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
“지금 그런 놈이 여기를 찾아온 거란 말이냐?”
“아마도 집에 없는 걸 알 테니 이제 갈 만한 곳을 찾겠지요. 그러면 제일 가까운 곳은 아무래도 사귄다고 소문난 제 집일 테구요.”
“이런 개 같은…….”
차마 아들 앞이라서 욕을 못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노형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참 개새끼지요. 그런 게 어떻게 선생 노릇을 하는지.”
“넌 어쩔 생각이냐? 설마 계속 그놈이 찾아오게 할 거냐?”
“워워, 아버지, 진정하세요.”
아버지의 시선이 구석에 있는 야구방망이로 향하는 걸 보고 노형진은 아버지를 진정시켰다. 안 그래도 성범죄자라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데다가 어찌 되었든 여기도 딸이 있는 집이다. 필요하면 두들겨 팰 모양이다.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모든 준비를 끝내고 시작한 싸움이라구요.”
“준비가 끝났다?”
“네.”
“음.”
사실 요즘 법률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진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아들이 법적으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버지는 다시 한 번 아들을 믿어 보기로 했다.
“좋다. 널 한번 다시 믿어 보마. 하지만 조건은 있다.”
“조건?”
“미영이는 여기서 나가야겠다.”
“네?”
순간 생각지도 못한 말에 노형진은 깜짝 놀랐다. 설마 아버지가 그런 이기주의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안 그래도 저 녀석 때문에 불안해하고 우리 눈치를 보더구나. 피해자가 그렇게 고통받는 건 나도 이해 못 한다. 더군다나 현아도 있으니 강간범이 오는 건 기분 좋지도 않고.”
“하지만 갈 곳이 없는데요?”
“호텔을 구해 주마. 모텔은 아무래도 보안 문제가 있으니 당분간은 호텔에서 생활하고 방을 좀 알아봐 주도록 하마.”
“아버지.”
“나도 딸 가진 입장에서 저런 쓰레기 같은 놈은 그냥 두고 싶지 않다. 너희 누나를 생각해 봐라.”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나가 그 쓰레기 때문에 인생이 망가지고 일본에서 쓰나미로 객사했을 때 아버지는 진짜로 그 쓰레기 녀석을 죽이려고 했다.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진짜로 죽였을지도 모른다.
“걱정 마세요. 이 일은 얼마 못 갑니다.”
“형진아, 스승님이라는 존재는 말이다.”
이 문제는 결국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은폐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스승이라는 존재는 제자를 강간하라고 있나 봅니다.”
“노형진!”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끄응.”
보통 선생들끼리의 회의에 학생을 끼울 일은 없다. 하지만 오늘은 노형진이 끼어 있었다. 윤미영이 학교에 안 나오는 상황에서 유일한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뿐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말이다.”
“선생이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마십시오, 이규성 씨.”
“뭐라고?”
“이규성 씨라고 불렀습니다.”
“너 이 새끼!”
어떻게 해서든 그를 설득해서 자리를 만들어 보려던 이규성은 발끈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런 그를 비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드러난 것만 미성년자 강간 네 건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처벌도 안 하고 아직도 선생질하게 둔다는 걸 솔직히 전 이해 못 하겠네요.”
“크흠, 노 군, 아무래도 혐의가 인정된 건 아니니 말일세.”
그러니까 혐의가 인정될 때까지 아동 성폭행범을 아동들과 같이 두겠다는 소리였다.
‘이건 완전 미친 개소리지.’
합당하게 처리하려면 일단 정직시킨 상태에서 재판이 끝난 후에 복직시키는 게 정상이다. 일반 강간범도 아니고 아동 강간범이다. 일반 강간범이 재범률이 60%라면 아동 강간범은 80%나 될 만큼 재범률이 높은데 말이다.
‘끼리끼리 붙어먹겠다는 거지.’
안 봐도 뻔하다. 바깥에서는 못 봐도 학교에서는 부딪칠 수밖에 없으니 압박해서 합의를 유도해 내겠다는 뜻이다. 물론 그걸 모른 노형진이 아니었다.
