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54)
사실 한국의 드라마 구조가 너무 긴 것도 사실이고.
“이번에 괜찮은 시나리오 작가가 한 명 들어와서 우리 회사 홍보 드라마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어떤가?”
“뭐, 원하신다면요.”
이번 사업은 대룡만 투자한 게 아니라 노형진도 적지 않게 투자했다. 그러니 노형진에게 말해 두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자네에게 한번 보여 줌세.”
“전 그런 건 잘 모르는데요.”
“그래도 나보다는 잘 알 것 같은데?”
“글쎄요…….”
노형진도 그다지 드라마를 많이 보는 타입이 아닌지라 시나리오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힘들다.
‘주변에 젊은 여자들이 많으니 부탁해 보지, 뭐.’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 노형진은 가볍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면 다른 건수 좀 말해 보게나.”
“다음 대상은 군대입니다.”
“군대?”
뜬금없는 말에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했다.
“거긴 완전히 걸 그룹만을 위한 공간 아닌가?”
“그건 맞기는 하죠.”
학교는 남자 그룹에도 공평한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여학교도 적지 않고, 남녀공학에도 여자가 있으니까.
하지만 군대는 아니다. 오로지 남자만 있는 집단이다.
“그런데 왜 군대야?”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현실적으로 걸 그룹이 더 많이 데뷔하기 때문이다.
공평한 균형이라고 하지만 일방이 더 많은 상황이니 결론적으로 남자 그룹이 두 배 이상의 출연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인터넷을 노리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을 노려?”
“네, 이번 일에서 노리는 건 인터넷입니다. 공연하는 건 걸 그룹이지만, 우리가 노리는 건 여자들이지요.”
“으응? 그게 무슨 말인가?”
군대는 남자들만의 집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수 여군이 있지만 말 그대로 소수이고, 절대적으로 남자들의 집단이다.
그런데 노리는 게 인터넷의 여자들이라니?
“여성 커뮤니티의 파급력은 대단합니다. 뭐, 남자들 역시 대단한 건 있지만, 이런 감성적인 전략은 여자들이 더 먹히죠.”
“감성적 전략?”
“네.”
“무슨 계획인지 한번 말해 보게. 상당히 기대되는군.”
“고무신을 노리는 겁니다.”
“고무신? 아니, 21세기에 웬 고무신?”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들을 고무신이라고 합니다. 뭐, 어머니들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지요.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건 고무신, 즉 여자 친구들이니까요.”
노형진은 유민택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걸 그룹이 군대에 가서 공연을 하는 것은 방송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없다. 그나마도 상당히 제한된 경우에 한다.
그리고 그 권한은 부대장이 가지고 있다.
당연히 부대장이 꼴통일수록 그런 기회는 멀어진다.
“하지만 위문 부대가 있지 않나?”
“위문 부대는 별로 인기 없습니다.”
“왜?”
“시커먼 남자만 나오는데 좋아하겠습니까?”
위문 부대의 주요 멤버는 군대에 끌려온 남자들이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물론 여성 그룹을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오래 있지도 않는다.
군대란 집단은 장군이 골프를 치기 위해서 수백억을 버리는 건 괜찮아도 장병들의 수통 하나 바꿔 주는 건 아까워하는 곳 아닌가?
그런 곳이 장병들의 사기를 위해서 비싼 돈을 주고 연예인을 부를 리 없다.
“일반적으로 군대의 공연비는 3분의 1 이하입니다.”
“헐.”
“그래서 대다수의 걸 그룹은 봉사 개념으로 접근하지요.”
더군다나 군통령 군통령 하면서 방송에서 띄워 주기는 하지만, 군인은 군인일 뿐이다.
억압된 상황에서 그들이 경제적으로 그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외부에서는 개개인이 음악 CD 등을 사거나 굿즈를 구매할 수 있지만 군인들은 그게 가능할 리도 없고, 설사 CD를 산다고 해도 어차피 플레이가 가능한 물품은 개인이 아니라 공용으로 쓰기 때문에 돌려서 듣기 마련이다.
“그래서 뭐 인기가 있겠나?”
“그러니 고무신들을 이용해야지요.”
여자들의 커뮤니티는 상당한 파급력과 동원력을 가진다.
“그곳에다가 무료 공연권을 거는 거죠.”
“무료 공연?”
“네.”
기존의 군대에서처럼 지휘관이 부르는 것이 아니라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가 있는 부대에 위문 공연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종의 깜짝 선물처럼 말이다.
일부 꼴통 지휘관이 있는 곳들은 그런 기회가 온다고 해도 거절하겠지만 대부분의 정상적인 지휘관들은 받아들일 테니 자연스럽게 군대에서 공연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군인은 돈이 안 된다면서?”
“영원한 군인은 직업군인뿐이니까요.”
한국은 징집 국가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하면서 민간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때는 정상적인 팬클럽 활동이 가능하다.
“한번 공연하면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모여들 겁니다.”
그러면 그들은 확실하게 그룹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걸 그룹을 실제로 보는 것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테니까.
“흠……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걸 어디다 써먹어?”
“일단은 방송에 팔아야지요.”
“팔릴까?”
유민택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군대 프로그램을 살 만한 방송국은 없어 보였으니까.
“다른 곳은 안 사겠지요.”
“살 곳이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군.”
“국방TV에서는 살 겁니다.”
“그런 데도 있었어?”
유민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심지어 군인들도 모르는 ‘국방TV’라는 채널이 있다.
그곳에 판다면 관련 프로그램인 만큼 확실히 구입해 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가격은 얼마 안 하겠지만요.”
“군대라.”
확실히 그런 곳이면 충분히 이런 프로그램을 살 수 있다.
“우리는 광고를 하고 말이지.”
