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97)
“오늘은 어디를 갈까나.”
노형진은 기분 좋은 얼굴로 차를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가 가는 곳은 다름 아닌 대학이었다.
물론 그가 갑자기 대학에 입학을 한 것은 아니다. 그가 대학을 가는 이유는 동생인 서세영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일단은 고기나 좀 사 줄까?”
그녀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 덕분에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학과야 경찰학과이지만 로 스쿨을 노리고 있으니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같이 서울에 있다고 해도 서로 만나는 것은 쉬운 게 아니었다.
노형진이 있는 곳은 서울 한복판이고 그녀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 외곽 쪽이라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서울 끝에서 끝인지라 결국 혼자 자취하게 되었기에 노형진이 쉬는 날에 이렇게 가끔 가지 않으면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아니면 스테이크…… 아니, 그것도 고기인가?”
오랜만에 만나는 여동생에게 뭘 사 줄까 고민하면서 노형진은 근처에 가서 전화기를 들었다.
분명히 만나기로 되어 있으니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말이다.
“으잉?”
그런데 분명히 약속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화기가 끊어질 때까지 서세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번이나 전화했지만 그래도 받지 않았다.
“이상한데?”
분명히 자신과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틀린 것도 아니고 정확한 시간에 왔는데 오지 않는다니?
“왜 안 나오지?”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시 한 번 전화했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
“흠…….”
혹시나 무슨 일이 벌어진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노형진은 머리를 흔들어서 그런 생각을 떨쳐 냈다.
대낮에, 그것도 대학 내에서 딱히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전화 안 받는다고 경찰에 신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노형진은 입을 쩝쩝 다시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천천히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사정이 있어서 못 받고 있다면 학과 사무실이나 근처에 가서 찾는 게 훨씬 빠르니, 교정이나 구경할 겸 그 안에서 찾아볼 생각이었다.
“날씨도 좋고.”
이제 늦여름도 지나가고 조금씩 선선해지는 날씨.
학교가 개강하고 나서 대학으로 돌아온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왠지 히죽하고 미소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저때가 참 좋았지.”
이번에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보니 자신이 가진 추억은 회귀 전 추억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는 사이 노형진은 서세영이 다니는 경찰학과가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변은 왠지 썰렁했다.
사람이 없다기보다는, 왠지 분위기가 안 좋은 느낌?
“실례합니다. 여기 경찰학과 학생들 모임이 있나요?”
노형진은 주변을 힐끗거리다가 주변을 청소하는 경비원에게 물었다.
“경찰학과요?”
“네, 오늘 약속이 있는데 안 나와서요. 경찰학과 학생인데…….”
“응? 또 한 따까리 하려고 갔지. 저쪽으로 끌고 가던데?”
“한 따까리?”
한 따까리는 군대에서 많이 쓰는 단어로, 민간인들은 그리 쓰지 않는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의미 자체가 얼차려를 주거나 가혹 행위를 한다는 뜻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뭐, 하루 이틀 문제인가요. 저 뒤의 체육관으로 애들 집합시켜서 끌고 가던데.”
노형진은 그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어서 눈이 절로 찡그러졌다.
그러자 경비는 노형진을 위아래로 살폈다.
“학생이 아닌가 보우?”
“네? 아, 네.”
노형진은 아직 젊은 나이다. 나이로 보면 복학해서 학교에 다닐 나이이니 학생으로 보일 만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편하게 입고 나왔기 때문에 학생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쯧쯧, 그러니 모르지.”
“모른다고요?”
“그렇잖수?”
학교 내에서는 다 아는데 혼자 모른다는 것은 외부인이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그 말을 들은 노형진은 점점 더 기가 막혔다.
도대체 얼마나 심하기에 온 학교에 소문이 파다하게 났단 말인가?
“뭐, 내가 말할 건 아닌 것 같고. 저 뒤로 돌아가면 체육관으로 연결되우. 하지만 거기로 가지 말고, 뒤쪽으로 가면 체육관 지하에 있는 비품 보관실로 들어갈 수 있는데, 그쪽으로 가면 있을 거유.”
“감사합니다.”
노형진은 그쪽으로 서둘러 발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보아하니 환기용으로 만들어진 창문으로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모양이었다.
“이 개새끼들! 방학 끝났다고 군기가 빠졌지!”
날카로운 여학생의 목소리.
노형진은 고개를 숙여서 허리쯤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하 창고는 생각보다 넓었다.
체육관 아래 지하 1층을 몽땅 지하실로 만든 형태.
그 안에서 사람들이 엎드려뻗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여학생 몇 명, 남학생 몇 명이 서 있었다.
“요즘 세상이 만만하지? 응? 이 새끼들아! 사회가 만만한 줄 알아? 어디서 군기가 빠져 가지고.”
“…….”
하지만 엎드려 있는 사람들은 대꾸하지 못했다.
할 수가 없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아가리 털어 봐라, 곡소리 나는 줄 알아.”
“신음 소리 나지? 신음 소리는 침대에서나 내, 이 걸레 년들아.”
발로 엎드린 학생들을 차 버리는 남자들.
그리고 그 뒤에서는 각목을 든 남자들이 살벌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오늘 내가 이 정신 봉으로 정신 번쩍 차리게 해 줄게.”
각목을 잡고 나서는 한 남자.
“한 명씩 앞으로 나와. 딱 다섯 대 씩만 맞자.”
그는 몸을 풀면서 앞으로 나섰고, 그 말을 들은 다른 남학생들 역시 각목을 들고는 자리를 잡았다.
“맞을 때 ‘정신을 차리자.’라고 구호한다! 알았나?”
