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34)
“그러니까 알아봐야지. 혼자 온 게 아니라 다른 놈이랑 같이 왔으면 어쩌려고?”
“아하!”
“저 새끼를 잡는 것도 잡는 거지만, 저 새끼가 가지고 간 녹음 파일 같은 것도 다 찾아야 할 거 아냐!”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역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대단은 개뿔. 네 머리가 돌인 거다, 이 새끼야.”
그러면서 시선을 돌려서 무태식에게 고정하는 남자.
‘어쩌면 일이 쉬울지도 모르겠는데?’
보아하니 혼자 움직이고 있는 게 확실했다. 그리고 그렇다면 자신들이 일을 처리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너희는 가서 연장이나 준비해. 어디 적당한 위치도 좀 알아보고.”
“네, 형님.”
“좋아. 너랑 너는 나랑 남아서 따라다닌다.”
“네.”
그렇게 각자 자신들의 일을 하면서 움직이는 남자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자신들이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카메라 상태는 어때요?”
“좋아요.”
“녀석들은 이런 걸 모르겠지요?”
“알 리 없죠. 얼마나 좋은 카메라들인데. 흔해 빠진 CCTV랑 비교하면 슬퍼요.”
담당 기술자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미안합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십여 개의 화면은 시장의 여러 곳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무태식은 철저하게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무 변호사는 안전하려나?”
김성식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장혁우 위장 업무에 지원하고 나선 무태식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안전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근접해서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러면 알아차릴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카메라까지 달아 둔 거 아닙니까?”
저들도 경호원이 있다고 한다면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원거리 경호를 하자니, 서로 원거리 경호를 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해서 의심할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이번 사건은 뒤에 세력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줘야 하는 것이니 사람을 붙일 수는 없는 노릇.
“저 녀석들이 총을 쓰지는 않을 테니 별일은 없을 겁니다.”
한국에서 폭력 조직이 쓸 수 있는 것은 기껏 해 봐야 칼 정도다. 더군다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총을 쏘면 아무리 최재철이라고 할지라도 무마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노린다면 슬쩍 다가와서 칼로 찌르는 수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방검복을 입혀 둔 거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리고 저 녀석들은 여기서 습격 못 합니다.”
“어째서?”
“녹음 파일을 먼저 내놓으라고 하겠죠.”
저들의 약점은 바로 녹음 파일이다. 서장이 물러나면 다음 서장이 오는데 그 사람이 자신들 편이 될지 알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그 녹음 파일을 찾아야 한다.
“그들은 그게 최종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건 원래 미끼일 뿐이지요.”
그게 최종 목적이었다면 이미 무태식은 도망갔어야 정상이라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슬슬 미끼를 물 시간이 된 것 같은데.”
노형진은 힐끗 시계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준비가 오래 걸리는 듯했다. 미끼를 안 문 걸까?
그럴 리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여기서 다짜고짜 찌르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무태식을 납치해서 처리하려고 할 것이 뻔하니, 어떤 식으로든 무태식을 불러내려고 할 것이다.
때마침 움직이던 무태식이 멈춰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잠깐 통화하는 듯하더니 서둘러서 길 입구 쪽으로 나갔고, 때마침 지나가던 택시에 손을 흔들어서 그걸 타고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형진은 그걸 보며 어이가 없어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얼씨구? 택시까지?”
“이래서 오래 걸렸나 보군.”
이 시간에 택시를 쉽게 잡는 건 우연일 수가 없다.
이쪽은 상당히 복잡한 시장 안쪽이라 대부분의 택시는 이 안에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하긴 택시를 타고 간 사람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죠.”
실종 신고를 해 봐야 어디서 실종되었는지 모르니까.
“머리가 좋아.”
“그래 봤자지요.”
노형진은 신호기에 뜬 무태식의 위치를 보면서 말했다.
“자, 그러면 우리 서장님 뵈러 한번 가 볼까요?”
* * *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태식의 얼굴이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주먹을 내지른 남자는 히죽거리면서 웃었다.
