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93)
“나도 대충 흉내는 내니까.”
거기에다가 자신은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무리 프로파일이 좋다고 해도 본인의 기억을 읽어 내는 것보다 확실하지는 않다. 그래서 평소에는 프로파일러들에게 부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이미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대충…… 상황을 보니 판단이 되네요.”
김소라는 회의를 마친 듯 서류를 정리하고 기다리고 있던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정황증거만으로 프로파일이 돼요?”
“그러니까 프로파일을 하는 거야. 도리어 물적 증거는 프로파일이 아니라 과학 수사의 영역이지.”
“그런가?”
“네. 프로파일은 심리의 영역이니까요.”
노형진의 맞은편에 앉은 김소라는 정리한 서류를 건네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일단은 저희 쪽은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고 있어요. 정황상 독거노인이라는 존재는 살인을 피하기 힘든 존재이고, 보호의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으니까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부분은 자신도 안다. 그러니 이 사건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범인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
“증거를 추적하는 게 아니라 범인을 특정하고 따라간다라……. 확실히 다르기는 하네.”
수사로 치면 정반대인 셈이다.
물론 이건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까딱 잘못하면 범인을 정하고 그에 맞게 상황을 판단해 버리는 식이 되어 버릴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프로파일러들은 무척이나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일단 저희들의 판단으로는, 범인은 나이가 30대에서 40대의 여성으로 보여요. 아마도 자원봉사 등으로 행동하면서 표적을 관찰할 거예요. 그 후에 적당한 시기에 살인을 시도하겠지요. 그다지 잘사는 집은 아닐 거예요. 덩치는 좀 있는 후덕한 편이고, 부모는 없을 겁니다. 어려서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살았을 테고 그들에게 학대받았을 가능성이 높아요. 얼굴은 순하게 생긴 편일 테고 주변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인식될 듯해요. 기독교나 천주교, 또는 불교 등 어떤 식으로든 종교를 믿을 거고. 아마도 형태로 봐서는 교회 쪽에 다닐 가능성이 높아요.”
김소라의 말이 계속될수록 손채림은 입을 쩍 벌렸다.
이건 그냥 상대방을 예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특정해 내는 수준이 아닌가?
“결혼을 했을 테지만 이혼했을 가능성이 높고,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상대방은 고아이거나 또는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을 겁니다. 직장에는 안 다닐 테지만 자신을 감추는 데 능숙할 거예요.”
“그런가요……. 살인에 빠져서 살인을 하는 타입은 아닌가요?”
“아닙니다. 머리는 상당히 좋은 편이고 인내심이 강해요. 살인에 빠져서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대리 만족이 목적일 거예요. 그리고 머리는 좋지만 학력은 높지 않을 거예요.”
“제 예상이 틀렸네요.”
노형진은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다.
자신은 살인을 좋아하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그런데 방향이 전혀 달라졌군.’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시간이 너무 안정적이에요. 이 수치대로라면 살인은 한 달을 간격으로 이루어지는데, 쾌락을 목적으로 살인을 하는 자라면 시간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즉, 쾌락보다는 다른 목적이라는 거죠. 보통은 이런 경우 대리 만족이 목적이지요.”
김소라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하는 노형진.
확실히 대상의 범위가 무척이나 줄어들었다.
일단 성별과 나이가 확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근처에서 추적하는 것도 훨씬 편해지리라.
노형진이 그렇게 생각에 빠지든 말든 프로파일이라는 것을 처음 본 손채림은 무척이나 놀란 모양이었다.
“아니, 점 같은 거예요? 수정 구슬 같은 걸로 나오나?”
“호호호, 그렇지는 않아요.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문제지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상대방을 특정해요? 현장은 보지도 않았잖아요.”
“프로파일러에게는 현장도 중요하지만 상황도 중요하지요. 현장이 망가진 상태라면 상황으로라도 판단해야 해요.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하지만 또 생각보다 단순하니까.”
“에?”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 되는 손채림.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너는 맞아떨어지지, 난 안 떨어지거든!”
그냥 정황증거만 들고 왔는데 갑자기 범인이 짠 하고 지명되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설명 좀 해 주시죠.”
노형진은 자신이 설명하기 귀찮은지 김소라에게 부탁했다. 자신은 머릿속을 정리하기도 복잡했으니까.
김소라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자신들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차분하게 설명해 줬다.
“일단 여성이라는 추측은, 피해자들이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런 거예요.”
“네? 하지만 자원봉사자라면서요?”
“그렇지요.”
“보통은 자원봉사자면 의심은 하지 않잖아요?”
“의심을 하지 않지만 보여 주지 않는 모습도 있지요.”
“에?”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이불요. 그리고 살인의 방식도 그렇고요.”
“이불? 방식?”
“네. 이불을 덮고 얼굴을 눌러서 살인했을 거라 추정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낯선 사람이 있는데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없죠.”
“아!”
손님이 있다. 그런데 이불을 덮고 있는 사람은 없다.
설사 아파서 그런다고 해도, 잠들지는 않는다.
“피해자는 잠든 상태에서 질식한 걸로 보여요. 다른 찢어진 이불이 없었다는 걸 봐서는요. 그렇다면 이불을 덮고 잠들었다는 건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남성인 경우에는 그러지 못하죠.”
하지만 여성이라면, 특히나 자주 보고 자원봉사를 해 주는 여성이라면 방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잠들게 되기도 한다.
“나이는 그 지역에 녹아들어야 하니까요.”
노인이 많은 지역에 10대나 20대 아가씨라면 너무 눈에 뜨인다. 그렇다고 너무 나이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를 가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워진다.
