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9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96화(96/589)
< 096 : 살길을 알려주지 >
철광석 계약을 마치고 곧바로 한국으로 향했다.
60년대에 일주일 만에 지구를 반 바퀴 도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이 시대엔 물류 사업이 첨단 사업이 될만했다.
예상치 못했던 소득이라면 일본이 어떻게 G2로 오를 기회를 포착했는지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전략적이었는지 아니면 우연히 그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철강 산업과 해운업을 함께한 것이 엄청난 상승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아시아에선 일본만이 큰 규모의 철강 산업을 펼치고 있었고, 호주와의 교역을 통해 싼 철광석을 대량으로 가져온 것이 분명했다.
70년대 후반까지 100억불을 투입해 조강 능력을 1억톤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전 세계에 철강을 공급하며 엄청난 재화를 끌어당긴 것이다.
불과 100만톤 규모의 종합 제철소를 세우는 것만으로 허덕거리는 우리나라의 실정으로 보면 삼키기엔 너무나도 큰 떡이 있는 셈이다.
마음 같아선 다 먹어버리고 싶은데, 돈과 시간이 모두 부족했다.
***
부산 영도.
난 도쿄를 거쳐 부산으로 들어왔다.
김포를 통하지 않은 것은 부산 영도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60년대 영도는 정말이지 난장판이었네.”
피난민들이 자리잡았다던 봉래산 자락에 끝없이 들어선 판잣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자갈치 시장이 보이고, 국제 시장으로 불리는 ‘도떼기시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에 시꺼먼 구정물이 흥건한 시장 주변에는 좌판 상인, 지게꾼, 깡통 물건 장사와 밀수꾼, 부두 막노동꾼이 즐비했다.
이곳이 21세기엔 힙한 관광지로 바뀐다는 걸 아는데도 쉽사리 상상되질 않았다.
“어허이, 이봐. 들어와서 점 한번 봐. 자네 이마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함흥 보살이라는 간판을 단 점집 할머니가 나를 불렀다.
무당은 영도의 명물 중 하나다.
영도엔 점집이 수십 군데나 있었다.
피난민들이 허한 마음에 점이라도 봤던 건지, 먹고살 것이 없어 무당인 척 피난민을 등쳐먹은 것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이러면 이마에 무지개가 뜨죠?”
나는 쓰다남은 5불짜리 지폐를 꺼내 무당 할머니 손에 쥐여주었다.
“아이고야, 먹구름이 단박에 걷히는구나. 원력이 대단한 양반이네. 엄청나게 성공하겠어.”
“덕담 감사하고요, 여기 항구에서 최고로 예인선 잘 모는 사람이 누굽니까?”
“예인선? 큰 배 끌어주는 배 말이지?”
“예. 바로 그겁니다.”
“권가를 찾아라. 권칠득이! 술도 안 마시고 일 잘한다. 당신이랑 궁합도 좋다, 마.”
무당답게 척척 말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지게꾼들과 선원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척척 걸어갔다.
“여기 권칠득이란 분이 누구십니까?”
“난데, 누구시오?”
나는 그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대세 실업의 우찬수라고 합니다.”
“허헉! 당신이 우 사장님? 황금종!”
“쉿, 목소리 낮춰요. 지금 당장 황금종을 칠 건 아니니까요.”
내 말에 권칠득 씨가 갑자기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겉으론 영락없는 우락부락한 바다 사나이였는데, 눈치는 빠른 것 같았다.
“예인선 얼마나 몰았습니까?”
“십년 넘게 몰았습니다.”
십년? 많이 봐야 30대 초반 같은데 언제부터 배를 몰았다는 거야? 배를 엄청나게 잘 몰았던 모양이다.
아니, 젊어서부터 몰아서 잘 몰게 된 건가?
“물어볼 게 있습니다.”
“물어보십시오.”
“3만톤짜리 바지선을 1만톤짜리 화물선에 연결해서 태평양을 건너려고 합니다. 가능하겠어요?”
정확하게는 엔진만 없는 벌크선 형태라고 해야겠지만, 바지선이라고 퉁쳤다.
“… 미친 짓입니다. 십중팔구 바지선도 잃고 화물선도 덩달아 위험해집니다.”
“그걸 해낸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 말한 놈은 100% 사기꾼입니다. 그놈 데려와서 내기하셔도 됩니다. 제 손모가지를 걸겠습니다.”
권칠득 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이 양반 말에 동의한다.
내 생각에도 OB들이 말했던 뗏목 수송 작전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해 보였다.
예인선을 십년이나 몰았던 양반이 이리 말할 정도면 정말 미친 짓인 거다.
