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23)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야, 뭐. 특히나 건설 쪽은 더더욱 그래.”
“하긴.”
노형진은 대룡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룡도 한때는 용역을 썼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게 좋은 방식이 아니라며 설득했고, 지금은 용역 대신에 다른 방식으로 나가게 한다.
결과적으로 용역이나 지금 방식이나 들어가는 돈은 비슷하다. 다만 편하게 하느냐, 아니면 좀 불편하냐의 차이일 뿐.
“건설이라…….”
폭력 조직인 그들로서는 건설업에 진출하는 것이 최적이었을 것이다. 원주민들을 폭행해서 쫓아내고 그곳에 재건축을 하는 건 쉬운 일이니까.
그리고 시기적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흘러갈 때이니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었을 것이다.
“흠…….”
“그 당시에 유명한 사건이 있지.”
“유명한 사건이라면?”
“월당동 화재 사건.”
“월당동?”
“자네는 모르겠군.”
지방에 있던 월당이라는 곳은 대표적인 빈민가 중 하나였다.
소위 말하는 쪽방촌이고,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즉, 달동네.
그나마 서울 쪽 달동네는 서울이라고 상대적으로 비싸다.
하지만 지방에 속한 월당동은 그게 아니었다. 서울, 경기 쪽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이었다.
“그곳에서 화재가 난 적이 있지.”
“그래요?”
“그래. 자네도 달동네가 왜 돈이 되는지 알지?”
“알죠.”
과거에는 달동네라고 하면 가난의 상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올라가기 힘든 산 위에 있어서 진짜 가난한 사람만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 가구당 차량 한 대를 넘어서 차량을 두 대씩 가지고 있는 시대인 데다가, 과거보다 엔진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산에 올라가지 못하던 대형 버스들이 거기까지 다닐 수 있게 되자 높은 게 문제가 되지 않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가 산이라는 특성상 풍광이 탁 트인 풍경 좋은 위치이고 주변이 숲이라 공기도 맑아서 사람들이 선호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다가 공사하는 건설사의 입장에서도 그쪽 동네는 어마어마하게 땅값이 싸서 좋아하거든.’
그래서 지금은 대부분의 달동네가 사라지고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곳이 그런 곳이었지. 그곳을 재개발하게 된 게 바로 팔각수였어.”
“그렇군요.”
“그래서 협상하게 되었는데 뭐, 알다시피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나가라 한다고 해도 어디로 가겠는가?”
달동네를 재개발하게 되면 100% 저항에 부딪힌다고 보면 된다.
건물주들이야 좋다고 하겠지만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달리 갈 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이 재개발되게 되었으니 난리가 났지.”
결국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저지하려고 했다. 어차피 나가 죽어야 한다면 이곳에서 죽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화재가 났지.”
월당동은 산에 있는 달동네였고 소방차가 접근하기도 힘든 구조였다. 거기에다가 새벽에 불이 나면서 사람들이 대피할 틈도 없었다.
결국 그 화재로 무려 아흔 명의 사망자와 백스무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재민만 사백 명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가 났다.
“공교롭군요.”
“그래.”
화재로 인해서 온 동네가 타 버렸으니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고,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데다가 제대로 소화기 하나 가진 집이 없었으니, 쯧쯧.”
“그래도 피해가 너무 큰데요?”
“그래서 말을 꺼낸 거야.”
“네?”
“불이 너무 빠르게 퍼졌거든.”
아무리 달동네라고 하지만 불이 퍼지는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무서울 지경이었다.
“설마 팔각수가 그 뒤에 있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그랬지. 그 당시 팔각수가, 아니 그때는 아태파였지. 아무튼 아태파가 양지로 나오느냐 마느냐가 걸려 있는 큰 공사였으니까.”
확실히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 정도로 일이 커진 거라면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요?”
