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95)
언젠가 그녀가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을 노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전혀 엉뚱한 사람이면 어쩌지?”
“그렇지 않기를 바라야지.”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 * *
강홍례의 삶은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었다.
낮에는 자원봉사를 다니고 밤에는 자신의 집에서 사는 것이 전부였다.
누군가 본다 해도 살인범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을 정도의 선량하고 바른 사람.
“살인범 맞아?”
심지어 손채림조차도 보고서를 보면서 과연 자신들이 제대로 추적하고 있는 건지 의심할 정도였다.
누구에게나 자상하고 선량한 그 모습은, 외부적으로 보면 완벽함 그 자체였다.
“난 도리어 의심스러운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이 타인에게 완벽할 수가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거야?”
“그렇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다 좋지만, 그 모습마저도 배알이 꼴려서 삐딱하게 보는 사람도 있거든.”
“그렇기는 하네.”
아무리 노력해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강홍례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난 그 삶을 보면서 더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어.”
“더 이해가 안 간다?”
“안 간다기보다는, 불가능하지. 도대체 어떻게 먹고사는 거지?”
손채림은 아차 했다.
강홍례가 살고 있는 집은 18평쯤 되는 아파트였다.
그다지 잘사는 건 아니다. 옷도 그렇고, 꾸미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자원봉사를 다니면서 유유자적 산단 말이지.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음…….”
“자원봉사라고 해서 돈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야.”
도리어 자원봉사는 돈이 들어간다.
단순히 몸을 이용해서 설거지해 주고 밥해 주고 빨래해 주는 것만이 아니다. 반찬을 해서 가져다주고 가끔 쌀도 가져다주고…….
“돈이 적지 않게 들 텐데.”
“그러네.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네.”
손채림은 그녀의 생활을 이리저리 파고들었지만 거기에는 돈을 번다는 개념이 들어갈 만한 게 없었다.
“이혼할 때 돈을 많이 가지고 나온 거 아냐?”
“그건 아니야.”
결혼했던 상대방은 그다지 부자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결혼한 지 2년 만에 이혼한 상황.
“위자료를 들고 나올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펑펑 쓰면서 살 수 있는 정도는 아닐 텐데.”
물론 본인이 모아 둔 돈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돈이 얼마나 되든 이렇게 돈을 써 가면서 좋은 일을 한다고 하면 떨어지는 것도 금방일 수밖에 없다.
“과연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희생자들에게서 훔치는 걸까?”
“그럴 리가.”
“사망보험금은?”
“보험회사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거든.”
수령인 이름에 강홍례가 그렇게 자주 등장하면 보험회사가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아무리 독거노인이라고 해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위해서 보험계약서에 사인을 해 줄 리 없다.
“결국 자신이 일하지 않는데도 돈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건데.”
문제는 대부분의 그러한 방법은 불법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투자해서 받아 내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자들의 방식.
“확실한 것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거야. 어쩌면 강홍례의 삶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러면 아마도 진실에 더 가까워질 거라 노형진은 확신했다.
* * *
감시 2주째.
언제나 같은 보고서가 올라오고 있었지만 노형진은 그 안에서 특이 사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32-4라. 이 집은 뭐죠?”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독거노인이 사는 집입니다.”
여전히 이어지는 자원봉사.
그런데 왜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낸 걸까?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마도.”
“아마도?”
“찾아가는 횟수가 다른 곳에 비교해서 좀 많아진 것 같아서.”
“응?”
“이 주소, 그저께 보고서에서도 봤거든.”
노형진은 서류철을 찾아서 뒤적거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소록을 찾아서 확인했다.
“확실해. 다른 곳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찾아가는 빈도수가 높아.”
“그래?”
“그리고 시간을 봐.”
“시간이 왜? 찾아가는 시간이 상관이 있어?”
“상관이 있지.”
노형진은 찾아가는 시간을 명확하게 비교했다.
맨 처음 그 집에 찾아간 시간은 오후 2시경이었다. 그러나 지금 찾아가는 시간은 오후 7시경.
그동안의 시간을 보면 제각각이었다.
같은 코스를 도는 경우도 있는데, 그곳을 걸렀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가는 경우까지 있었다.
“왜 그럴까?”
“잠드는 시간을 노리는 게 아닐까?”
손채림은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면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야?”
“그렇지.”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특히나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점은 더더욱 두드러진다.
“보통 노인들은 낮에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지.”
그리고 그 시간이 되면 손님이 있어도 습관적으로 잠들어 버리게 된다.
“상대방이 자원봉사를 여러 번 온,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믿고 잠들겠지.”
그리고 그때가 기회라는 점을 그녀는 알고 있는 것이다.
“어쩌지?”
“글쎄.”
살인의 현장을 노린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피해자가 문제다.
피해자는 노인이다. 작은 충격에도 몸이 다칠 수 있다.
“사전에 설명을 좀 하면?”
“노인들이 쉽게 믿겠어?”
“그렇겠지?”
나이를 먹으면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특히나 믿음에 관해서는, 아무리 증거가 확실해도 믿으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사기꾼들이 사기를 치고 도망가도 많은 노인들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신고를 꺼린다.
“그러니 우리가 말한다고 해서 믿어 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사전에 다른 곳으로 빼돌리면 강홍례는 누군가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안에다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건데.”
“잘도 허락해 주겠다.”
허락해 줄 리 없다.
말하는 순간 불안해서 어디 잠이나 자겠는가?
나이 먹은 노인에게 강홍례를 속일 정도의 연기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고 말이다.
