈지는 바람에 판이 깨지고, 그 뒤 이어진 한일협상에서 유상 2억 불에 제철소 차관을 포함한다고 했다가 막판에 뒤집힌 거 아닌가. 결국, 상황이 꼬여서 서독 차관으로 되돌아온 거지. 뭐 조리돌림은 아니야.”
조리돌림 맞네.
가운데 미국이 끼니 일이 복잡해졌군.
미국의 압박을 우리나라가 무시하지 못한 거로군. 거기다 케네디가 특유의 모호함으로 정치질을 하기도 했으니.
결국 미국의 본심은 한국이 굳이 철강 사업을 하겠다면 서독이나 일본이 아닌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이 철강공업 같은 중화학공업에 나서지 않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머물기를 바랐을 테지.
선진국은 설령 동맹국이라고 할지라도 주야장천 중진국 정도에 머물러주길 바란다. 그래야 빨대를 계속 꽂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조리돌림이든 아니든 지금처럼 인천제철, 조일제철, 연합철강, 동극제강 등으로 나뉘어 철강공업을 추진하는 것은 독이 됩니다. 이렇게 철강 사업을 분산시키면, 결국 우리나라가 종합 제철소 차관을 유치하지 못하는 핑계로 쓰이게 될 겁니다.”
어째, 석기훈 이 양반 진국이다.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있네.
“그래도 어쩌겠나? 일괄 종합 제철소가 가장 좋다는 거야 다들 알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금도 기술도 없어. 가능한 것부터 단계별로 하나씩 하자는 정부의 결정도 틀린 것은 아니네.”
“차관보님, 단계별이라고 하면 조강 생산량은 연간 얼마나 됩니까?”
마침 궁금했기에 생산량부터 물었다.
“현재 내년 초까지 연간 10만 톤을 목표로 해서, 72년도에는 연간 30만 톤까지 단계적으로 증가시킬 계획입니다.”
연간 30만 톤?
석기훈 국장이 한숨을 내쉰 이유를 알겠다.
무슨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4개 제철소의 생산량을 모두 모아도 연간 30만 톤이 안 돼?
30만 톤 가지고는 철강을 생산하는 족족 적자만 쌓일 뿐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차관을 빌려줘서 인도나 브라질에 세웠던 제철소가 연간 50만 톤짜리다.
그 정도 체급이어도 적자가 나서 미국에 돈을 쪽쪽 빨리는데, 4개 사를 다 합쳐서 30만 톤이면 그냥 선철 수입해서 강판만 찍어내는 수준이다.
내수 시장에서 돈만 벌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몹쓸 새끼들.
수출해서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국민 피 빨아먹을 생각만 하는 거냐.
동극제강은 몰라도 조일제철(朝日製鐵)이니 연합제철(聯合製鐵)은 이름부터가 일본에서 선철을 수입하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국가 보증의 차관을 빌려 국내 산업의 기초 체력만 갉아먹는 꼴이다.
절대 그런 투자를 용납해선 안 된다.
“아니, 그걸 상공부에서 동의하셨단 말입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리나라도 철강을 생산해야죠. 산업에 철은 쌀이나 다름없습니다.”
누가 철이 산업의 쌀이 아니래?
30만 톤에 왜 동의했냐고 이 양반아.
염원철 차관보는 참 헛다리를 잘 짚는단 말이지.
나는 석기훈 국장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조차 내 얘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담당자부터 바꾸고 볼 일이었다.
“30만 톤 정도에 동의해선 안 되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단계적이든 뭐든 당장 철이 필요합니다.”
“당장 필요하다고요?”
그가 내 의도를 파악했음에도, 답변하는 뉘앙스가 이상했다.
“그렇습니다, 우 사장님. 솔직히 우리나라의 철강 상황은 심각합니다. 여태 전쟁 고철을 녹여 쓰고, 일본에서 선철을 연간 10만 톤씩 수입해 근근이 버텨온 겁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선철 수입도 힘들어지고, 전쟁 고철은 완전히 고갈됐습니다. 이제 철값이 폭등할 걸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때가 아닙니다.”
그간 우리나라는 고철과 외국산 선철을 녹여 강철을 만들어왔다는 소리네.
“선철 수입이 왜 힘들어지죠?”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선철을 수입해왔는데, 북큐슈 일본 제철업계가 물량 부족을 핑계로 수출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나선 거군요.”
“일본 정부는 우리에게 우호적입니다. 연산 100만톤 규모의 종합 제철소 건립을 지지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일협정이 초기화되면서 차관 도입에 문제가 발생했을 뿐입니다. 일본 기업인 중에는 식민지 시대를 사과하기 위해서라도 합작을 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염 차관보가 인삼주를 마시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 양반 순진한 거야? 순진한 척하는 거야?
“일본이 우리에게 우호적인 게 아니라, 우리가 일본의 실적 확보 대상이 된 겁니다.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때 우리나라 지도층 대부분이 일본에 대해 착각했던 이유다.
우리가 일본에 제공했던 실적이 얼마나 대단한 경제적 자산이었는지 감이 전혀 없었다.
< 084 : 실적의 값어치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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