“네.”
“좋은 생각이야.”
물론 적자는 볼 것이다. 하지만 적자를 보내는 대신에 확실하게 광고효과를 노릴 수 있다.
애초에 광고라는 것이 적자를 기반으로 흑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예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광고 개념은 약했지요.”
하지만 그들은 성공하기 위해서 충분히 그럴 의지가 있다.
당장 방송 프로그램 중 음악 방송 같은 경우는 출연료가 터무니없이 낮아서, 가면 적자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서 다들 군소리하지 않고 출연하는 것이다.
“우리는 광고로 움직이는 거대한 방송국을 가지게 될 겁니다.”
노형진은 자신이 있었다.
* * *
“세아야.”
“응?”
“네 남친, 부대에 잘 있다고 하디?”
“그렇겠지.”
유명한 학과 내 CC였던 세아는 남친을 군대에 보내고 나서 하루하루가 걱정이 태산이었다.
뉴스만 틀면 나오는 자살을 했네 맞아 죽었네 하는 소리가 절대 남의 말로 들리지 않았다.
“잘 지내는지 알아야지, 하아.”
“그렇게 걱정되면 너도 그거 신청해 보지?”
“뭘 신청해? 면회? 면회야 자주 가려고 하지.”
“아니, 그거 말고.”
친구는 모르는가 싶어서 손을 흔들며 설명해 줬다.
“‘사랑의 선물’이라는 프로그램 말이야.”
“사랑의 선물?”
“응.”
“그게 뭔데?”
“남자 친구한테 가수를 보내 주는 프로그램이야. 요즘 한창 이야기들 하던데?”
“가수?”
“응. 여자 친구나 가족이 신청하면 가수들이 그 부대에 가서 공연을 해 주는 거래.”
“그런 게 있어?”
“대룡에서 한다지?”
처음 듣는 프로그램이지만 세아는 왠지 혹했다.
그래도 그런 식으로 한번 공연해 주고 나면 아무래도 선임이라는 사람들이 좋게 생각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후임 덕분에 걸 그룹까지 왔는데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그냥 방송국에 신청하면 돼?”
“그건 아니야. 자기가 가서 신청할 때 보내고 싶은 그룹을 직접 골라야 해.”
“엥? 어째서?”
“나도 모르지. 취향이 다 달라서라고는 하던데.”
“그런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세아의 머릿속에서는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그걸 신청하면 그냥 보내 준다고? 공짜로?”
“공짜로. 그래서 고무신 커뮤니티에서는 제법 시끄러운 모양이더라.”
“그래?”
“응. 너도 한번 들어가 봐.”
“알았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몇 번이고 ‘사랑의 선물’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을 되새겼다.
* * *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소문은 그만큼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신청을 하고 난 후에 랜덤하게 가는 게 아니라 그 주에 가능한 팀을 미리 공지하고 그중 선택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거기에 공지된 팀에 대해서 여자들이 조사하기 시작했기에 자연스럽게 홍보되었다.
심지어 군대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가족들이나 여자 친구에게 신청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엄청나게 많네.”
신청자들은 넘치고 홍보는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단시일 내에 대룡이 밀어주는 그룹에 대한 인지도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그 효과를 두 눈으로 기획사 사장들은 자신들도 참여하겠다고 부랴부랴 뛰어오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청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어?”
“했지.”
“헐.”
“생각해 봐. 100만 대군이라고 하면 그 가족은 못해도 300만 이상이야. 그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하는 셈인데 이 정도 반향도 없겠어?”
“그런가?”
“그냥 무차별적인 이벤트라면 아마 도리어 관심이 없었을걸.”
누가 부르든 간다면 오히려 관심이 이 정도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군인이라는, 누가 들어도 애틋한 사람들을 미끼 삼아서 이벤트를 했고 그 점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인간은 원래 좋은 일을 하라고 한다고 하면 무척이나 마음이 약해지거든. 군인이라는 존재가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가족들과 여자 친구 그리고 친구들은 뭐라도 하나 해 주고 싶어 하는 거지.”
“음…….”
“거기에다가 이런 경우는 부대에서 자연스럽게 포상 휴가를 뿌리는 게 일종의 묵계 같은 거잖아.”
“그래? 난 몰랐네.”
이런 프로그램에 나가면 각 부대의 부대장들은 포상 휴가를 마구 뿌린다.
그러니 군인들은 너도나도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것이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너 왠지 말투가 이상하다?”
“킥킥킥.”
손채림은 킥킥거리면서 웃었다.
“그런데 방송은 어떤 식으로 할 거야? 마냥 공연만 할 건 아니잖아. 랭킹전을 하기도 참 애매하고.”
군인이라는 특성상 랭킹전을 한다고 해도 참여할 수가 없다. 거기에다가 학생들처럼 투표로 선출하기도 애매하다.
막말로 아무리 걸 그룹을 원해도 대대장이 남자 트로트 가수로 뽑으라고 하면 남자 트로트 가수로 뽑아야 하는 것이 군인들의 숙명.
“이번에는 좀 잔인하게 놀아 볼까 하고.”
“잔인?”
“응, 경쟁전.”
“경쟁전은 또 뭐야?”
“간단해. 군인들의 사명이 뭐야? 전쟁 아니야?”
“그렇지.”
“그러니까 각 부대간 서바이벌을 방송 콘셉트으로 잡아 볼까 해.”
“헐.”
노형진의 방송 콘셉트는 간단했다.
학교와 마찬가지로 각 부대에는 지정된 그룹이 붙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함께 생활하면서 홍보를 노리는 것과 다르게, 부대에서는 함께 생활하되 각 부대가 서바이벌 게임을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승자의 팀은 공연을 하고 패자의 팀은 공연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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