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03)
수갑만을 비롯해서 이들은 대부분 경찰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러니 어지간한 사건은 경찰이 알아서 도와준다. 그래서 그동안 사건을 은폐할 수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 상황이 안 좋았다.
“우리를 도와주던 경찰이 다 잡혀갔어요.”
당연히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자신들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 데다가 검찰 측에서는 경찰이 사건을 은폐한다고 주장하면서 수사를 따로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녹음인지라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이번 수사를 경찰이 아니라 검사가 한다고요?”
“네.”
“큭.”
그렇다면 목적은 뻔하다. 자신들을 확실하게 엮어 버리겠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기소권 독점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
“미치겠네, 미치겠어.”
수갑만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의실을 왔다 갔다 했다.
벌써 기자들이 달려왔고, 학교에서는 조사 중이라는 말로 시간을 끄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는 큰일 나요.”
“일단은 가서 청탁을 넣어 봅시다.”
“하지만…….”
“그거 말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녹음 내용이 확실한데.”
“우겨야지요.”
“우겨?”
“우리가 교육하라고 한 건 그냥 충고일 뿐이지, 구타나 가혹 행위를 하라고 한 게 아니라고요. 녹음 내역에서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격해졌다고.”
“그게 통할까요?”
언론이나 검찰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속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군요. 수 교수가 알아서 좀 해 줘요.”
“알겠습니다.”
수갑만은 똥줄이 바짝바짝 탔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는 걸 알고 있는 노형진은 다음 함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 * *
“머리 좋은데?”
“증거 세탁이라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니까.”
확실히 녹음한 것은 불법이다. 그리고 그걸 자신들이 증거로 쓰거나 자신들이 검사들에게 줘서 쓰게 한다면 그건 불법 증거다.
“그러나 인터넷에 마구 돌아다니는 건 불법이 아니지.”
노형진은 간단하게 모든 일을 해결했다.
바로 인터넷에 녹음 파일을 무작위로 뿌려 버린 것.
그건 인터넷에서 무차별적으로 나돌기 시작했고, 개나 소나 가지고 있게 되었다.
당연히 검찰에 그 소식이 들어갔고, 검찰은 그냥 간단하게 인터넷에서 그걸 다운로드받았다.
결국 검찰은 아주 ‘합법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얻은 것이다.
“일단 검찰 측에서는 그걸 기준으로 폭행 교사로 고발할 거야.”
“그런데?”
“문제는 확실한 증거야.”
녹음된 내용은 교육을 시키라는 것이었지, 폭행하라는 구체적 행동 지침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이 방어하기 위해서 나올 방법은 뻔하다.
“아마도 그들은 그저 예절 교육이나 조언을 좀 해 주라고 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말하겠지.”
“흠…….”
손채림은 머리를 긁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가장 확실한 방어법이고, 또 그렇게 된다면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에야 그들이 이기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가 끼어들 수 있는 거야?”
“기본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이건 형사야. 검사와 그들의 싸움이지, 나와 그들의 싸움이 아니잖아.”
“이거 참 문제네.”
형사에는 노형진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
아니, 그게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형사사건에서 거짓말만 잘한다면 처벌받지 않고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자, 그러나!”
“진짜 싫다.”
“뭐가?”
“넌 꼭 재미있는 건 꼭꼭 감춰 두더라? 그리고 나중에 꺼내 들어.”
노형진을 살짝 흘겨보는 손채림.
노형진은 그냥 허허 웃고 말았다.
“그래야 긴장감 좀 있지 않겠어?”
“그래그래, 지금 진짜 긴장했으니까 최종 카드 좀 꺼내 봐.”
“우리에게는 학생들이 있다, 이 말씀.”
“1학년들? 그들이 증언해 줄까? 설사 해 준다고 해도 대놓고 너희들은 좀 맞아야겠다고 하지 않은 이상에야…….”
그러나 교수들이 그렇게 대놓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리 갈굼이란 말 그대로 아랫사람을 시켜서 범죄를 저지르게 하고 그 책임을 그에게 뒤집어씌우는 행위니까.
“물론 1학년은 말해 봐야 의미가 없지. 피해자니까. 그들이 말을 안 해 줘도 모르고.”
“그런데?”
“하지만 우리에게는 2학년 이상의 선배 학번들이 있다는 말씀.”
“응? 고발한 놈들? 그놈들이 뭐가 아쉬워서 우리를 도와줘?”
“아니, 고발하지 않은 놈들.”
“응?”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선배 학번 모두를 고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주도적으로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만 고발했다.
그리고 모른 척하거나 경미한 녀석들은 대부분 고발하지 않았다.
“그 녀석들이 우리를 왜 도와주겠어?”
“그들은 경찰이 되어야 하니까. 경찰이 되고 싶어 하니까.”
“무슨 뜻이야?”
“간단하게 생각해 봐. 그들은 구타와 가혹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렇지?”
“그렇지.”
“일부는 거기에 참여했고, 일부는 알면서도 모른 척했어. 그렇지?”
“그렇지.”
“그러면 뭐가 되지?”
“어…… 아! 방조범!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분명히 가혹 행위를 할 때도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분위기를 잡으면서 바라보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빼도 박도 못하고 폭행 방조다.
게다가 이미 그날 촬영한 동영상에 다 들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1학년들의 증언만으로도 그들은 폭행 방조가 된다.
“그래. 그들은 폭행 방조지. 딱 한 경우만 빼면.”
“알겠는데.”
손채림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기 스스로 피해자인 경우에는 그렇지.”