OB말이 허풍이 아니라면, 뭔가 비법이 있는 것 같았다. 바지선에 특수 장치라도 했나?
“데려올 순 없지만, 성공했다는 건 사실이에요. 100%는 아닐지라도 열 번에 아홉 번 정도는 성공한 모양입니다. 비법이라도 있을까요?”
“쳇, 어림없는 일입니다. 화물선 1척이 아니라 예인선 4척으로 끌고 갔다면 몰라도요.”
“??? 뭐라고 했죠? 예인선 4척이면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4척이면 도전해볼 만하죠, 선수에 2척 묶고, 옆구리에 1척씩 묶어서 운전하면 되니까요. 화물선 1척에만 묶으면 바지선이 파도 맞고 빙빙 돌다가 뒤집힌다니까요.”
권칠득 씨는 땅바닥에 돌멩이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이야, 이 사람 진짜 전문가네.’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선수의 예인선 2척이 방향을 잡고, 옆구리 쪽 예인선은 바지선의 균형을 잡는 거다.
그러고 보니 현산 건설의 뗏목 수송 작전을 찍은 사진에도 배가 여러 척이었던 것 같았다.
“이봐요, 권칠득 씨. 배 있습니까?”
“저 같은 가난뱅이한테 무슨 배가 있겠습니까? 다 빌려서 타는 거죠.”
“내 배 탈래요?”
“예에?”
내가 훅하고 치고 들어가자 권칠득 씨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내 배 타고 바지선… 아니, 벌크선 한번 끌어볼래요?”
“서… 설마, 대세 해운의 화물선에 태워주시는 겁니가? 진짜로 태워주시는 겁니까?”
내 배를 타는 건 뱃사람으로선 출세하는 거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태평양을 건널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대신 20만톤짜리 바지선… 아니, 벌크선을 끌고 가야 합니다.”
“20만톤짜리? 사장님, 화물선 하나론 어렵다고 말씀… 아하… 안됩니다.”
한숨까지 쉬며 안된다고 했다.
이 양반, 예스맨이 아니다.
일 제대로 할 사람이었다.
“안심해요. 화물선 4척으로 끌고 갈 겁니다. 그러니, 당신 같은 사람 3명 더 데리고 와요. 예인 전담 기사로 채용하죠.”
3만톤짜리 바지선을 하나씩 끌고 가는 게 아니라, 20만 톤짜리 바지선을 만들어서 화물선 4척으로 끌고 가면 되는 일 아닌가.
“허헉, 4척이나! 그럼 할 수 있죠. 할 수 있습니다. 믿어주세요.”
“명함 4장 줄 테니, 실력 좋은 예인선 기사 3명 더 모아서 대세 해운으로 가요. 호주 갔다 오는 배에 올라서 항로 봐놔요. 석 달 뒤부터 수십 번을 왕복해야 할 테니까.”
윤 이사에게 전화로 알려놓으면 될 것이다.
“사나이답게, 약속하셨습니다!”
“난 약속 꼭 지킵니다. 사나이답게!”
“으아아, 이 권칠득이, 대세 해운에 들어갔어요. 대세 해운에 들어갔다고요! 으아아아!”
칠득 씨는 환호하며 어디론가 마구 달려갔다.
예인선 실력자 3명을 데리러 갔을 거다.
나는 가던 길을 재촉했다.
한국조선공사(公社)에서 논의할 것이 있었다.
거기서 기술자들과 벌크선을 끌고 갈 방법을 논의해볼까 했는데, 권칠득 씨를 만나 단박에 해결해버린 셈이었다.
무당을 빙자한 마당발 할머니에게 수고비를 건넨 건 참 잘한 일이었다.
역시 궁금한 게 있으면 현장에서 구르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다.
***
「한국조선공사(韓國造船公社)」
일명 영도 조선소라고 불리는 곳에 도착하니, 여기도 참 어이가 없었다.
대한민국 유일의 조선소임에도 불구하고 간판마저 망가져 흔들거리고 있었다.
도크가 무슨 쓰레기장도 아니고, 배를 만들기는커녕 녹슨 철재만 대충 쌓여 있었다.
21세기엔 이 정도로 허접하진 않았는데, 민영화 이후에 시설 개선을 하긴 했던 모양이다.
‘68년도에 민영화가 되니 지금 한창 싱숭생숭한 상황이긴 하겠네.’
지금 한국조선공사는 나름 경영합리화를 한다며 제갈궁이라는 부산해운 사장을 영입한 상태다.
원래 역사에서는 정부의 산업 합리화 방침에 따라 제갈궁 사장이 이곳을 자신의 해운사와 합병하며 민영화를 했다.
