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34)
다시 한 번 살아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그 안도감.
한번 죽었다 살아난 그로서는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그러한 안도감 때문인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는 건가?’
사실 회귀 전, 죽은 직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기억나는 게 없다. 이승이 좋은지 저승이 좋은지 그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은 자신이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이곳이 더 좋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을 괴롭히는 이 갈증만큼은 해소하고 싶었다.
“저기…….”
힘든 목소리로 부르는 노형진.
조용한 중환자실에서 사람들을 간호하던 간호사는 그런 노형진의 부름을 알아듣고 바로 달려왔다.
“깨어나셨어요? 가만히 계세요. 일단 수술은 잘 끝났어요. 여기는 병원이구요.”
아마도 영화에서처럼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볼까 봐 간호사는 친절하게 이야기해 줬다.
하지만 노형진은 자신이 구급차를 타고 수술실에 들어왔던 순간까지 기억하기 때문에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그러면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난…….”
마른침을 꿀꺽 삼킨 노형진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캐러멜마키아토.”
간호사는 웃어야 하나 하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 * *
“캐러멜마키아토? 사람 심장을 떨어지게 만들고 나서 한다는 말이 캐러멜마키아토? 너 죽을래?”
“아…… 진짜 미안해. 난 그냥…… 정신이 혼미한데 커피 이야기를 들으니까 막 미친 듯이 목이 말라서.”
“그럼 물이나 처먹어!”
“내 정신이 아니었다니까.”
살아서 나온 노형진에게 노현아는 마구 화를 냈다. 자기는 바깥에서 심장이 떨리고 있는데 일어나자마자 캐러멜마키아토라니?
“진정하세요, 하하하. 원래 마취에서 깨어날 때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나오는 겁니다.”
의사는 웃으면서 말했다. 간호사한테 그 말을 듣고는 얼마나 웃었던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캐러멜마키아토는 당분간 못 먹습니다. 칼이 대장을 찔렀어요. 봉합은 잘되었지만 당분간은 금식입니다.”
“네, 하아.”
“한숨 쉬지 마! 어머니랑 아버지가 얼마나 충격 받았는지 알아!”
“미안.”
노형진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내가 뭔 정신으로 캐러멜마키아토를 부탁한 건지?’
인터넷 우스갯소리로 마취에서 깰 때 별별 헛소리를 다 한다고 하더니 자기가 그 꼴이 아닌가?
“자자, 진정하시고. 보호자분도 무리하셨으니 가서 쉬세요.”
“이 멍청이를 두고 어딜 가요? 장도 안 붙었는데 커피 찾는 놈인데.”
“제정신이 아니었다니까.”
“진정하세요. 일단은 환자에게 안정이 필요하니까요.”
“네.”
의사가 말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노현아.
“난 괜찮으니까 이제 가 봐. 매형이 기다리겠네. 조카도 기다릴 테고.”
“지금 중요한 게 그게 아니잖아.”
“중요한 거지. 애 엄마한테 애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어?”
“하아.”
노형진은 노현아의 마음을 이해했다. 걱정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제 멀쩡하고 여기는 간호사들과 의사 그리고 경호원까지 가득하다.
“그러니까 가서 쉬어.”
“하지만.”
“가서 쉬어. 나도 일해야지.”
“뭐? 일? 지금 일이라는 말이 나와? 너, 일 때문에 칼에 찔린 거야! 알아?”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변호사 노릇을 그만두게 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또 일을 해야 한다니?
“회사 일 말고. 범인을 잡아야지.”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빛이 사나워졌다. 운 좋게 살았다고 하지만 결코 범인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건 경찰이 알아서 하겠지!”
“그건 아니야. 내가 긴히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너, 진짜……!”
노현아는 화를 내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노형진의 고집이야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니까.
그는 한다면 한다. 비록 침대에 누워 있다고 해도 그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일단은 난 그럼 먼저 갈게. 저녁에 어머니랑 아버지 온다고 했으니 사고 좀 치지 말고.”
“사고 칠 힘도 없어.”
히죽 웃는 노형진을 어이가 없다는 듯 한번 바라보고 나가는 노현아.
그러자 노형진은 바로 의사에게 말해서 송정한을 불러 달라고 했다.
“괜찮나?”
송정한은 지체하지 않고 달려왔는데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네, 일단은 멀쩡합니다. 범인은요?”
“아직 추적 중일세.”
“다른 피해자는 없습니까?”
“다행히. 범인은 도망쳤고 다른 사람을 노리지는 않는 모양이야.”
“그렇군요. 회사는 어떻습니까?”
“난리가 났지. 지금 범인을 잡으려고 총동원되었네. 손채림 양도 아침까지 여기에 있다가 내가 강제로 보냈고.”
“아…… 그런가요?”
“그래, 얼마나 울었는지 그 꼴로 노 변호사를 볼 수 없지 않겠냐고 내가 쫓아 보냈네.”
“하하하.”
노형진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그런데 날 부른 걸 보니 할 말이 있나 보군.”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뭔가? 범인이 누군지 아는 건가?”
영상에 따르면 그는 노형진을 찌르기 전 ‘복수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즉 노형진에게 원한이 있다는 소리다. 만일 노형진이 누군지 안다면 그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안다면 안다는 거죠.”
