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78)
“야, 여치!”
“네, 형님.”
“너, 나이트에서 손 떼!”
“…….”
여치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파묻어 버리고 싶은데 이 바닥에서 같이 살아온 시간이 있으니 이번만 봐준다. 한 3년 근신해.”
“죄송합니다, 형님.”
“죄송이고 나발이고, 이번만 기회 주는 거야. 그리고, 알지?”
“네.”
여치는 주먹을 꾸욱 쥐었다.
지금까지 들었으니 그가 요구하는 게 뭔지 모를 리 없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 * *
“이…… 이 돈을 받아도 되는 겁니까?”
노형진의 앞에 있는 소주미의 아버지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10억. 그것도 현금으로 말이다.
“네, 받아도 됩니다. 이 돈이면 따님의 정신적 치료비는 충분할 겁니다.”
“하, 하지만…….”
얼마 전 나이트클럽에서 변호사가 찾아왔다.
자신들은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몰랐다면서, 사죄하고 싶다고 말이다.
하긴 모를 수밖에 없다.
경찰 쪽에는 아직 그 웨이터들에 대한 형사 고소가 들어가지 않았고, 민사는 그 웨이터들의 집으로 발송했으니 그들이 나이트에 말하지 않은 이상에야 알 수가 없다.
“받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를 악무는 소주미의 아버지.
혹시나 이걸 받고 범인들을 놔 달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라면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노형진 역시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럴 일 없습니다. 범인은 자수할 겁니다.”
“네? 자수라니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는 왠지 그 돈에 선뜻 손을 대지 못했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이 돈은 따님을 팔아서 번 돈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철저한 가해자 위주다.
그래서 이런 일이 있으면 돈독이 올랐다고, 딸 팔아서 합의금 장사한다고 주변에서 욕하는 놈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부모들은 이 돈 때문에 딸 팔았다는 소리 들을까 봐, 그리고 진짜 그런 게 아닌지 하는 두려움이 생겨 그 죄책감에 합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놈들은 소주미 씨의 인생을 망가트렸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으로 그들의 인생을 살 수는 없듯이 말입니다.”
“…….”
“이 돈은 따님을 팔아서 번 돈이 아니라 따님의 미래를 위해서 받아야만 하는 돈입니다. 이 돈으로 따님의 정신적, 육체적 치료를 해야 합니다. 돈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요.”
고민하던 소주미의 아버지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제 딸을 위해서, 주변에서 욕하더라도 받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주변에서 욕할 이유가 없지요. 철저하게 비밀로 받은 돈인데.”
“그렇군요. 아, 그런데 그 말은 뭡니까? 기자회견만은 말아 달라니?”
“아, 그거요?”
노형진은 간단하게 자신이 그들에게 건 장난질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그는 자신도 모르게 ‘허.’ 하고 탄성을 질렀다.
“왜 그렇게 복잡하게……?”
“우리가 직접적으로 나이트에 요구하면 그건 협박이 되거든요.”
“네? 협박요?”
“네.”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을 하면서 배상하라고 하는 것은 협박이다. 그러니 그건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요.”
자신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저들이 알아서 준 돈이다.
협박도 아니고, 합의금도 아니다.
“철저하게 비밀이 지켜지는 돈이지요.”
즉, 누구도 모르는 돈이라는 뜻이다.
“돈이 있으면 파리가 꼬이니까요.”
“그렇군요…….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당당하게 요구했다고 해도 10억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협박이라고 해도 나이트에서 신고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파리가 꼬이지.’
돈이 있으면 별별 파리가 다 꼬이는 법이다.
그리고 그 파리들은 어떻게 돈을 뜯어먹으려고 하려다가 못 뜯어먹으면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돈독이 올랐다는 말부터, 딸을 팔아먹었다는 개소리까지.
‘하지만 이건 아니지.’
철저하게 아무도 모르는 돈이다.
나이트에서도 그러기 위해서 준 돈이니 어디에 가서 말하지도 않을 테고, 누가 받았다는 것도 모른다.
피해자 가족들의 2차 피해를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기자회견은?”
“제가 미쳤습니까? 피해자를 기자회견에 세울 리 없지요.”
가뜩이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피해자를 기자들 앞에 세울 이유가 없다.
애초에 세울 이유도 안 된다.
말 그대로, 뻥카로 뜯어낸 돈인 셈이었다.
“일단 이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다만 제가 작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라 하시면?”
“종교가 무엇이신지는 모르겠지만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해서 작은 위로라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기도를 해도 좋고, 천도제를 지내도 좋고요. 누군가는 미신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는 태어날 기회를 잃었습니다.”
노형진이 원하는 바를 알아챈 소주미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 그래도 자신도 영 마음이 불편하기는 했다. 아무리 범죄로 인한 씨앗이라고 해도 생명이 아닌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이 자수한다는 건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자기들도 살고는 싶겠지요.”
“에?”
* * *
“헉헉헉헉.”
양현수는 열심히 뛰고 있었다. 뛸 수밖에 없었다.
출근하려고 했는데 자신을 찾아온 조직원들.
‘씨팔…….’
조직원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나이트의 웨이터일 뿐이지만, 웨이터들에게 조직원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잘못 건드리면 한두 대 맞는 걸로는 끝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얼굴을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그를 살렸다.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그들을 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담을 넘어서 도망가는 것뿐이다.
띠리링.
그때 걸려 온 전화.
양현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도 없는 걸 알고는 전화를 받았다.
-형님!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건 자신과 일하던 웨이터 중 한 명이었다.
