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03)
“뭐, 몇 개는 상황을 봐서 해 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못 해. 자네 아직 그쪽에서 내놓은 증거 못 봤지? 대한민국의 쌍욕이란 쌍욕은 다 올라가 있다고. 그걸로 자네가 이겼다고 하면 법이 무너져.”
“압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이길 생각은 없습니다. 의뢰인들도 자기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고요. 그리고 배상은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하지만 그런 식으로 돈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이 새끼들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할 거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우리나라에 범죄자가 몇 명이지요?”
판사들의 얼굴이 또다시 사색이 되었다.
한 명만으로도 이 지경인데 범죄자들이 모조리 그 짓거리를 시작하면 도무지 답이 없다. 진짜로 과로사할지도 모르는 상황.
“보아하니 자네에게 방법이 있나 본데.”
“방법이 있지요.”
노형진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눈을 반짝거렸고, 판사들은 눈을 반짝이다가 여자들에게 눈치를 줬다.
“다들 슬슬 2차 준비하지?”
“아, 네, 네…….”
무슨 뜻인지 알고 우르르 나가는 여자들.
노형진은 판사들에게 몸을 기대고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 * *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 부탁드립니다.”
노형진은 변론하러 가서 그 한마디만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건너편에 앉아 있는 이재곤은 피식하고 비웃음을 날렸다.
‘너도 방법이 없다 이거지.’
이 사건에서 노형진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변론도 포기한 거라 생각하고 다시 판사를 바라보는 이재곤.
“원고 측, 더 이상 할 말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면 다음 주에 결심하겠습니다.”
마동욱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자신들이 아무리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하지만 방어할 의사도 없다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아예 변론도 안 하시면…….”
“변론했잖습니까.”
“네? 하지만 선처 부탁드린다는 말 한마디뿐이셨잖습니까?”
“압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변론이에요?”
“변론한 거 맞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돈을 어떻게 받을지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네?”
더군다나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돈을 받을 생각을 하라는 노형진의 말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 마동욱.
“제가 마법을 보여 드릴 테니까 기다리세요, 후후후.”
노형진의 말에 마동욱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얼마 후 판결문이 왔을 때 마동욱은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결국 졌군요.”
배상금 50만 원.
많은 돈은 아니지만 돈을 주기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예상한 것 아닌가요?”
노형진은 판결문을 보면서 말했다.
“압니다. 하지만…… 그 개새끼한테 돈을 줄 생각을 하면…… 아오, 씨발 새끼. 지금 그 새끼는 돈 받는다고 좋아할 거 아닙니까.”
이걸 받고 좋아할 우상춘을 생각하고는 이를 박박 가는 마동욱.
“아, 중요한 부분은 못 보셨네요.”
“중요한 부분?”
“이 부분요.”
노형진은 판결문을 들고는 어떤 지점을 마동욱에게 보여 줬다.
“이건?”
“읽어 보세요.”
“재판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네. 이게 중요합니다.”
“어째서요?”
“중요하지요. 이 재판 비용에는 변호사 비용 역시 포함되거든요.”
“네?”
“사람들은 대부분 재판 비용은 무심하게 넘어갑니다. 뭐,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니까요.”
물론 변호사 비용 자체는 상당히 높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것 중 하나가, 현실에서 주는 것과 법적으로 보장된 변호사비는 다르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최하 300만 원부터 시작이지만 법에서 정한 변호사비의 최하는 40만 원.
이번에 노형진과 새론이 받기로 한 금액이다.
“그런데요?”
“다시 말하면 변호사비를 저쪽에서 물어야 한다는 거죠.”
“네?”
소송비용은 저쪽에서 부담한다.
그건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불러왔다.
* * *
“이……게 무슨……?”
우상춘은 자신에게 날아온 소송비용 확정 결정문을 보고 당황했다.
받은 돈, 아니 받아야 하는 돈은 50만 원인데 자신이 줘야 하는 돈은 70만 원이었던 것이다.
“50만 원은 상계하시고 나머지 20만 원은 주셔야 하는데요?”
노형진은 히죽거리면서 그에게 말했다.
“이게 말이나 되냐고! 이긴 건 나야!”
“네, 이긴 건 당신이지요. 하지만 돈을 받는 건 우리죠.”
노형진은 우상춘을 보면서 싱글싱글 웃었다.
“이런 게 어디 있어!”
“법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원래 소송비용은 패소한 쪽이 부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원칙의 문제이지, 법적인 문제가 아니다.
“소송비용의 배분은 판사의 재량에 달려 있지요.”
판사는 상황에 따라서 재량껏 배당할 수 있다.
가령 7:3이나 5:5도 가능하고, 지금처럼 원고가 부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시 공무원들이란.’
판사들은 이렇게 몰려드는 사건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고발을 막을 방법을 찾고 있었다. 노형진은 그 부분에 대해서 살짝 조언을 준 것이다.
이런 식으로 소송비용을 원고가 부담하게 한다면 버는 금액에 비해서 나가는 돈이 더 많다.
물론 이걸 핑계로 항소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때는 돈이 또 들어가는 데다가, 그런다고 해서 뒤집힐 거라는 확신도 없다.
‘그리고 이건 기획 소송이라는 말이지.’
즉, 그 비용을 모두 지오에서 부담한다는 뜻인데, 한두 건도 아니고 수백 건을 항소하게 되면 그 부담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1심에 비해서 2심은 소송비용이 1.5배 더 늘어나도록 되어 있다. 만일 지게 되면 그 돈도 토해 내야 한다.