“뭐,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방법이 없네요.”
“그러니까 미영이한테 연락해서 일단 사과받는 선에서 합의하고…….”
또다시 교장이 합의 이야기를 꺼내는데 노형진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조만간 법원에서 연락이 오겠지만 일단 알려 드려야겠네요.”
“그건?”
“법원에서 나온 접근 금지 명령서입니다. 법원의 접근 금지 명령에 의거하여 가해자 이규성은 피해자 윤미영과 그 증인인 노형진에게 200미터 내 접근하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이 효과는 즉시 발효됩니다.”
“뭐라고?”
순간 멍한 얼굴이 되는 선생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200미터라면 이 학교보다 더 큰 반경을 가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 시간부로 가해자를 학교 내에서 내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노형진!”
“자, 자, 이 선생, 진정하고. 형진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선생님을…….”
“거부하시는 건가요?”
“거부하는 게 아니라 말이다.”
“거부의 의사로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경찰서에 바로 전화했다.
“뭐 하는 짓이야!”
“모르시나 본데요.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기는 사람에 대해서는 전 경찰에 보호 요청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 선생님한테 그러면 안 되지!”
“그러니까 그 선생이라는 게 왜 제자를 강간하는 놈이냐구요.”
화내 봐야 결국에는 진다. 그게 재판에서의 싸움이다. 가슴은 뜨겁게, 그러나 머리는 차갑게. 그것이 재판에서의 싸움의 기술.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선생들과 감정적으로 선생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윽박을 지르는 학교장은 절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실례합니다.”
드디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찰. 노형진은 그들에게 법원 명령을 보여 주고 이규성을 정확하게 지정해 줬다.
“대상자입니다.”
“크흠.”
경찰들도 곤혹스럽기는 한 모양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법원의 명령은 확실했으니 말이다.
“지금 당장 200미터 바깥으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뭐라고요? 지금 회의 중인데.”
“안 하시면 법원 명령에 의거, 저희가 연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말에 멍하니 경찰과 노형진 그리고 교장을 바라보던 이규성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썅!”
화를 버럭 내면서 바깥으로 나가는 이규성. 노형진은 그걸 확인하고 교장 선생님을 바라봤다.
“교장 선생님, 정직시키시겠습니까? 아니면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 넣을까요?”
“업무상 배임?”
“학교장에게는 범죄자로부터 미성년자인 학생을 보호하는 책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범죄자가 선생이고 아는 사이라는 이유로 이미 한 번 법원 명령을 거부하셨지요. 정직시키지 않으시겠다면 정식으로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할 뿐만 아니라 교육청에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옹호 문제로 민원을 제기할 겁니다. 어느 걸 선택하시든 그건 선생님의 선택이죠.”
“이런…….”
교장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하나뿐이었다.
“조용하네.”
“그래.”
학교에는 폭풍이 불었다. 선생이라는 작자가 아동 성폭행범이라는 소문이 돌자 부모님들이 매일같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기 시작한 것이다.
“애들은 안 괴롭혀?”
“다행히도.”
“다행이네.”
아직 사회에 찌들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들은 피해자인 윤미영을 불쌍하게 생각해서 보호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이규성이 여학생들에게 던지던 수많은 성추행들과 추파에 대해서도 소문이 나고 있었다.
“넌 어쩔 거야?”
“나? 나야 뭐.”
“나 때문에…….”
“너 때문이 아니라니까. 어차피 이 짓도 얼마 할 생각 없었어.”
학교 내에서 선생들은 노형진을 대놓고 싫어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선생의 권위에 도전하는 싸가지없는 학생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강간범이 가르치는 학교 따위 다니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넌 전학 준비는 잘되어 가?”
“응? 아…….”
결국 윤미영은 전학을 결정했다. 당장 아이들은 윤미영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챙겨 주지만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는 부모님들도 문제였다. 벌써부터 강간당했다고 거리를 두라는 정신 나간 부모님이 있다는 소문이 있으니 말이다.