“안다면 안다는 게 뭔 소리인가?”
노형진은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봤다.
1인실이니 자신들뿐이다. 의사도 자리를 비웠고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상대방다 보니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나?”
“보안을 철저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단은 감청 장치 같은 게 있는지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군요.”
“감청?”
고개를 갸웃하는 송정한. 하지만 그다음에 노형진이 한 말에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성화입니다.”
“성화라니.”
송정한의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는 게 성화는 몰락해 가고 있긴 해도 여전히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고 보니…….’
노형진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테지만 성화만한 곳은 없을 것이다. 노형진 때문에 대룡을 집어삼키려는 그들의 계획이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매번 그들의 계획을 방해한 것은 노형진이었다. 그러니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걸 어떻게…… 아!”
그는 순간 노형진이 가진 능력이 생각났다. 기억을 읽는 능력. 만일 그 순간 살인범의 기억을 읽는 데 성공했다면 그가 누군지 그리고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설마?”
“네, 아마 범인은 잡지 못할 겁니다.”
“뭐? 왜?”
“그는 이미 한국에 없으니까요.”
칼로 찔리는 그 순간 노형진은 실제로 그의 기억을 읽었다. 그는 성화의 청부를 받은 청부업자였다. 그는 노형진을 찌를 당시에 이미 한국으로 나가는 비행기를 예약해 둔 상태였다. 아마도 바로 그걸 타고 출국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어를 잘하던데.”
“함정이죠.”
“함정?”
“네, 아예 한국어를 못하는 건 아니니 특정 단어 연습만 좀 하면 익숙하게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조선족이었거든요. 그리고 전문적인 업자였습니다. 그 녀석이 노린 건 제 배가 아니라 폐 부위였습니다.”
“폐?”
“네, 전문적인 녀석이라는 뜻이지요.”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일단 찌르고자 하면 배를 노린다. 하지만 배는 사람을 즉사시키기에는 부족한 부위다. 예민한 장기가 있기는 하지만 즉사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폐는 아니다. 폐를 찔리면 그 즉시 공기가 폐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며 5분 이내에 질식해서 죽는다. 아무리 빨라도 병원에 5분 내에 갈 수는 없으며 설사 간다고 한들 병원 내에서 남은 시간 내에 폐에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거기에다 폐를 찌르면 사람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소리를 지른다는 것은 공기가 빠져나간다는 의미인데 폐에 구멍이 나면 그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폐를 찌르고 버려 두면 도움도 청하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다.
“제가 가방으로 쳐 내지 않았다면 아마 전 죽었을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송정한은 점점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저 미친놈이나 개인적 원한이라 생각했는데 청부업자라니.
“조선족이라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죠.”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제로 조선족 살인 청부업자가 활동한 지는 무척이나 오래되었다. 상당수 살인 사건이 그렇게 일어났으나 대부분 미결로 끝난다. 유전적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청부업자는 일회용이라 지문 같은 게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죽이려고 마음먹은 그날 바로 출국할 수 있게 해 놨기 때문에 살인 시도 후 못해도 다섯 시간 안에 출국한다.
“끄응.”
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흔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바깥쪽에 미리 차량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성화의 정보력이면 CCTV가 없는 지역을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닐 테고, 거기에 차량 대기 시켜 놨다가 바로 타고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서울 한복판이니 차량의 움직임이 어마어마해서 어떤 차에 탔는지 감도 잡지 못할 테고.
“성화라니.”
송정한은 노형진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그는 다음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화가 노형진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타이밍도 그렇고 이상한 게 무척이나 많았다.
“왜 그들이 자네를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 물론 원한이야 많겠지만.”
그들은 대기업이다. 이런 걸 한번 의뢰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성화라고 해도 말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노형진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걸 노린 겁니다.”
“그걸 노려?”
“대놓고 ‘복수다! 죽어라!’라고 외치고 찌르고 도망갔는데 개인적 원한이라고 생각하지, 기업의 청부 살인이라고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아.”
송정한은 그제야 그들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노형진이 성화를 이야기하기 전까지 자신들은 개인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노형진이 담당했던 사건들을 뒤지고 있지 않았던가?
“무서운 놈들이군.”
송정한은 자신도 모르게 치를 떨었다. 대놓고 원한이 있다는 표현을 했으니 누구나 개인적 원한을 가진 사람을 찾을 것이다. 그건 경찰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하긴 청부 살인은 대놓고 그렇게 ‘복수다.’라는 소리는 안 하지.”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 되는 송정한. 그러나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렇지만 왜 지금에 와서 그런단 말인가?”
노형진에게 피해를 입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작게 타격을 입은 적도 있고 크게 타격을 입은 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몰락에 노형진이 큰 이유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동안에도 모른 척하던 자들인데 왜 갑자기 노형진을 죽으려고 킬러를 보낸단 말인가?
“살인자에게 그렇게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요.”
“음.”
“사실 살인자에게 그들이 누군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요.”
“뭐? 그게 무슨 말인가?”
“자기들은 완벽하게 은닉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살인자가 알아낸 것 같더군요. 전문 킬러니까요.”
그들은 조용히 노형진을 죽일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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