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30)
“교육이 20년 대계라고 한다면 방송 역시 마찬가지야. 다만 다른 점은, 교육은 즉효성이 떨어지는 반면 방송 언론은 즉효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언론에서 매일같이 욕해 봐. 그 사람이 어떻게 되나.”
“…….”
손채림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런 사례를 흔하게 봤으니 말이다.
가령 모 연예인의 경우 평생에 걸쳐서 수십억을 기부했는데 어느 순간 탈세로 몰려서 인생이 망가졌다.
그런데 나중에 나온 조사 결과, 탈세한 적도 없고 관련 내용도 없었다. 다만 그의 일을 담당하던 세무사가 실수로 일부 누락한 것이 다였다.
그러나 언론은 그를 천하의 개쌍놈으로 취급했고 진실이 나온 후에는 단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그가 한 수많은 선행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천하의 개놈으로 기억되었다.
“결국은 언론도 권력 집단이니까 권력을 가진 자들을 자기네 사람들로 박아 두면 유리하지. 그리고 자네도 알다시피 언론은 절대로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네. 그렇게 되면 자기의 정당성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거든.”
“그건 권력도 마찬가지겠군요.”
노형진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때 그 말을 듣던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저항 안 해요?”
“하겠지. 하지만 그들은 집단이 아니야. 그러니 저항력이 떨어지지. 그에 반해서 최재철이 심어 두는 작자는 집단이지. 그러니 저항의 수준이 다를 수밖에”
물론 진정한 언론인들은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최재철은 그런 걸 파괴하는 게 주특기이다.
“거기에다 그 녀석 사이코패스 기질이 좀 심해.”
“그게 무슨 소리야?”
“남에게 욕먹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지.”
사이코패스가 무서운 게 뭐냐 하면,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면서 현재 욕먹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금 권력을 다지고 자기 사람들을 박아 넣어서 모든 것을 자기 손아귀에 넣은 후에 그걸 기반으로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한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확실한 플랜을 짜는 데 능해. 당장 표와 인기에 연연하는 정치인들하고는 다르지.”
“무섭네.”
“그래, 그래서 더 무서운 거야.”
당장 누구 하나 자살하게 괴롭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기가 틀어막을 수 있을 정도만 하면서도 상대방을 자살시키는 방법은 많다.
그런 식으로 재갈을 물리고 자신을 칭송하는 자만 남겨서 그는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 성공한다.
“그걸 그냥 둬?”
“합법적이니까. 그 녀석도 합법을 아주아주 좋아해. 다만 자기 유리할 때만.”
“유리할 때만?”
“그래.”
가령 분식집은 카드보다는 현금이 더 많이 들어온다. 그러면 완벽하게 수익을 신고하기보다는 대충 신고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걸 조사해서 탈세로 죽여 버리는 것이다.
“합법적인 거지.”
“분식집을 누가 탈세로 조사해?”
“그건 분식집이 아니야. 그냥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도구지.”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그 녀석과 척지려고 하는 사람은 드무네. 특히 언론 쪽은 없다고 보면 돼.”
그런 그가 나서서 입을 다물도록 압력을 행사했으니 제대로 언론에 나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노형진은 그 부분이 이해가 안 갔다.
아무리 그가 권력의 핵심이라고 해도 자신과 상관이 없다면 신경을 쓸 리 없다.
성화가 망할 때도 그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성화보다 훨씬 작은, 그 규모에서부터 비교 자체가 안 되는 팔각수를 왜 지키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한 답을 고문학이 가지고 왔다.
“그 부분은 제가 알아낸 것 같습니다.”
“뭔데요?”
“최재철이 정치를 시작한 장소가 어딘지 아십니까?”
“그건 잘…….”
그가 정치를 시작한 게 언제인지도 모르는데 그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알 리 없지 않은가?
“월당동 인근 지역 선거구입니다. 정확하게는 월당동을 포함, 세 개 동이 속해 있는 선거구였지요.”
“월당동?”
노형진은 갑자기 소름이 쫙 돋았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당동 화재 사건.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은폐 시도…… 그리고 그곳에서 시작된 최재철의 정치 인생.
“네. 25년 전에 처음으로 해당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월당동 사건이 터질 때 그는 2선 의원이었지요.”
“이런 개새끼!”
무태식이 분노한 듯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월당동에서 20년 전에 있었던 일과 정치를 생각하면 최재철과 아태파의 관계를 연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역시나 그랬나?”
“역시나요?”
김성식도 뭔가 알겠다는 듯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자네들도 범죄와의 전쟁 알지?”
“알죠.”
과거 어떤 대통령이 한국의 범죄 조직을 싹 쓸어버리겠다고 나선 일이 있었다.
이런저런 욕도 많이 먹고 독재자라고 힐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건 그 범죄 조직과의 전쟁은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그 이후에 확실히 치안은 좋아졌으니까.
그래서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건 몰라도 범죄와의 전쟁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판국이었다.
“그 당시 대부분의 폭력 조직은 사라졌네. 특히나 전국구급은 싹 쓸렸지. 그런데 왜 아태파는 남아 있을 것 같나?”
“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아태파는 확실히 양성화되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건 폭력 조직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양성화 과정을 거친 건 그 범죄와의 전쟁 이후다.
“그들은 정치 깡패였다네.”
“정치 깡패요?”
“그래, 그 당시에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었지.”
정치 깡패란 정치인들과 결탁해서 권력을 나누고 그들의 반대파나 반대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다. 지금으로 보면 정부의 극단적 지원을 받는 관변 단체 같은 존재였다.
“으음…….”
정치 깡패이다 보니 범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 후에도 생명을 이어 가기 위해서 양성화를 했다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자네도 알다시피 그 범죄와의 전쟁 중에 정치 깡패들 자리가 많이 없어졌지.”
