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8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89화(89/589)
< 089 : 초청장 >
고델은 언제나처럼 나를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로 데려갔다.
파라솔 아래 자리를 잡길래 나도 예전처럼 잭콕을 타서 건네고 옆자리에 앉았다.
“선물 고마웠어요. 멋진 배였습니다.”
먼저 인사부터 했다.
그 덕분에 배를 헐값에 6척이나 얻지 않았나.
“그보다 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야? 그걸로 잘 먹고 잘살면 될 텐데.”
고델은 잭콕을 마시며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지금까지 번 돈에다 그가 알려준 배까지 처분했다면 별달리 일하지 않고도 죽을 때까지 편히 살 수 있으리라.
“이왕이면 더 부자가 되어보려고요.”
“참나, 어디까지 부자가 되고 싶은 거야?”
“그걸 가늠할 때가 왔어요. 그래서 부탁을 하려고요.”
“말만 해. 뭐든 들어 줄 테니.”
무심한 듯 자신 있는 말투였다.
고델다웠다.
“월남에서 전쟁 고철을 좀 가져갔으면 합니다. 망가진 지프차든, 드럼통이든, 찌그러져 쓰지 못하는 철재라면 무조건 가져가려고요. 값은 국제 고철값으로 제대로 쳐 드리죠.”
“왜? 탱크라도 만드나?”
“탱크는 아직이고, 배부터 만들어보려고요.”
“그래? 여하튼 제값 주고 가져간다는데 내가 말릴 게 뭐가 있겠나? 우선권을 줄 테니 신청서만 넣어.”
“감사합니다. 이 호의 잊지 않을게요.”
“마음 같아선 독점권을 주고 싶지만, 군수사무국 장군으로서 그러면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이제 중령도 아니잖아?”
고델이 짐짓 별이 달린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 우선권이라고 해도 먼저 싹쓸이하면 그게 독점권이죠.”
“여하튼, 킴에게 맡길 테니 지시해 놔.”
아버지는 고델에게도 수완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럴게요. 고마워요.”
“열심히 해보라고.”
“고델도 별 한 개로 머물면 아쉽지 않겠어요? 두 개든 세 개든 도전해봐요.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하지 않나요?”
“무슨 소리. 난 허튼 노력은 안 해. 여기 월남전은 이렇게 버티는 게 최선이야. 즉, 별 하나가 최선이란 소리야.”
고델은 건들건들해도 상황을 보는 눈이 있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고델의 말이 백번 맞겠지만, 내가 이 상황에 끼어든 만큼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지.
“정말 그럴까요? 여기 뀌년에서 시작해 대만, 오키나와, 그리고 한국까지 연결하면 아시아 태평양 총사령관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어때요?”
“아시아 태평양 총사령관?”
“여기 말라카 해협, 남지나해, 대만해협, 그리고 대한해협까지 아주 강력한 자유 진영의 레드 라인을 긋는 겁니다.”
내가 허공에 라인을 그리니 고델의 표정이 묘해졌다. 상상하면 신나긴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하는 표정이었다.
“말이야 쉽지만, 그렇게 큰 그림은 어려워. 기존의 레드 라인에서 필리핀을 제외할지 말지를 논하고 있는 게 현재의 미국이야.”
원래 역사에선 필리핀에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점차 줄여가지.
급기야 동남아시아가 경제적으로 일본에 완전히 종속되었다고 판단되는 90년대 초에는 아예 미군을 철수시킨다.
“필리핀 따위를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여기 베트남에 지킬만한 것이 있다면 어떨까요?”
“베트남 정부는 썩어도 너무 썩었어. 미국이 끝까지 여길 지킬지도 확신할 수 없어.”
미국이라고 베트남을 위해 여기에 온 게 아니다.
결국 자유 진영의 이권을 지키러 온 거다.
그걸 구체화 시켜주면 된다.
“만약, 뀌년 근처에 대형 유전이라도 발견된다면 어떨까요? 뀌년은 난공불락 요새로 변했으니 지켜내면 엄청난 이익 아닙니까?”
