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19)
좀 떨어진 곳으로 간 그들은 서로 이야기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눈을 맞추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원하는 여자를 고르시면 됩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온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내미는 그들.
두 부부는 그걸 받아서 펼쳐서 살피기 시작했다.
노형진도 그걸 보면서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걸 본 노형진은 섬찟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고 있어?’
그 파일 속에는 간략한 신상명세서와 함께 여자들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다들 단정하고 깔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웃고 있는 모습의, 일종의 증명사진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
노형진을 그걸 보고 치를 떨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죽은 사람의 증명사진을 손에 넣을 수는 없다. 찍는다고 해도 그 사람이 웃어 줄 리는 만무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여자들은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설마…….’
순간 노형진은 주방장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시신을 구하지 못하면 시신을 만들면 된다는.
더군다나 한국은 자녀가 죽으면 화장을 하는 풍습이 있다.
중국에서는 이런 문화에 대해서 서로가 알고 있고, 일부 지역은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여자의 시신은 가문의 무덤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그냥 노상에 방치해야 한다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그냥 명혼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런 문화도 없거니와 그런 전통도 없다. 게다가 자녀의 시신을 파는 짓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중국보다 더 여자 시신을 구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미친…….’
노형진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면서 다른 파일을 바라보았다.
“다른 건 뭡니까?”
“다른 거요?”
“네.”
“아, 이건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라니요? 소개하러 온 거 아닙니까?”
“이건 등급이 좀 낮은 겁니다.”
“등급이 낮은 거?”
“네.”
“한번 봅시다.”
“뭐, 1억이나 주고 하기에는…….”
“선택권은 주인님분들에게 있지요.”
두 사람도 바로 알아듣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줘 봐요, 우리도 보게.”
“그러시다면야.”
그들은 파일을 건네줬고, 그 파일을 연 노형진은 절로 눈이 찡그러졌다.
‘미쳤군. 제대로 미쳤어.’
파일은 가격에 맞게 등급 분류를 해 둔 게 분명했다.
파란색은 산 사람, 노란색은 그래도 시신이 멀쩡한 사람, 붉은색은 상당히 부패된 상태, 녹색은 말 그대로 유골만 남은 상태, 그리고 검은색은 화장한 유골들.
‘아니, 이 새끼들, 유골함까지 턴 거야?’
생각해 보면 화장을 한 유골함은 어떻게 보면 털기가 더 쉽다.
어차피 유골함으로 쓰는 함들은 기성품들이다. 같은 걸 사다가 두고 진짜 유골을 털어 오면 가족들이 그걸 열어 볼 리는 없으니 누가 알겠는가?
“이건 1천만 원입니다.”
최하 1천만 원부터 시작되는 가격들.
그리고 산 사람은 8천이라는 것이다.
“음…….”
적당히 시신을 고르려고 했던 노부부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렇게 많을 줄 몰랐던 것이다.
노형진은 그걸 보다가 그들의 귀에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첫 번째 파일에서 고르세요.”
“네? 하지만…….”
그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자신들이 누군가를 고른다는 것은 즉 그 누군가를 죽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런데 거기서 고르라니?
“22페이지에 있는 여자 고르세요. ‘유영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유영미요?”
“네.”
“저희는 책임 안 집니다.”
“네, 책임은 우리가 집니다.”
노형진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접선책은 ‘하오, 하오.’를 연발하면서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 * *
“뭐라고요?”
유영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노형진이 그녀를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는 다름 아닌 새론의 직원이기 때문이다.
새론의 직원이 왜 거기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 번 얼굴을 봤고 실제로 아는 사이니까 보호하기가 훨씬 편했다.
“제가 살인 표적이 되었다고요?”
“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노형진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유영미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자신의 이름이 그런 곳에 올라가 있을 줄은 예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그들은 유영미 씨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신상명세도 알고 있더군요. 게다가 길바닥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라 증명사진이에요. 혹시 예상하는 거 있습니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제가 미쳤다고, 왜 그런 녀석들에게 사진을 줘요?”
“그럴 리 없죠.”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정확한 주소까지 말이다.
그들이 아무리 사람이 많다고 해도 여자들을 일일이 추적할 수는 없을 테니 그녀를 특정할 만한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자…… 잠깐, 증명사진이라고요?”
“네.”
“증명사진…… 맙소사…….”
뭔가 기억난 듯 얼굴이 사색이 되는 유영미.
“뭔데요?”
“이력서요.”
“네?”
“이력서…… 제가 낸 거요.”
노형진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서둘러서 인사계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이력서를 찾아서 꺼내 들었다.
“똑같군.”
거기에 있는 사진은 자신이 거기서 본 사진과 똑같았다.
“맙소사…….”
그 이야기를 들은 유영미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제가 취업하려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는데…….”
“끄응…….”
요즘은 취업하기 위해서 백 개 이상의 이력서를 넣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이다.
유영미는 운이 좋아서 여기에 취업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 전까지 얼마나 많은 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내는 시대이니 일단 사람을 구하는 곳에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이 제대로 된 곳인지 알 수가 없지.”
