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8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88화(88/589)
< 088 : 돈의 고리 >
“주식회사로 만드신다고요? 제철소는 국가 기간 산업인데 그리해도 되는 겁니까?”
“정부 지분이 30% 정도 되면 국영 기업이나 다름없어요. 그리고 법인세율이 국영 기업이 25%, 주식회사는 35%이니 국가로서도 더 이득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배당금을 노리고 투자금이 모인다는 것이죠.”
“개발도상국의 제철소에 선진국이 투자하려고 할까요?”
“기껏 매력적인 조항을 삽입하고도 소심하게 왜 그래요? 공장용지, 수도, 전기, 모든 것들을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되어 있는데 말이에요.”
“그건 국영 기업이라 가능한 건데…”
“종합제철소 특별법을 만들면 되죠. 우리나라에서 못할 게 뭡니까? 뭘 하든 대일청구권 자금을 쓰는 것보다야 나을 겁니다.”
내 말에 공무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안될 것도 없지 않나.
차관을 끌어오나 투자금을 받나, 차관 이자를 주나 배당금을 주나 그게 그거지 않나.
이미 석기훈 국장을 통해 일본 자금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했기에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이들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원래 역사에서 일본은 포항제철 건설 실적을 통해 1970년대 60여 개의 글로벌 철강 플랜트 수주를 따냈다.
포항제철 프로젝트를 우리 손으로 이뤄내면 그중 일부는 우리가 가져올 수 있다.
“그러면 기초설계는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일본철강기업 연합이 우리나라에 기술 용역 계약을 체결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음? 기술 용역 계약을요?”
“예, 경제기획원을 통해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추진위의 핵심 부서인 상공부를 내버려 두고 계획수립을 주로 하는 경제기획원을 통했다고?
막후 협상을 통해 기술 용역을 맺기로 협의를 했군. 벌써 뭔가를 받아 처먹었다는 얘기다.
들어주는 척하고 빨대를 꽂으면 되겠군.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세요. 그리고 그 해당 계약 제안을 미국 벡텔 연구소에도 보내세요.”
벡텔은 이미 우리나라에 발전소를 2개나 짓고 있기에 주저하지 않고 기술 용역에 참여할 거다.
우리나라의 가능성을 실감했을 테니, 일본과 제대로 경쟁해줄 것이다.
“벡텔! 알겠습니다.”
“명심해요. 일본과 미국을 경쟁시키고 여차하면 서독까지 경쟁시켜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야 합니다. 특히 미 국방부를 자극할 보고서를 잘 뽑아주세요. 피츠버그 회의에 가져갈 겁니다.”
“어떤 식의 보고서를 원하시는지요?”
“종합제철소를 지어야 우리가 최소한의 병기 국산화를 할 수 있고, 자유 진영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야죠.”
“제철소를 국가 안보와 연결하는 겁니까?”
“당연합니다. 북한의 제강 능력이 212만톤, 우리나라는 58만톤 밖에 안된다고 자료에 있더군요. 그런 상황이라면 한미 상호안전보장법(MSA:Mutual Security Act)에 따라 시정 요구를 할 수 있어요.”
“위원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철은 산업의 기본이자, 국방의 초석입니다.”
일부 위원들이 손을 번쩍 들고 내 말에 동의했다. 북한보다 제강 능력이 뒤진다는 것은,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중국과 소련의 힘에 대항해 군사적 경제적 첨병으로 한국과 일본을 배치한다는 것이 주요 골격이다.
즉, 군사적으론 우리나라를 지원하면서 경제적으론 일본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 목적으로 동남아시아 전체를 일본의 시장으로 내주기까지 했다.
따라서 이 논리에 반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따지고 들면 투자를 얻어낼 수 있다.
즉, 한국에 종합제철소를 지원하지 않으면 미국의 아시아 군사 전략 자체가 삐걱거릴 거라고 미 국방부에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거다.
“해당 보고서를 미 국방부에 보내고, 미 의회, 상공부, 수출입은행, 세계은행, 미국 국제개발처(AID) 등등에도 같이 보내세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마침 최근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대규모 물갈이가 되었는데 그걸 핑계로 보고서를 보내면 될 것 같습니다.”
“물갈이요?”
“예, 세계은행 총재로 미 국방부 장관이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취임했습니다. 다른 인사 변경도 꽤 됩니다.”
“잘됐네요. 참, 그 물갈이된 명단도 정리해서 주세요.”
“예, 위원장님.”
미국 정·재계에서 대규모 인사 개편이 있었어?
그것도 월남전이 한창인데 국방부 장관을 교체했다고? 설마 중동 쪽에서 벌써 조짐이 보이나?
