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0)
“맞습니다. 제가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뭐, 사실 화가 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요. 전 이번에 도리어 기분이 좋군요. 있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 경우는 드물거든요.”
“아니, 왜?”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건 피해자니까요.”
“피해자를 보호……. 아!”
남상주도 나름 유명한 변호사다. 그래서 언플이 어떤 건지 대충 감은 잡고 있었다. 하지만 노형진의 방식은 상상을 초월했다.
“기자들이 너무 달라붙는 것도 시끄럽습니다. 솔직히 기자라는 족속, 피해자의 감정이나 미래에 관심이나 있습니까?”
“그건 그렇지.”
언플을 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어떤 경우는 언론에게서 의뢰인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이 그런 경우다.
언론에서는 피해 여성에게 큰 상처가 될 만한 질문을 마구 던지고 있었고 전혀 상관없는 친척까지 집단 강간을 당했다면서 기사가 아니라 소설을 써서 내기까지 했다.
“이 이상 언론에 피해자가 노출 되면 상처가 커집니다. 하지만 반대로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면 저쪽에서 로비를 통해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겠지요.”
“그래서 그런 거군.”
“네.”
노형진이 발끈하면서 극단적인 방법을 썼으니 사건 자체는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기자들이 노리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노형진 자신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행이었으니 기사로서 쓸 만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언플은 언론을 이용하는 걸 말합니다. 언론이 적일 수도 있고 아군일 수도 있죠. 어느 쪽이든 적절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노 변호사, 자네는 정말…….”
남상주 변호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은 그저 언론에서 기자회견하는 것 정도만 생각하는 수준인데 노형진은 아예 언론인이라는 작자들의 생리를 알고 그걸 이용해 먹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검찰에 송치됩니다. 그때부터는 우리가 할 게 없죠.”
“하긴.”
그때부터는 진짜 피해자 측 변호인은 할 일이 없기는 하다.
“자, 그럼 가 봐야겠네요.”
노형진은 천천히 바깥으로 나갔다.
“이거, 피고로 서 보는 건 또 생소하네.”
사건은 초고속으로 진행되었다. 경찰에서 순식간에 검찰로 넘어갔고 노형진은 정식 재판을 신청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방청석에는 엄청난 수의 기자들이 몰려와 있었다.
“피고는 불법 건조물을 건설하고…….”
검사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노형진의 멱살을 잡았던 그였다.
더 이상 자신에게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안 그는 마지막까지 노형진을 잡고 늘어질 생각이었다. 그러나 노형진이 그런 발악에 당할 이유가 없었다.
“재판장님, 불법 건조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피고가 불법으로 물건을 만든 건 사실입니다.”
노형진은 거품을 물면서 소리를 지르는 검사를 한심한 듯 바라보았다.
“건조물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인간이 만든 거면 당연히 건조물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는 분노에 눈이 멀어서 최소한의 해석도 하지 않은 채로 고발한 것이 분명했다.
“건조물이란 지붕과 벽 그리고 기둥이라는 존재가 있어야 하며 사람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 탑에 지붕이나 벽이나 기둥이 존재합니까?”
“헉!”
그제야 검사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단순하게 머리를 굴리다가 보니 건조물이라는 생각만 했지, 그 단어 자체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확실히 그렇군요. 불법 건조물에 대한 혐의는 기각하겠습니다.”
“젠장!”
“검사! 여기는 신성한 재판장입니다.”
검사는 뭐든 붙여서 처벌해 주고 싶었지만 아예 단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 뭐라고 해 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명예훼손은 확실합니다. 피고는 탑을 건설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습니다.”
그 부분은 너무나 확실했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다고 검사는 확신했다. 하지만 노형진 역시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분명 명예훼손이 성립될 여지는 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에 알려질 만큼 대한민국의 치부를 드러낸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될수록 대한민국의 국격은 떨어집니다. 더군다나 여러 언론과 과학적 증거에서도 드러났듯이 강간범들의 재범률은 70% 이상입니다. 단순히 계산만 하더라도 이번 강간에 참여한 마흔 명 중 서른 명 이상이 강간의 재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각 가해자들은 전국으로 전학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하게 타 지역에서의 강간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 가해자들이 수차례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가해자들이 단순히 돈이 있고 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피한 채 전국으로 퍼진다면 그 이후에 벌어질 2차, 3차 집단 범죄에 대해서 국가가 어떤 변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크흠.”
“아!”
“그럴 수도 있네!”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
그건 다름 아닌 이슈다. 그리고 강간범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는 이슈는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었다.
“그건 억측입니다! 그들이 강간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곳에 가서 또다시 강간을 벌일 거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검사가 소리를 질렀지만 노형진은 차분하게 그런 그의 말을 반박했다.
“썩은 사과 이론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사과 상자 안에 썩은 사과 한 개만 있으면 감염이 빠른 속도로 주변에 퍼집니다. 하물며 주변과의 동화 속도가 빠른 학생들입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반항적인 시기라, 반항적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동기의 아래에 집단적으로 뭉치는 현상을 보입니다. 이번에 벌어진 집단 강간 역시 그러한 현상의 한 부분입니다. 만일 이런 아이들이 주변 또래로 번져 간다면 분명 핵심이 되어 세력화될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아동심리학자의 집단 형성에 대한 논문 세 편을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그 말에 검사는 말문이 턱 막혔다. 자신이 하는 말은 ‘그저 그럴 리가 없다.’라는 말뿐이 없는데 그 반대되는 증거는 넘쳐났다. 아동심리학부터 범죄심리학까지 말이다.
“그런 건 그저 연구일 뿐이지…… 실제와는…….”
