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16)
“하지만 돌아온 후에 신고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피해자 입장에서는 쉬운 게 아니지요.”
자녀가 돌아왔다고 해도 자신들이 어디에 사는지 뻔히 하는 게 범인이다.
이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떨쳐 낼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범인들의 특성을 봤을 때 신고하면 보복한다는 협박을 할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 협박에 굴해서 신고하는 대신에 돈을 준 피해자들이 그 협박을 듣고 경찰에 신고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설마요.”
“설마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이 실제로 존재한다.
당연히 정부에서는 그들을 박멸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 봤지만 쉽게 박멸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처음인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범죄가 없다는 건 아니니 무조건 방심할 수는 없는 노릇.
“전문 범죄 팀이라…….”
강만중은 절로 눈이 찡그러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정확한 대응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괴에 대한 커리큘럼은 있다. 그리고 유괴범들이 전혀 관련 없는 작자들인 경우에 대한 수사 방법도 존재한다.
그러나 팀으로 움직이는 집단에 대한 수사 방식은 없다. 아직까지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
‘어쩐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은 CCTV를 조사하는 것이다.
유괴를 모의하는 순간부터 범인은 대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CCTV에 촬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팀이라고 하면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움직였을 테고, 그렇다면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 이런 것에 대한 방법을 좀 아십니까?”
강만중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조금은요.”
“그럼 도움을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팀은 이렇게 팀으로 움직이는 유괴범은 처음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는 놈들은 많이 봤습니다만.”
“아마도 한국에서는 처음이지 싶군요.”
“그런데 그건 어떻게?”
“미국의 사례를 조사했지요.”
“아!”
사례만 조사한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미국 조사관들의 조사 방식을 조금이나마 보기도 했다.
“일단은 피해자가 중요합니다.”
“피해자요?”
“네. 금액부터가 애매하니까요.”
“네?”
“7천만 원이라는 금액은 큰돈입니다. 하지만 팀이 나누면 아주 큰돈은 아니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개인과 팀의 범죄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둘 다 목적은 돈 아닙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그 돈을 얻은 후에 쓰는 방식이 다르지요.”
개인 범죄자의 경우 그 돈이 필요한 이유가 유흥 같은 것 때문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단순히 유흥을 즐기기 위해서 유괴 협박을 해서 돈을 뜯어내기에는 그 처벌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개인적 유괴 협박은 자신이 필요한 돈, 그러니까 변제해야 하는 빚인 경우가 많습니다.”
강만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제로 그가 지금까지 해결한 대부분의 사건에서 범인들의 범죄 목적은 빚을 갚는 것이었다.
“하지만 범죄 조직은 아닙니다. 빚을 갚으려고 들어온 놈도 있겠지만, 그 돈으로 유흥하려고 하는 놈들도 있지요.”
“그런데요?”
“문제는 7천이라는 돈입니다.”
“음?”
“생각해 보세요. 피해자들은 고영만 씨 가족뿐만이 아닐 겁니다. 신고된 것도 없지요. 그렇다면 다른 피해자들은 돈을 주고 아이를 되찾았다는 뜻입니다. 그들에게 그런 돈이 있는지 범인들이 어떻게 알까요?”
“그 말은? 범인이 고영만 씨 집안의 재산 사정을 알고 있다?”
“네.”
이런 유괴는 그냥 지나가다가 ‘아, 돈이 있어 보인다. 유괴해야지.’ 하고 벌이는 게 아니다.
그런 건 개인적 범죄에나 해당되지, 이런 조직적 유괴는 상대방도 신중하게 결정한다.
“집단이다 보니 돈을 나누면 그 수익은 적어집니다. 그런데 7천이라는 돈을 요구했죠. 만일 단순히 돈이 목적이라면 부자를 유괴해서 3억이나 4억쯤 요구하는 게 간단한데도 말이지요.”
“재산 상태를 알고 있다라…….”
강만중은 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내를 진정시키고 있는 고영만에게 접근했다.
“혹시 재산이 얼마나 되십니까?”
“네?”
“재산 말입니다.”
“그거야, 정확하게는 몰라서…….”
노형진은 그런 강만중을 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그의 질문이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질문이 틀렸습니다. 이 경우는 가진 재산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동원할 수 있는 현금입니다.”
“네?”
“상대방은 닷새라는 시간을 줬습니다. 재산이 200억이 있으면 뭐합니까? 문제는 정해진 시간 안에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지.”
“아!”
고영만은 자신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이 가진 돈이 대략 2천만 원. 퇴직금 사전 정산은 시간이 걸려서 안 된다. 그렇다면 대출한다고 한다면…….
“최대 1억이군요. 아버지가 사 주신 아파트를 담보대출까지 한다고 하면요.”
“음.”
7천보다는 많은 돈이다.
“틀린 것 같은데요?”
“틀린 게 아닙니다. 저쪽이 요구하는 것은 최대가 아니라 치고 빠질 수 있는,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러면?”
“담보대출은 승인이 오래 걸립니다. 다른 걸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사채인데 기껏해야 5천 정도…….”
말을 하던 고영만은 움찔했다.
자신이 가진 2천과 사채 5천. 합하면 딱 7천이다.
“헐!”
강만중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진짜로 딱 맞아떨어질 줄이야.
“그러면 피해자의 재산 내역을 알아야 한다는 건데.”
“네, 아마도 범인 중 한 명은 은행원일 겁니다.”
“은행원?”
“네.”
은행원은 기록을 볼 수 있고 재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그중에서 범인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부자를 고르는 게 훨씬 나은 선택 아닌가요?”
