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32)
송정한은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그 아파트는 네 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습니다. 당연히 그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고요.”
“음…….”
“웃긴 건, 그가 그 아파트를 살 때 대출받은 흔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
“네. 아시겠지만, 그게 가능한가요?”
“불가능하지.”
부모가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주면 모를까, 대출 없이 아파트를 사는 것은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그는 경찰이 된 지도 얼마 안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경찰의 월급은 뻔하지요. 그런데 어떻게 그 아파트를 살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 답은 하나뿐이다.
“그 녀석 이름이 뭔가?”
“도하성이라고 합니다.”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이름이다.
“지금은 해당 경찰서의 서장을 하고 있습니다.”
“서장이라. 그 지역에서는 힘깨나 쓰겠군.”
“하지만 싸워 볼 만은 하지요. 그 녀석을 시작으로 관련된 자들을 파고들어 가면서 그들의 힘을 빼는 게 좋다고 전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절대로 걸리지 않는 선에서 그들을 갉아먹다 보면 언젠가 그들도 쓰러지게 될 것이다.
아무리 강한 나무라고 해도 뿌리가 썩어 버리면 넘어가듯이 말이다.
“그러면 그 녀석을 어떻게 넘어트릴 건가? 자네도 알다시피, 그 정도 되는 사람이면 절대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걸세.”
경찰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다는 게 맞는 말이다.
만일 교도소에 갔는데 경찰인 게 알려지면 어마어마한 보복을 당하기 때문이다.
직급이라도 높으면 특수 관리라도 받겠지만 고작 서장인 그가 그런 특혜를 보기는 힘들다.
“이런 말이 있지요. 개 버릇 남 못 준다.”
“응?”
“그 지역은 상권이 큽니다. 그 정도 크기의 대형 아파트촌이 생겼으니 당연한 거지요.”
“아하!”
상권이 크다는 것. 그건 이권을 노린 폭력 조직이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권을 노린 폭력 조직이 있다면 내부에는 당연히 그들과 결탁한 경찰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는 팔각수가 꽉 잡고 있는 거 아니야?”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거대 조직이었던 아태파가 꽉 잡고 있던 지역이니 당연히 그걸 자연스럽게 팔각수가 넘겨받아야 정상 아닌가?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응?”
“팔각수는 이제는 양성화된 기업이야. 그러니 대놓고 그런 곳에서 활동할 수 없지. 그러니 반은 틀리다는 거야.”
“반이 맞는다는 건?”
“어찌 되었건 팔각수라고 해서 아태파 시절의 가면을 모두 벗은 건 아니라는 거지. 아태파는 사라졌지만 그 방계 조직은 남아 있거든.”
“방계?”
“그래. 모두 다 정상적인 기업에 들어갈 만큼 폭력 조직이 머리가 좋은 건 아니거든.”
정상적으로 기업에 적응할 수 있는 작자들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폭력 조직이라는 게 머리 좋은 놈들보다는 머리 나쁜 놈들이 더 많고, 그런 놈들 중 심한 놈들은 정상적인 기업에 취업해서 활동하는 게 힘들다.
“그럴 때 만드는 게 방계야.”
그들은 따로 나와서 세력을 구축한다.
공식적으로 그들은 전혀 다른 조직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그 아래에 있는 조직이다.
“그래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한 거구나.”
“그래.”
“그런데 그거랑 서장은 무슨 관계야?”
“아까 말했잖아,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말이야.”
당연히 현재 조직에서 뇌물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걸 잡아내는 거지.”
“그런다고 효과가 있을까?”
“일단 효과는 있지. 서장이든 조직이든, 결국 그들 계파니까.”
그들을 날려 버리면 해당 지역에서 그들의 힘은 확실하게 줄어든다. 그렇게 된다면 월당동 화재 사건에 대해서 조금씩 파고들 수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곳에 그 작자들의 눈이 많으니까.”
“음…….”
“원래 무기는 중요한 시점까지 꽈악 쥐고 있는 거야.”
월당동 사건을 지금 퍼트려 봐야 묻혀 버릴 게 뻔하다. 하지만 그들이 약해지고 그들을 지켜 줄 조직이 붕괴되었을 때 밀어붙인다면, 그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제 뇌물을 줄 줄 알고?”
