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32)
그 말을 들을수록 황재수는 더욱 두려움이 몰려왔다. 도대체 얼마나 아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이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녹음했다면 당의 어르신의 발언도 녹음되었다는 뜻이다.
‘만일 그게 터지면…….’
자신뿐만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여러모로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그 원인을 제공한 자신은 파멸이다.
“절대로 살려 주면 안 돼! 죽여!”
“크흠.”
그리고 남자들도 곤란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이 정도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정치권까지 녹음했다는 건 이만저만 미친놈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끔 협박으로 돈 뜯어내려고 하는 새끼들이 있기는 하다. 대부분 경찰선에서 끝나기는 하지만 아예 막장으로 나가는 녀석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안 되겠다. 오늘 시체 좀 치워야겠다.”
그들은 결심한 듯 말했다. 비밀을 영원히 묻어 버리는 것은 결국 이것만한 게 없으니까.
“또요?”
“싯팔, 간혹 이런 새끼들이 있다니까.”
마음먹은 건지 뒷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드는 남자.
노형진은 그걸 보고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려! 살려 줘요!”
“흥, 멍청한 자식. 이런 시골의 폐공장에 누가 온다고 비명이야. 네가 당할 건 생각 안 한 거냐?”
피식하고 웃으면서 칼을 들고 다가오는 남자. 하지만 채 네 걸음도 가기 전에 몸이 우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꼼짝 마. 손들어.”
어둠 속에서 들린 목소리.
“경찰이다.”
신분증을 앞으로 내밀고 나오는 경찰의 모습에 그들인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 이런 싯팔.”
남자들뿐만 아니라 황재수 역시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여기에 경찰이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는 튀기 위해서 몸을 돌려리고 했다. 하지만 이미 폐공장의 입구에는 여러 명이 나타나고 있었다.
‘당했다…….’
시골에 있는 폐공장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담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입구는 유일하게 하나뿐. 그리고 그걸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
“증언 땡큐.”
노형진은 웃으면서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서 흔들었다. 그리고 그걸 들은 황재수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자, 순순히 손 내밀지? 경찰이 상당히 기대하는 표정인데.”
노형진의 말에 황재수는 이를 박박 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어떻게 걸릴 걸 안 거야?”
손채림은 노형진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협박을 한다고 해서 뭔가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걸린 거다.
“이 상황 좀 설명좀 해 주시겠습니까?”
무태식 역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어려운 사건을 부탁하기는 했는데 뜬금없이 살인미수로 잡혀가는 황재수를 바라보면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스스로 강간까지 증언해 버렸다.
“간단해요. 그들의 심리를 역이용한 겁니다.”
“역이용요?”
“네, 우리가 아는 건 황재수가 접대받았다는 겁니다. 그렇지요?”
“네.”
그것 말고는 황재수에 관련된 약점이 없다. 그런데 고작 그가 저런 식으로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전 그걸 이용해서 도둑이 제 발 저리게 만든 것뿐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요?”
“네, 그가 접대받은 건 사실 공공연한 비밀이지요.”
“그렇지요.”
무태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접대를 받는 것은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공공연한 비밀은 말 그대로 비밀이지요. 누구나 다 예상은 하지만 아직은 비밀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거죠.”
즉,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걸 언급하는 사람은 없으면 그게 드러나면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전 그 점을 이용한 겁니다. 지원을 받아서 올라간 녀석이 깨끗할 리 없으니까요.”
차라리 진짜 자신의 능력으로 올라간 자라면 노형진으로서는 참으로 답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도움으로 쉽게 자리를 차지한 녀석이기 때문에 그 점을 쥐고 흔들자 바로 경험 미숙이 튀어나온 것이다.
“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고작 그 한마디에 흔들리다니?
“거기에 낚인다고? 바보 아냐?”
“경험 미숙이지.”
“경험 미숙?”
“그래, 게임으로 치면 버스로 만렙 단 셈이거든.”
만일 그가 치열한 정치 싸움을 거쳐서 직접 올라온 자라면 이런 도발에 속지 않거나 피식하고 비웃었을 것이다. 외부에 드러난 자라면 이런 식으로 도발하는 사기꾼들이 한두 명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아. 충실하게 커 왔지만 외부에 드러난 사람은 아니지.”
그래서 이런 일은 없었다. 그는 공식적으로 그저 공무원일 뿐이니까.
“그래서 이런 일에 대한 대응법을 잘 알지 못해.”
게임으로 비교하자면 자신이 공들여서 키운 캐릭터와 남의 도움을 받아서 키운 캐릭터의 차이는 크다. 자신이 공들여서 키운 캐릭터는 대응법이나 스킬의 이해도 그리고 입력 타이밍의 여부를 정확하게 알지만, 남이 키워 준 경우는 그저 레벨만 만렙일 뿐 그 캐릭터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음.”
무태식은 그걸 들으면서 이해가 갔다. 만일 이런 협박이 들어왔을 때 정치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무래도 무시하든가 아니면 남을 보내겠지…….’
그 장소 자체에 나가는 것이 바로 증거가 될 수 있다. 노련한 정치인들은 그걸 안다. 그래서 무시하거나 영 찝찝하다면 다른 사람을 보낸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경험이 없다.
“더군다나 그는 정치 깡패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니까.”