“바보는 아닐 테니까요. 부자는 건드려 봤자 좋은 꼴 못 봅니다.”
“네?”
“한 번에 몇억씩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을 건드리면, 그가 그냥 물러날까요?”
“그렇군요.”
일단은 돈을 주고 아이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 경찰을 불러서 조사를 시키든 아니면 조폭을 동원해서 죽여 버릴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으니까.
경찰에 신고한 후에 해외에 나가서 조용히 관광하다 오면 경찰이 알아서 찾아서 처리한 후일 테니까.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러지 못하지요.”
그들은 범인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다시는 그들을 만나지 않기만을 기도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그들을 피해서 도망갈 수도 없으니까.
“헐.”
“그런 겁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몇몇 초짜 조직이 부자들을 건드리는 경우도 있었다. 자칭 갱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개판이었다.
대부분 경찰과의 교전 중에 사살되거나 다른 갱단에 의해서 살해되는 것으로 그 끝을 보곤 했다.
“리더는 아마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미국에서요?”
“한국은 이런 식의 범죄가 없었습니다. 이건 미국에서 많이 벌어지는 범죄 중 하나지요. 만일 자생적으로 발생했다면 수익을 나눠야 하니 부자부터 노렸을 겁니다.”
“아! 하지만 그런 내용이 없군요.”
“네.”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들이 어디선가 경험을 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배웠을까?
노형진은 미국이라고 생각했다.
“은행원 한 명에 미국에서 온 리더라.”
확실히 추적 범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너무나 많다.
은행원이 한두 명도 아니고, 미국에서 온 사람도 한두 명이 아니다.
“일단은 은행부터 정확하게 특정해야겠군요.”
강만중은 고영만을 바라보았다.
사용하는 은행이 어딘지 말해 달라는 뜻이었다.
“어, 세계은행이랑 두리은행 그리고 태평양은행인데요.”
무려 세 곳이나 쓴다는 말에 절로 눈을 찌푸리는 강만중.
“그렇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네?”
“다른 피해자들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다른 피해자들이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데요?”
“그건 그들이 유괴 신고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요.”
“그럼?”
“하지만 실종 신고는 하지 않았을까요? 유괴 대상은 어린아이들입니다. 성인이 아니에요. 애가 사라졌는데 언젠가 알아서 오겠지 생각하면서 두 손 놓고 기다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하!”
“그 안에서 우리는 조건이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됩니다.”
실종 신고 후 닷새가 지난 후에 실종 신고를 취하한 사람.
그 사람이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 정도는 찾으실 수 있죠?”
“어렵지 않을 겁니다.”
강만중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렇게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되었다.
* * *
한국에는 상당수의 실종자가 있다. 그중 일부는 찾기도 하고 일부는 찾지 못하기도 한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실종자를 찾아낸, 그리고 특정 조건을 만족시킨 사람을 찾는 것이다.
“초등학생 이하 미성년자. 실종 시간은 닷새 정도. 그 후 실종 신고 취하.”
많다면 많은 조건이지만 적다면 적은 조건이다.
왜냐하면, 초등학생의 경우 닷새 이상이 지나면 찾을 확률이 극단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이다.
단순 가출은 길어 봐야 사흘이다. 중학생쯤 되면 장기 가출도 하지만 초등학생, 그것도 저학년이 닷새씩 가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열여덟 명입니다.”
강만중은 목록을 찾아서 가지고 왔다.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서울과 경기라.”
“특이할 정도로 서울과 경기 쪽으로 몰려 있군요. 왜 그럴까요?”
“돈이 문제죠.”
“돈?”
“네, 아무래도 지방은 가난하니까요.”
지방에서 아무리 잘산다고 해도 서울만 하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지방은 현금화된 자산을 동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역을 보세요. 서울에서도 부촌으로 취급되는 동네와 경기도권의 신도시들입니다. 돈이 많다고 여겨지는 곳이지요.”
부촌이 아니라 부촌으로 취급되는 동네다.
부촌은 부자들만 있으니 접근도 쉽지 않고 추적이 쉽게 될 게 뻔하니 그런 것이리라.
마찬가지로 경기도권의 신도시들은 아파트촌으로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낙 유동 인구가 많으니 추적은 쉽지 않다.
“전화로 연락해 봤습니까?”
“네.”
“예상대로던가요?”
“네, 말씀하신 대로 황급하게 끊더군요.”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드러난 것만 열여덟 건이군요.”
“네.”
만일 아무런 일도 없고 단순 가출이었다면 그들이 전화를 끊을 이유가 없다.
그들이 경찰의 전화에 다급하게 끊는다는 것은, 두려운 것이 있다는 뜻이다.
“저희 쪽에서는 추적해 볼 생각입니다.”
“저희도 일부 가지고 가도록 하지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지요. 경찰이라고 하면 일단 거리감을 두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요.”
강만중은 명단을 노형진에게 건넸고, 노형진은 그 명단을 보면서 씁쓸해진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 * *
“우리는 모른다니까요! 아, 왜 자꾸 물어요. 모른다니까!”
노형진이 찾아간 사람들은 모른 척하면서 바깥으로 일행을 밀어내려고만 했다.
노형진은 2층짜리 건물을 힐끗 보았다.
‘사방에 카메라군.’
물론 카메라를 두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카메라가 많고, 벽에는 적외선 감지기까지 달려 있다. 그리고 입구 역시 주변에서 보는 흔한 게 아니라 상당한 두께의 강철 문이다.
‘창문도 그렇고.’
창문에는 보안 창이 달려 있었는데, 모두 새로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번쩍번쩍 광이 나고 있었다.
뭔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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