하긴 내년에 이스라엘이 기습 공격을 가할 테니, 해당 계획을 미국 정계엔 미리 알렸을 수도 있지.
원래 역사보다 수에즈 운하가 막히는 것이 빨라지면 안 되는데… 아니면, 원래 역사에서도 이때부터 조짐이 보였던 건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건 확실하네. 미래를 알고 있어도 돈이 없으니 마음처럼 휙휙 나아가기가 어렵다.
“그리고, 염 차관보와 석 국장은 저와 함께 미국 가야 하니까 준비해두세요. 저는 다른 일 좀 보고 따로 미국으로 출국하죠.”
“하하, 또 사장님과 함께하는군요.”
염원철 차관보가 반색했다.
좋아서 데려가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내게 붙인 ‘보고 채널’이니 곁에 두고 정보를 틀어막아야 했다.
텔렉스 근처도 못 가게 할 거다.
지난번처럼 정보가 줄줄 새면 큰일이다.
“차관보님 외에 저도 갑니까?”
“서독 정부도 참석할 테니, 석 국장이 함께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 예. 준비하겠습니다.”
통역을 핑계 삼았지만, 포항제철 관련해서 이 양반을 좀 더 지켜보고 싶어서다.
이 정도의 실력자가 어째서 원래 역사에선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하긴 여기 위원으로 참여한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박사들도 능력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설계도까진 아니었지만, 제철소 건립에 필요한 설비 제원을 거의 완벽하게 뽑아냈다.
벡텔사의 기본 설계 용역만 받아도, 여기 박사들과 내가 합심하면 60년대 최고의 설계도를 뽑아낼 수 있을 거다.
“그럼 미국에서 뵙죠.”
나는 거의 일주일 만에 퇴근이란 걸 했다.
**
성수동 대세 실업.
“삼복아!”
“찬수야, 마! 대체 어딜 쏘다니다 오는 거야! 딸랑 텔렉스 한 장 보내놓고는 연락도 안 되고.”
삼복이가 달려와 나를 와락 안았다.
난 정신없이 바빴을 뿐인데, 녀석은 정말 날 걱정했나 보네.
“걱정했냐?”
“당연하지. 중정에 끌려가 어찌 된 줄 알았다니까. 청와대 들어갔다 나왔으면 어디로 가는지는 보고해야지, 이 자식아.”
“웃기시네. 내가 중정에 끌려가면 꺼내줄 능력은 되냐?”
“그럴 능력은 없어도 걱정은 되지, 새꺄.”
60년대 인권 탄압을 이렇게 농담처럼 한다는 게 우습고도 슬프다.
“농담은 됐고, 너 유럽 좀 갔다 와야겠다. 종합 제철 추진위원회 특별 고문이라는 직함도 만들었으니, 활동하는데 어렵지는 않을 거다.”
“내가 특별 고문? 무슨 일로 유럽까지 가?”
“너 인천제철 좀 맡아야겠어. 철강 사업 공부도 좀 할 겸, 여기 적힌 철강업체와 기술 협약을 체결하고 오도록 해.”
나는 두툼한 보고서를 삼복이에게 건넸다.
내가 이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일주일가량을 밤새웠다는 걸 녀석이 알아줄까?
“인천제철이라니,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이제 섬유업계도 좀 알까 말까 싶은데.”
“섬유 쪽이야 너보다 나은 인재들이 수두룩하잖아.”
“뭐?”
나는 사무실의 주임들을 쭉 둘러보았다.
각 공장은 이미 삼복이가 간부급들로 채워 교육을 잘해놨으니, 이제 본사도 독립시켜야지.
“김봉숙 주임.”
“예, 사장님.”
나는 한때 미스 김이라고 불렀던 김 주임을 불렀다. 김 주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반짝거렸다. 역시 감이 좋아.
“솔직히 답해봐요. 수출입 업무, 원단 종류, 재고 파악. 이런 일에 대하여 여기 이삼복 이사가 잘 알아요? 아니면 김 주임이 잘 알아요?”
“그걸 제 입으로 어떻게…”
“봤지? 너보다 잘 안다잖아.”
“그걸 꼭 내 앞에서 얘기하는 이유가 뭐냐?”
“뭐긴 뭐야? 인천제철로 영전하실 때가 됐다, 이거지.”
나는 녀석의 품에 얹어놓은 보고서를 콕콕 찔렀다.
“김 주임, 주임 진급한 지가 얼마나 됐죠?”
“예, 8개월하고 22일째입니다.”
음… 과장 진급은 너무 이르네.
좋아 그럼 과장보로 하지.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 김복순 주임을 과장보로 임명하죠. 수출입 업무와 제품 담당을 나눠서 조직을 꾸미도록 하세요.”