“뭐? 대형 유전?”
“항구 조성을 하며 알아낸 것인데, 이 주변 대륙붕 구조는 유전이나 가스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아니, 발견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석유든 가스든… 뭐든 나오기만 한다면야, 뀌년만큼은 지키는 게 남는 장사지.”
“인도네시아 유전과 베트남의 유전을 합치면 아시아 전체의 에너지 수급을 미국이 꽉 쥐는 겁니다. 명분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아시아 태평양 총사령관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이권이다.
솔직히 이때의 베트남 정부야 난장판이니, 유전을 개발하면 미국이 꿀꺽해버리면 그뿐이다.
나야 그중 일부 지분을 가지면 되고 말이다.
“구미가 당기는 얘기군. 정말 이 베트남 연안에 유전이 발견된다면 레드 라인으로 못 박을 수 있지. 그런데, 유전이란 게 우리가 원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지 않나? 아니, CS가 확신한다면….”
“고델, 1년만 버텨주겠어요?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반드시 여기에 가스전을 발견할 거니까. 그때까지 자리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고델이 어디론가 영전하면 일이 꼬이는 거다.
고델 없이는, 가스전을 개발해도 내 몫을 온전히 챙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별을 더 달게 해준다는데, 내가 왜 옮기겠어? 게다가 난 여기 뀌년이 너무 맘에 들어. 1년이고 2년이고 버텨 줄 테니 유전이나 파.”
고델은 잔을 들며 건배를 청했다.
“새로운 레드 라인을 위하여!”
“미래의 아시아 태평양 총사령관을 위하여.”
“하하하하! 듣기 좋구만.”
고델과의 대화는 아주 기분 좋게 끝났다.
***
난 고델의 배웅을 받으며 B 구역으로 향했다.
저 멀리 해변에 모닥불이 보였다. 그 옆으로 분주하게 회식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실루엣이 정다워 보였다.
마크를 비롯한 미 공병대는 없었지만, 그만큼 우리 직원들의 숫자가 늘었다.
철컹. 철컹.
뿌듯한 마음으로 직원들을 쳐다보던 나는 잉여물자 창고를 열어젖혔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철근과 철판이 나를 반겨주었다.
내가 아끼는 히든카드인데, 놀랍게도 한쪽에 강관들과 H빔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을 정도의 엄청난 양이었다.
“사장님, 이제 옮길 때가 되었습니까?”
어느새 아버지가 내 등 뒤로 다가왔다.
“일부를 팔아서 돈을 마련할까 했는데, 그보다 여기 강관은 뭐죠? 물량이 뭐 이리 많아요?”
“다낭과 깜란에서 넘어온 잉여 물자입니다. 그쪽 항구는 설계상 강관을 박고 H빔을 연결해 접안시설을 만들려고 했다더군요. 그런데, 두 항구 모두 우리의 케이슨 공법을 쓰다 보니 이런 자재들이 깡그리 잉여물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두 군데 항구의 자재를 몽땅 불하받았군.
그래서 이렇게 끝도 안 보일 정도로 쌓여 있었던 거네.
이 정도 물량이면 포항 제철 건설에 가져다 써도 될 것 같았다. 원래 역사에서 일본에서 조달한 포항 제철 자재도 죄다 미군 표준품이었으니, 다를 바 하나 없었다.
“좋네요. 다른 건 이대로 묵혀두시고, 강관과 H빔은 우리나라로 옮깁시다. 배를 보내줄게요.”
“드디어 우리 회사 배로 옮기는 겁니까? 엄청나게 큰 배라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만 톤급 화물선이니, 여기 철재든 원목이든 필요한 건 다 실어 보내세요.”
“이야, 만 톤급 화물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여기 뀌년엔 대세 3호를 지정하면 될 것이다.
진해 LST보다 대규모로 화물을 옮길 수 있고, 오가는 길에 싱가포르를 들러 여타 화물을 옮겨도 수지가 좋을 것이다.
