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5)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인간의 육체가 표현할 수 있는 행동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춤이라는 행위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게 되면 춤을 개발하고 추는 것 자체가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형진은 다른 걸 노리고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분명히 이때쯤이지?’
원래 춤에 대한 저작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저작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명 안무가 한 명이 소송을 넣으면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춤의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지만 같은 흐름을 탄 일련의 동작들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저작물과 다르게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작기 때문에 그 기간이 길지 않고 가수가 그 노래를 가지고 활동하는 기간에 한한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건 정식으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법원으로 허가받은 게 이 시점이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저희에게 저작권을 주신다면 저희가 그 관리를 해 드리겠습니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댄스 교습소에서는 여러분들이 힘들어서 만들어 낸 춤을 땡전 한 푼 내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분들은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춤을 만들어 내고 난 후 이들이 받는 것은 고작 몇백만 원의 수고비와 지속적으로 가수들을 훈련시켜 주는 트레이너비가 전부다. 말 그대로 좋아서 할 뿐이지, 크게 돈이 되는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와 함께하는 수많은 기획사들이 있습니다.”
“음…….”
아직 유명하지 않지만 수많은 기획사들이 가입되어 있는 조합이다 보니 가수가 많아 소모되는 춤이 많다. 그건 자신들의 수익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또한 우리 조합에서는 트레이너비와 더불어서 정식 공연에 한하여 무대 1회당 3만 원의 보상금을 지불할 것입니다.”
“3만 원!”
그 말에 안무가들은 입을 쩍 벌렸다. 가수마다 다르지만 제법 유명한 가수들은 행사부터 방송까지 합한다면 한 달에 100건 정도 행사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총 300만 원의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도 트레이너비와 별도로 말이다.
“하겠습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연습실마저 공유한다고 하니 자신들의 연습실 유지 비용도 적어질 것이다.
“잘 생각하신 겁니다.”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예안엔터테인먼트. 이곳은 한국의 5대 엔터테인먼트 중 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사장은 한때 유명한 가수이기도 했다.
“끙…… 그냥 가수나 할걸.”
가수를 할 때는 몰랐던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예안엔터테인먼트 사장인 박유림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성화 때문에 그런가요?”
“그래, 이 미친놈들이 자기 아래로 들어오란다.”
성화는 비슷한 구조를 가진 형태를 만들었지만 대룡과 그 형태만 비슷했지, 그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실질적으로 자기들 아래에 들어와서 움직이라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안 들어가면…….”
“보복할 텐데…….”
보복하게 되면 자신들은 버틸 수가 없다. 아무리 예안엔터테인먼트가 5대 기획사 중 한 곳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성화에 비하면 말 그대로 조족지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습실 운영비에 비하면 유리한 거 아닙니까?”
“닝기미!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게 연습실이냐?”
가장 큰 문제는 연습실이었다. 당장 성화가 대룡을 따라 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연습실과 기타 부대시설을 확보하는 것이었는데 정작 그 부대시설을 쓸 만한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일반 건물에서 확보하자니 그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렇다고 학교 건물을 확보하자니 유민택 역시 그들이 그렇게 나올 거라고 예상을 해서 서울과 경기도권의 폐교를 모조리 선점한 상태.
결국 성화가 구한 연습실이라는 게 강원도에 있는 곳이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강원도에서 어떻게 다니라고!”
아예 무명이나 연습생이라면 모를까, 자신들의 소속사에 있는 가수들은 제법 유명해서 행사가 많은 사람들이다. 다른 곳도 아닌 강원도에서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사용할 수도 없는 연습실이라는 뜻인데 누가 그걸 돈을 주고 들어가겠는가?
“그럼 대룡으로 가야 합니다.”
만일 성화의 뜻에 거스른다면 혼자서 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남은 건 대룡뿐이다.
“하지만…….”
그는 거대 기업이 이 사업에 끼어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좋은 의미로 들어왔다고 하고 또 상당히 공평한 계약이라고 하지만 거대 기업이라는 것 자체가 싫었다.
“성화냐…… 대룡이냐…….”
그 역시 성화와 대룡이 전쟁 중인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했다. 대룡에 가입하면 성화가 가만히 안 둘 테고 성화에 들어가면 대룡 역시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난리야.”
생각지도 못한 일에 고민하는 그때였다.
“사장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손님?”
“네.”
“무슨 손님?”
“노형진 변호사라고 하십니다.”
“노형진?”
익히 들었던 이름이다 이번 대룡의 조합을 만든 1등 공신이라고 하던가?
“들어오시라고 해요.”
상대방이 상대방인 만큼 그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곳으로 향했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박유림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설마 대룡이 만든 조합에 가입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자신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자신들이 가진 연습실이 있기 때문에 대룡에서 제공하는 것이 그다지 급하지도 않고 말이다.
“아닙니다. 그건 강제할 일은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죠.”
“그러데 대룡에서 어쩐 일이죠?”
“이번에 춤에 대한 저작권 관리 권한이 저희 한국엔터테인먼트조합에 넘어왔습니다.”
“춤에 대한 저작권?”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능글맞은 미소를 만드는 노형진. 하지만 박유림은 그게 어쩐지 무섭게 보였다.
“얼굴을 찍은 사진에도 초상권이라는 권한이 있습니다. 일반 풍경을 찍은 사진도 저작권이 있습니다. 그런데 안무가가 만든 춤에 저작권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그런 소리는 들어 본 적이…….”
“그런 소리는 이제 들어 보시게 될 겁니다.”
“무슨 소립니까?”
“당연히 저작권 관리 권한이 넘어왔으니 그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거죠. 현재 귀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댄스 그룹의 춤에 대한 공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입니다.”
