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27)
‘제대로 돌아가는 건 야쿠자뿐이라…….’
마이 소라는 씁쓸해졌다.
사실 일본 정부가 무능하다는 노형진의 말에 그녀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노형진의 말대로 일본 정부는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고 시스템이 정지하면서 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야쿠자들이 나서야 할 정도가 될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더 웃긴 건 자신은 결사적으로 막으려던 공무원이 야쿠자들은 막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법과는 거리가 먼 집단이니까.
‘이게 뭔 짓인지…….’
마이 소라의 기분이 어떻든 다른 야쿠자 조직원들은 왠지 울컥했다.
“이런 걸 다 주시고, 감사합니다.”
더군다나 그녀가 준 방호복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방호복이었다. 방사능 방호복도 등급이 있는데 현재 일본에서 방사능 제거 작업을 하는 방호복은 최하 등급이다. 그게 제일 싸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저런 방사능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기겁했지만 일본은 법을 고쳐서 허용 방사능 피폭량을 열 배나 올리면서도 높은 등급의 방사능 방호복을 사 주지 않고 있었다.
“누구도 방사능에 고통받으면서 죽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거기에 모여 있는 야쿠자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구호품을 배달하라는 명령을 내린 건 윗대가리지만 그 명령을 실행하는 것은 아랫사람들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결혼하지 못했거나 결혼해도 신혼이었다.
그들은 방사능에 의해서 기형아가 태어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설사 아니라고 해도 방사능 때문에 암에 걸리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필요하면 말하세요. 제가 아는 분을 통해서 더 구할 수 있어요.”
“그 말이 사실입니까?”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고마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이용하는 마이 소라는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 * *
“대단하네요.”
마이 소라는 노형진이 약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일본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자신이 고민하던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했다. 순식간에 자신을 국민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올려놨고, 조직원들을 위해서 방사능 방호복까지 주는 그녀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게 해 노모 비디오 이야기가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심지어 소속사에서는 정극으로 나가 보라면서 유명한 연기 선생님까지 붙여 줬다. 더 이상 노모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진짜로 안 올 겁니까?”
노형진은 마이 소라를 보면서 물었다.
사실상 그들이 그녀를 포기했다. 아니, 가치를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감시하던 사람들도, 돈을 관리하던 자도 뺐다.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랬는데 그녀는 한국으로 오지 않는단다.
“제가 한국으로 가려고 한 이유는 노모 때문이지, 일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쩝.”
“그리고 노 변호사님이 만든 이미지라고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절 영웅으로 대하고 있어요. 그들을 버리고 한국으로 오는 건 배신이라고 생각해요.”
“그거야 그렇지만 방사능 사태가 쉽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알아요.”
이건 수십 년을 갈 수밖에 없는 사태이고 쉽게 해결될 만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떠날 수는 없어요.”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의 건강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그녀의 선택이다. 자신이 거기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나저나 덕분에 살았네요.”
“저도 덕분에 살았습니다. 후후후.”
노형진은 그녀에게 조건을 달았다. 그건 다름 아닌 그녀가 그곳에 설립한 회사의 광고 모델이 되어 달라는 것.
일본에서 노형진이 설립한 회사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고 있었다. 눈치챈 몇몇 기업들이 수출 의사를 타진하고 있었지만 노형진은 이미 판매 라인을 구축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은 노형진을 통해서 판매하려고 해서 수수료 수입 역시 작지 않은 상황.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궁금한 것?”
“일본에서 이번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마이 소라.
사고가 날 당시에 일본에 있었다면 아마도 자신은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노형진 덕분에 살아남았고, 심지어 이제는 국민 배우 반열까지 올라갔다.
더군다나 노형진이 어마어마하게 사 둔 방사능 대책 물건들은 미리 예상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사 둘 만한 양이 아니었다.
“글쎄요?”
노형진은 그저 씩 웃고 말았다.
“진실은 말해 주실 생각이 없나 보군요.”
“때로는 누구도 진실을 믿지 않으니까요.”
만일 미래에서 회귀했다고 하면 누가 자신을 믿겠는가?
설사 믿는다고 해도 문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누군가에게 강제로 납치당해서 미래의 기억을 모조리 토해 낼 때까지 고문당할 것이다.
“진실이 알려지지 않아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
“제가 당신을 도와줬다는 것은 비밀로 하시라는 말씀입니다.”
“그게 무슨……?”
“지금부터 일본은 극우가 창궐할 겁니다. 당신이 한국에게서 도움을 받았다면 아마도 그게 핑계가 될지도 모릅니다.”
“핑계라니?”
“말 그대로입니다. 핑계죠.”
“…….”
마이 소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관동대지진 때 일본 정부는 한국인들이 우물에 독을 넣는다면서 대대적인 학살을 했다. 그건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
자신이 있어서 추앙받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벌써 인터넷에서는 분노를 외부로 돌리려는 시도가 보이는 상황.
“일본에서 계속 사실 거라면 진실은 그대로 묻어 두십시오.”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인 자신이 누구보다 일본과 우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아무리 추앙받아도 그들이 공격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이번 사건 잘 이겨 낼 수 있을까요?”
