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42)
그렇다면 그 차액을 우선 제공해야 하는 것은 자금 흐름이 빠른 기업이다.
“우리는 중간에 빠질 겁니다.”
“중간에 빠지면 석연치 않게 볼 텐데?”
“걱정 마세요. 그 핑계는 성화에서 대줄 테니까.”
“응? 그게 무슨 말인가?”
“기다려 보시면 됩니다. 후후후.”
* * *
얼마 후 유민택은 어이가 없는 보고서를 받아 들었다.
“대출 거절?”
“네.”
“장난해?”
자신들이 청구한 대출 거절 금액은 8천억이다. 그런데 그 대출에 대해서 거절된 것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금액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룡이 작은 회사도 아니고 그 정도 금액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대출 거절이라니?
“서류가 미비해서 그렇답니다.”
“그게 말이나 되나!”
“서류 미비라니!”
이런 업무를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니고, 전담 팀도 따로 있다. 그런데 서류가 미비하다?
그럴 리 없다. 설사 그렇다고 한들 자신들의 규모로 봐서는 대출 거절이 아니라 부족한 서류를 달라고 했을 것이다.
“이게 무슨…….”
어이가 없어서 화를 내려고 하는 찰나 유민택은 얼마 전 노형진이 했던 말이 순간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노 변호사가 그랬지, 성화에서 손을 쓸 거라고…….’
그 생각이 퍼득 든 유민택은 담당자를 나가라고 한 후에 서둘러서 노형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형진은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전화기 너머에서 피식 웃었다.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럴 거라고?”
-네, 은행은 화수분이 아니니까요.
“화수분이 아니라니?”
-돈이 무한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대출을 신청한다면 은행 한 곳에서 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자금입니다. 즉, 연합해서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데 우리가 대출 신청을 했는데 성화가 과연 안 했을까요?
“아!”
현재 자금 사정은 누가 봐도 대룡이 훨씬 유리하다. 성화 역시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몇조에 달하는 돈을 한 번에 준비할 수는 없다. 그 정도 유동자금이 있다면 성화가 중견으로 취급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즉, 성화도 대출을 신청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뭉쳐서 대출 자격 심사를 하는데 우리와 성화는 목적이 같다는 거죠.
“그렇군…….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군.”
성화나 대룡이나 퍼시픽 홀룸을 구입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양측 다 대출해 주기에는 그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두 곳 다 해 주면 무리 2조 가까이 되는데, 아무리 은행연합이라고 해도 미친 짓에 가깝다. 결국 한쪽만 해 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은행에 로비를 안 했지요. 정치권에도 최소한으로 했고요.
“그랬지.”
유민택은 이해가 간다는 얼굴이 되었다.
은행권부터 정치권까지 대출받기 위해서 온갖 로비를 다 하는 성화. 그에 반해서 신청서 한번 내고 제대로 인사 한번 하러 오지 않는 대룡.
인간의 마음이 어디로 쏠릴지는 뻔하다.
-성화에게는 대출 허가가 났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대룡은 허가가 안 났지요.
“허허허.”
그럼 자신들은 당당하게 물러날 수 있다. 정부에서 허가가 나지 않아서 자금을 못 구하는데 무슨 거래를 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다음 말은 의외였다.
-일단은 다시 대출 신청을 하세요.
“뭐?”
-허가가 떨어졌다고 그냥 물러나면 성화가 가격을 후려치려고 할 겁니다. 우리가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그들도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지요.
“하긴 그렇군. 자네는 진짜 대단해.”
최후의 순간까지 성화를 엿을 먹이고자 하는 그 집념과 효율성에는 복수의 칼날을 가는 유민택도 놀랄 정도였다.
-그리고 조만간 그 돈을 쓸 일이 있을 겁니다.
“조만간이라니?”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노형진은 웃으면서 말했다.
* * *
유민택이 자금 압박 문제로 잠깐 물러나는 사이, 성화는 빠르게 협상을 진행시켰다.
일단 자신들이 이기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것이다. 당연히 그사이에 협상해서 집어삼키려고 한 것이다.
그 결과, 예상보다 비싼 가격인 1조 5천억에 계약을 했다.
“만세!”
“계약 성사다!”
“만세!”
환호를 내지르는 성화.
근 몇 년만에 성화는 대룡을 꺾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승자의 저주가 어떤 건지 말이다.
* * *
“이…… 이게 뭐야?”
김일성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다. 뭔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룡에서는 기를 쓰고 사려고 했고, 심지어 자신들이 대출을 막아 버리자 은행에 항의하는 한편 사채 회사들까지 알아보면서 그곳을 사려고 했다. 그러나…….
“이게 지금 재무제표라고?”
김일성은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퍼시픽 홀룸은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자신들이 주인이 되고 나서야 그들은 그 내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가격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기적적 회생의 가능성도, 크게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저 망해 가는 더 이상 회생의 가치조차 없는 그런 기업의 내용뿐이었다.
자본금 대비 빚이 무려 2천 퍼센트. 남은 것은 하나도 없는 쭉정이 정도가 아니라 썩어 빠질 대로 썩어 빠진 음식물 쓰레기 수준.
“다른 게 있겠지……. 다른 게……. 뭔가 있을 거야.”
김일성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뭔가 있어야 한다.