친하기는 하지만, 자기 파벌도 아니고 양심적인 놈이라 즐길 때에는 부르지 않는 녀석이었다.
“왜 전화질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양현수는 심장이 떨려 왔다.
-형님, 뭔 일 있어요? 지금 애들이 형님 찾고 난리도 아니에요. 오늘 영업도 안 한대요.
“뭐?”
오늘은 금요일이다.
불금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오늘 매상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영업을 안 해?
-애들 다 풀어서 형님이랑 안 온 애들 찾아낸다고 난리예요.
“안 온 애들?”
-네! 몇 놈이 오자마자 끌려 나갔어요. 지금 분위기 살벌해요. 위에서도 말도 안 해 주고.
“으음…….”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예요? 당장 데리고 오라고 난리예요. 형님 때문에 10억이나 손해 봤다면서.
“10억? 무슨 10억!”
-저도 모르죠. 도대체 무슨……. 아, 당장 모이라고 하네요. 일이 제대로 터졌나 본데.
“야, 그래서?”
-모르겠어요. 당장 웨이터들이랑 다 모이라고 난리라서. 저 나가 볼게요.
다급하게 전화가 끊어지자 양현수는 정신이 아득했다.
‘이런, 씨발…….’
10억이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것도 10억을 말이다.
그 손해를 그냥 넘어가면 조폭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어떤 방식으로든 그 손해를 메꾸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아마도 자신에게는 아주 좋지 않은 방식이 될 것이다.
그는 정신이 아득했다.
‘가서 빌어?’
빈다고 될 게 아니다.
더군다나 10억란다, 10억.
아니, 오늘 영업을 안 한다고 했으니 오늘 수입까지 생각하면 3천만 원 정도 더 손해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씨발…….”
양현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어서 김태만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받았다.
-형님!
“너 아직 안 잡혔냐?”
-튀는 중입니다. 형님은요?
“씨발, 나도 튀고 있는데 어떻게 하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나이트에서 전화 왔는데 난장판이래요.
“나도 그래. 들어가면 죽어, 씨발. 다른 애새끼들은 다 끌려갔대.”
그들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물론 현장에서는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간단 말인가?
집도 재산도 차도 예금도 모조리 다 집에 두고 나왔다.
말 그대로 몸만 나온 상황.
본가? 그들은 자신들의 주민번호부터 본가 주소까지 다 안다.
“잡히면 우리는 다 죽어. 10억이나 손해 봤다고 난리래!”
-저도 들었어요! 피해자 년이 기자회견 한다고 해서 입 다물게 하느라고 줬대요.
“뭐라고!”
그제야 상황을 알아챈 양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휘청거렸다.
기자회견이라니. 그게 나갔다면…….
어쩐지 자신들을 악착같이 잡으려고 한다더니.
-어쩌죠? 어디로 튀죠? 해외로 튈까요?
“너, 돈이나 있냐?”
-…….
물론 현금카드는 있다. 하지만 그걸로 돈을 찾는 순간 자신들의 행적이 드러난다.
폭력 조직이 자신들 하나 찾지 못할 리 없지 않은가?
-일단은 지방으로…….
그 순간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저기 있다!”
“잡아!”
“씨발!”
양현수는 전력을 다해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는 웨이터일 뿐이고 조폭들에 비해서 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저쪽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저쪽이다!”
“이쪽으로 갔어!”
연락을 받았는지 여기저기서 몰려오는 사람들.
택시라도 타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느긋하게 택시를 잡을 시간이 없었다.
더군다나 저들이 오면서 차 한 대 안 끌고 왔을 리는 없고.
“씨바알!”
그는 전력을 다해서 뛰었지만 뒤를 돌아봤을 때 보이는 것은 시커먼 양복을 입은 다섯 명의 남자들이었다.
“너 이 새끼, 안 서!”
“으아아아!”
다리가 휘청거리고 숨이 턱턱 막히고 세상이 핑핑 돌았다.
도무지 도망칠 수는 없고, 점점 지쳐 간다.
그리고 다가오는 한 대의 차량.
‘저건……!’
자신도 아는 차다. 조직원들을 태우고 다니는 봉고다.
그런데 저게 조직원을 태울 목적으로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아…….’
그 순간 그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그걸 본 그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 하나,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살려 주세요!”
그는 파출소로 뛰어들면서 경찰에게 살려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 *
“모조리 체포당했다고?”
“응.”
손채림은 히죽 웃었다.
“양현수가 자기 살자고 경찰서에 들어가서 다 불었대.”
“쯧쯧, 그럴 줄 알았다.”
나가면 죽을 게 뻔하다.
물론 안 죽일 수도 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라면.
“하지만 뒈지게 맞기는 하겠지.”
그리고 그 후에 그 돈을 갚기 위해서 아마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해야 할 것이다.
재수 없으면 신장이나 각막 하나쯤 빼앗길지도 모르고.
“그래서?”
“그 후에 경찰이 바로 나이트로 출동해서 거기에 잡혀 있던 사람들을 구출한 거지.”
“구출?”
“자기들은 그렇게 생각하나 봐. 내가 봐서는 체포지만.”
나이트에 갔을 때 그들은 모조리 얼굴에 멍이 든 채로 손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라고 순순히 내줬대?”
“어쩌겠어?”
“하긴.”
자기들이 구타했으니 원래대로라면 현행범 체포이지만 경찰도 집단 강간범을 체포하는 데 싸우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그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나이트에서 넘겨준 범인들을 모조리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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