“네가 그러고도 목숨이 남아날 거라 생각한 거야?”
“퉤.”
피가 섞인 침을 뱉은 무태식은 그 뒤에 있는 도하성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네놈이 우리 아버지를 이런 식으로 죽인 거냐?”
“…….”
“개새끼. 내가 네놈을 죽어서라도 저주할 거야.”
“그 말은 숱하게 들었지만 죽은 후에도 찾아오는 새끼는 없더라.”
행동대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히죽 웃으면서 도하성을 바라보았다.
“한마디 하시죠.”
“내가 뭘?”
“어차피 죽을 새끼인데 유언은 들어 줘야 할 거 아닙니까?”
“흠…… 난 몰라.”
“모르기는 개뿔.”
그는 도하성을 보며 실실 웃었다.
자기 욕심 때문에 동료에게 칼질을 한 새끼가 모른다니.
그는 자신이 들고 있던 칼을 도하성에게 내밀었다.
“처리하세요.”
“아…… 아니, 그런 건 내가 잘…….”
아직까지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는 도하성은 움찔했다.
“직접 손에 피를 안 묻혔다고 사람 안 죽인 거 아닙니다.”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칼을 회수했다. 그리고 무태식에게 다가와서 칼을 겨눴다.
“간땡이가 얼마나 부었으면 여기까지 기어들어 와? 어디 한번 봐야겠네.”
“그런다고 진실이 가려질 것 같아? 네놈들이 우리 아버지랑 한백용 형사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고 죽인 걸 이미 알고 있어!”
“그래서 뭐? 그건 네가 어쩔 건데?”
“진실은 언젠가 세상으로…….”
말을 하던 무태식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한 남자가 질질 끌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진실? 아, 진실? 그딴 건 끌고 오면 되는 거야.”
“어…… 어떻게…….”
“우리가 병신인 줄 아냐? 네가 혼자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겠냐고. 후후후.”
남자는 차갑게 눈을 번뜩거렸다.
“네놈이 누군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알고 있는데, 네놈 카드 추적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설마…….”
무태식은 분노에 찬 얼굴로 도하성을 노려보았다.
일개 조폭이 카드 회사에 물어봐서 확인했을 리 없다. 그게 가능한 것은 경찰. 그리고 여기에 경찰은 한 명뿐이었다.
“이 개새끼!”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도하성.
“네놈이……!”
“네놈이 녹음한 거 다 여기서 가지고 왔어.”
끌려온 남자와 함께 그의 짐을 패대기치는 조폭.
“결국 진실이라는 건 주먹 아래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 후후후.”
그는 칼을 무태식에게 들이밀었다.
“후회는 저승에 가서 해라.”
그는 칼을 들어서 무태식을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몸이 멈춰 버렸다.
“그러는 넌 후회는 감옥에 가서 해라. 아, 그 칼은 움직이지 말고. 머리통에 총알구멍 나는 꼴 보기 싫으면.”
어둠 속에서 나오는 그림자.
그 그림자를 보면서 모두들 움찔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물건. 그건 아무리 어둠 속이라고 해도 알아볼 수 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그걸 가진 녀석들 중 자신들이 어찌할 수 있는 대상은 없었다.
“큭.”
권총을 든 경찰들과 검찰들. 그들은 주변을 포위한 채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는. 생중계해 준 거지.”
품 안에서 작은 마이크를 꺼내면서 웃는 무태식.
그리고 그걸 본 도하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장님…… 어떻게 서장님이…….”
그러나 자신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들의 얼굴은 더욱 창백했다.
서장이라고 해서 믿었는데 폭력 조직과 손잡은 것도 모자라 동료 경찰을 죽인 살인범이었다니.
“이…….”
육거리파와 함께 있던 도하성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설마 자기 부하들까지 모조리 올 줄이야.
“더 하실 말씀이라도?”
무태식은 웃으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빈정거리면서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당연히 나중에 잡혀 온 사람도 일어나서 히죽거리면서 그들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세웠다.