“예? 제가 과장보라고요?”
“주임들을 이끌고 올해 말까지 매출 증가세를 이대로 유지한다면 내년에 정식 과장 진급 1순위!”
“어머나, 사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반드시 해낼게요. 반드시.”
김 과장보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여태까지도 화이팅이 좋고 조직 장악력마저 뛰어나서 다른 주임급들의 모범이 되어 왔다.
삼복이마저 믿고 맡길 정도니, 잘할 거다.
“참나, 인천제철이라니… 유럽에서는 또 무슨 회사와 계약을 맺으라는 거야? 잉? 오스트리아 뵈스트사(社)? 서독 오토사(社)? 뭔 회사 이름이 이래?”
삼복이가 인상을 구겼다.
아직 생소한 이름이라서 그럴 거다.
이름이 이상해서 그렇지, 제철 분야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킨 회사라고.
“종합제철소를 지을 테니, 돈이 얼마가 들던 포괄적인 기술 협약을 반드시 맺고 와. 정말 중요한 계약이야. 과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운이 걸려있어.”
“… 우리나라 국운까지… 마, 그리 중요한 일을 왜 나한테 시켜. 네가 직접 가야지!”
쫄보 삼복이가 흠칫 놀랐다.
“왜긴 왜야? 내가 움직이면 누군가 지켜볼 거니까 그렇지!”
“누가 널 감시해? 중정? 아님, 비서실?”
‘아니, 바다 건너 우리 경쟁자들.’
“!!!!”
삼복이는 내 귓속말에 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정말 중요한 일이구나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김 과장보! 내가 급하게 구라파 다녀올 테니까, 업무 잘 챙겨줘요.”
“예, 맡겨주세요. 상무님.”
“상무님???”
김봉숙 과장보가 대뜸 삼복이를 상무라 칭했다.
이참에 멀리 보내버릴 작정이었다.
회사 생활 제대로 배웠네.
“인천제철로 영전하시는 데 상무님으로 가셔야죠. 미리 축하드려요. 이삼복 상무님!”
“와아아아아! 그러네요. 한턱내세요! 상무님!”
“뭐야? 벌써 날 인천제철로 보내버리는 거야?”
“이사님보다 상무님이 백번 낫죠!”
“오늘 환송회! 만세!”
대세 실업 본사 주임들이 농담 반 진담 반 환송회를 외치며 만세를 불렀다.
우리 회사도 점점 체계가 잡혀가고 있었다.
“자, 오늘 공장 전체 회식! 공지해요.”
“와아아아! 사장님 멋쟁이.”
“멋쟁이는 내가 아니고 이삼복 상무입니다. 회식비 내는 사람이 멋쟁이 아닙니까.”
“이야아아아! 신난다.”
회사원에게 승진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나. 다른 직원들이 먼저 기뻐했다.
“잠깐잠깐! 한턱은 낼 건데, 너무한 거 아니냐? 거기 사고 수습도 안 됐는데. 나보고 당장 거기로 옮기라고?”
“그러니까 지금 가야지! 그리고 인천 제철이 있어야 선박용 후판을 뽑는다고.”
“아아악,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보고서에 다 적어놨으니까 꼼꼼히 읽어봐. 나는 뀌년 들렸다가 미국 갈 거니까, 한동안 서로 얼굴 못 보겠네.”
“뀌년이라니, 너 다시는 월남 안 간다며!”
“일하러 가는 게 아니고 월남 지사 출장이야.”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보고서를 서랍에 넣고 열쇠로 잠갔다. 중요한 문서임은 아는 모양이네. 말은 저래도 밤새 읽어보겠군.
“에휴, 개겨봐야 뭐하겠냐. 사장님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가자, 소주든 맥주든 막걸리든 원하는 대로 살 테니까.”
“다들 들었죠? 갑시다!”
“와아아, 전체 회식이다!”
금세 성수동 공장 전체가 후끈 달아올랐다.
공짜 술은 언제나 환영이지.
어차피 삼복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놈이라 이럴 때 아니면 돈 쓸 일도 없다.
오랜만에 뀌년으로 간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전쟁 고철 때문에 가는 것이긴 하지만, 간 김에 내 보물 창고도 살펴봐야겠다.
얼마나 채워졌는지 확인은 해야지.
“어이쿠, 우 사장. 오랜만이구먼.”
공장문을 나서다 황 영감님도 만났다.
성수동 터줏대감답게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시네.
“하하, 황 영감님도 끼세요. 오늘 저희 전체 회식이에요.”
“나 막걸리에 동태전 아니면 안 먹어.”
“맘껏 드세요. 오늘 삼복이가 한턱 낸데요.”