정부도 그렇고, 성화도 그렇고, 대룡도 그렇고, 심지어 미다스까지 먹겠다고 달려들었던 기업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레기 더미라고?
“아버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남은 건 빚뿐이에요!”
김두필은 절망적으로 외쳤다.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어…….”
이번 건에 유동자산을 모조리 집어넣었다. 심지어 대출까지 끼고 집어넣었다. 들어간 돈만 무려 1조 원이다. 그런데 그게 쓰레기라고?
“이건 말도 안 돼!”
“차라리 지금이라도 팔아야 합니다!”
“팔다니? 이 쓰레기를?”
“시도라도 해 봐야 합니다 대룡이 노렸으니 대룡에게 넘긴다고 해 보십시오.”
“으음.”
김일성은 유민택이 생각났다. 화해하자고 협력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걸 거절했다.
‘이제 와서 넘긴다고 해 봐야…….’
바보도 아니고 넘어올 리 없다.
“크으.”
김일성은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 * *
“5천억을 보냈습니다.”
노형진은 브라운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입금 확인했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별말씀을요, 후후후.”
노형진이 그에게 돈을 받는 이유는 간단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비밀입니다.”
퍼시픽 홀룸은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망한다고 파다하게 소문이 난 기업이라 누구도 관심을 안 가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 그걸 사지. 그리고 망해…….’
그 뒤에는 정부의 실적을 쌓는다고 제대로 조사도 안 한 공무원들의 무능이 있었지만, 결론은 사기는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형진은 거기에 슬쩍 수저를 올렸다.
“구입자를 찾아 주면 2천억 그리고 차익 2천억, 주식 1천억 해서 5천억이라.”
그들에게 접근한 노형진은 망해 가는 그들을 꼬셨다, 구입해 줄 사람을 찾아 주는 대신에 돈을 달라고.
어차피 전 재산을 날리게 된 그들은 그들이 생각한 1조 3천억 이상의 차익을 노형진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노형진이 작업을 위해서 산 주식도 모두 최고가로 구입해 주기로 했다.
그 결과, 노형진은 무려 5천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받게 되었다. 물론 그중 주식 가격은 돌려받는 것이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순수입이 무려 4천억. 그것도 비밀리에 움직인 돈이니만큼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어마어마하군. 이래서 브로커 짓을 하는 건가?’
노형진은 누군가 생각나서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그저 중간에서 몇 마디 말장난을 했을 뿐인데 무려 4천억이라는 돈이 생긴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한국 정부와 거대 기업 두곳이 우리를 사려고 달려들 거라고는…….”
“하하하, 비밀입니다.”
노형진은 그저 씩 웃었다.
‘그냥 빼앗길 수는 없지…….’
성화에서 날린 1조야 자기 병신 짓의 결과라지만, 정부에서 낸 5천억은 국민의 세금이다. 노형진은 그걸 그냥 빼앗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돌려받은 것이다.
물론 다시 정부에 헌납할 생각은 없다. 돌려줘 봐야 그때만 감사 인사를 받고 끝이거니와, 현행법상 증여는 무려 40%의 세금을 내야 한다. 즉, 자신이 순수입인 4천억을 돌려준다고 하면 못해도 1,600억의 세금을 따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설사 어떻게 안 내도록 해 준다고 해도 이 돈은 국민들에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들어갈 게 뻔한지라 노형진은 줄 생각이 없었다.
‘이걸로 자선단체를 만들어도 되고…….’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노형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쯤에서 헤어지도록 하지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별말씀을. 아, 그리고 약속은 약속입니다.”
“그럼요.”
사실 퍼시픽 홀룸이 투자한 회사 중 괜찮은 곳은 노형진이 이미 다 넘겨받은 상황. 당연히 성화가 가지고 간 퍼시픽 홀룸은 쓰레기 중의 쓰레기만 남은 상태다.
“우리는 이제 본 적도 없고 볼 일도 없지요.”
브라운은 씩 웃었다.
“그런데 누구시더라?”
“하하하.”
모를 리 없다. 모른 척하겠다는 의미다. 어차피 자신은 크게 마지막으로 한탕 했고 이 돈으로 평생 먹고살 수 있다.
“아실 필요는 없죠.”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찬란한 미국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성화를 어떻게 요리한다?”
* * *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김일성은 인터넷에서 어떤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못해서 정신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노형진의 투자 조언가인 로버트가 나와 있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성화의 가슴에 못을 박아 버리는 내용이었다.
-미다스라 불리는 투자 전문가는 이번 투자에 해서 완벽한 실패였다고 인정하셨습니다. 그로 인한 피해는 2천억 이상입니다만 자신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소송이나 기타 문제를 묻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로버트는 언론에 나와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투자회사들은 성공한 것만 이야기하지, 실패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가 나와서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퍼시픽 홀룸에 대한 투자는 완벽한 실수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걸 왜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발표하는 건가요? 지금까지 그런 걸 가지고 발표한 사례가 전무한데요?
-그건 다른 투자자들 때문입니다.
-다른 투자자들?
-언제부터인가 미다스가 투자의 거물로 취급받고 승률 100%라고 인정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투자한 곳에 더 많은 돈이 들어오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투자자께서는 그 미다스라는 이름에 부담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투자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 미다스라는 이름만 믿고 따라오셨다는 점에서 죄책감을 느끼고 계십니다. 자신이 이익률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만 100% 승리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 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