“어디를 가든 나 잊어버리지 말고.”
“어떻게 잊어버려.”
지옥에서 허우적거리던 자신의 삶을 구해 준 사람인데 말이다.
“그럼 다행이고.”
“미안해.”
“거참, 미안할 거 없다니까. 네가 그런 말 안 해도 진짜 이놈의 학교에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진짜.”
그리고 그건 절대 농담이 아니었다.
노형진은 경찰서로 향했다. 오늘은 강소영과 윤미영의 진술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진술할 것도 있지만 그건 상대적으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사실 진술 날짜도 다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형진은 그녀들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이유는 하나. 보호를 위해서다.
“넌 뭐냐?”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자 담당 형사가 삐딱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저요? 전 친구 겸 증인인데요.”
“아, 그 녀석이구나. 오늘 네가 진술하는 날 아니다. 가라.”
“싫은데요.”
“어린 새끼가 경찰 말을 왜 안 들어? 가라고.”
짜증을 부리는 경찰.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솔직히 경찰과 싸워 봐야 피곤하기 때문에 하는 짓거리를 봐서 조용히 돌아갈 생각도 있었는데, 하는 짓거리를 보니 절대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벌써 받아 잡수셨군.’
척 보면 척이랄까? 하긴, 이규성의 입장에서는 다급하니 뭔 짓을 못 하겠는가?
“싫습니다.”
“끙, 네가 그렇게 서 있는다고 오늘 해 주지도 않을 건데. 뭐, 알았다. 이름.”
그렇게 시작된 조사. 하지만 노형진은 잠깐 보다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썅, 나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멋모르고 대답하는 두 사람인데, 정작 그 질문이라는 게 절묘하게 합의에 의한 행위로 몰고 가는 느낌의 질문만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규성이 빨라고 해서 빨았냐?”
“네? 그게…….”
“했지?”
“…….”
“대답해.”
“네.”
“오케이. 가해자의 부탁으로 오럴 행위를…….”
분명 사실이긴 하지만, 이 글을 보는 재판부는 명백하게 상호 간의 합의라고 오해할 만한 문구만을 사용해서 작성하고 있었다.
쾅!
강소영의 조사, 아니 취조를 듣고 있던 노형진은 ‘쾅’ 소리가 나게 책상을 두들겼다.
“뭐야? 왜 업무를 방해해?”
“경찰청 강간 사건 처리 지침은 엿 바꿔 드셨나요?”
“뭐?”
“제가 알기로는 분명히 강간 사건 처리 지침이 있을 텐데요.”
“그거야…….”
그 말에 당황하는 경찰. 그도 그럴 것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부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알려 주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래 봤자 자기들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첫째, 이러한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그런 노골적인 묘사 및 행위에 대한 취조를 금지한다. 둘째,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취조하는 경찰은 여성으로 한다. 셋째, 피해자 중에 미성년자가 있는 경우 아동심리학자의 동석 등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
“더 말씀드릴까요?”
그 말에 똥 씹은 표정이 되는 경찰. 자신에게 배정이 떨어졌고 그걸 무마해 주는 조건으로 상당한 금액을 받았는데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야 뭐, 증인으로 온 거니 이런 말은 못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해당 사실을 고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크흠, 바쁘다 보니…….”
모르는 척 슬쩍 고개를 돌리는 경찰. 노형진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쩔까요?”
“그런 게 있으면 당연히 해야지.”
“끄응, 알았다.”
결국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경찰. 잠시 후 세 사람은 작은 취조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여자 경찰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를 하고 시작하려는 찰나, 여자 경찰이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나가 주셨으면 하는데요.”
“네? 왜요?”
“당연히 조사해야 하니까요.”
“아! 그렇군요.”
“네, 그러니까 나가 주세요.”
“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취조인가요, 아니면 조사인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취조라면 제가 나가는 게 맞습니다만 단순 피해자 조사라면 제가 나갈 의무가 없거든요? 피해자가 심적 안정을 위해서 동행인을 선택하는 건 자유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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