“…….”
“알았냐고, 이 썅놈의 새끼들아!”
“네!”
“좋아. 오늘을 기점으로 너희들은 다시 태어나는 거다. 알았냐!”
각목을 잡고 후려치려고 하는 하는 남자.
하지만 노형진은 그걸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자신의 여동생이 그곳에서 맞을 위기였던 것이다.
“그만하지?”
노형진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곳에 있는 수백 명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넌 뭐야, 이 새끼야?”
노형진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남자들.
“타 과 새끼는 아가리 닥치고 꺼져라.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허? 어린놈의 새끼가 말하는 본새 하고는.”
“어린놈? 꼴을 보아하니 나랑 비슷한 나이인 것 같은데 이 새끼가 미쳤나?”
확실히 수십 명이 흉기로 무장한 곳에 덤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노형진으로서는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서세영이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의 정체성도 문제였다.
“너희들, 경찰학과 아니야? 경찰 지망생들 아니냐고. 그런데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노형진은 일단 그들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옆에 나 있는 문으로 들어가면서 한 소리를 했다.
“타 과 새끼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타 과 새끼라…….”
노형진은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제야 노형진을 알아본 서세영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오빠!”
“오빠?”
“오빠였어?”
“뭐야? 같은 학교 새끼도 아니잖아?”
얼굴에 가득 드러나는 비웃음 그리고 우월감.
“이거 우리 학교 수업 방식이니까 꺼져라.”
“좆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뭐?”
노형진은 서세영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일으켰다.
“일어나.”
서세영이 일어나려고 하자 그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일어나 봐. 일어나면 뒈진다, 알았냐?”
“지금 뭐라고 했냐?”
“뒤진다고! 어디서 연대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해? 너, 일어나면 연대책임이야! 알아?”
눈을 찡그린 노형진.
일어나려던 서세영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노형진은 마음을 굳혔다.
“쓰레기들 사이에 둬 봐야 쓰레기밖에 더 되겠어? 일어나. 연대책임이고 나발이고 당장 자퇴하자.”
“뭐? 자퇴? 이게 미쳤나?”
“오…… 오빠!”
자퇴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서세영.
하지만 노형진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녀가 뭐라고 하든, 이곳은 아니었다.
“어차피 넌 변호사가 되려고 하는 거 아니었어? 로 스쿨 통해서 변호사가 되려면 다른 곳도 방법은 많아. 이런 시궁창에 같이 있을 필요 없어.”
“시궁창?”
“얼씨구? 이 새끼 아가리 터는 거 보소.”
각목을 들고 다가오는 남자들.
그걸 보고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꼴 참……. 이게 경찰 후보생이라고?’
경찰학과를 왔다는 것은 경찰이 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봐도 조폭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뒈질래? 어디 듣보잡 새끼가 와서 애들을 빼 가?”
위협하면서 다가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듣보잡이란 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자신을 모르니 잡것 취급할 수밖에.
“아, 그러고 보니 내 소개를 안 했네.”
“소개?”
“그래. 노형진이라고 서세영의 오빠다. 뭐, 성이 다른 건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고.”
“그래서 뭐? 통성명이라도 하자고?”
“듣보잡이라면서? 그러니 듣고 보게 해 줘야지. 현직 변호사고 법무 법인 새론의 이사다. 이제 듣보 아니지?”
노형진의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경찰이 아무리 있는 척해도 변호사나 검사보다는 한 수 아래다. 더군다나 이들은 경찰도 아니고 경찰 지망생일 뿐이다.
“일어나, 어서!”
“으응.”
결국 서세영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일어났다.
그녀도 이딴 학교,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너 일어났어? 연대책임이 무섭지도 않은가 봐?”
그 상황에서조차 꽤액 소리를 지르는 여학생.
눈치 빠른 몇몇이 그녀의 옆구리를 쿡 찔렀지만 이미 늦었다.
“연대책임? 대한민국에서 연대책임은 불법인 거 모르나?”
“그거야 사회나 그렇지, 여기는 학교입니다. 학교. 학교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셔야지요.”
변호사라는 말에 눈치 빠른 남학생 한 명이 바로 존댓말로 바꾸어 대거리해 왔다. 하지만 물러날 생각은 여전히 조금도 없는 듯했다.
“학교의 특수성이라……. 넌 어떻게 대학에 들어온 거냐?”
“뭐라고요?”
“사회가 크냐, 아니면 학교가 크냐?”
“그거야…….”
“사회라는 조직에 더 오래 속할 것 같아, 아니면 학교라는 조직에 더 오래 속할 것 같아?”
“당연히 사회에 오래 속하죠. 그래서 미리 교육하는 거 아닙니까?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죠.”
“사회가 무섭다라. 그런데 이런 거 사회에서 인정받는 행위야? 특히나 경찰 조직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무는 남자.
당연히 안 된다.
“더군다나 학교는 사회의 일부 아닌가? 학교가 군대처럼 유사시 전투를 위한 특수 집단이냐?”
“그건 아니지만 폭력 집단을 상대하려면…….”
“그건 경찰이 할 일이지 당신들이 할 일이 아닌데? 그리고 후배들이 언제부터 폭력 집단이 됐어?”
“…….”
변명해 보려고 하면 할수록 그들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변호사를 말발로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노형진은 입을 꾸욱 다물고 노려보는 그들을 무시하면서 서세영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무리 자신의 동생이 있다고 해도 양측 의견은 들어 봐야 하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잘못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유를 들었을 때, 노형진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염색 때문에.”
“엉? 뭔 염색?”
“동기가 염색했다고 이래.”
“염색?”
노형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염색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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