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81)
“그래서 레벨이 얼마신가요?”
“현재 레벨이 167입니다.”
“생각보다 낮네요.”
“뭐, 중간중간 대규모 패치가 있었으니까요.”
그 전에는 만렙이 되어 버리면 레벨 업이 되지 않으니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게임이 얼마나 된 게임이지요?”
“7년쯤 되었지요.”
“7년에 167이라…….”
노형진은 곰곰이 생각을 했다.
“지금 만렙은요?”
“200입니다.”
“그러면 카오스 길드의 평균 레벨은요?”
“네?”
“카오스 길드의 평균 레벨 말입니다.”
“글쎄요……. 듣기로는 170에서 180 사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요. 공식적으로 최고 레벨은 189라고 들었고요.”
“그렇군요.”
“그게 이상한가요?”
“이상합니다. 카오스 길드원들 중에서 아는 사람 있으신가요?”
“네?”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는 곽도성.
그들을 개인적으로 안다면 이렇게까지 으르렁거리면서 싸울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요, 제 말뜻은 그게 아닙니다. 카오스 길드원들의 닉 중에서 게임 초반에 봤던 닉이 있느냔 말입니다.”
“닉 중에서요?”
“네.”
“음…….”
곽도성은 기억을 더듬었다.
아무래도 7년이나 이 게임을 하고 있으니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만나 봤다.
물론 다 친하거나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나가면서라도 보기 마련이니, 특이한 닉네임은 기억이 남는 게 사실이다.
‘어?’
곽도성은 기억을 더듬다가 순간 갸웃했다.
“기억이 안 나는데요?”
“안 나요?”
“네, 본 기억이 없어요.”
그들의 닉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나는 게 없다.
물론 서버에 2천 명이나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하지만 레벨이라는 게 있지요.”
“그렇지요.”
곽도성은 오래 게임을 한 사람이고 또 PC방 주인이라는 특성상 게임을 상당히 장시간 하는 타입이기도 하다.
막말로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게임만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사람이 이제 167이다.
180이 되기 위해서는 터무니없는 시간이 걸린다.
“제가 160에서 161까지 올라가는 데 한 달 걸렸습니다.”
요구하는 경험치는 어마어마하고 당연히 레벨 업 속도는 터무니없이 느려진다.
“곽도성 씨처럼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없죠. 게임만 하면 폐인이라면 모를까.”
그런 사람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그런 사람이 한 서버에 그렇게 몰려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같은 길드 내부에 말이다.
“카오스 길드 평균 레벨이 얼마라고요?”
“…….”
그런 사람들이 카오스 길드를 만들어서 끼리끼리 뭉친다?
말도 안 된다.
“전쟁 때 그들이 언제 나오던가요?”
“네?”
“밤에는 안 나오지 않던가요?”
“아…….”
그들은 낮에만 나온다. 그건 전쟁 때 확실하게 느꼈다.
사실 의심은 하지 않았다. 사람은 자야 하니까.
“그런데 그렇게 낮에만 게임해서 그 레벨이 달성 가능합니까?”
곽도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불가능합니다. 그건 제가 직접 느낀 겁니다.”
자신만 해도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붙잡고 있고, 퇴근할 때 알바생에게 자기 캐릭터를 돌려 달라고 부탁하고 간다.
캐릭터 기준으로 본다면 하루 평균 레벨 업에 들어가는 시간만 열여섯 시간도 넘을 것이다.
그런데 밤에 잘 건 다 자면서 자기를 따라잡는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지.’
그건 불가능한 소리다.
레벨 업은 아이템의 좋고 나쁨만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장비가 좋으면 사냥 속도가 빨라지고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아서 더 빨리 렙 업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분이고, 렙 업의 절대적 수치는 그 캐릭터에 투자한 시간이다.
자신이 전쟁 중 여러 번 죽어서 레벨 다운을 겪었다고 하지만 상대방은 자기보다 더 많이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로 적게 죽은 건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보다 더 레벨이 떨어졌어야 한다.
“이건 생각해 보니 말도 안 되는군요. 이상하네요.”
“그렇지요?”
터무니없는 상황.
누군가는 그저 게임이라고 무시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 세계다.
“터무니없네요. 왜 이렇게 된 거지?”
“사실은 제 친구에게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친구?”
“네.”
물론 회귀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노형진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회사에서 게임을 관리한다고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회사가 게임을 관리해야 자신들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관리가 아니라, 가치를 관리한다는 겁니다.”
“가치?”
“네. 게임은 무한대가 아니니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 게임에서 재화가…… 현질이라고 하던가요? 현금화 가능하죠?”
“네.”
“그 가치가 얼마나 변동됩니까?”
“별로 크게 변동되지는 않죠.”
어깨를 으쓱하는 곽도성.
“이상하지 않습니까? 몬스터를 잡으면 돈이 나옵니다. 잡템을 팔아도 돈이 나오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쓰는 돈은 별로 없습니다.”
“경매장도 있고…….”
“경매장은 사람 사이에서 돈이 도는 거죠. 기껏해야 장비 수리비 정도가 소비되는 돈일 겁니다.”
“어…….”
그러고 보니 그렇다.
이 게임은 대부분의 물건을 유저가 제작해야 한다. 그러니 돈이 생기기는 쉬워도 사라지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게 정상이지.’
모 게임의 경우 게임 초기 100골드에 1만 원 정도 하던 돈의 가치가 나중에 가면 1천 골드에 1만 원, 1만 골드에 1만 원으로 폭등했다.
