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28)
“색연필.”
“색연필?”
“룸살롱이야. 사장은 김택용.”
김택용이라는 이름을 들은 노형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새끼, 알아?”
“알죠.”
김택용. 자칭 밤의 황제.
‘지금은 성장 중이겠군…….’
그가 운영하는 룸살롱만 열다섯 개였다. 그리고 그중 일곱 개는 건물을 통째로 쓰는 초대형 룸살롱이었다.
그는 밤의 황제라고 자부하고 다녔으며 자신을 지원하는 조폭도 데리고 있었다.
‘사이가 안 좋을 만하지…….’
그는 안당과 딱 반대였다. 안당 마님은 힘을 가지고 있으나 쓰지 않으면서 비록 막 나가는 인생이라고 하나 업소 여성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반면 김택용은 돈만 된다면 그들의 인생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자였다.
성매매도 성 노동이라 생각해서 합당한 돈을 주는 안당과 다르게 그는 뜯어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뜯어먹는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터무니가 없지…….’
실제로 그가 나중에 체포되었을 때 밝혀진 그의 악행은 끝이 없었다. 지각이나 쉬는 여자들에게는 벌금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갈취했고, 그곳을 떠나려고 하거나 벗어나려고 하면 폭행을 사주하거나 가족들을 찾아가서 까발리는 식으로 인생을 망가트렸다.
그가 뿌린 뇌물만 한 해에 50억이 넘었고 세무사에서 집계한 그의 연 매출만 무려 한 대에 350억이었다.
서울 쪽 경찰과 검출 중에서 안 받아 처먹은 놈이 없을 정도였기 때문에 발칵 뒤집혔던 게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이때쯤이군…….’
그 녀석은 이때쯤에 급속도로 세를 불리기 시작한다.
‘아! 그렇구나…….’
노형진은 상황이 이해가 갔다.
사실 이때쯤이면 안당 마님이 없어야 한다. 그녀는 원래 역사대로라면 다안을 바꾸려는 그녀의 의사를 반한 녀석들에게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녀의 공백을 틈타 아귀다툼이 벌어졌는데 그 승자 중 한 명이 김택용이었다.
‘서로 안 맞을 수밖에…….’
서로 추구하는 것이 안 맞으니 당연히 안당 마님이 그 녀석을 싫어할 수밖에.
“그 녀석을 퇴출시키고 싶으신 거군요.”
눈을 치켜들고 흘겨보는 안당 마님. 마치 어떻게 알았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실 서로 추구하는 이념이 정반대이니 당연한 거다. 안당이 김택용을 그냥 놔둘 리도 만무하고 김택용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당을 꺾어야 하니까.
“뻔한 거 아닙니까? 그 업소 아가씨잖아요.”
“흘흘흘. 그래서 네놈이 마음에 들어.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거든.”
창밖으로 재를 탁탁 털어 내는 안당 마님.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마냥 착한 분은 아니라니까…….’
진짜 강간 사건이라면 이건 신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김택용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안당은 이번 사건을 이용해서 김택용에게 타격을 주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그 녀석이 마음에 들 리 없기 때문이다.
“목적은 알았으니 사건을 들어 보죠.”
“상관없는 거냐?”
“의뢰인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하는 게 변호사 아닙니까? 반사회적인 게 아니라면요.”
히죽 웃는 안당 마님.
사실 노형진의 입장에서도 김택용은 그다지 그냥 두고 싶은 녀석이 아니었다.
‘밤의 황제…….’
자칭 그렇게 말했고 몇 년 후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말한다. 그는 어마어마한 뇌물로 공무원들의 청렴도를 20년 이상 후퇴시킨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는 여자를 수급하기 위해서 함정에 빠트린다거나 폭행을 하는 식으로 반사회적 범죄를 어마어마하게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회귀 전 고작 3년 형을 받았을 뿐이고 출소 후에도 수백억을 벌어들이면서 떵떵거리면서 잘살았다.
‘아주 전설적인 놈이지…….’
누군가 그에게 그래도 10억이면 적지 않은 수익 아니냐고 하자 그가 고작 그 푼돈 벌려고 이 짓거리 하는 게 아니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닐 테지만…….’
지금도 적지 않게 벌어들일 게 뻔하다.
“사건이 좀 애매해.”
그곳에서 일하는 여자가 2차를 나갔다.
“그런데 그건 엄밀하게 말하면 성매매이고 성 매수니까 당연히 강간이 성립되지 않습니다만?”
“그 녀석이 공사를 했더라고.”
“공사?”
“그래.”
“무슨…… 아.”
노형진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저쪽 업계에서 남자가 공사를 했다고 하는 것은 남성의 성기에 구슬 같은 것을 박아서 확대시키는 것을 뜻한다. 남자들의 잘못된 상식 중 하나인데, 그런 걸 하면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개소리일 뿐이다. 보통은 실리콘으로 된 구슬이나 링을 박아 넣는데 그런 걸 좋아하는 여자는 열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아예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혐오한다.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말은 의사가 팔아먹기 위해서 하는 말일 뿐이다.
“거절했겠군요.”
안당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남자는 여자가 좋아할 거라 생각해서 박아 넣지만 그런 경험이 있는 것도, 그걸 좋아하는 것도 아닌 사람에게는 통증만 줄 뿐이다. 그래서 성매매 업소 중 상당수가 속칭 공사를 한 사람들은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 여자의 몸에 좋지 않아서다.
“미친놈인 게지.”
“이해가 갑니다.”
현장에 가서야 그 사실을 확인한 여자는 당연히 성매매를 거절했고, 남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자를 폭행하고 강제로 강간했다.
“끄응, 애매하군요.”