“그런가요?”
“아, 자네는 모르겠군.”
김성식은 그 당시에 대해서 차분히 설명해 줬다.
그 당시에는 정치 깡패들이 많았다. 그러나 범죄와의 전쟁은 그들을 특별히 봐주지 않았다.
아태파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집권당의 정치 깡패였다는 점과 어마어마한 뇌물을 썼다는 점 덕분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정치권과도 거리가 멀어지지. 그러면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어떻게 해서든 다시 선을 만들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기존의 방식과는 달라지겠지.”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목적에 따라서 한순간 버려질 수 있다는 걸 안 이상 좀 더 확실한 선을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돈은 넘치니…….”
“국회의원을 만든 거군요.”
월당동에서 벌어들인 돈은 어마어마하다.
어차피 그 지역에서 오래 살던 사람들은 모조리 쫓겨났다. 거기에다 지역 주민들은 재개발의 수익에 취해 있을 때였다.
“재개발 회사가 밀어주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테지.”
“…….”
그러면 모든 카드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최재철은 아태파의 돈을 받아서 정치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월당동 화재 사건이 터졌을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그는 그걸 방조하고 뒷수습에 참여했을 테고 말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그와 팔각수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그래서 막는 거군요.”
아무리 그가 권력이 강하다고 하지만 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는 말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의 행동도 이해가 가네.”
“어떤 행동요?”
“그가 즐겨 하는 초토화 전술 말이야.”
“네? 그게 이해가 간다고요?”
“그거, 폭력배들이 건물 빼앗을 때 많이 쓰는 방식이야.”
“네에?”
“에? 김 변호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일세.”
폭력배들은 돈이라면 뭐든 다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멀쩡한 건물을 빼앗는 것이다.
물론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안 주려고 버티기 마련이다.
그럴 때 그들이 쓰는 방법이, 바로 주변에서부터 차근차근 말려 죽이는 것이다.
건물에 들어가 있는 가게의 영업을 방해하거나, 집기를 부수고 자리를 차지하고 나가지 않는다거나, 가족이나 친지를 따라다니면서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은 다름 아는 최재철이 즐겨 쓰는 방식이었다.
“그걸 어디서 배웠나 했더니…….”
결국 아태파로부터 배웠다는 소리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다.
“하지만 최재철은 한국대를 나온 수재 아닌가요? 아무리 봐도 폭력 조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무태식은 이야기를 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대를 나온 수재가 뭐가 아쉬워서 그들의 아래로 간단 말인가?
“아, 무 변호사는 잘 모르겠군.”
“네?”
“노 변호사는 알지?”
“네? 뭘 말입니까?”
“아태파 내부에 있는 또 다른 조직.”
“아!”
아태파는 양성화를 위해서 내부에 폭력 조직이 아닌 다른 형태로 팀을 구성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양성화를 위해서 지식층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사건 초반에 분명히 김성식이 말했다.
“그렇다면…….”
“내 생각에는 최재철이 그곳 소속이 아니었나 하네.”
그들의 지원을 받아서 국회의원이 되었고, 권력의 핵심에 다가갔다.
하지만 그가 권력에 다가가는 것에 반해서 아무래도 팔각수의 성장은 느렸고, 이제는 서로가 좀 소원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최채철이 아태파와 팔각수로 이어지는 조직의 역사에서 큰 흐름을 차지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거군요.”
월당동 사건이 발각되면 자신도 곤란하니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는 건 뻔한 일.
“최악의 적이 생긴 것 같군.”
김성식의 말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 채로 침묵을 지켰다.
* * *
노형진은 컴컴한 사무실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로 고민하고 있었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었던, 그래서 신경을 쓰지 않았던 작자와 다시 부딪치게 될 줄이야.
“고민이 많은가 봐?”
문이 열리면서 어둠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
“고민이지.”
“네가 도망갈 사람은 아니잖아?”
“도망이라. 한국에 살면서 그 녀석의 손아귀에서 도망갈 수 있을까?”
“응?”
“그런 게 있어.”
그는 대통령이 된다. 아니, 될 사람이다.
그리고 나라를 제대로 망쳤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람이 정치를 했는지 신기할 만큼 그가 가진 것은 재능이 아니라 권력욕뿐이었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정치를 했다.
“도망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왜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손채림은 문 안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도망가고 싶어.”
“의외네.”
“어떻게 보면 성화보다 더 위험한 녀석이 그 녀석이야.”
“그 정도야?”
“그래.”
최소한 성화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알지는 않는다.
물론 뭔가를 하다가 사람이 죽는 건 무시하지만, 뭔가를 하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가장 나중에 선택하는 최악의 선택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달라.”
최재철은 일을 시작할 때 죽인다는 선택지를 기본으로 두고 시작하는 인간이기에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죽여 버린다.
“협박이 무서운 건, 협박을 한 후에 안 통하면 그걸 실행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 녀석은 협박이라는 게 없어. 그저 실행할 뿐이지.”
도리어 그래서 상대방을 건드린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숱한 사람이 실종 또는 의문사하였다.
“도망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그런데 왜 그렇게 고민이야?”
“내 신념.”
“신념?”
“정치에 선을 긋는다는 내 신념.”
그는 지금까지 정치와는 선을 그었다. 정치자금을 주지도 않았고 정치인들과 선을 만들지도 않았다.
정치적으로 그는 중립을 고수했다.
“하지만 그와 싸우려면 그걸 깨야 해.”
“어째서?”
“백 명이 넘게 죽은 사건이야. 아무리 오래된 사건이라고 하지만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사건이지. 그런데 그걸 무마했어. 그의 파워가 얼마나 강한 건지 이해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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