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43)
-퍼시픽 홀룸 사태의 투자자들에게 하는 말씀이신가요?
-네.
미다스만을 믿고 그곳에 투자한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결국 원하는 수익률을 내지 못했다.
물론 워낙 퍼시픽 홀룸이 소문이 안 좋아서 투자한 사람이 드물기는 하지만 미다스라는 이름은 그런 일부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투자는 본인의 눈으로 확인하고 조사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잘하는 사람이 한다고, 또는 유명한 사람이 한다고 해서 투자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투자자께서는 여러분들이 그걸 아시기를 원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기자회견을 통해 투자 실패를 발표하는 것입니다.
로버트의 말은 구구절절하게 옳았다.
김일성은 그 말이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제대로 조사도 안 했으면서 남이 하니까 욕심이 나서 구입했고, 결국 모조리 날리게 생겼다.
아무리 그가 투자 실패를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미다스의 이름은 강력하다. 퍼시픽 홀룸은 버려졌고 재기는 불가능하다. 애초에 그가 투자를 실패했다는 점에서부터 더 이상 가능성은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다스가 포기한 기업. 그런 곳에 무슨 미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망한 기업 퍼시픽 홀룸을 산 성화에는 암물한 미래가 닥쳐오기 시작했다.
* * *
“이거 어쩔 겁니까!”
“당장 대책을 말해 봐요! 대책을!”
성화의 주주총회.
원래는 예정에 없었지만 다급하게 결성된 주주총회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얼마 전에 퍼시픽 홀룸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다고 사방팔방에 기자회견을 했는데 며칠도 되지 않아서 그곳에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젠장.”
김두필은 이 자리를 피해 아버지 김일성이 미워질 수밖에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를 대고 있지만 건강은 너무나 멀쩡하다. 다만 여기에 와서 욕먹기 싫을 뿐.
당연히 그 욕은 김두필이 먹게 생겼다.
“진정들 해 주시고요 저희는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상화.”
“최선?”
“지금 이게 말이야, 방구야?”
얼마 전에 무려 1조 5천억이나 주고 샀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또한 그중 1조는 성화에서 낸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1조라는 돈이 이렇게 순식간에 정상화될 정도면 성화라는 기업은 흔들릴 리 없다.
“사실대로 말해 봐요. 도대체 손실이 얼마입니까?”
“그게…….”
“그래요! 말해요!”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
김두필은 그 말을 꺼낸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사람이 아니었다.
‘망할, 대룡이겠지…….’
자신들이 대룡의 약점을 잡기 위해서 그들의 주식을 모으듯이 저들 역시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당당하게 주주로서 여기에 참석할 수 있다.
“얼마입니까?”
“그게…….”
“빨리 말해요!”
“내부유보금 3천억과 대출금 7천억입니다.”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내부유보금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현금이다. 그리고 대출금은 말 그대로 대출금이다. 이게 뜻하는 게 뭐냐면 당장 돈이 한 푼도 없는데 대출금을 갚을 길은 없다는 거다.
“이런 미친!”
“야, 이 새끼들아! 내 주식 배당해 달라고 할 때 드럽게 안 주더니 그걸 한 방에 다 털어 내? 이 씨팔 새끼들!”
언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까 가장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다시 일어났다.
“자자, 진정하시고. 아직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질문? 이 상황에 무슨 질문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지금 손실 자금은 말 그대로 잃어버린 것에 대한 것입니다. 방금 말했다시피 대출금이 7천억이라고 했습니다. 안 그런가요?”
“그래서요?”
“그러면 이율은 어떻습니까?”
“맞다!”
“이율!”
빌린 돈이라는 것은 결국 갚아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걸 갚지 못하면 파산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다.
‘저 새끼, 누구야?’
절대로 자신은 말하고 싶지 않은 질문만 계속 골라서 던지는 녀석. 멀리 있어서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젊은 놈으로 보였다.
그를 자세하기 보기 위해서 눈을 찌푸리던 김두필은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게 되자 속에서 분노로 열불이 끓어올랐다.
‘저 개자식이 어떻게……. 아니지. 주주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니…….’
예민한 질문만 던지는 사람은 다름 아닌 노형진이었다. 그가 주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노형진이 주식을 가진 대룡의 대리인으로서 참가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간단하다.
‘그렇게 쉽게 넘어가려고?’
적당히 사과하고 수습책을 발표하고 넘어가게 할 생각이, 노형진은 절대로 없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바뀌는 게 없으니까.
“그래서 이율은 얼인가요?”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얼만데요?”
“대략 5%입니다.”
“5%?”
“5%라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높은 이율이다. 가게 이율과 다르게 기업 이율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겠지…….’
성화가 몰락해 가는 상태라는 것과 이번 거래가 위험하다는 것을 은행도 모를 리 없다. 그러니 이율은 더 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대룡을 포기하고 성화에 대출해 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떡밥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성화에 해 주라고 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떡밥이 바로 높은 이율이었다.
“어디 보자.”
노형진은 간단하게 계산했다.
“대출금이 7천억이니까 연 5%면 350억이군요.”
“사…… 350억?”
그러니까 성화는 총매출 중에서 연 350억을 차근차근 갚아야 한다는 소리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물론 성화의 규모는 그보다 더 크다. 하지만 대출금도 있고, 고정자금도 있으며, 또 나가야 하는 돈도 있다. 즉, 모든 수익을 다 이걸 갚는 데 쓸 수는 없다는 소리다.