“이건…….”
눈의 띄게 당황하는 우상춘.
‘이렇게 될 줄 몰랐겠지.’
아마도 우상춘은 지오의 말에 혹해서 소송을 시작했을 것이다.
못해도 20억 중 10%만 받아도 2억이다. 감옥에서 몇 년간 허송세월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니 그들의 말에 따랐을 것이다.
“이걸 왜 나한테 달라고 해요! 지오에 달라고 해요! 지오에!”
“소송 당사자는 우상춘 씨 본인입니다. 지오는 대리인일 뿐이고요. 그러니 지오에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우상춘 씨에게 청구하는 게 맞습니다. 불만이시면 지오를 통해서 소송을 거셔도 됩니다.”
“미친…….”
그러면 다시 돈이 든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우상춘에게 노형진은 슬쩍 쐐기를 박았다.
“그러고 보니 소송한 사람이 몇 명이죠?”
“뭐라고요?”
“민사 들어간 사람이 오백 명쯤 되지 않나요? 아니지, 시간이 지났으니 더 들어갔겠군요. 한 1천 명쯤 되지 않을까요?”
얼굴이 사색이 되어 가는 우상춘.
“1천 명인가 보군요. 한 명당 대략 20만 원쯤 주신다고 하면, 2억이네요.”
“헉!”
“강제집행은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감옥에서 건강하게 생활하시면 됩니다. 나오시면 남은 게 없기는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어깨를 으쓱하는 노형진.
그리고 우상춘의 손에서 판결문을 낚아챘다.
“그러면 집행하도록 하지요. 아, 맞다. 재산 명시 명령할 건데, 거기에 거짓말하면 형량이 늘어나시는 거 아시죠?”
노형진은 엄포를 놓자 당황한 우상춘.
그는 황급하게 벌떡 일어나서 노형진의 손을 잡았다.
“전 몰랐습니다! 전 몰랐어요! 그냥 지오에서 하자고 해서 한 거예요!”
“아, 그런 건 이제 와서 소용없고요.”
“진짜라니까요! 소송비용을 그쪽에서 다 대 줄 테니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그 대신에 20% 준다고 해서…….”
“헐.”
노형진의 예상대로였다. 지오가 모든 걸 준비한 것이다.
“그거 확실한 겁니까?”
“네. 계약서도 있어요.”
“계약서도요?”
“네!”
“그거 언론에서 진술할 수 있습니까?”
“제발……!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2억이나 배상해야 한다는 말에 그는 바로 꼬리를 말았다.
“좋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노형진은 이때만 해도 승리할 거라 생각했다.
* * *
“취하?”
“응. 지금 법원을 통해서 연락이 왔는데, 우상춘이 건 모든 사건들이 취하되고 있다네. 형사, 민사 모두.”
“그 녀석들이군.”
사실 2억을 안 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를 취하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노형진은 우상춘을 통해서 언론에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야쿠자의 진출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자 지오가 먼저 나서서 소를 취하하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내가 너무 쉽게 봤어.”
이재곤이라면 뭐든 할 거라는 것을 잊은 것이 실수였다.
노형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급해졌다.
“구치소로 가자.”
“구치소는 왜?”
“아무래도 우상춘이 불안해.”
그는 노형진에게 기자회견을 해서 사실을 말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지오가 소를 취하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빨리빨리!”
서둘러서 구치소로 간 노형진.
그러나 그곳에 도착했을 때 본 우상춘은 자신이 봤던 때와 많이 달라진 후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넘어진 겁니다.”
그는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대답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도대체 어떻게 넘어져야 눈에 멍이 드는 거야?’
눈에 든 멍, 부러진 팔, 전신에 가득한 붉은색의 흔적들.
누가 봐도 린치당한 거다.
“지금 자기 상황을 알고 대답하는 겁니까?”
“넘어진 거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돌리는 우상춘.
“이걸 누가 넘어졌다고 봅니까?”
“넘어진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 문밖을 힐끗 바라보는 우상춘.
‘감시 중이라는 거군.’
상식적으로 이렇게 린치를 당했는데 간수가 모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간수나 구치소장이 모른 척하고 있다는 소리다.
‘젠장.’
야쿠자들이 들어오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아니, 그들의 특성상 가장 먼저 교도소에 들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직원을 모으는 데 가장 좋은 곳이니까.
“진짜로 넘어진 겁니까?”
“네.”
“그러면 기자회견을 하실 수는 있겠어요?”
“죄송합니다. 몸이 안 좋아서…….”
부르르 떠는 우상춘. 명백한 거절의 의미.
“단순히 넘어진 거라면서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 바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간수! 내보내 줘요! 간수!”
“이봐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전 그냥 넘어진 거고 기자회견은 하지 않을 겁니다.”
간수가 들어오자마자 후다닥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멍하니 서 있는 노형진.
손채림은 그런 그의 등을 툭 쳐서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힘들 것 같지?”
“아무래도.”
저런 상황이라면 그는 절대로 증언하거나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진실은 지금쯤 모조리 소각되고 있을 테고.
“야쿠자라. 그 녀석들이 물러날까?”
“그럴 리 없지.”
이번에야 실패했다고 하지만 그들이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
결국 언젠가는 그들과 다시 부딪칠 것이다.
“아무래도…… 긴 싸움이 되겠어.”
노형진은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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