어찌 되었건 정치 깡패는 깡패다. 그러니 그들이 쓸 방법은 뻔하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했고 그렇게 성장한 그를 정치 깡패들도 버리를 수는 없으니까 당연히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려 했을 것이다. 깡패다 보니 그 방식이야 뻔하고.
“왜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안 청한 거죠?”
무태식은 거기까지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 부분이 이해가 안 갔다. 이런 경험이 많은 정치인이라면 설명해 줬을 텐데 말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죠.”
“두 가지?”
“네, 첫째는 그가 아직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 정치인들은 구설수에 예민합니다. 이런 걸 질문해 준다고 해서 자상하게 이야기해 줄 리 없지요.”
“아!”
그들이 그렇게 도와줬다가 일이 커지면 자신들도 곤란해진다. 황재수가 정식 정치인도 아닌데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거는 사람은 없다.
“두 번째는 정치인 후보가 한 명이 아니라는 거죠.”
“네?”
“정치인들도 바보가 아닙니다. 한 명에게 힘을 많이 실어 주면 나중에 뒤통수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정치 후보들을 여럿을 둔다.
“그리고 각 정치인마다 지원하는 후보는 좀 다르죠.”
“아!”
무태식은 그제야 이해가 갔다.
만일 황재수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건 그가 약점을 잡혔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그게 정치인에게 넘어갔을 경우 다시 자신의 경쟁자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누가 누구를 지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섣불리 사건을 말해 주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결국은 오지 않았다면 모를까 왔다면 빠져나갈 수가 없는 함정이지.”
와서 돈을 줬다면 그것도 증거가 된다. 반대로 돈을 주지 않는다면 대화가 증언이 된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라서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모릅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몰랐던 것이다. 그건 진짜 모른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어찌 되었건 강간을 인정했으니 처벌은 피할 수 없죠.”
노형진의 설명에 다 이해가 가는 듯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이해 안 가는 게 있었다.
“강간은 초반이 물어보셨잖습니까? 그런데 왜 정당에 대해서 물어보신 겁니까?”
“아, 그거요? 날개를 자르려고요.”
“날개를?”
“네.”
강간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신고하면 어찌 되었건 위에서 무마를 시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당의 힘이면 그 정도 사건은 충분히 무마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피해자가 술집 여자인 건 맞으니까. 만일 꽃뱀으로 몰아가면 답이 없다.
“하지만 정당을 찌르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정당과 관련이 있다는 뉘앙스를 뿌려 두면 정당은 부정을 할 수밖에 없다. 범죄자와 관련이 있다는 건 정치인들에게 부담이니까. 부정해 두고는 그를 풀어 주기 위해서 경찰에 압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
“헐.”
무태식은 이중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함정임을 알고는 혀를 끌끌 찼다. 애초에 이건 벗어날 수가 없는 함정이었다.
“그래도 용케 나왔네. 솔직히 안 나올까 봐 난 걱정했는데.”
손채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이벌에게 증거가 넘어갈 가능성도 존재하니까. 아무래도 그게 걱정되겠지.”
정치적 라이벌들은 지금도 그의 약점을 캐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황재수는 뇌물이 많이 들어오는 자리에 있다. 그렇다 보니 그 뇌물을 이용해서 다시 뇌물을 줘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그를 끌어내릴 수만 있다면 아마 라이벌들은 돈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황재수도 그걸 알고 있고 말이다.
“그래서 그걸 언급한 거구나.”
“그래.”
처음에는 그다지 흥분하지 않았던 황재수는 다른 사람이 비싸게 사 준다는 말에 급격히 흥분했다. 즉, 자신을 따라오는 라이벌들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이런 곳은 서울에도 많잖아?”
“서울은 아무래도 저 녀석의 본거지니까. 수습이 가능할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여기는 전혀 연고가 없으니까 수습을 하고 싶어도 못 지.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내려오게 한 거고.”
서울 쪽의 경찰은 이미 그들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하지만 이곳은 황재수와 아무런 연고도 없으니 당연히 관할도 아니다. 심지어 이 지역에서 황재수를 아는 기업인도 없다. 즉, 이곳 경찰은 저들과 관련이 없다.
“하긴 여기 경찰들은 상관 안 하는 것 같더군요. 그는 서울 담당이니까 이곳 조달청과는 관련도 없고요.”
“이곳 경찰은 이 사건을 순수하게 사건으로 대할 수밖에 없죠. 자기네 관할에서 벌어진 살인미수 사건이니까요. 서울이라면 콩고물이라도 기대하겠지만 콩고물을 주기에는 서울과 지방은 소속이 너무 다르거든요. 뭐, 덕분에 일이 쉬워졌습니다. 솔직히 죽이려고 할 줄은 몰랐지만.”
애초에 증거도 없었다. 그러나 황재수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증거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빼앗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노형진을 죽이려고 했다.
“사건에 대한 증거가 없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노형진은 철수하는 카메라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녹화된 게 있으니 절대로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운이 좋았지요.”
만일 눈치 빠른 녀석이었다면 이 작전은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남의 도움으로 그 자리까지 가는 바람에 정치적인 눈치가 너무나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정당에서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까?”
어찌 되었건 자신들이 키우던 사람이다. 그러니 황재수를 도와주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채림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도와줘?”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안 잡아먹으면 다행이다.”
“응?”
“도움 따위는 없을 테니까 기다려 봐, 후후후.”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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