“뇌물을 줄 때를 아는 게 아니라 뇌물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해야지.”
“무슨 소리인가?”
노형진은 사람들에게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들 그 작전에 탄성을 질렀다. 역의 역발상이라고 할 만한 작전.
“자, 그러면 우리 서장님을 만나러 가 볼까?”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 (1)
“조직에서 나왔습니다.”
무태식, 그는 지금 딱 자기 얼굴에 맞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어딜 봐서 조직원이야!’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누가 봐도 그는 조직원, 그것도 상당히 상급 조직원으로 보였다.
“조직? 육거리파에서 어쩐 일로?”
“이번에 추가 수입이 좀 생겨서 상납을 좀 더 드릴까 하고 말입니다.”
무태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장인 도하성의 얼굴을 살폈다.
만일 결백하다면 그는 화를 내면서 펄펄 뛰어야 한다. 그런다면 작전은 실패다.
그러나 도하성의 얼굴에 나타난 것은 분노가 아니라 기쁨이었다.
“의외군. 전에는 그런 적이 없잖아?”
“저희도 크게 성장하려면 여러모로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도하성은 즐거운 얼굴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가왔다.
“자리에 앉도록 하게.”
“네, 서장님.”
무태식은 그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어떤 수익이기에 추가 수익이 나한테까지 오나?”
슬쩍 물어보는 서장.
“다른 지역에 가게를 오픈했는데 그쪽에서 제법 적지 않은 수익이 나고 있습니다.”
“가게?”
“네.”
“이 사람아, 그런 일이라면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무태식은 그걸 보면서 입맛이 썼다.
‘이 개새끼, 아주 떨어질 데까지 떨어졌구나.’
절대로 축하하려고 한 말이 아니다. 그랬으면 그 뒤에 ‘축하한다.’라는 말이 붙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말도 없었다.
더군다나 폭력 조직이 만든 가게에 대해 말할 때 종류도 없이 ‘가게’라고만 칭한다면 그 내용은 뻔하다.
여자 장사.
그걸 알면서도, 말했어야 했다니.
“내가 투자한 게 얼만데. 좋은 게 있으면 이야기를 했어야지!”
‘얼씨구?’
무태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투자라니? 설마 그들과 함께 가게를 열었단 말인가?
그건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재미있네요. 좀 찔러보죠.
숨겨진 이어폰에서 들리는 목소리. 노형진이었다.
뇌물 정도는 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설마 직접적으로 돈으로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자발적으로 떠들어 줄 줄이야.
무태식의 귓속에 감춰진 이어폰에서 노형진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지금이라도 투자하라고 하세요. 어디까지 연관되었는지 알아야겠습니다.
그 말에, 무태식은 도하성에게 슬쩍 권했다.
“지금이라도 투자하시죠. 아직 오픈할 곳이 많습니다.”
“그래? 어떤 가게인데?”
“음, 그게…….”
무태식은 잠깐 말을 멈췄다.
자신이 뭘 알아야 대꾸라도 해 줄 텐데 아는 게 없었다.
‘젠장, 룸살롱이라도 한번 가 봤어야 말이지.’
그가 곤란해하자 다행히 그런 고민을 알아차린 것인지 노형진이 적당한 형태의 가게를 설명해 줬다.
-제가 하는 말 그대로 말하시면 됩니다.
무태식은 노형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살짝 물을 마시는 척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대로 따라 하는 것보다는 한 템포 늦게 가는 게 좀 더 극적이고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조선족 애들을 데리고 운영하는 업소입니다.”
“에? 조선족?”
“네.”
“그게 장사가 되나?”
“이런 장사는 몸이 필요하지, 대화가 필요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도하성은 씩 웃었다.
“그렇지, 오피라는 것이 그런 곳은 아니지.”
역시나 자신이 어떤 곳에 투자했는지 말하는 도하성.
무태식은 그걸 들으면서 왠지 입안이 씁쓸해졌다.
‘오피에 투자하는 녀석들이 존재하기는 하네. 뉴스에서만 나오는 일인 줄 알았는데. 하긴, 흔한 일 중 하나니까.’
오파란 일종의 성매매 방법이다.