그녀는 다른 건 묻지 않았다. 사실 그 답이 제일 궁금했으리라. 자신의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마음은 안다. 하지만 일본은 결국 잘못된 길을 선택한다. 그녀가 조금 늦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막을 수는 없다.
“극우가 권력을 잡은 나라의 말로는 뻔하지요. 그리고 현 상황에서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고요.”
마이 소라의 얼굴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짐승이 아닌 인간이다 (1)
“여기는 금연인데요.”
노형진은 안당 마님을 보면서 작게 말했다. 안당은 자신의 곰방대를 힐끗 바라보았다.
“불 안 붙였잖아.”
“붙이시려고 하시잖아요.”
“치사한 놈.”
“건강을 위해서 끊으시죠.”
“이 나이에 살면 얼마나 산다고.”
“한창 정정하시잖아요?”
안당은 입에 물고 있던 곰방대를 내려놨다. 사실 그녀는 전보다 더 정정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가게는 잘되어 갑니까?”
“잘되기는, 파리 날리지.”
“파리요? 그게 파리 날리는 겁니까?”
“그 새끼들이 파리지 뭐야.”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운영하던 다안은 다안기생문화연구원으로 바꾼 후에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사실 연구원으로 바꾼다는 말에 노형진은 더 이상 술장사를 하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러나 기생문화라는 것이 애초에 접대를 위한 문화인 만큼 손님이 없을 수는 없다.
“도대체 그럴 거면 왜 바꾸신 겁니까?”
“더 체계적이잖아.”
“그건 그렇지요.”
“그리고 어디 가서 자랑도 좀 하고. 왜놈들 게이샤는 뭐 달라?”
“하긴.”
게이샤나 기생이나 사실 목적은 다 비슷하다. 다만 일본은 그 게이샤라는 문화를 포장을 잘한 거고 한국은 기생이라는 문화를 포장하지 못한 것뿐이다. 안당 마님이 하는 것은 그 포장 작업인 거고.
‘뭐, 이미지는 좋아지기는 했지…….’
공식적으로 다안기생문화연구원은 기생 문화를 전수하는 곳이다. 시조부터 시류까지 모든 것을 가르친다. 그건 과거 다안이 술집일 때도 하던 일이었다. 다만 달라진 점은 전시실이 생기면서 술집이라는 곳보다는 문화원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해지고, 그로 인해서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남자든 여자든 더욱 당당해졌다. 술집에서 일한다는 것과 문화원에서 일한다는 것은 다른 느낌이니까.
‘하여간 대단한 분이야…….’
비슷하지만 껍데기를 바꾸면서 더욱더 많은 고객을 당겨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쁘신 분이 왜 오신 겁니까?”
“네놈이 해결해 줬으면 하는 일이 하나 있어서 왔지.”
“무슨 일인데요?”
“강간 사건.”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형사사건이다. 그런데 그 형사사건은 자신이 고소장을 써 줄 수는 있는데 그 후에 끼어들기가 애매하다.
“그건 일단 신고하면 경찰에서 수사하는데요?”
“알아.”
안당은 다시 곰방대를 물었다. 그리고 버릇적으로 성냥으로 거기에 불을 붙이려다가 그 성냥을 노려보고 있는 노형진의 시선을 느끼고는 휘휘 저어서 꺼 버렸다.
“치사한 놈.”
“치사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강간이라니, 안당에서 일하는 분들 중 한 분이세요?”
안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생이다. 기본적으로 2차는 나가지 않는다. 과거에는 비공식적으로 나가는 걸 모른 척해 줬지만 지금은 문화원이 되었기 때문에 아예 금지시켜 버렸다. 그래서 그녀들을 품고 싶어서 안달 난 녀석들이 많다.
더군다나 그곳에 있는 여자들은 외모가 진짜 연예인급이다 보니 스토커나 따라다니는 놈들이 한두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아니.”
그런데 의외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안당 마님의 말.
“그럼요?”
“다른 곳 녀석이야. 그런데 사건이 더러워서 말이지.”
“더러워요?”
“그래.”
“무슨 일인데요?”
“2차 나갔다가 강간당한 거거든.”
“네?”
노형진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2차라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성매매를 하러 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강간을 당했다?
‘돌아오다가 당했다는 건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업소들은 계약된 모텔이 있어서 그곳에서 2차를 끝내고 또 그곳은 상주하고 있는 일종의 문지기나 보디가드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깡패지만 어찌 되었건 그런 걸 막기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에 오는 길에 강간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해를 못 하겠는데요?”
“너도 이해를 못 하는데 짭새 놈들은 이해하겠지?”
“그렇게 담배가 당기시면 저기 창가로 가서 피해서.”
자꾸 곰방대에 신경을 쓰는 안당을 보던 노형진은 결국 자리를 좀 비켜 줬고, 그녀는 자리를 옮겨서 담배를 피우면서 연기를 창밖으로 내보냈다. 그러자 그제야 좀 안정되는지 상황을 설명해 줬다.
“2차이기는 한데 이야기가 좀 달라.”
“다르다?”
“그래.”
사건이 벌어진 것은 다안이 아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안당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니 사이가 안 좋은 가게라고 했다.
신념을 가지고 하는 안당과 다르게 그들은 돈을 노리고 이 일을 했고, 그 때문에 2차도 반 강제적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사고가 났다.
“어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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