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3)
생각지도 못한 말에 깜짝 놀라는 유민택이었다. 조폭 기업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사실 차갑고 잔인한 법이다.
“조폭과의 전쟁이 실행되면서 음지에만 있던 깡패들이 양지로 나와야 했는데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은 몇 개 안 되죠. 아무래도 배운 게 없으니까. 결국 그들이 선택한 가장 많은 게 경호 회사와 엔터테인먼트죠.”
“몰랐네.”
“대부분은 모르죠.”
어쩔 수가 없다. 조폭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경호원같이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었고 또 젊은 여자들을 다루는 일이었으니까.
“어찌 되었건 제대로 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죠. 심지어 사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곳도 많구요.”
“사기?”
“네.”
연예 기획사를 하나 만들어 놓고 연습비니 뭐니 하면서 돈을 받는 건 사실 애교에 속한다.
연습생으로 들어온 여학생에게 마약을 먹여서 성매매를 시킨다거나 인신매매하는 놈들도 있고 심지어 말로는 기획사라 해 놓고 실상은 자기 성 노예로 삼는 놈들도 있으니까.
“현재 정부에서는 그런 것에 대한 인증이 없어요.”
“그럼 조합을 만들어서 일종의 사설 인증을 하자?”
“네, 그렇게 되면 대룡의 이름은 연예계에 막대한 위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건 미래에까지 결국 생기지 않은 것이다. 물론 협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협회에서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수많은 기업들에 대해서 터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예계의 70%는 사기꾼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었다.
“사설 인증이라서 정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실질적으로 조합에서 사설 인증을 하게 되면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인증받지 못한 사기꾼 회사가 아닌 인증받은 곳으로 몰리겠죠.”
“확실히…….”
유민택이 나이가 많다고 하지만 뉴스에서 사기꾼들에게 당한 젊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많다는 뉴스는 많이 봤다. 문제는 그들이 확실하게 이 기업이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정보는 통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도 그랬지.’
만일 인증 기관이 단 하나라도 있었다면 자신이 해결했던 연예 기획사들의 비리는 굉장히 적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모든 걸 다 지배하는 건 아니지만 대룡이라는 이름하에 모였으니 어느 정도 통제는 되겠죠.”
“그렇게 되면…… 성화에게도 골치 아프겠군.”
“그렇지요.”
성화에서는 씨네월드를 기반으로 삼아서 이쪽에 진출할 의사가 확실하게 있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먼저 선점한다면 저쪽에서는 상당히 곤란할 것이다. 원래 뭐든 하드웨어보다 힘든 게 소프트웨어다. 특히 이런 재능 쪽은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실패한다고 해도 그다지 손해는 없어.’
성화처럼 혼자서 다 먹는 게 아니라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니 최종 수익은 부족해지겠지만 어차피 성화를 날리는 게 목적이니 그다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실패하면 자신들은 그저 리모델링 비용 정도의 투자 지분만 날리는 셈이다. 하지만 성공하게 된다면 성화 입장에서는 개당 수십억이 넘는 영화관 비용을 날려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관은 구조상 다시 다른 것으로 쓰기도 애매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이네.”
“그렇지요? 후후후. 우리가 노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공존입니다. 혼자서 먹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 그래야 사회적으로 우리가 불리해졌을 때 그들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유민택은 그게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공존이라.”
“네.”
노형진은 가능하면 공존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돈이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골목 슈퍼마켓 사업에 김밥 사업, 심지어 오뎅 가게 사업에까지 진출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가장 먼저 뭘 해야 하나?”
“일단은 건물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무슨 건물? 시내에 적당한 건물이 필요할까? 그걸 중소형 엔터테인먼트에 사무실로 제공하게?”
“아니요. 그건 그쪽에서 해야지요. 엔터테인먼트 조합이지 우리가 그들을 먹여 살리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학교를 알아봐야지요.”
“학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노형진은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갔다.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곳은 직접 찾아다니고 소속 연예인이 3인 이하인 소형 회사에는 정중하게 초대장을 발송했다.
“반갑습니다. 픽시엔터테인먼트의 한용태입니다.”