그런데 경찰이 그런 성매매 업소에 투자했다가 발각된 사건이 적지 않고, 경찰인 점을 이용하여 해당 업소를 빼앗아 자신이 운영한 경우까지 있었다.
“그런데 손님이 그렇게 많아?”
“많습니다. 아무래도 오입질을 하려고 하는 놈들은 돈이 아쉬우니까요.”
“하긴, 요즘 가격이 너무 올랐어.”
“네, 그래서 조선족 애들을 데리고 온 겁니다. 말끔한 애들을 데려오면 와꾸도 나쁘지 않고요.”
“이해하네. 가격도 싸고 와꾸도 된다면 손님들이 많이 오지. 구미가 당기는걸, 하하하.”
그렇게 웃는 도하성을 보면서 무태식은 이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감방에 처박아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 * *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나머지는 알아서 한번 해 보세요. 후우.”
마이크에 대고 한참 떠들던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의자에 기대앉았다.
생각지도 못한 도하성의 반응에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자신이 한 이야기에 대해서 그다지 의심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중국 애들이 예쁜 애들이 많은가 봐?
-땅이 넓으니까요. 예쁜 애들은 연예인 뺨칩니다.
-그래?
-조직원이 중국에서 계집 하나 데려다가 결혼했는데, 염소 이백 마리를 줬다고 하더군요.
-염소? 웬 염소?
-염소 주고 사 온 거죠. 그래 봤자 돈 천이라고 하던데요. 처갓집은 그것만으로도 자기 동네에서 지주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오호, 재미있는 이야기군.
-뭐, 극단적 빈익빈 부익부 상태라서요. 돈만 준다면 온다는 애들은 널렸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와꾸가 되는 애들로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흐음.
차량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들리는 두 사람의 대화.
조용히 듣고 있던 손채림이 낯선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와꾸가 뭐야?”
“외모를 뜻하는 일종의 은어야.”
“아니, 그냥 외모라고 하면 되는 거 아냐?”
“그러게 말이다.”
노형진은 한숨이 나왔다.
“그래야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나 보지.”
“기가 막히네.”
“내 말이.”
“아니, 네가 기가 막히다고. 그런 은어는 또 어디서 배운 거야? 법률 용어도 아니니 쓸 일도 없는데.”
그 말에 노형진은 슬쩍 마이크를 잡았다.
“혹시 뭐 다급하게 필요한 거 없으세요? 없으시다고요? 아, 알겠습니다.”
“되지도 않는 마이크로 떠들지 마시지.”
“크흠, 비밀이야.”
슬쩍 시선을 돌리는 노형진.
“비밀은 무슨.”
노형진은 손채림이 흘겨보자 등짝으로 땀이 흐르는 것 같았지만 다행히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하지만 파워풀하게 꼬집는 것으로 응징을 가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려는 찰나, 다행히 무태식이 그런 노형진에게 본의 아니게 동아줄을 내려보내 줬다.
-쉬십시오.
인사하고 나오는 무태식.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재빨리 다른 스피커를 연결했다.
-이거부터 하자, 이거부터. 이게 급한 거니까.
그리고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아까는 무태식의 몸에 숨겨진 마이크에서 나온 소리라면 이건 무태식이 안에 슬쩍 붙여 둔 마이크에서 나오는 소리다.
-어, 난데. 그래, 회장님은 계신가?
기분 좋은 대화를 시작하려고 하는 도하성.
“바로 전화하네?”
“그렇지. 무려 5천만 원이나 받았는데 기분이 좋지 안 좋겠어? 당연히 전화해서 감사의 인사를 하겠지. 그리고 짜란!”
노형진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하성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뭐? 보낸 적 없어?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새로 가게 오픈했다면서? 뭐? 그런 적도 없어? 지금 장난해? 아니, 그러면 이 돈은 누가 보낸 거야? 자네가 아니면 5천이나 보낼 사람이 없잖아? 그게 무슨……. 씨발…… 아까 그 새끼!
그러나 무태식은 이미 경찰서에서 나와서 차량에 올라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전화하죠?”
“당연하죠.”
-그 새끼가 돈 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씨발…… 어떤 미친 새끼가 무려 5천이나 주겠냐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도하성.
노형진은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슬쩍 시선을 돌려서 무태식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잘 심어 놨죠?”
“확실하게요. 그러니까 지금 녹음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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