“맞아. 상대방의 협박이나 기타 위협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하면 처벌이 감경되지. 벌금 정도로 떨어질걸.”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만일 방조가 맞는다면 경찰이 되는 것은 물 건너간다. 하지만 피해자라서 벌금이나 집유 정도만 된다면 경찰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협상도 가능하지.”
“협상?”
“그래, 1학년들이 고발하지 않는 조건 말이야.”
“그러네.”
아무리 억울한 1학년이라고 해도 선배들을 모조리 쳐 낼 수는 없다. 그러니 문제가 되는 자들만 쳐 내고 적당히 손을 내밀어야 한다.
“1학년들이 과연 할까?”
“해야지.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갔는데 그 교수들이 남아 있다면 불이익을 피할 수 없어.”
결국 1학년들이 불이익을 입지 않으려면 교수들을 모조리 쳐 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제 화해의 장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완전 병 주고 약 주고네.”
“원래 변호사란 게 그런 거잖아?”
노형진은 키득거리면서 말했다.
* * *
“음…….”
화해의 자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사실상 갑은 1학년들이다.
2학년 이상의 선배들은 자신들의 범죄행위 때문에 찍소리도 못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까.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고발해 주신다면 저희는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덮고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교수를 고발한다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
“물론 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이 주동자가 됩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요?”
“주동자라니요! 우리는 구경만 했다고요!”
“폭행의 현장에서 직접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구경하면서 저항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거나 감시하는 것도 폭행입니다. 경찰이 되겠다는 분들이 그런 것도 모르시면 안 되죠.”
사색이 되는 선배들.
“설사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폭행 방조입니다. 학교에 소문이 아주 파다하게 났더군요. 그걸 모르시지는 않았을 테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폭행과 가혹 행위가 이루어지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셨다는 건데…….”
“그런 식으로 보면 우리 학교 전부 고발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신 말대로라면 그렇잖아요!”
온 학교에 경찰학과의 폭행 사실이 알려져 있다면 그들 역시 신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
“법을 공부하려면 제대로 해야지요.”
“뭐라고요?”
“방조범의 범위는 무한대가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조범이 될 텐데요? 어디서 어떻게든 범죄는 벌어지고 있을 테니까.”
“그게 무슨……?”
“그들은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모르지요. 그리고 가해자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요. 그러니 특정해야 하는 신고의 특성상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우연히 발견한 학생들의 신고 기록도 있으니 방조범이 되는 건 무리지요.”
“우리는 안 그런가요!”
“가해자들이 누군지 알고 있고, 누구한테 사주받았는지 알고 있으며, 집합 시간과 집합 장소를 알고 전파한 당신들하고는 상황이 좀 다르죠.”
“…….”
“더군다나 당신들은 학교의 선배로서 신고의 의무까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범죄를 신고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자들이고 경찰을 지망하는 지망생들로서 정의감을 가지고 신고하는 것을 우선했어야 합니다. 아닌가요?”
“그건…….”
“그런데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신고도 안 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직접 폭력에 가담했으니 판사들이 참 좋아할 거예요.”
“우리한테 왜 그래요!”
노형진이 몰아붙이자 여학생 한 명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1학년 대표로 나온 서세영은 차갑게 말했다.
“눈물로 감추려고 한다고 감춰지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우리가 맞으면서 울 때 웃던 게 누구더라?”
아무래도 보아하니 저 여자에 대해서 아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선택하세요. 우리와 함께 고발해서 고발을 피하든가, 아니면 끝까지 버텨서 고발당하든가.”
물론 이런 방조범 같은 것은 경찰이 알아서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찰의 특성상 알아서 주변을 털어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고발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고발이 들어가면 수사해야 하며, 수사하면 처벌은 피할 수 없다.
“우리가 고발하면 교수님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글쎄요. 감방에서 편지라도 보낼까요?”
“뭐요?”
“맞은 게 현 1학년만은 아닐 텐데요?”
지금 2학년도, 그리고 3학년도 누군가에게 맞으면서 전통이라고 배웠다.
“그 뒤에 교수가 있을 텐데. 아시잖아요?”
“…….”
맞는 말이다.
자신들이 1학년에게 했던 짓을 자신들 역시 1학년 때 그대로 당했다.
“못해도 3년간 수백 명에게 폭행 교사를 했는데 실형이 안 나올 리가 없죠.”
설사 안 나온다고 해도 학교에서 교수 노릇은 못 한다.
“당신들이 신고하지 않으면 당신들 인생이 끝나는 거고, 신고하면 교수들 인생이 끝나는 거고.”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하나밖에 없었다.
* * *
“의외로 협조적이네.”
“응?”
“우리한테 원한이 있잖아. 그래서 협조 안 할 거라 생각했거든.”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선배라는 작자들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다.
사실 협상이라고 해 봐야 어떻게 고발하느냐와 관련된 일이지만.
“그들도 당한 사람들이니까.”
“응?”
“생각해 봐. 1학년이 그들의 교사로 인해서 그렇게 폭행이랑 가혹 행위를 당했는데 다른 학년들은 아니겠어?”
“당연히 그렇겠지.”
“그걸 알아차리니까.”
자신이 고생했던 이유에 대해서 드디어 정확하게 인식한 것이다.
아니, 인식했다기보다는 보복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 전에는 교수라는 직함 그리고 사회적으로 자신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점 때문에 찍소리도 못 했지. 하지만 저쪽은 이제 몰락하는 배야. 그때는 가능하면 빨리 빠져나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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