“혐의 없음으로 나왔다. 그 당시는 겨울이었으니 난방 기구가 사방에 가득했거든. 조사 결과는 쓰러진 난방 기구에서 나온 석유가 비탈길을 타고 내려가면서 불이 번진 걸로 나왔어.”
“그래요?”
“그래.”
“그런데 제가 왜 몰랐지요?”
“무려 20년 전 사건일세. 알 리 없지. 그리고 그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지 않았나?”
노형진은 순간 움찔했다.
20년 전. 의뢰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점이다.
‘그러고 보니…….’
의뢰인의 아버지가 어디서 근무했는지 자신은 모른다.
“언론에도 안 나갔나요?”
“단신으로 잠깐 나가긴 했지.”
오로지 경제성장만을 외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서민들의 희생에는 무감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그들의 죽음을 알려 줄 언론은 없었다.
“음…….”
“왜 그러나?”
“아니, 사실은…….”
노형진은 자신이 담당한 사건을 이야기해 줬다.
그 말을 들을수록 김성식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만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장만수라는 그 사람이 증거를 찾았을 수도 있네.”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만일 그 화재가 우연이 아니라 팔각수, 아니 아태파가 저지른 일이라면, 그들은 치명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마도 팔각수는 망했겠지.”
“음…….”
그렇다면 죽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부에 결탁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고?”
“네.”
“그렇다면 그것도 맞네. 자네, 양성화의 첫 번째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나?”
“뇌물이겠지요.”
노형진이 말하자 김성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바로 뇌물을 줘서 해당 지역의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거야.”
물론 폭력 조직일 때도 뇌물은 들어간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그냥 눈을 감아 달라는 뜻이라면 양성화할 때의 뇌물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와 달라는 뜻이다.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황이 상황인지라…….”
김성식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장혁우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장만수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경찰 내부에서 그 살해범을 보호했을 테고.
“잠시만.”
김성식은 뭔가 생각난 듯 인터넷으로 뭔가를 확인했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런 일을 할 때 뇌물의 수준이 어디까지 갈 것 같나?”
“네? 글쎄요. 상당히 높이 가겠지요.”
“그렇지. 보통은 서장급까지는 간다네. 최하가 말이지.”
“최하가요?”
“그래.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면 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니까. 그 당시 해당 지역의 경찰서장이 누구였을 것 같나?”
“그건 잘…….”
“기록에 따르면 그 당시 경찰서장은 김세악이라는 사람이야.”
노형진은 왜 김성식이 한숨을 쉬었는지 알아차렸다. 자신도 아는 사람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상 알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아니, 법률계에 있으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 사람, 현 충북경찰청장 아닙니까?”
“그래, 동일 인물이지.”
“최악이군요.”
그 당시 사건을 은폐했을 거라 의심되는 사람이 현직 충북 지역 경찰의 총수란다. 당연히 경찰이 수사할 리 없다.
“끄응…….”
김성식은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이건 건드리기가 위험해. 무슨 뜻인지 알지?”
“네.”
노형진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일 이 사건이 자신들의 예상대로라면 한두 사람만 다치지 않을 것이다.
그 당시 경찰서장이 현 충북경찰청장이라는 건, 그 당시에 그 서장의 위에 있던 작자들 역시 승진했을 거라는 뜻이니 그들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지는 너무나 뻔했다.
“그렇다고 손을 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아흔 명이 죽은 사건이다.
그 이후에 후유증으로 죽은 사람도 있으니 아마 피해자만 생각한다면 못해도 백 명은 넘을 것이다.
거기에다 엄청난 수의 이재민까지.
“장만수가 왜 살해당했는지 알 것 같군.”
김성식은 나지막하게 말했지만 그 말뜻은 간단했다.
너도 죽을지 모른다는 말.
“그렇다면 더욱더 수사해야지요.”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겠나가 아니라 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군요.”
화면에서 웃고 있는 김세악을 보면서 노형진은 짧게 말했다.
그러자 김성식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내가 도와주지.”
“네?”
