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6)
“그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성화의 부장은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광고 없이 어떻게 영화관을 운영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 말을 들어 보니 완전 뒤통수 치기였다.
“이걸 보십시오.”
작은 모니터에 뭔가를 틀어 주는 부하 직원.
그것은 짧게 만들어진 일종의 예능이었다. 나오는 사람들이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이게 뭔데?”
“이게 광고입니다.”
“뭐?”
광고라고 하면 뭐가 좋다거나 어디로 오라는 것과 같은 내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건 그냥 예능이었다. 다만 유명하지 않은 아이들이 나올 뿐.
“PPL입니다.”
“PPL?”
“그렇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전처럼 뻔한 광고가 아닌 예능처럼 PPL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상영 중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방법은 간단했다. 광고하고자 하는 회사가 돈을 지불하면 협회에서는 소속된 무명의 연예인들을 통해서 싸게 국민들이 볼 만한 가벼운 예능을 만든다. 그리고 틀어 준다.
그 안에서 광고 대상이 되는 것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광고가 된다. 무명의 연예인들은 상대적으로 버는 돈이 적기는 하지만 관객들에게 자신에 대해서 알릴 수 있어서 좋고, 관객들은 지루하고 뻔한 광고 대신에 즐거운 예능을 봐서 좋고, 또 의뢰인은 뻔한 광고보다 광고 효과가 좋아서 좋다.
서로 윈윈하는 전략.
“모든 광고가 그쪽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관객들 역시 그쪽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이쪽은 비싸고 지루한 광고를 봐 줘야 하는데 저쪽은 싸고 곳곳에 있으며 지루한 광고 대신에 예능을 볼 수 있다. 관객들이 어디로 갈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었기에 부장은 멍하니 실적을 바라보았다. 대룡의 영화 체인점인 무비하우스가 생기고 나서 매출이 급락하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방법이 없나? 우리도 똑같은 거 어떻게 만들 수 없어?”
“그게…… 방법이…….”
부하 직원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일단 그들을 따라 하기로 말이다. 하지만 시작하려고 하자 방법이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쓸 만한 연기자들이나 아이돌들은 모조리 협회 소속이다. 그들을 쓰면 대룡에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직 속하지 않은 사람을 쓰자니 아주 유명한, 그래서 개인적으로 움직여도 되는 사람인지라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았다.
더군다나 예능은 짜잔 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PD나 스토리 작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 중 능력 있는 사람은 모조리 엔터테인먼트 협회에 속해 있었다.
“사람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참혹한 말이었다. 부장은 멍하니 그 직원을 바라보았고 때마침 전화기가 울렸다.
“서부장.”
“사…… 사장님.”
“당장 올라오게.”
그 말에 서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정당한 방어 (1)
“성화가 킬러 안 보내냐?”
“네?”
“아니, 그럴 것 같아서.”
“설마요.”
성화는 대룡에 심각하게 밀리고 있었다. 영화관의 수익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답이 보이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활로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아예 기본이 되는 출연진 시장을 대룡이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만든 사람들은 소속사마저 잡지 못한 연예인이라고 하기도 힘든 수준의 연기자들이었다.
결과적으로 단 한 달 사이에 영화관의 점유율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뭐,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그럴지도 모르죠.”
무태식 변호사는 설마 킬러를 보내겠느냐고 웃고 말지만 노형진은 마냥 웃을수는 없었다.
‘설마가 사람 잡지.’
킬러도 아니고 국정원까지 보냈던 것이 바로 대기업이다. 지금이야 자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유명한 상황이니 그냥 둘지도 모르지만 나중에는 모른다.
‘안전 문제를 확보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최소한 호신술이라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수익은 어때요?”
“나쁘지 않아.”
대룡은 10%를 범죄 피해자를 위한 기부금으로 적립하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안 그래도 대룡의 영화관인 무비하우스에 오던 사람들의 수는 그 소식을 듣고는 더욱 몰려들었다.
기왕 보는 거, 좋은 일을 하자는 사람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그 무슨 신발하고 같은 현상인 건가?’
어떤 신발 회사가 신발 하나를 사면 똑같은 신발을 아프리카의 빈민들을 위해서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하자 신발의 판매량이 급증한 적이 있었다. 어찌 보면 지금도 그것과 같은 일일 수도 있다.
물론 영원한 건 아니지만 사람에겐 관성이 있다. 한번 정해진 영화관으로 계속 가는 것이다. 그게 바로 점유율의 위력이다.