노형진은 놈들의 방식을 알아차렸다.
가짜 회사 이름으로 구직자들을 모은다. 그리고 그들의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필요하면 찾아가 죽이는 것이다.
이력서에는 주소에서부터 사진, 이름까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으니까.
“맙소사.”
창백해져서 다리를 후들거리는 유영미.
손채림은 그녀를 다독거리면서 진정시켰고, 무태식은 그런 그녀를 약간 안타까운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왜 하필 그녀인가요?”
“일단 다른 사람들은 모르니까요. 저희가 보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파일에 있는 것은 나이와 이름 그리고 생년월일, 사진뿐이었다. 주소는 모두 가려진 상태라 자신이 기억했다가 추적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막지 못하면 유영미 씨는 언제 살해당할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무태식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어느 순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선택당해서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죽은 시신도 있었다면서요?”
“저도 그 생각은 했습니다만…….”
원래 계획은 그들의 차에 추적 장치를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 작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전화로만 통화한다면 대책이 안 서죠.”
“아!”
사진에는 모두 구별을 위한 구분 코드가 붙어 있다.
즉, 그들이 이름을 전화로 말하면 배달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전화로 코드만 말해서 배달하는 거라면 핵심 멤버에는 접근도 못 합니다.”
“음…….”
그 파일에 붙어 있는 코드를 보고 노형진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하긴, 이런 짓을 하려면 추적도 감안할 테니까.
“천운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나마 다행히도 아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운이 좋았다.
물론 없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얼굴과 이름을 알고 생일도 알고 있으니 정보력을 총동원하면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그녀가 죽을 수도 있는 노릇.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새론 경호 팀이 지켜 줄 겁니다.”
노형진은 유영미를 다독거렸다.
그녀는 얼굴색이 좀 나아지는 듯했지만 여전히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 녀석들이 저에게 올까요?”
“올 겁니다. 그리고 그때 잡아들일 겁니다.”
노형진의 생각에는 이걸 따로 하는 킬러조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결국 시신을 도굴하는 도굴조가 그 역할을 하는 놈들일 가능성이 높다.
남의 무덤을 팔 정도로 간땡이가 부은 놈이라면 살인도 하고도 남을 테니까.
“이번이 놈들을 박멸할 기회입니다.”
노형진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놈들을 잡을 생각이었다.
망자의 한 (1)
“유영미 씨는 어떤가요?”
“일단 최대한 차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특이 사항은?”
“이틀 전부터 이상한 녀석들이 따라붙었습니다.”
경호 팀은 드러나지 않게 유영미를 따라다녔다. 녀석들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상한 녀석들이 유영미를 따라다니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떻게 할까요? 잡을까요?”
“아직은 안 됩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잡으면 처벌이 불가능해요.”
저들이 무슨 범죄를 저지르든 증거가 우선이다.
자신들이 먼저 기습해서 잡아 버리면 저들을 공격한 자신들만 나쁜 놈이 되는 것이다.
진짜 조폭들처럼 죽여 버리려고 한다면 모르지만, 법의 처벌을 받게 할 생각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차적 조회는 끝났습니까?”
“네. 대포차더군요.”
“역시나.”
이런 짓을 하는 녀석들이 멀쩡하게 차를 사서 끌고 다닐 리 없다.
그들이 끌고 있는 차는 소위 말하는 봉고 타입의 차량인데, 누가 봐도 안을 볼 수 없도록 검은 선팅을 해 둔 상태였다.
“조만간 저들도 움직일 겁니다. 그러니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네.”
경호 팀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노형진은 놈들의 차량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유영미가 자신의 집에 들어가자 조용히 물러가는 그들.
아마도 그들은 납치할 시간을 정할 목적으로 지난 며칠간 유영미의 움직임을 확인한 듯했다.
“따라가죠.”
조용히 따라가다 보니 그들은 근처에 있는 허름한 모텔로 들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여기가 아지트는 아닌 것 같고.”
사고를 치기 전에 묵을 숙소인 모양이다.
노형진은 그들이 위로 올라가자 재빠르게 다가가서 봉고 안쪽을 살폈다.
“역시나.”
그 안을 보던 노형진의 눈이 절로 눈이 찡그러졌다.
그 봉고는 다른 차들과 확연히 달랐다.
뒤쪽에 좌석 대신에 네모난 모양의 커다란 공간이 있었다. 위를 덮어 버리면 마치 짐칸처럼 보이도록 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저곳이 시신을 넣는 공간이겠군.’
아니면 지금처럼 납치한 사람을 넣어 두는 곳이거나.
노형진은 그걸 확인하고는 조용히 모텔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어떤 아줌마가 무심한 듯 앉아 있다가 말을 꺼냈다.
“아주머니, 여기 방금 올라간 사람들, 중국인이죠?”
“그건 왜 물어보슈?”
“여기 묵은 지 얼마나 되었나요?”
“아니, 그건 왜 물어보냐니까?”
짜증스럽게 말하는 그녀에게 노형진은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었다.
“그들이 납치 살인범으로 의심받고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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