“뭐라고요!”
박유림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이 시대에 최대의 그룹은 다름 아닌 댄스 그룹이다. 목소리보다 비주얼이 더 중요한 시대다. 당연히 군무를 통한 퍼포먼스가 인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지요.”
대부분의 연예 기획사들은 안무가들을 홀대한다. 작곡가나 작사가에 비해서 안무가들은 아직까지 저작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무려 4개월에 걸쳐서 만들어 낸 춤을 고작 200만 원의 사례금을 지불하고 나서 몇 년째 써먹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가수들 자체도 해당 춤에 대한 연습이 충분히 된 상황인지라 이젠 딱히 댄스 연습도 하지 않아서 안무가는 트레이닝비도 받지 못하는 상황.
“저희는 이번에 모두의 상생을 위해서 활동하고자 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쩌란 말입니까!”
“어쩌기는요. 소송하셔서 이기시든가 우리 조합에 가입하셔서 정식으로 사용료를 내놓으셔야지요.”
그 말에 박유림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노렸구나.’
발라드 가수라면 모르겠지만 요즘 대세는 댄스 가수다.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닌 대룡에서 공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다면 재판 결과야 어떻든 간에 나중에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활동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한 달이 멀다하고 신인이 나오는 이 세계에서 치명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으윽.”
노형진은 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결국 기본의 문제지.’
어떤 세계든 어떤 직업이든 가장 아래에 사람이 있어야 그 세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정작 아래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당장 댄스만 해도 그렇다. 춤이며 노래를 만드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그나마 음악은 보호받는다지만 그건 그들에게 작곡가 협회라는 곳이 있어서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사람들을 뭉치게 만든다면.’
그리고 그들을 자신들의 아래에 놓을 수 있다면 하나의 직업 체계를 흔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조건이 뭡니까?”
“조건은 공평한 수익의 분배죠. 말 그대로 댄스의 저작권료를 내시라는 겁니다.”
“하지만 수익이…….”
“협회에 들어오시면 되지 않습니까? 연습실에 녹음실까지 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끄응…….”
맞는 말이다. 그런 유지비만 뺀다고 해도 충분히 돈을 줄 수도 있다. 당장 연습실에 들어가는 비용만으로도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다.
“성화가 진출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겁니까?”
“알지요.”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성화를 팔아 봤다. 하지만 노형진이 이런 작전을 짜면서 성화의 존재를 감안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제가 모르고 할 것 같습니까?”
“끄응…….”
모든 걸 알고 다가오는 상대방에 저항할 방법은 없다. 더군다나 여러모로 봐도 성화보다는 대룡이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툭 까고 말해 봅시다. 성화로부터 진짜 지켜 줄 수 있습니까?”
“있지요. 그리고 새로운 유통망을 만들 수도 있지요.”
“새로운 유통망?”
“솔직히 30%는 너무 짜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
박유민에게 있어서 다른 말보다 그 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솔직히 연습실 같은 건 아직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이나 신인이 비율상 많은 곳에는 좋지만 자신들처럼 완성된 가수들이 포진한 곳에는 그다지 유리한 것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그 말은 무엇보다 군침이 도는 말이었다.
“7 대 3으로 하죠.”
“뭐라고요?”
“우리 조합에 가입하면 대룡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유통망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건은 7 대 3. 우리가 3입니다.”
현재 성화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포도라는 음악 사이트가 한국 전자 음반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결과, 분배율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차별이 심해서 그들이 70%를 연예 기획사가 30%를 먹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들이 유통망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운영비나 간신히 나올 텐데요?”
문제는 대룡이라 할지라도 수익의 30%라고 하면 운영비나 간신히 나올 거라는 뜻이다.
“지금이야 그러지요.”
“지금이야?”
“하지만 미래는 아니겠지요. 우리에게는 연습실을 빌려주는 게 있으니까요.”
“아…….”
연습실 대여. 조합에서 활동하려면 순수익의 30%를 내야 한다. 더불어서 따로 만든 유통망에서 30%를 낸다면 대룡에서 가지고 가는 수익은 못해도 40% 이상이 된다는 뜻이다.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화보다는 확실히 적다.’
더군다나 성화 쪽은 그냥 유통만 시켜 주고 70%를 받아 가는 반면, 이쪽은 여러 가지 혜택이 있다.
“음…….”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조건이라면 성화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하긴…… 이런 조건이면 성화라고 해도 어찌할 수가 없지.’
일단 한번 만들어진 집단이다. 만일 대룡이 여기서 발을 뺀다고 해도 한번 뭉친 사람들이 쉽게 흩어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화가 섣불리 장난을 치지는 못한다.
“좋습니다. 가입하겠습니다.”
“뭐라고?”
방송국의 최대 수익처는 뭘까?
수신료?
아니다. 방송국의 최대 수익처는 다름 아닌 광고다.
단 몇 초의 광고가 엄청난 수익을 만든다. 그리고 영화관에서도 그 법칙은 유지되는데 가령 2시 영화라고 하면 최소한 20분 전에 입장을 시작한다. 그리고 광고가 나오고 영화 자체는 정작 2시 20분이나 2시 30분에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 이렇게 매출이 떨어지는 거야?”
그런데 그 광고 매출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지금 살펴보니 광고 시간을 20분도 못 채울 정도로 광고가 줄었다. 기존에 광고를 맡기던 업체들이 한 자리라도 차지하려고 하던 걸 생각하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대룡입니다.”
“대룡? 그 새끼들이 무슨 짓을 한 건데?”
“광고 없는 영화관을 만들었답니다.”
“광고 없는 영화관? 그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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