나름 부산해운이라는 근거리 해운사업으로 돈을 벌었던 제갈궁 사장이 몰락하는 시발점이었고, 나중에 옥포 조선소라는 거대한 똥을 싸지르는 바람에 재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중공업 업계에선 유명한 일이지만, 한국조선공사를 맡았다는 것부터가 패착이었다.
여긴 이 시대 공기업답게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거든.
즉, 내가 여길 접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에 국가 기간 산업 특별 고문과 추진위원장을 두루 거친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적자에 허덕이는 국영 기업의 사장이 되겠다고 나서면 백기사나 다름없다.
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이곳을 인수해도 적자에 허덕일 염려가 없다.
일단 민영화를 빌미로 당연히 빚 탕감을 받을 것이고, 차후에는 미포 조선소를 보조하는 조선소로 쓸 거니까.
“계십니까?”
“누구… 헉, 우찬수 사장님.”
한국조선공사 사무실에 얼굴을 내밀었더니 직원이 단박에 내 얼굴을 알아보았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우 사장님!”
어디선가 제갈궁 사장이 달려와 내 팔을 덥썩 잡았다. 과하게 반갑게 맞이해 주는데?
“해외 출장을 갔다가 귀국하는 길에, 잠시 인사라도 하고 가려고 들렀습니다.”
“바쁘신 분께서 무슨 인사까지, 어서 이리 드십시오.”
제갈궁 사장은 나를 사장실로 이끌었다.
문을 닫더니 재떨이와 담배를 내밀었다.
“하하, 저는 담배 안 합니다.”
나는 성냥불을 켜서 제갈궁 사장의 담뱃불을 붙여 주었다.
“예전부터 우 사장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나름 애써봤는데 독대할 기회가 나질 않더군요.”
“어쩐 일로 그러십니까? 혹시, 울산에 땅을…”
울산에 땅 투기라도 한 건가?
“아아, 저는 땅 투기할 돈도 없습니다. 단지 이 조선소를 살릴 방도가 없을지 우 사장님과 논의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갈궁 사장은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켜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회사 사정이 안 좋은 모양이네.
“국영 기업에 위촉되신 것 아닙니까? 경영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셔야죠.”
정부 지원을 요청하면 내가 손들면 된다.
국가로선 경영성과가 나쁜 민간인을 계속 사장으로 쓸 이유는 없지 않나.
“맡길 땐 언제고 정부 지원이라니 다 헛짓입니다. 실상 저는 명색만 사장이고 모든 권한은 교통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운영자금조차 교통부, 재무부, 한국은행을 거쳐 국회 승인까지 득해야 하니 제대로 된 경영을 하려야 할 수가 없습니다.”
“… 그래요?”
뭐야? 재무부, 한국은행, 국회까지?
그런 빡센 짓을 어떻게 해?
이거 완전히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자리다.
이 양반은 그따위 자리를 왜 지키고 있지?
나 같으면 당장 때려치웠을 텐데.
“징글징글합니다. 정치꾼들 입맛대로 경영합리화니, 긴급 지원이니 하면서 국민 세금 쓰고 일본차관 들여서 다 해 처먹고… 그렇다고 자리 내놓겠다고 하면 제가 가진 부산해운을 세무 조사하겠다고 대놓고 협박하고… 저 좀 살려주십시오.”
이야, 완전히 사람 하나를 바보로 만들었네.
말로만 듣던 60년대식 기업 목줄 죄기다.
포항제철을 주식회사로 설립한 건 정말이지 천만다행이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 이럴 때가 올 거라고 믿고 증거를 수집해 놓았습니다. 그 증거만 있으면 제대로 민영화할 수 있습니다.”
그간 정치꾼들이 한 구린 짓에 대해 증거 서류를 수집해 놓았다 이거군. 빨대 꽂은 놈들은 물론, 친인척과 협력자들도 싹 도려낼 수 있겠군.
그런데, 어째 뉘앙스가 내게 이 회사를 넘기려는 모양새인데? 이거 찔러볼 필요도 없네.
“혹시 저에게 여길 맡기실 생각입니까?”
“그래야지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해운사를 보유하고 계시니 와중에 여길 회생시킬 수 있는 분이지 않습니까? 우 사장님이면, 외국에서 중고선을 수입하는 것에 만족하시지 않을 거 아닙니까.”
제갈궁 사장의 말은 한국 조선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중공업 산업인 조선소를 감당할 민간자본이 존재하지 않고, 제대로 된 기술력도 없고, 설비며 원부자재를 죄다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불리함에, 무엇보다 협소한 내수 시장을 대신할 수출 시장을 뚫어낼 능력자가 한국에 없는 것이다.
