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4)
“폐교? 아!”
노형진이 학교에 간다고 한 건 농담이 아니다. 다만 이제는 사라진 학교라서 약간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가 폐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학교라는 게 폐교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일단 건물 자체가 특이하게 생겨서 다른 것으로 리모델링하기가 힘든 데다가 워낙 덩치가 커서 한 번에 팔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그걸 찾는 사람이 있는 것도 많은 게 아니다. 학교라는 게 돈 되는 자리에 있는 게 아닌지라 그 돈이면 차라리 상가를 하나 사는 게 더 수익이 나는 탓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다르게 생각했다. 학교는 대부분 규격화되어 있고 동선이 잘 짜여 있다. 그리고 잘 나가지 않아 주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시세가 싼 편이다.
“구입한 학교는 각 층에 스무 개의 교실이 있으며 네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은 댄스 연습실이 될 것이며 2층은 나눠서 서른여섯 개의 보컬 연습실과 녹음실 및 휴게실이 될 겁니다. 3층은 탤런트나 코미디언 등을 위한 회의실 및 연습실, 4층은 아직 개인 숙소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숙소로 만들어집니다. 별관 3층에는 체력 단련을 위한 헬스장이 만들어지며 1층과 2층에는 조합 사무실이 위치합니다. 강당은 무대 연습용으로 꾸며질 겁니다.”
“숙소? 연습실? 무대 연습까지?”
“그렇습니다.”
“흐음…….”
그 말에 기획사 사장들은 손톱을 물어뜯었다.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곳이 어딘가? 당연히 부동산이다.
보컬 연습실, 댄스 연습실 그리고 연습생들의 숙소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게 공짜라면…….’
정말 공짜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합에 가입하고 30%의 수익을 내면 거의 공짜로 사용하는 셈이다. 일단 어지간하게 성공한 그룹이 아닌 이상, 수익의 대부분은 그 부동산 대여비로 나간다.
더군다나 빌리는 것 외에 새로 공사해야 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따로다. 성공한 연예인이 있다고 해도 뒤에 새로운 연예인을 준비하는 것은 엄청난 돈이 든다. 오죽하면 선배 가수가 번 돈이 후배 가수를 키우는 데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교실이니 연습실로 쓸 만한 충분한 공간이 있을 테고…….’
학교에는 넓은 운동장이 있으니 주차장 문제도 해결된다.
‘후후후, 과연 안 들어올 수 있을까?’
노형진은 자신이 있었다. 큰 곳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겠지만 작은 곳들은 그게 아니다.
‘차량+스텝+연습실+체력 단련실+무대 연습실+보컬 연습실+댄스 연습실+녹음실+숙소’의 조건을 갖춘 곳을 혼자서 구하려면 최소한 투자금의 80% 이상를 쏟아부어야 한다.
물론 방송국에 가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차피 무명일 때는 방송 녹화 여섯 시간 전에는 도착해서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불운한 사고로 펑크라도 나면 몰락하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국 주변에 가면 펑크가 나서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무명 가수들도 많이 있고 말이다.
더군다나 방송국 주변에 대룡이 준비한 대기실이 있으니 복작거리는 방송국 공용 대기실에서 준비할 필요도 없다. 개인 대기실은 진짜 성공한 가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이건 대박이야…….’
반대로 대룡의 입장에서는 시설을 제공한 후에는 가만히 있어도 이들이 돈을 벌어 온다. 개개인에게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적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숫자가 많은 데다가 누군가 망해서 나가도 어차피 기획사는 계속 생기며 재능 있는 애들은 소속사의 상태가 안 좋으면 넘겨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동일한 규모의 임대업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수익이 나은 편인 셈.
연예계의 강력한 입김은 덤이다.
“싫은 분들은 나가시면 됩니다.”
하지만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30%라는 조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어차피 미래의 확실하지 않은 수익에 비하면 이쪽 조건이 너무 달콤했다.
“자, 그럼 계약하실 분은 이쪽으로.”