“아, 그리고 녹음한 거 말이지요.”
검찰 뒤에서 나온 노형진은 그들에게 USB 하나를 살살 흔들었다.
“태워 봐야 소용없어요. 이미 복사해 놨거든요.”
“이 미친…….”
“이게 21세기의 좋은 점이지.”
육거리파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미 카드는 떠난 후였다.
“그나저나 자네들이 죽였다는 그 경찰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 보자고.”
검사는 그들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말했고. 도하성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 * *
-이번 사건은 경찰 내부의 부패 세력을 조사하면서 나온 결과로…….
서장이 폭력 조직과 결탁해서 동료 경찰을 살해한 건 아주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조명하고 있었다.
그런 뉴스를 보면서 손채림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노형진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저걸 그냥 두는 거야?”
“응?”
“아니, 장만수 씨의 누명이 벗겨졌으니까 좋긴 한데, 왜 저걸 언론에 나가게 그냥 두느냐는 거야.”
지난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낌새도 안 보인다.
도리어 감춰야 한다고 하던 노형진이 적극적으로 언론에 홍보하는 상황.
감추려고 하는 그들이나 감춰야 하는 노형진이나 예상과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사건을 무마해야 하는 필요가 있으니까.”
“무마?”
“그래, 그들의 입장에서는 꼬리를 자르려고 하는 거지. 그런 거 있잖아, ‘나는 몰랐다.’라는 거.”
“아하!”
부패나 범죄와 연루된 세력과 거리를 두는 방법. 그게 뭐가 있을까?
모른 척한다? 그래도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는다.
그럴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바로 그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교회에서도 누군가 나쁜 짓을 하면 그 녀석을 이단이라고 해 버리잖아.”
“그렇지.”
“마찬가지야. 상대방을 공격해서 우리는 그들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거지. 더군다나 이번 사건은 월당동 화재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서장과 폭력 조직 간의 비리일 뿐이야. 그러니 차라리 그들을 쳐 내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어째서? 그러면 그들의 손아귀에서 그 지역이 사라지는 거 아니야?”
“아니지. 경찰 조직은 어쩔 수 없다지만, 폭력 조직은 아니야.”
이번 사건으로 육거리파의 보스와 행동대장 등 일부가 잡혀갈 테지만 모든 조직원들 다 잡혀가는 것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육거리파의 재산이 모조리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건 그냥 남아 있다.
“어차피 방계에, 몰래 꾸리고 있던 조직이야. 회사로 치면 과장 하나 정도 사라진 거야. 내부에서 승진시키든 아니면 누구 하나 보내든, 메꾸는 건 어려운 게 아니지.”
“음…….”
“다만 전보다 세력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경찰의 부도덕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심지어 그들을 위해서 경찰서장이 동료를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이를 악물고 있으니, 누가 배치되든 그들과 싸울 사람을 보낼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과거처럼 활개 치지는 못할 거야.”
“그건 알겠는데, 우리는 또 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거야? 우리의 존재를 감춰야 한다면서?”
“감춰야 한다고 무조건 꽁꽁 감추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야.”
“응?”
“너 서류를 감출 때 가장 좋은 장소가 어딘지 알아?”
“어딘데?”
“재활용 폐지함.”
“재활용 폐지함?”
“그래, 대부분 사람들은 뭔가를 감추면 드러내지 않는 게 능사라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
지금 같은 경우는 새론이 나서서 사건을 조사한 것으로 한다면 당장은 그들이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당한 사건 처리이고 또 그다지 이상할 게 없는 사건이다.
이 정도 사건에서 배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도리어 그게 이상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걸 홍보한다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짜증은 나겠지만 다른 목적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네.”
“그래, 그게 내가 노리는 거야.”
장혁우로부터 의뢰를 받은 것은 사실이고, 그의 의뢰에 따라서 사건을 조사하고 범인들을 잡은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단순 의뢰를 해결한 새론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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