애써 현실과는 다르다고 항변하는 그였지만 노형진은 그 말에 따지기보다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서 보여 주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보다시피 인터넷에서 많이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가 강간이 더 처벌이 강하냐, 아니면 성매매가 처벌이 더 강하냐라는 것입니다. 그 범죄가 나쁘다는 인식보다는 어느 쪽의 처벌이 더 강할지에 대해서만 궁금해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이번 범죄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이 약해진다면 다수의 미성년자에게 ‘미성년자는 무조건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곡해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과연 말도 안 될까?’
실제로 인터넷에서 어떤 범죄가 미성년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부에서 공언한 적이 있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1년 사이에 무려 그 범죄의 가해자가 열 배 이상 폭증했다.
아무리 사소한 범죄라고 하지만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성년자라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정부에서는 말로는 계도 기간을 가지고 캠페인을 벌인다고 했지만 실상을 까 보니 계도는커녕 급속도로 증가한 범죄량 때문에 도리어 처벌을 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 상태였다. 처벌하게 되면 청소년의 10% 이상이 전과자가 되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법 자체가 사문화되어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미성년자는 어른과 다릅니다. 지극히 감정적이고 반항적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훈육입니다. 하지만 그 훈육이라는 것이 무조건적 용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일벌백계의 마음으로 처벌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제가 강간범들의 신분을 공개한 것은 그러한 제 마음의 발로입니다. 만일 제 방법이 틀린 거라면 국가에서 내리는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걸 보면서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바뀐 것 같지 않아?”
“뭐가?”
“아니, 그렇잖아. 이건 검사가 고발하고 노형진이라는 변호사가 피고인데 말하는 걸 보면 꼭 검사가 강간 가해자들을 변호하고 노형진이 고소한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아?”
“그러네.”
그렇게 두런거리는 소리를 들은 검사는 그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당했다.’
자신도 모르게 노형진에게 끌려가는 사이, 어느 순간 자신은 가해자들을 두둔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지켜 주려고 하는 듯한 모습으로, 반대로 노형진은 그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제 알았냐, 멍청아?’
보통은 저쪽에서 공격하고 자신이 방어해야 한다. 하지만 노형진은 흐름을 교묘하게 바꿔서 자신이 공격하고 저쪽이 방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걸 본 판사는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검사조차도 이렇게 가해자에게 편을 들어 주면서 사건을 수습하려고 하는데…… 만일 이대로 간다면.’
판사이기에 실제 강간 재범률이 아주 높은 건 알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밀양 강간범이 다른 곳에 가서 강간을 저지른다면 법률계는 엄청나게 욕을 먹을 것이다.
‘그러니까…… 잠깐, 내가 왜 고민을 하지?’
자신은 밀양 사건의 담당 판사가 아니다 자신은 노형진의 명예훼손 관련 사건의 판사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노형진에게 심적으로 동조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의 판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명예훼손은 인정되나 그 목적이 공공의 안녕을 위한 행동이었으므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라. 캬, 역시 노 변호사! 아주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구만.”
위법성 조각이란 어떤 행동에 있어서 위법이기는 하지만 그것의 이유가 타당한 경우 그 위법성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노형진이 재판에서 이기자 언론도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위법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대대적으로 강간범들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몇몇은 그들이 전학가기로 한 학교까지 알아내서 공개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학교의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의 부모는 학교에 들이닥쳐서 농성을 하고 집회를 여는 등 전국적으로 문제가 커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언론은 하이에나이니까요.”
인터넷에서 자신이 공개했을지언정 그건 아는 사람만 알 수밖에 없다. 찾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형진이 재판에서 이김으로써 공공의 목적에 부합된다는 사실이 인정되었고 그 결과, 언론을 통해서 전국으로 나갔으니 강간범들의 신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게 될 것이다.
“아이는 어때요?”
“다행히 안정을 되찾고 있어.”
“다행이네요.”
모든 관심이 노형진에게 쏠리면서 피해자는 안정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상하군.’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텔레비전을 봤다. 이때쯤이면 피해자 아버지가 나타났어야 한다. 원래 피해자 아버지는 아이를 버리고 도망을 갔다가 나중에 나타나서 합의금이랍시고 받아서 도망쳐 버렸다.
그 결과, 합의금마저 날려 버린 아이는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왜 안 나타난 거지?’
지금쯤이면 나타나서 돈을 내놓으라고 해야 한다. 노형진이 그를 위해서 미리 준비한 것도 있는데 그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제 얼마 후면 송치군.”
“그러네요.”
검찰에 송치되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일단 기본적으로 다 한 것이다. 송치 이후에는 변호사로서 조사에 동석할 수 있겠지만 더 이상 사건에 끼어들 수는 없다.
“아마 이번 사건 이후에 많이 바뀔 겁니다. 이런 피해자들이 많이 올 거예요.”
“그렇겠지.”
특히나 이런 범죄로 피해를 입으면서도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했던 수많은 아이들이나 여자들이 올 가능성이 높다.
“준비해야겠군.”
“네. 그 전에.”
노형진은 방송을 틀었다. 그리고 어떤 뉴스 프로에서 가해자의 부모를 인터뷰하는 것이 보였다.
“각오해! 내가 이대로 물러날 줄 알아? 일이 조용해지면 죽여 버릴 거야!”
마구 협박하는 그녀.
‘쯧쯧…… 바뀌지 않는 것도 있군.’
전생에서도 이 시간의 이 방송에 나와서 대놓고 저렇게 협박했다.
그때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슬슬 협박하거나 모욕한 놈들도 정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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