“그럼 어쩌라는 거야? 몰래 감시할 방법이 없잖아. 벽을 투지하지 않는 이상에야…….”
“벽?”
그 순간 노형진의 머릿속에서는 번쩍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좋은 방법이야. 왜 그걸 몰랐지?”
“뭐, 진짜로 벽을 투시라도 하겠다는 거야?”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야, 우리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어떻게 벽을 투시해?”
“보통은 불가능하지. 하지만 그곳이라면 가능해.”
“응?”
“그곳은 쪽방촌이잖아!”
그게 왜 가능하다는 건지 손채림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 * *
“벽이 고작 이게 끝이야?”
“그래. 쪽방촌이라는 덴 원래 이래.”
쪽방촌의 쪽방은 애초에 설계상 나올 수 없는 구조물이다.
격벽이니 뭐니 하면서 일정 규격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가 후 설계 변경을 하지.”
무슨 말이냐면, 정상적인 건물로 허가를 받은 후에 쪽방으로 구조를 나눠서 분할해서 임대하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불법이지만, 정부에서는 그걸 적극적으로 단속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이런 쪽방촌의 경우 단속 자체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경우인지라 극렬한 저항에 부딪치기 때문에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게 맞다.
“그리고 그 벽은 제대로 된 벽이 아니야.”
노형진은 벽을 탁탁 두들겼다. 그러자 그 너머에서는 ‘퉁퉁’ 하고 빈 소리가 났다.
“헐.”
“그냥 두꺼운 합판으로 구분한 정도?”
그랬다.
지금 노형진과 손채림 그리고 몇몇 팀은 건너편 쪽방을 빌려서 거기에 있었다.
“좁아터지겠네.”
“이곳 사람들의 삶이 그런 거지.”
일반적인 벽이라면 투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벽은 아니다.
“벽에 구멍을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고.”
잘 안 보이는 곳에 구멍을 내고 내시경 카메라급의 작은 카메라를 설치하면 강홍례는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다가 이런 벽은 사실상 방음은 기대도 하지 못하거든.”
집향성 마이크 하나만 설치하면 그 너머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다 녹음된다.
“더군다나 반대편에는 투시형 적외선카메라까지 설치했지.”
완벽한 감시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 양쪽을 빌리는 것은 당사자가 알 수가 없다. 이곳에 있던 분은 양해를 구해서 다른 곳에서 생활하게 만들었다.
무려 100만 원씩이나 주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모텔에서 지내 달라고 하니 두 노인은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고 방을 빌려줬고, 결과적으로 양쪽 집에서 가운데 집을 감시하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푹푹 찌는군.”
헉헉거리면서 김성식은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했다.
“이건 뭐, 선풍기가 의미가 없네.”
선풍기를 틀어 봐야 나오는 것은 뜨거운 바람뿐.
“쪽방촌의 삶이란 게 그런 겁니다.”
“그래도 너무한데? 이 좁은 공간에 네 명이나 들어가 있으니.”
“다섯 명이 될 겁니다.”
“응?”
문이 삐꺽 열리면서 들어오는 한 남자.
그는 시청 직원의 연락처를 줬던 경찰이었다.
“여기는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노 변호사님이 오라고 하던데요?”
“헐.”
좁은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 그는 주섬주섬 가지고 온 선물을 꺼내 들었다.
“우와!”
시커먼 봉투에서 나온 아이스크림에 얼굴이 환해지는 사람들.
김성식은 그중 하나를 까서 입으로 넣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저쪽으로 가지 않으시고요? 그쪽은 사람이 두 명뿐인데요?”
“아, 그렇기는 한데 카메라랑 녹음장비가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요.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열기가 장난 아닙니다. 거기는 거의 사우나 수준이더군요.”
“헐.”
김성식은 질려 버렸다.
지금도 더워 죽겠는데.
“차라리 나가서 기다릴까요?”
“언제 올지 모르니 조심해야 합니다. 건장한 사내들이 지키고 있으면 의심할 겁니다.”
“끄응…… 그렇기는 한데 왜 하필이면 오늘입니까?”
형사는 그게 궁금했다.
자신이야 실적을 올릴 수 있으니 좋다지만 오늘쯤 착수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설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살인한다고 했습니다. 살인을 하고 나면 다음 달에 한다는 거죠. 날짜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보통 살인을 한 전후로 일주일 차이가 나더군요.”
“그런데요?”
“그녀가 다음 주부터는 좀 바쁠 예정입니다.”
“네? 그게 무슨……?
“그녀에게 돈 들어오는 구멍을 찾았거든요.”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경찰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뒤를 캐 봤더니, 역시나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더군요.”
그녀가 돈을 버는 방식은 간단했다. 바로 성매매.
물론 성매매를 하는 술집은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속칭 보도라고 해서 여자만 보내 주는 업종은 돈이 그다지 들어가지 않는다.
“보도?”
“네.”
보도는 그녀가 나가는 게 아니다.
그녀는 투자만 하고, 나가는 건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녀가 일하는 모습이 안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래서 슬며시 찔러줬죠.”
“보도? 찔러? 아, 잠깐! 얼마 전에 들어온 그 익명의……?”
뭔가 기억난 듯한 얼굴로 형사가 바라보자 노형진은 씩 웃었다.
“맞습니다.”
“헐.”
“그러니 다음 주부터 좀 바빠질 겁니다.”
슬쩍 찌른 것을 가지고 당연히 수사가 진행되었고, 경찰은 그녀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소환장이 나온 이상 그녀는 나갈 수밖에 없지요.”
“그렇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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