노형진의 말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 * *
연예계는 발칵 뒤집혔다. 그동안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연예 기획사들이 대룡을 중심으로 한국엔터테인먼트조합라는 하나의 집단을 이룩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 조합에서는 이번에 사설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연예계에 수많은 기획사들이 존재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기꾼들이 존재합니다. 이에 우리 조합에서는 사설 인증제를 도입하여 소속이 아닌 기획사라 할지라도 신청한다면 공정한 과정을 거쳐서 인증하기로 했습니다. 인증한 기획사 중 소속 기획사의 경우라면 사기와 같은 범죄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할 경우 조합에서 일부 손해배상을 진행할 것입니다.
안 그래도 사기꾼들이 바글거리는 것이 연예 기획사다. 그런데 인증제를 도입함으로써 질이 좋지 않은 사기꾼들을 걸러 내겠다는 말은 혼탁한 시장에 한줄기의 빛이 되었다.
“이거, 일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닌가요?”
“커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형진은 뉴스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뉴스에는 온통 그 이야기뿐이었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입니다. 특히 사기꾼들이 많은 곳이 이곳이니까요. 사기꾼이 많을수록 자정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하긴 그거야 그렇지만…….”
말이 인증이지, 이게 정착되면 실질적으로 인증받지 못한 소속사는 생존할 수 없다. 인증받지 못하면 조합 가입도 불허되어 대룡에서 제공하는 시설의 사용 권한도 얻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막대한 자산을 들이부어야 하는 사업의 특성상 이익을 내는 것도 힘들어지니 당연히 회사의 생존율이 급감한다.
“그래도 생각보다 반항이 적군요.”
무태식은 그게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기존의 세력에 새로운 집단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강한 저항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항이 거의 없었다.
물론 몇몇 기획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사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집단들이었다.
“그럴 수밖에요.”
공용 시설을 이용함으로써 매출의 80% 이상이 들어가는 투자비를 아낄 수 있게 된 데다가 대룡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며 기획사 내부의 일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특히나 소속 가수가 한두 명쯤 되는 군소 소속사들은 아예 힘을 합쳐서 새로운 그룹을 만드는 등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었다.
‘이쯤이면 충분하겠지?’
어찌 되었건 연예 기획사들이 움직이는 데에 있어서 충분한 자유와 이득이 존재하는 이상 그들이 따로 나가서 뭔가를 할 리는 없고, 단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연예계가 대룡의 입김 아래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성화에게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테고 말이다.
‘기대되는걸.’
* * *
“뭐라고?”
성화도 성화 나름대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그들의 전략 팀이 이번 사태를 분석한 결과,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알다시피 대룡에서 대다수의 기획사들을 포섭했습니다. 일부 대형 기획사들 역시 그들에게 가입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어째서?”
“그거야…….”
그동안 기획사들은 광고를 주는 대형 기업들에게 철저하게 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방송으로 많은 돈을 벌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방송은 그다지 많은 돈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방송에서 나가는 것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적자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나가는 이유는 방송만큼 강력한 홍보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뭉치게 된다면 분명 우리에게 반기를 들 것입니다.”
특히 성화는 그런 연예계의 생리를 이용하여 갑질 하는 걸로 유명했다. 그래서 그동안은 연예 기획사들이 뭉쳐서 저항할 일이 없었던 것인데, 이번에는 제대로 뭉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 중심에는 한창 전쟁 중인 대룡이 있었다.
“젠장, 망할 대룡 녀석들. 진짜 우리를 죽일 생각인 거냐?”
“그럴 겁니다.”
“영화관은 어때?”
“영화관에서는 아직은 큰 피해가 없습니다. 도리어 수익이 늘어났습니다.”
“수익이 늘어나다니?”
갑자기 영화관의 수익이 늘어났다는 것을 단순하게 좋게 볼 수만은 없었기에 성화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군소 영화관들이 대대적으로 동시에 리모델링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그들이 뭉쳐서 대룡의 체인점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대룡의 서비스에?”
“네, 리모델링이 끝나면 대룡은 우리보다 상영관을 기준으로 따지면 두 배가 넘는 영화관을 보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설이 나쁘잖아?”