픽시엔터테인먼트는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4인조 걸 그룹인 픽시의 소속사다. 물론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과 돈이 된다는 것은 다르지만.
“정중하게 협조 요청서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대룡의 연예계 진출은 아주 큰 사건이었다. 대룡이 어떤 기업인가? 재계 순위 9위의 거대 기업이다. 더군다나 얼마 전 알로에 사업이 대박이 터지면서 이번에는 8위로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대룡이 연예계에 진출한다는 건 토끼장 안에 거대 육식동물인 사자나 호랑이가 들어온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연예 기획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진출한다고 하고서 온 편지는 당황스러웠다. 기껏해야 소속 연예인이나 싸게 내놓으라고 할 거라 생각했던 편지에는 정식으로 예능기업인 노동조합에 초대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대룡엔터테인먼트에서는 조합을 만들어서 운영할 생각입니다.”
“조합?”
“그렇습니다. 기존에 있던 수많은 불공정 계약을 타파하고 합리적이면서 또한 상생하는 조합의 형태로 구성된 기업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의 힘을 합하자는 것이 대룡의 목적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조합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말에 한용태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하나의 집단을 이루자?”
“그렇지요.”
“흠…….”
한용태는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사장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존재한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장단의 주요 업무는 공정한 계약을 감시하는 게 아닌,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연예인의 퇴출인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 별로군요.”
한용태는 솔직하게 말했다.
‘하긴 그걸 받아들일 리가 없지.’
이쪽만큼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막장인 곳도 드물다. 심지어 연습생이 나가지 못하게 마약을 먹이는 곳도 있을 정도다.
그 후에는 사창가에 팔거나 성 접대에 동원한다. 어떤 때는 잘나가는 그룹 외에 오로지 성 접대용 연습생을 따로 두는 경우도 있었다.
“뭐, 싫으시면 별수 없구요.”
노형진이 군말 없이 서류를 덥고 일어나자 한용태는 깜짝 놀랐다.
“뭐 하시는 겁니까?”
“별로라고 하시는데 저희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네?”
노형진은 애초에 이런 작자들이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들은 뱀의 머리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용의 꼬리가 되라고 하면 할까? 안 한다.
“자…… 잠시만요? 그럼 만일 가입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뭐, 좋지 않은 일로 만나지 않기를 바라야지요.”
노형진은 사람 좋은 얼굴로 말했지만 한용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미친…….’
좋지 않은 일로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건데, 막말로 대룡이 죽이려고 덤비면 자신 같은 작은 회사가 버티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잠깐만요…….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뭘까요?”
사실 다른 곳이라면 이렇게 적대적으로 안 나간다. 하지만 노형진은 전생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한용태를 좋게 볼 수가 없었다.
‘사기꾼 같으니라고.’
연예 기획사들의 계약은 터무니없는 조건의 노예 계약인 경우가 많은데 가장 흔한 경우가 바로 10년이 넘는 계약기간과 모든 투자금이 회수될 때까지 수익을 나누지 않고 회사에서 다 가지고 가는 것이다.
심지어 잘나가는 걸 그룹이 멤버가 3집 활동을 하면서 단 한 푼도 받지 못해서 사기를 쳤다가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는데 그 이유가 회사에서 투자금은 말도 안 되게 뻥을 치고 수익금은 말도 안 되게 속였기 때문이다.
가령 행사비로 300만 원을 받는다고 치면 이동에 들어가는 기름값에 인건비에 식비, 심지어 차량의 할부금까지 모조리 가수에게 떠넘기는 식이다. 그러니 제대로 수익 분배가 될 리가 없다.
‘아…… 진짜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모르겠네.’
자신의 목적은 이게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이러고 있다는 사실에 노형진은 슬슬 짜증이 나고 있었다.
그는 변호사지, 사업가가 아니다.
“싫으면 마세요.”
“헉!”
그게 도리어 더 위협적이었다. 그는 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에 딜이니 협상이니 그딴 거 생각도 안 했고, 모 아니면 도였다.
“잠시만요.”
한용태는 그런 노형진의 팔을 잡았다.