있다면 내가 가장 근접한 인물이지.
근자감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다.
“이 일 때문에 절 만나고 싶으셨던 거군요.”
“예, 저 좀 살려주십시오. 여기에 들어간 사재가 2억이 넘습니다. 그중 일부라도 벌충하게 해주십시오. 맹세하건대 개인 축재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부산 해운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거기 직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사장하나 잘못 만난 죄로 길바닥에 나앉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석유화학단지에도 오셨던 거군요.”
조선소 사장이 울산에 왜 왔나 했었다.
“예, 부산해운에도 일부 용접공은 있으니까요. 이제 그조차 많이 떠났습니다만… 여하튼, 종합 제철소 사업에서는 일감을 좀 나눠주십시오. 추진위원장이시지 않습니까?”
부산해운도 흔들흔들하는 모양이네.
“안 됩니다. 모든 공사는 입찰 중이고 제가 뭔가를 약속하면 그건 부정 청탁에 응하는 꼴입니다.”
“하아…”
자칫하면 골로 간다.
날 지켜보는 눈이 많다.
“대신 울산 공단에서 작지만 망하지 않는 사업 하나 소개해 드릴 순 있지요. 그럼, 비리 사건을 한방 크게 터뜨리고 물러날 수 있겠습니까?”
“… 작지만 망하지 않는 사업? 물론이죠, 제가 이 한 몸 불태워서 세금 축내던 인간들 싹 쓸고 나가겠습니다. 꼭 민영화에 성공하십시오.”
급기야 제갈궁 사장이 내 손을 부여잡았다.
내가 펜과 종이를 내밀었다.
제갈궁 사장은 대번에 내 의도를 알아챘다.
펜을 잡더니 비리 척결을 통해 한국조선공사의 민영화를 돕겠다는 각서를 쓰고 지장까지 찍었다.
상황이 꼭 제갈궁 사장을 몰아가는 것처럼 되었지만, 우리 둘의 필요성이 만났을 뿐이다.
“울산으로 가셔서 소금 사업을 하십시오.”
“소금 사업요?”
나는 각서를 챙기고 살길을 알려줬다.
“벡텔사가 짓는 발전소는 바닷물을 냉각수로 쓰면서 스팀을 공단에 공급하고, 농염수는 다시 바다로 버립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발전소 옆에 소금 공장을 지으시면 자연스레 알게 되실 겁니다. 여하튼 공장을 지어서 발전소에서 농염수를 받아 재차 끓여서 스팀을 공단에 팔고, 정제 소금을 얻는 겁니다. 그걸 기계염이라고 합니다.”
“헉! 증기를 돈 주고 팔고, 거기서 나오는 소금도 시중에 파는 격이군요. 맞습니까?”
사업가라고 원리는 몰라도 돈벌이만큼은 잘 알아듣는다.
“맞습니다. 염전을 죄다 밀고 공업단지를 지었으니 소금 공장을 세워야 한다는 명분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국가도 승인할 겁니다.”
에너지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공장이라, 규모는 작지만 꾸준하게 흑자가 나는 사업이다.
“기술 자문이 들어오면 제 편을 들어주실 수 있으신 거겠지요?”
“물론입니다. 아니, 편들 이유도 없습니다. 사실이니까요.”
“… 가져가십시오. 그간 모은 증거 사본입니다. 원본은 제가 폭탄처럼 터뜨리겠습니다.”
각종 접대비와 세금 유용, 친인척 부정 채용, 중고선박 수리 대금 유용, 원부자재 부당 처리 등등 온갖 비리가 빼곡히 조사되어 있었다.
이 정도 비리 폭로면 한국조선공사는 단박에 풍비박산 날 것 같았다.
제갈궁 사장은 부산해운을 살리려 자폭할 생각을 하는 거다.
정부로선 조선소를 더는 공기업으로 둘 순 없을 테고, 인수할 사람을 찾는 게 수순일 것이다.
“그럼 저는 여긴 인사치레로 찾아온 겁니다.”
“예, 부산해운만 챙기고 곧바로 폭탄 터뜨리겠습니다. 여기 조선소 잘 부탁드립니다.”
날 벌써 사장으로 대접해주었다.
나는 곧바로 서울로 향했다.
가는 길에 도크를 힐끗 보니 3만톤짜리 벌크선은 만들만한 크기였다.
6개 정도 만들어서 옆면을 H빔과 강관으로 잇고, 상판마저 덮으면 20만톤짜리 벌크선이라 우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생긴 모습은 뗏목 같겠지만 말이다.
폭탄이 터지면 황금종을 또 한 번 쳐야 하리라.
< 096 : 살길을 알려주지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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