“그러니까 리모델링을 하는 겁니다. 대룡에서 지원해서 하는 것이니 제대로 고칠 테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질적으로도 불리해집니다.”
성화가 오픈한 씨네월드는 슬슬 사람들에게 익숙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좋게 말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지겨워지고 있다는 뜻이 된달까?
“대룡 녀석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자신들에게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망해 가는 작은 기업들을 뭉쳐서 저항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번 사태의 주범은 아무래도 그 변호사인 듯합니다.”
“변호사? 그 노형진이라는 인간 말이야?”
“그렇습니다.”
“끙…… 망할 놈이군. 지난번 사태 때도 그 녀석이 방해한 거 아냐?”
“그럴 거라 예상합니다. 그 당시에는 변호사가 아니었지만 학생이었던 그의 존재가 드러난 걸로 봐서는 그가 방해한 것이 확실합니다.”
노형진은 친자 확인 소송 때 스스로 미끼가 되어 추적자들을 유인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성화에서는 그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아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변호사가 되고 대룡과 같이 자신들과 싸우는 새론에 들어간 것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너무 작위적이었다.
“그런 녀석이 왜 우리 정보망에 안 걸린 거야?”
“실책입니다.”
유명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정보를 봐서는 대기업에 투신할 성향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가정이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투신이라는 것은 그 회사에 입사하여 충성을 다하는 것이지만, 노형진은 새론도 그렇고 대룡도 그렇고 엄밀하게 말하면 기브 앤드 테이크, 즉 주고받는 관계일 뿐, 그들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었다.
“대책은 없는 거야?”
“청계 측에서도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지만…….”
변호사라는 존재는 국가에서 신분을 보장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청계라 할지라도 어떠한 범죄의 사유도 없이 한 사람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다.
“그럼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거야?”
“결국 똑같은 집단을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말인가?”
“네, 아직은 대룡 측에 붙은 기업들은 대부분 작은 곳들입니다. 그러니 큰 곳들 위주로 우리가 싹쓸이하면 될 거라 생각됩니다.”
“그렇지.”
어찌 되었건 연예 기획사들은 큰 곳에서 버는 돈이 작은 곳에서 버는 돈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당장 C급 연예인의 경우에는 1회 출연료가 백 단위지만, 특A급이라면 수천만 원이 넘어가니까.
“그쪽에 연락해 봐. 우리 쪽에서 집단을 만들 테니 가입하라고.”
“네.”
“이번에는 대룡에 밀려서는 안 돼!”
그동안 계속된 패배로 인해 내부에서도 말이 많은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비등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두 번의 큰 패배 때문에 분위기가 더욱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이겨야 해!”
성화는 그렇게 승리를 다짐했다.
* * *
“역시나 그렇군요.”
노형진은 보고서를 받고는 한숨을 쉬었다. 대룡이 가장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묻혔다고 하지만 예상대로 성화 역시 비슷한 집단을 만들어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사단법인이라는 것 자체가 누가 만들든 상관없는 구조인 거니까.
“예상했나?”
“솔직히 그렇습니다. 유 회장님도 그러셨잖습니까?”
“부정은 못 하겠네.”
자신이 당하는 입장이라 해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서 대항하는 것뿐이다. 그게 지금까지의 싸움이었다. 기업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그런 식으로 싸우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가 됩니다.”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싸워야 하지요.”
“그건 알겠네. 그럼 저쪽에서 이렇게 나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저항할 건가?”
“당연히 아래쪽에서 치고 올라가야지요.”
“치고 올라간다?”
“네.”
연예 기획사들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많이 돈이 되는 사람들은 역시 가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형진은 가수를 노릴 생각이 없었다.
“저작권 관리 권한을 달라고요?”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은 다름 아닌 댄스 트레이너, 또는 안무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서 당황스러운 부탁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춤에 대한 권리를 확실하게 보장받아야 할 때가 아닙니까?”
노형진의 말에 트레이너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춤에 저작권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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