“야, 이 미친 새끼들아! 무슨 생각으로 저지른 거야!”
“너희들은 눈깔도 없냐!”
망해 가는 기업을 무려 1조 원이나 주고 산다는 것.
미쳐도 단단히 미친 짓이었다.
격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그래, 그래서 브레이크가 필요한 거지. 개인의 치적이 아니라…….’
사실 원래 역사에서는 이건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단독으로 구입했다. 현직 대통령의 업적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원래 퍼시픽 홀룸이 무너지기에는 몇 달의 시간이 더 걸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형진이 새론을 끼게 만듦으로써 가격을 더 올렸고, 더 빨리 망하도록 뒤에서 조작했다. 미다스라는 이름으로 포기해 버리면 누구도 부활을 꿈꾸지 않을 테니까.
“이 새끼들아!”
“내 돈! 내 돈!”
“회사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거야!”
격하게 분노하는 사람들.
김두필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조차 없었다. 아직 노형진이 서 있었다, 그것도 질문이 가득하다는 표정으로.
“질문 하나 더 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가 질문할 때마다 저들의 치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환, 어떻게 할 겁니까?”
“네?”
“상환 말입니다. 설마 빌린 돈을 갚지 않을 생각은 아닐 테고?”
“그게…….”
“…….”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하는 김두필을 보면서 노형진은 속으로 환호가 터져 나오는 걸 꾸욱 참았다.
‘걸렸구나…….’
은행에서 빌린 돈은 이자를 갚아야 하는 돈이다. 그러니 이자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보통은 사람들이 우선 이자만 생각한다. 나중에 갚는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량 고객 기준일 뿐…….’
이미 대출한 내용은 알고 있었다. 다만 저들은 그걸 감추고 싶어 할 뿐.
“분할 계획은 어떻게 되어 있지요?”
“그게…….”
“말씀해 주십시오.”
“20년…… 장기 분할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20년에 걸쳐서 갚는다는 거지요?”
“네.”
“그러면…… 연 350억이군요. 거기에 이자 350억. 연 700억.”
그 말을 들은 주주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연 700억 거기에 기존 비용에…….
“못해도 10년, 아니 20년은 주주 배당을 포기해야겠군요.”
한숨을 쉬면서 말하는 노형진.
저걸 내주기 시작하면 당장 순이익은커녕 적자만 안 봐도 기적이다. 그런데 배당이 될 리 없다.
“미친.”
“난 나가겠어!”
침몰하는 배에 남아 있을 사람들은 없었다.
그들은 서둘러서 어디론가 전화하면서 바깥으로 나갔다. 성화의 주식을 팔아 버리기 위해서였다.
“저도 가지고 있을 의미가 없다고 보이네요.”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곳에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김두필은 분노로 몸을 떠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던 그는 텅 비어 버린 회의장에서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으아아아!”
* * *
성화의 몰락이라고도 불리는 사건.
그동안은 그래도 어떻게 가세를 유지하던 성화였지만 1조가 넘는 돈을 날린 것은 아무리 대기업인 성화라고 하지만 어마어마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팔자고 외치기 시작했고 떨어질 대로 떨어진 주식을 긁어모으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사! 닥치는 대로 사!”
“하지만 아버지!”
“이대로 둘 거냐!”
김일성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시중에 나오는 주식을 사 모으는 사람이 있다. 그 소문을 들은 건 바로 얼마 전이었다. 누군가 기사회생의 성화를 믿고 사는 걸까? 그런 거라면 차라리 나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 구입 주체가 드러나는 순간 김일성은 발악할 수밖에 없었다.
“대룡에 우리 기업을 넘길 수는 없어! 닥치는 대로 사란 말이야!”
“아버님! 사내유보금이 없습니다!”
돈이 없는데 아버지는 주식을 사라고 한다. 주식이 대룡에 넘어가면 자신들은 다음번 쿠데타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그걸 막아야 했다.
“만들어 내라도 사!”
“하지만.”
“이대로 대룡 녀석들에게 목이 날아갈 셈이냐! 우리가 여기서 쫓겨나는 순간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알 텐데?”
“…….”
김두필은 할 말을 잊었다.
맞다. 자신들에게 성화라는 방패가 없는 이상 자신들의 파멸은 확정적이다. 그나마 성화라는 방패를 이용해서 버텨 왔던 것이다.
“구입……하겠습니다.”
선택 사항은 없다. 모 아니면 도. 그들의 선택.
개인적 재산과 남은 기업의 재산으로 모조리 긁어모으는 한이 있어도 성화의 주식을 사야 했다.
“그리고 뇌물의 양을 더 늘려.”
“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정부가 저쪽을 편들어 주면?”
“크으음.”
개인, 아니 집단 중에서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정부 관련 단체들이다. 그곳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자신들에게 힘을 빌려줘 왔다. 그러나 자신들은 큰 실수를 했다. 그러니 방어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성화나 대룡이나 한국 기업이긴 마찬가지. 외국에 넘어가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지, 국내 간 경영권 분쟁에서는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그들이다. 그런 그들을 자신들의 편에 두려고 한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악순환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돈이다. 거기에 저들이 위험을 감수할 정도의 선택을 하게 하려면 그 뇌물의 수준은 작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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