어찌 보면 나를 위해 뀌년 항구를 만든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게다가 저 앞바다에 유전까지 뚫어 버리면 정말이지 뀌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여기서 남동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백호 유전이 있고, 11광구로 알려진 대형 가스전도 있다.
매장량이 14억 배럴 이상 되는 대형 유전이라 60년대 기술로 파도 충분히 채산성이 있다.
동해 가스전 상용화에 성공하고, 그 실적을 이용해 베트남 조광권을 획득하면 게임 끝이다.
나는 거의 정확한 유전 위치를 알고 있으니, 여기저기 탐사하는 흉내만 내다가 제 위치에 구멍만 뚫어도 된다.
석유 탐사에 실패가 없으니 내 수익률은 다른 회사를 압도할 것이고, 그 이권을 고델을 이용해 최대한 보존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델 장군에게 허락을 받았으니 전쟁 고철도 모아서 실어 보내주세요.”
“전쟁고철… 아, 고철! 잘됐습니다. 안 그래도 맹호부대와 청룡부대가 엔진이며 부속품을 잔뜩 모아놨는데, 어쩌질 못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국내 고철 시세를 따져서 죄다 달러로 매입하세요. 고생한 병사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끔 매입 대금은 개별 지급하시고요.”
“예, 사장님.”
돌아가면 청룡부대나 맹호부대에 공문을 보내긴 해야겠다. 고철 매입에 괜히 잡음이나 비리가 생기지 않게 지휘관에게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나라를 위해 위험한 전쟁터로 온 군인들이다.
고생한 만큼 돈은 벌어가야 하지 않겠나.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다들 잔 채워, 사장님 오셨어!”
“와아아아! 풍악을 울려라.”
“으하하하하.”
아버지와 얘기하며 걸어가니 금세 바닷가에 도착했다. 직원들은 우리 둘을 발견하고 맥주를 따기 시작했고, 고기를 썰어댔다.
“건배!”
“대세 건설 만세!!”
“사장님 만세!”
아버지는 나를 위해 잭콕을 말아주었고, 직원들은 연신 만세를 불렀다.
최근에 맛본 잭콕 중 최고였다.
“다들 외쳐요. 우린 부자가 될 거다!”
“우린 부자가 될 거다!!!”
“와아아아아!”
옛날엔 그냥 따라 했는데 이제는 즐기고 있었다.
부자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드는 모양이다
뀌년에 올 때와는 달리, 살림엔 윤기가 돌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생겨나기 시작했으리라.
조금만 버텨줘요.
우리가 하는 일이 중공업이라 시동 걸기가 아주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게 한번 시동만 걸리면 화성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같이 갑시다.”
“같이 갑시다!”
“으아아아아!”
“난 우리 회사 너무 좋아!”
어느새 죄다 어깨동무하고 괴성을 지르며 모닥불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꿈같은 하룻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해지는 바닷가에서 즐기는 회식은 정말로 멋지다. 바다만큼은 21세기보다 1960년대가 더 아름다운 것 같기도 했다.
***
미국 뉴욕, 월 스트리트.
“이봐요, 밴 플린트.”
“낸시, 요즘 내 사무실에 너무 자주 들르는 거 아닌가?”
“일이 있으니 오는 거죠. 혹시, 이 공문 여기로도 날아왔어요?”
낸시는 밴 플린트의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한 뭉치의 서류를 툭 하니 책상 위로 던졌다.
“CS가 정·재계에 마구 보냈다는 공문 말인가? 내 쪽으론 공문이 안 왔지만, 종합제철소를 계획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관심 없는 척하지 말아요.”
“제철 쪽은 딱히 내 분야가 아니라서 말이야. CS도 그걸 잘 알고 있고 말이지.”
“BR사(社)같은 대형 군산복합체가 언제 분야를 따지긴 했나요? 돈 되면 다 잡아먹잖아요.”
“시비 걸려면 국방부 관계자한테나 해. 아니면 국무부나 상공부라도 가. 여긴 그 일과 아무 상관 없는 사회단체 사무소라고.”