“진정하시고…….”
“저, 갈 곳 많습니다.”
“아니요. 이야기를 좀…….”
“나중에 찾아오세요.”
“네?”
“찾아오시라고요.”
노형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용태는 뒤에 남아서 그가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1)
“노 변호사 왜 그렇게 표정이 화가 난 표정이야?”
“제가 뭐 하나 싶어서 말입니다.”
“이것도 변호사 업무는 맞잖아?”
“그렇기야 하지만.”
컨설턴트부터 지원. 그리고 계약서 작성과 회사 등기 업무까지 모든 것이 다 변호사의 업무는 맞다.
‘그런데 내 취향은 아닌걸요.’
물론 변호사가 사건을 골라서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정식으로 대룡에서 의뢰가 들어왔으니 안 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자신이 입안한 작전이니 더더욱 안 할 수가 없다.
“자,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대룡에서 파견된 직원은 모여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 대룡에서는 이번에 엔터테인먼트를 시작하면서 상생이라는 개념을 살려 여러분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고자 했습니다.”
상생. 먼 미래에 정부와 국민들이 열망하는 개념. 모두가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 그러나 결국 실패하는 의미다. 대기업도 정부도 말로만 상생을 이야기할 뿐, 제대로 상생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뭐, 좋게 생각하자.’
컨설턴트란 말 그대로 한 기업의 방향을 조언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노형진이 제시한 방향이 바로 상생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헛소리가 될 것이다. 실제로 미래에도 실패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대룡은 다르다.
성화와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노형진의 조언을 잘 받아들였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부 조건은 추후 여러분들과 협상하겠지만 이 조건은 불변이며 거부하는 분은 바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노형진이 그어 놓은 절대적인 마지노선. 그건 생각보다는 상식적인 말이었다.
첫째, 계약 기간은 데뷔 후 5년을 넘지 않는다.
둘째, 데뷔 후 수익 분배는 기간에 상관없이 최소 10%는 보장한다.
셋째, 어떠한 성적 요구나 금전적 요구도 하지 않는다.
넷째, 어떠한 경우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섯째, 순수익의 30%는 대룡엔터테인먼트에 지불한다.
여섯째, 조합에 참가한 기업들, 즉 조합원들은 대룡에서 제공하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일곱째, 조합원이 아닌 기업은 시설을 이용할 자격이 없다.
“그럼 우리가 유리한 건 뭡니까? 이래서는 우리가 불리한데.”
“당연히 대룡에서도 해 드리는 게 있습니다.”
첫째, 공용 연습실을 만들어 제공한다.
둘째, 공용 차량과 스텝을 제공한다.
셋째, 대룡어페럴에서 필요한 의상을 제작하여 공급한다.
넷째, 방송국 주변에 공용 대기실을 만들어서 공급한다.
“흠…….”
사람들은 신음성을 흘렸다. 순수익 30%를 주고 그런 조건이라면 나쁘지 않았다.
“30%라…….”
원래 가수 한 팀이 생기면 그 팀이 활동을 하든 안 하든 기본적으로 스텝과 차량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팀이 잘나가는 팀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 팀이 휴식기이거나 잘나가지 못하는 팀이나 신인이라면 그 인력은 돈은 받으면서 노는 인력이 된다는 것이다.
“아직 신인이거나 행사가 많지 않은 인원들은 조합에서 차량과 스텝을 제공한다는 건가요?”
“네, 물론 조건은 있습니다. 한 달에 5회 미만의 행사를 한다는 조건이죠. 성공한 분들이 돈을 아끼겠다고 끌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니까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들. 하긴, 딱 그 정도가 애매한 수준이다. 그 이상이 되면 어찌 되었건 손익분기점은 넘으니까.
“연습실이라……. 연습실이 문제인데.”
한두 명도 아니고 최소 수십 명, 아니 속한 사람들이 다 활동한다고 하면 백 단위는 넘어가는데 그 연습실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연습실은 확보했습니다.”
“뭐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벌써 연습실을 구하다니?
“경기도 근처의 폐교를 구입하여 리모델링 작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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