“으잉, 이 이사가 낸다고?”
“저, 방금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하하, 축하해주러 가야겠군. 앞장서게.”
황 영감님도 함께 했다.
때를 봐서 연구소를 지으면, 황 영감님 자리도 하나 만들어드려야지 싶다.
일주일 내내 쌓였던 피곤이 한순간에 풀려나갔다. 역시 제일 마음 편한 곳이다.
***
이틀 뒤,
베트남 뀌년.
“와아아아! 사장님, 오셨다.”
“다들 잘 지내셨죠?”
비행기로 사이공에 내려 뀌년으로 연락선을 타고 왔다. 항구에 도착하니 미리 나와 있던 대세건설 직원들이 나를 환영해 주었다.
항구는 거의 완성 단계로 거대 유조선도 정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와아아아아!!”
펑! 펑!
내가 배에서 내리자 직원들이 샴페인이 폭죽인 양 몇 병씩이나 터뜨려주었다.
역시 군수물자가 넘쳐나는 곳다웠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진달래 사장님, 많이 타셨네요.”
아버지가 완전한 구릿빛으로 변해 있었다.
아무리 폴리텍으로 감싸도 열대의 햇빛을 완벽히 가릴 수는 없었다.
“벌리는 돈을 생각하면 얼굴 좀 타는 거야 어떻습니까? 하하.”
“항구를 보니 일은 잘되어가나 보군요. 공항도 거의 완성단계이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공사는 80%가량 진척이 되었고 뀌년은 난공불락이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메콩강 유역의 준설 공사도 청룡부대가 꽉 잡고 있어서 척척 진행 중입니다. 사무실로 가시죠, 보고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일감은 넘치고, 진행은 잘 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하하, 그렇죠. 귀국하시기 전에 보고서로 전달하겠습니다. 이대로면 올해 매출과 수익도 사장님 계실 적 못지않을 겁니다.”
“다낭항과 깜란항까지 접수했으니 저 있을 때보다 못하지 않은 정도가 아닐 것 같은데요? 하하.”
준 대세 직원이나 다름없는 실버가 다낭항으로, 마크가 깜란으로 나가서 우리 대세 건설 인력을 쓰고 있기에 월남 매출이 3배 가까이 늘었다.
“모두 사장님께서 인력을 보내주신 덕분입니다.”
“그냥 보내드린 건 아니고, 직원분들이 순환 근무를 할 수 있게 조치한 겁니다. 다들 한국에 한번은 들어갔다 오셨어요?”
“예에!! 사장님.”
대답이 즉각적으로 튀어나왔다.
다들 한 번씩 집에 다녀왔나 보다.
PX에서 선물 꾸러미 잔뜩 사 들고 어깨 으쓱으쓱하며 다녀왔겠군 싶다.
“사장님 덕분에 매주 60명씩 돌아가면서 고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석 달 전에 다녀왔습니다.”
여기 인원만 대충 700명쯤 되니, 매주 60명이면 각자 석 달에 한 번씩 휴가를 다녀오는 셈이네.
“잘하고 계시는군요.”
“휴가 때 사장님께서 뉴스에 북미 항로를 개척하셨다고 나오는 걸 봤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째 내가 딱 미국에 갔을 때 한국에 들렀다 뀌년으로 복귀했던 모양이다.
“뭘요. 여기 뀌년에서도 다들 그 못지않게 대단하게 일하시잖아요. 여기 항구나 활주로 이렇게 빨리 짓는 건설사가 어디 있습니까?”
“맞습니다. 월남의 돈이란 돈은 우리가 다 긁어모으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대세 건설 최고!”
“화이팅!!!”
“와아아아아!”
직원들이 화이팅을 연호했다.
좋다. 원래 역사 대비 월남 특수는 우리 쪽에 더 크게 작동한 건 확실해 보였다.
“자, 회포는 오늘 저녁 B 구역 바닷가에서 풀기로 하시죠. 난 고델 장군을 만나고 오겠습니다.”
“일보고 천천히 오십시오. 모닥불도 피우고 고기며 맥주며 잔뜩 준비해두겠습니다.”
“그래요. 저녁 때 봅시다.”
나는 우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뀌년 캠프 안쪽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컨테이너 건물이었던 작전 지휘소는 ‘주베트남 군사원조 사무국’이라는 간판을 단 대형 건물로 바뀌어 있었다.
“어서 오라고, 친구.”
“하하하, 고델!”
고델 장군이 날 직접 마중 나왔다.
시가 대신 장군들이 즐겨 피우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베란다에 기대어 날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장군이 되어도 건들건들한 모습은 여전했다.
< 088 : 돈의 고리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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