“이 싸움이 쉽지는 않을 걸세. 내가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파워 밸런스가 맞을는지…….”
“으음…….”
중수부장 출신인 그가 나서면 어지간해서는 거의 모든 일이 해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조차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은…….
“총력전으로 나가야겠군요.”
“그래.”
어쩌면 새론의 미래가 걸린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형진은 절로 몸이 떨렸다.
* * *
“최종 사망자 백일곱 명. 재산 피해는 그 당시 기준으로 약 47억. 부상자의 치료비는 뺀 숫자야. 사망자 중에서 어른이 여든 명, 애들이 스물한 명 그리고 영아가 여섯 명이야. 신생아가 두 명 포함되어 있고.”
손채림은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노형진의 말에 월당동 화재 사건에 대해 최대한 많이 조사해 왔다. 역시 노형진의 예상대로 추가 사망자가 있었다.
“그리고…….”
“또 있어?”
“그 사건 이후에 전 재산을 잃어버리고 자살한 사람이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마흔한 명이야.”
“…….”
말 그대로 숟가락 하나 남지 않은 사람들은 어디로도 갈 수가 없었다.
서울에서 그런 거라면 그 돈으로 지방의 달동네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지방의 달동네는 더 이상 내려갈 지역조차 없었다.
“특히 자녀를 잃어버린 부부들이 많이 자살했어.”
“싯팔.”
조용히 듣고 있던 무태식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흘러나왔다.
자신 역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이 불에 타 죽었는데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더 시커멓게 타겠는가?
“자세한 기록이 있어?”
“아니. 사건 규모에 비해서 이상할 정도로 자료가 없어, 마치 사건 자체를 보지 않으려는 것처럼.”
“자료가 없다고?”
“그래.”
그녀는 서류철을 꺼내서 노형진에게 건넸다.
몇 장의 사진과 보고서 그리고 의견서였다.
“이게 다야.”
“뭐?”
“이게 다라고.”
“고작?”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으며 수천의 이재민이 발생한 사건이다. 당연히 소방 점검 기록이나 하다못해 조사 기록이라도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고작 서류철 하나에 다 들어간다니?
“나머지는?”
“못 찾더라고.”
“흠…….”
못 찾는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모든 기록을 다 남기는 것이 정부다. 물론 20년 전이면 상당히 오래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로 기록이 없지는 않다.
“없는 거야, 없어진 거야?”
“없어진 것 같아.”
“흠…….”
전자든 후자든 문제다.
전자라면 그 당시에 제대로 조사를 안 한 거고, 후자라면 누군가 기록을 몰래 말소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당시에 기록이 이 정도밖에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
“그렇지?”
그 당시에 현장을 촬영한 사진만 해도 이 정도는 훌쩍 넘을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났는데 사진도 안 찍었을 리는 없으니까.
“누군가가 없앤 거군.”
“음…….”
그리고 이 서류는 그 와중에 어찌어찌 살아남은 것일 테고.
“서류상에 별 내용은 없어?”
“없어.”
손채림은 머리를 흔들었다.
남아 있는 것은 화재 현장을 찍은 사진 몇 장과 분석을 한 보고서뿐이었다.
“참혹하군.”
온 동네가 불에 타 버려서 남은 것조차 없는 현장.
극히 초반에 찍었는지, 구급대원이 시신을 옮기는 장면도 배경으로 몇 장 들어 있었다.
“휘발성 물질이 흘러가면서 불을 옮겼다라…….”
노형진은 보고서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내가 말한 대로지?”
인터넷에서 찾아낸 과거의 사건 기록과 그다지 다를 바 없다.
하긴 그 당시 언론은 그냥 발표하는 것을 옮겨 적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더욱 심했다.
“이 당시에 CCTV 같은 게 있었을 리는 없고.”
“있어도 기록이 남아 있을 리 없지.”
“그렇겠지. 누군가 기록을 없애려고 했다면 가장 먼저 없앴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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