“그러면 부담스러워서 잠들지 못하죠.”
“아하!”
결국 피해자들을 기준으로 대략 딸의 나이에 속하는 30대에서 40대 여성이 된다.
그 나이대에 자원봉사하는 사람도 많고, 피해자들도 딸과 비슷한 나이이다 보니 쉽게 마음을 연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그래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자주 자원봉사를 다니고 그러는 그가 착해 보이겠지요. 그렇게 가면을 쓰는 것도 익숙할 테고요.”
“종교는요?”
“일종의 심리적 전술이지요. 처음 보는 사람이 가서 ‘자원봉사 하러 왔습니다.’라고 하면 누가 문 열어 줘요?”
그러니 처음에는 집단으로 올 것이다.
그리고 교회나 성당 같은 곳은 자연스럽게 가니까.
“그러면 자원봉사를 더 많이 하는 성당이 더 가능성이 높지 않아요?”
“성당은 하나로 뭉쳐 있으니까요.”
“하나로?”
손채림은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노형진은 그 말에 부족한 게 뭔지 알고 첨언해 줬다.
“성당은 바티칸이라는 형태로 교황 아래에 하나의 집단으로 되어 있어. 그러니까 한 지역에 단 하나만의 성당만 존재하지. 가령 네가 이사하면 과거에 다니던 성당이 아니라 네 소속이 다른 지역에 있는 성당으로 바뀌는 거야. 그러니까 기록에 남는다는 거지. 이사하면 신고하니까.”
“그런데?”
“교회는 아니야. 교회는 지역보다는 자기 목사라는 개념이 더 강해. 그래서 이사해도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먼 거리에서 와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지.”
“쉽게 말해서 성당에 다니면 자신의 사는 지역이 드러난다는 거죠. 해당 교구에서 함께 와서 자원봉사를 하니까.”
“아!”
“하지만 교회는 아니지요.”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러니 특정 지역을 정해서 다니지 않는다.
더군다나 성당은 자기네 지역의 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회는 그렇게 자기네 지역이라는 게 없이, 필요하다면 그냥 그때그때 그곳으로 가는 편.
“자신을 감추기에는 교회 쪽이 훨씬 유리해요.”
“그렇게 치밀하다고요?”
“이런 타입은 지능형 범죄자입니다. 우발적인 자들과 달라요. 거기에다가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타입이라면 절대로 자기가 있는 지역에서 관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아요.”
“헐, 그러면 체중하고 결혼 여부는? 설마 나이 먹어서 살찌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실 테고.”
“피해자들 중에 남자도 적지 않으니까요. 발버둥을 치면서 이불이 찢어질 정도인데, 아무리 나이 먹어서 근력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밀어내지 못했다면 가벼운 사람은 아니라는 거죠.”
사람은 위급 상황이 오면 필사적으로 변한다.
자식을 구하기 위해서 차를 들어 올렸다는 말처럼, 살기 위해서는 진짜 젖 먹던 힘까지 다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밀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상대방이 그만한 근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자가 근력이 강하다고는 보기 힘드니까 체중이 좀 나가는 편이라고 보는 게 맞지요. 위에서 이불로 찍어 누를 때는 체중 자체가 무기가 되니까.”
“다른 건요?”
“살인의 대상이 노인으로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물론 노인이 죽이기 좋은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노인으로 정하는 경우는 드물죠. 보통 살인의 대상은 자신이 원한을 가진 자가 됩니다. 아니면 대상과 비슷하거나, 동일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죠.”
“음…….”
“그런 면에서 볼 때 노인들이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그 나이대 노인들에게 원한이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는 건…….”
“그 부분은 이해가 가겠네요.”
노인의 힘이라는 게 한계가 있고, 어른이 된 후에는 노인들을 괴롭히고 싶다고 해서 괴롭힐 수 있는 게 아니다.
즉, 노인이라는 대상에 대해서 그렇게 강렬한 원한을 가지려면 어릴 적의 학대가 가장 가능성이 큰 원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프로파일대로라면 그분들은 돌아가셨을 텐데?”
“그러니까요.”
미움의 대상은 이미 죽었다. 그러니 그 원한을 비슷한 대상에게 푸는 것이다.
바로 버려진 독거노인들에게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거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죠.”
노인들에게 그렇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면, 시부모가 있다면 정상적인 관계 설정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이혼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잘못하는 것도 없는데 증오하는 아내와 계속 함께 살기는 힘들 테니까.
“그래서 결혼했다면 고아, 아니면 양친 모두 돌아가신 분일 거라고 했군요.”
“네.”
거기에다가 그렇게 노인에게 학대받았다면 제대로 학업을 끝마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학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부모가 있다면 그걸 그냥 두지는 않았을 테니.”
“부모가 없다라…….”
모든 게 마치 마법처럼 들리는데 차분히 분석해 보니 마법이 아니라 추론을 기반으로 한 사실이다.
“꼭 셜록 홈즈 같은 느낌이네.”
“비슷하죠. 뭐, 현실적으로 보면 셜록 홈스가 프로파일링에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한 수사를 한 것은 맞아요. 물론 프로파일링이 완벽한 건 아니에요. 우리도 가끔은 틀리니까요.”
어깨를 으쓱하는 김소라.
“하지만 도움은 많이 되지.”
일단 그가 내건 조건은 무척이나 까다롭다.
누군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지만 반대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조건에 맞는 사람들은 상당히 드문 편일 테니까.
“그러면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일단 알아봐야겠군요.”
조건을 알았다면 그를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런 범인이라면…….
‘분명히 그 안에 다른 표적이 있겠지.’
노형진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