돈은 계속 생기는데 소비되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하물며 그 게임은 발생하는 돈을 소비시키기 위해서 포털 사용료나 기타 사용료를 적지 않게 매기는 편인데도 그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지난 7년간 거의 변동이 없을까요?”
“그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다.
“문제는 돈뿐만이 아닙니다. 장비도 마찬가지지요.”
저렙 장비 하나에 2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에 필요한 아이템을 모아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제작된 장비들은 어디로 가죠?”
“그거야…….”
사라지지 않는다.
힘들게 만든 20만 원짜리 장비를 파괴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장비는 늘어나고 숫자는 한정됩니다.”
오래된 게임은 신규 유저가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그 장비가 필요한 사람은 부캐를 키우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캐를 키우면서 그 장비를 만들어 썼을 것이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수요가 없으니 결과적으로 장비의 가치도 떨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 장비의 가격도 거의 변동이 없더군요.”
“그거야 카오스 캐릭터들이 가지고 가니까…….”
카오스 길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카오스 캐릭터, 즉 유저를 죽이는 작자들을 뜻한다.
“그게 이상한 겁니다.”
“네?”
“그 정도로 고렙이면 백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지요?”
“네, 그렇지요.”
“곽도성 씨가 만일 백수라면, 그래서 상대방 캐릭터를 죽여서 20만 원짜리 장비를 얻었다면 그걸 파괴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파시겠습니까?”
곽도성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당연히 판다.
돈도 없는데 무려 20만 원짜리를 어떤 미친놈이 그냥 파괴한단 말인가?
결과적으로 그 장비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장비를 잃은 유저는 다시 만들어서 착용하게 된다.
“그런데 왜 가격이 안 떨어지지요?”
게임 내부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시스템은 비슷한데 터치하지 않는 외국계 게임과 비교해서 너무 차이가 심하다.
물론 드롭률이 낮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설마 카오스나 장비나 골드에도 회사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까?”
“줄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주는 거죠.”
노형진이 들었던 말이 그것이었다.
자기가 GM을 했는데 그런 행동을 했었다. 그러다가 유저들에게 걸렸는데, 회사에서는 자신에게 독박을 씌워서 잘라 버렸다는 말.
“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이건 저 혼자 듣고 자시고 할 건수가 아닌 것 같군요.”
곽도성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회사에서 자신들을 속인 셈이 된다.
“우리 길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길드와도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길드들만의 문제가 아니죠.”
“네? 그게 무슨 뜻이지요?”
“렌야라는 게임, 서버가 몇 개죠?”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고, 그 말을 들은 곽도성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시전, XXX! (1)
곽도성이 아무리 오래 게임을 했다고 해도 다른 서버의 사람들까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카오스 길드와의 전쟁을 통해서 각 길드끼리 연결 관계가 생겨서 전화번호를 알려 줬기 때문에 어지간한 규모의 길드장들은 모두 곽도성이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노형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요?”
“네?”
“도대체 게임 회사에서 왜 그런단 말입니까?”
이미 자신들이 게임에 관련된 돈을 내고 그들에게 이익을 주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게임을 망가트린단 말인가?
“망가트린 건 아니죠.”
“그게 무슨 말이지요?”
“망가트린 것은 이 서버의 카오스 길드를 운영하는 녀석일 겁니다. 아마도 그 녀석이 무리한 욕심을 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서버는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요.”
“그래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유가 왜 없습니까? 듣자 하니 각 서버에 있는 성에서 대략 매달 4천쯤 나온다면서요?”
“네? 아, 네. 그거야 그런데…….”
성을 가지고 있는 길드는 세율을 정할 수 있는데, 보통은 20% 정도 된다.
가령 200골드짜리 물건을 거래하면 40골드가 세금으로 더 붙는다. 그리고 그 세금은 성을 가진 성주에게 지급된다.
그 돈을 현금화한다고 하면 대략 4천만 원 정도가 된다.
“성이 몇 개죠?”
“한 서버당 세 개죠.”
“그러면 매달 1억 2천이군요. 그것도 한 서버당 말이지요. 세금도 안 내고 추적도 안 되고 흔적도 없는 돈이.”
다들 움찔했다. 그 부분은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각 서버에 약 2천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네.”
“뭐, 모든 서버가 꽉 찬 상태는 아닐 테니 1,500명 정도로 잡아 봅시다. 그러면 계정비가 얼마죠?”
“한 달에 대략 1만 5천 원입니다.”
“그러면 한 서버당 한 달 수익이 대략 2,250만 원이군요. 그런데 게임 내에서 골드 수입이 얼마라고요?”
“…….”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그것도 성 하나당.
“이 중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런 돈은 추적도 못 하고, 당연히 세금도 안 내지요.”
“맞는 말이네.”
합법적으로 버는 게 아니라 골드를 팔아서 버는 건데 골드 파는 놈들이 사업자 내고 팔 리 없다.
정부에서도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돈 아닙니까? 세금을 생각하면 정상 수입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셈인데.”
그 말에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현질에 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왜 회사에서 그걸 통제하지 못할까 하는 건 누구도 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공식적으로 그들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현거래 캐릭터의 계정도 압류해 버리는데 말이다.
“물론 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회사나 운영자라고 볼 수는 없지요.”
“음…….”
“그러나 그 점을 감안하면 카오스 길드나 그 소속 길드원들의 행동이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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