밴 플린트는 시가를 깊게 빨아 낸시 쪽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성가시다는 듯 말이다.
“보고서 이 단락 좀 봐요. 대체 이런 논리를 누가 알려줬나 싶다니까요. 종합제철소를 짓지 않으면 남한이 북한에 밀릴 거라니… 혹시, 당신 아니에요?”
“으흠, 제강 능력이 212만톤 대비 58만톤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라… 무시할 수 없는 숫자군.”
낸시가 보고서 한쪽을 손가락으로 콕콕 짚어대자, 밴 플린트도 턱을 매만지며 감탄했다.
밴 플린트는 허접한 연기 따윈 경멸하는 군인 출신이었다. 이런 표정이 거짓일 리 없었다.
“참나, 그 한국인이 스스로 이런 데이터와 논리를 만들어냈다는 건가요? 대단한데요?”
“뭐, 한국으로선 종합제철소가 아쉬우니 별의별 논리를 다 만드는 거겠지. 그래도 최근엔 일본보다 한국이 더 미국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야. 베트남전도 그렇고, 카블라도 그렇고.”
“솔직히 지금 추세라면 일본과 한국의 이용가치가 비슷해질 것 같긴 해요. 종합제철소가 있으면 더욱 그리 되겠죠?”
“제철소까진 아직 버거운 일이야.”
솔직히 밴 플린트는 한국에서 종합제철소가 성공할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는 한국 땅이 얼마나 엉망으로 망가졌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온 사람이었다.
경공업에 올인해서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나라였다.
“버겁다고요? 정말 당신이 CS에 조언한 게 아녜요? 피츠버그 철강 연합 말로는 한국의 종합제철소 기본 계획만큼은 꽤 쓸만하다고 하던데요. 설계도만 던져주면 당장이라도 공사에 착수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이죠.”
“철강 연합이 한국에 관심을 둔다고?”
“투자해도 안전한지 물어왔다니까요.”
“투자한다고? 돈만 밝히는 그 녀석들이?”
“CS가 종합제철소를 주식회사로 설립할 모양이에요. 조세법을 수정해서라도 최고 배당을 해주겠다는 말에 다들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주식회사? 여기 100만톤급 제철소라고 되어 있는데, 주식회사라고?”
들을수록 가관이었다.
여태 한국 정부가 내세웠던 투자 유치 전략과는 사뭇 달랐다. 차관이 아니라, 지분을 매각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놀랍지 않아요? 석유화학단지에 차관을 끌어당길 때처럼, 인건비야 원래 싼데다 유틸리티 비용까지 죄다 정부에서 헐값에 제공한다잖아요.”
“한국이니 가능한 일이겠군.”
“한국이 신뢰할만하냐고 의견을 물어본 회사가 수두룩해요. 그중에 웨스팅하우스도 있다고요.”
“웨스팅하우스?”
원래 발전소만 하던 회사라 각종 파티에도 초대할 만큼 BR사(社)와 그다지 관계가 나쁘지 않았는데, 최근 방산 사업에 기웃대고 있어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삐딱선을 타는 이유를 따져보면 한국 발전소 사업을 벡텔이 다 가져가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확답을 줄까 하다가 말았어요. BR사가 참여하지 않을 거면, 웨스팅하우스를 내세울까 해요. 어때요, 참석할 거예요? 말 거예요?”
“젠장, 내가 불청객으로 가야 한단 말이야?”
밴 플린트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에 발을 넓히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초청장이 문제라면 제 파트너로 참석하시면 되죠.”
낸시는 밴 플린트의 얼굴 앞에 대고 초청장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왕이면 블로녹스사(社)도 데려가지. 여태 우리가 제철소를 안 한 거지 못한 게 아니니까.”
밴 플린트는 BR사에 우호적인 블로녹스사를 끼웠다.
“그러시든지.”
피츠버그 철강 연합 회의의 참석자가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 089 : 초청장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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