노형진은 그녀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이해가 갔다.
상당히 애매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녀가 거절한 상황에서 강간은 성립된다. 같이 모텔을 갔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거절하면 그건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신분과 상관없이 그건 강간이다.
‘하지만 정황상의 증거가 문제이지…….’
술집 여성이고 또 2차를 위해서 모텔까지 함께 움직이기까지 했다. 그 상황에서 강간을 했다고 한다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신고를 했다고 해도 강간으로 인정되지 않겠군요.”
“그래.”
물론 김택용을 비롯한 그 일파가 증언해 주고 도와준다면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
‘김택용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들의 입장에서 성 매수자를 신고한다는 것은 사업하기 싫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다른 변호사들은요?”
“하지 말라고 하더군, 무조건 진다고.”
“그렇겠지요.”
성매매인 증거는 사방에 넘쳐 나는 데에 반해서 강간당했다는 증거는 여자의 증언뿐이다. 김택용 일파는 절대적으로 강간범 편일 테고.
물론 접수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황상 보면 누가 봐도 꽃뱀 사건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사건 힘듭니다. 처벌은커녕 무고로 고발이나 안 당하면 다행입니다.”
“그러니까 네놈을 찾아온 거 아니냐?”
“제가 무슨 마법사도 아니고 이런 걸 어떻게 뒤집습니까?”
“그건 모르지. 하지만 방법은 네놈이 찾아봐야지.”
“쩝.”
반대의 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뒤집는 것은 쉬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사건도 한 번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쩔 수 없지요.”
안당 마님은 새론에서도 상당히 큰손이고 또 자신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힘들다 해도, 설사 진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뭐, 어차피 진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없고…….’
노형진은 이 사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 *
“꽃뱀이 아닌 거 확실합니까?”
무태식은 사건을 들으면서 어이가 없어 했다.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이건 꽃뱀으로 분류될 사건이다.
“그래서 어려운 겁니다.”
“도대체 왜 갑자기 거절한 거야?”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성매매를 하기 위해서 거기까지 간 거면 그냥 하고 나오면 되는 거다.
“피해자가 잘못한 거처럼 말하지 마.”
“응?”
“강간은 말이야, 100% 가해자 잘못이야. 애초에 범죄라는 건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는 가해자 잘못이야. 우리나라는 무슨 일이 터지면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잘못을 돌리는데 어떤 상황이라도 범죄자가 잘못한 거지, 피해자가 잘못한 거 아냐.”
“쩝.”
손채림은 괜시리 미안한 듯 입맛을 다셨다.
사실 이런 경우 한국에서는 피해자를 탓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도 그게 문제고…….’
“하지만 꽃뱀도 있잖아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무태식 변호사.
“꽃뱀은 공갈에 속하는 명백하게 다른 범죄입니다. 그 경우는 그 여자가 잘못한 거죠.”
“이 경우도 그런 거 아닐까요?”
“글쎄요? 무리일 것 같더군요.”
노형진은 서류에서 사진을 꺼내서 그들에게 밀었다. 그리고 그걸 본 두 사람은 움찔했다.
“보다시피 상해의 흔적이 남았으니까요.”
“음.”
얼굴은 멍이 들고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누가 봐도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모습이다.
“사건 이후에 병원에 가서 찍은 겁니다.”
“그렇군요.”
꽃뱀이라면 자신의 얼굴에 이런 식으로 상처를 낼 리 없다. 그녀는 화류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얼굴에 상처가 나면 그게 다 나을 때까지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면 도대체 왜 거부한 거야?”
여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손채림.
노형진은 그 부분에 대해서 한숨을 쉬었다.
“아프니까.”
“응?”
“남자들의 판타지와 현실은 다르거든.”
남자들은 구슬을 박아서 자극을 강하게 하면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애정의 관계로 충분히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여자가 그런 것에 익숙할 때 한정해서.
“그런 식으로 개조된 성기는 일반적인 여성에게 고통을 주지.”
그리고 아프면 일하지 못한다.
“일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일단 자신이 돈을 벌지 못한다. 불법이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이라고 해도 어찌 되었건 그 여자의 입장에서는 돈을 버는 직장이다. 그런데 아프면 당연히 일을 하지 못한다.
“사실 아프면 쉬면 그만인데, 벌금도 문제거든.”
“벌금?”
“그래, 김택용은 좋은 놈이 못 되어서 말이지.”
회귀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김택용은 출근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벌금을 먹이고는 그걸 갚으라고 한다. 명백하게 불법이지만 애초에 법을 지키는 놈들이 아니니까.
“하루에 30만 원이라고 하더라. 아파서 사흘 쉰다고 하면 거의 100만 원이야.”
“헐.”
사람에 따라서 하루에 얼마나 버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손님 한 명 받아서 받는 돈이 15만 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못해도 이삼일은 공짜로 일해야 한다. 아니, 그냥 뜯기는 셈이다.
“나 같으면 딴 데로 가겠다.”
“그게 정상이지. 하지만 뒤에 조폭이 있으니까 문제인 거야.”
다른 곳으로 가면 그들이 해코지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당 마님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것이고. 직업으로서 인정하는 그녀와 다르게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자들을 보기 때문이다.
“만나서 이야기해 봐야 정확하게 알겠지만 꽃뱀은 아닌 것 같아.”
두들겨 맞은 모습만 봐도 꽃뱀은 아니다. 그럴 거였으면 이미 고소가 진행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고소를 진행하지 못한 상황.
“야…… 이거 완전히 골때리네요.”
무태식 변호사도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말했다. 자신도 여러 사건을 담당했지만 이것처럼 반대되는 증거만 있는 사건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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