그 덕분에 대룡에서는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에 대해서 구제 지원을 하고 있었고 따로 광고할 필요도 없이 기업의 이미지는 좋아지고만 있었다.
“일단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지요.”
당연히 법적인 문제는 새론에 돌아왔고 새론 역시 엄청나게 인력을 증원하는 중이었다.
“다음 문제는 그 모금받은 돈을 어떻게 하느냐는 건데요.”
보통 모금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정부에서 허가받은 곳에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얼마 전 있었던 일로 다짜고짜 새론으로 돈을 보내는 사람들이 생겨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되고 있었다.
“거참! 사람들, 물어보고 보내 주든가 하지.”
사람들이 이렇게 막대한 모금액을 주는 이유는 얼마 전 벌어진 집단 강간 사건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서 벌어진 집단 강간으로 인하여 분노한 노형진과 새론은 피해자를 방어하는데 전력을 다했는데, 그게 소문이 나자 너도 나도 아이를 돕고 싶다면서 무작정 새론에다가 돈을 보내 준 것이다.
물론 나름 방어하는 데에 성공하기는 했다. 물론 나름이라는 건 말 그대로 피해자만 지켰다 뿐이지, 가해자에게 적당한 처벌이 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원래 역사에서도 그렇더니.’
아니나 다를까, 가진 집안의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범인들은 대부분 처벌받지 않은 채로 풀려났고 지금도 떵떵거리면서 잘살고 있었다.
“일단 그거 피해자 아이한테 주도록 하죠.”
“그거 현행법 위반인 거 알지?”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단체에서 모금하거나 그 모금액을 누군가에게 주는 건 명백하게 현행법 위반이다. 모금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신고해야 한다.
당연히 새론은 법무법인이기 때문에 그런 권한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노형진은 쿨하게 선을 그어 버렸다.
“좆 까라 그래요. 사람이 만든 게 법인데, 법을 지키라고 사람을 죽일까요? 우리가 그런다고 정부에서 뭐라고 할 건데요? 그까짓 벌금, 제가 내고 맙니다. 아시죠? 저, 돈 많아요.”
그 말에 피식 웃는 송정한. 아마도 노형진이 그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차라리 모금된 걸 돌려주고 그 벌금을 주는 게 좋지 않아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금액적 차이는 둘째 치고. 우리가 주면 우리가 불쌍해서 주는 것밖에 안 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아 준 건 세상 사람들이 그 아이를 믿고 도와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돈의 가치보다 그런 정신적 가치가 더 중요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네. 우리가 차가운 법을 공부하고 있지만 원래 법은 따뜻해야 하네. 그런데 차갑게 숫자만 판단한다면 승리는 할지언정 그들의 상처는 돌보지 못하겠지.”
“알겠습니다.”
담당 직원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마음을 그 역시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시아 변호사는 불만으로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타인이잖아요.”
“민 변호사님, 왜 불만이라도 있으세요?”
“그 망할 녀석들 말이에요. 결국 풀려났잖아요.”
“그렇지요.”
부모라는 작자들이 온갖 압력을 다 동원해서 대부분이 풀려났다. 어이없게도 주동자들은 죄다 풀려나고 처벌받은 것은 그들과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심부름이나 하던 양아치들뿐이었다.
물론 그놈들이 불쌍한 건 아니지만 집단 강간을 주동했던 놈들이 풀려난 게 민시아 변호사는 불만이었다.
“어쩌겠습니까, 우리나라 법 체계는 피해자들을 아예 배제시켜 버리는데?”
“그럼 방법이 없나요?”
“없긴요. 민사 가야지요.”
“그러니까요. 민사가 있는데 왜 그냥 넘어가느냐는 거예요.”
민시아 변호사는 당장 민사를 걸고 싶은 것 같았다.
노형진은 그녀를 위해서라도 한마디는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뛰어갈 건 그녀이니 말이다.
“그 녀석들이 미성년자라서 그런 겁니다.”
“네?”
“미성년자라서 안 하는 겁니다.”
“설마 어리다는 이유로 안 한다고요? 노 변호사님! 그런 변명을 가장 싫어하지 않았어요?”
“이런, 오해하지 마세요. 어려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어리기 때문에 기다리는 겁니다.”
“기다린다?”
“네.”
범인들은 죄다 미성년자다. 당연히 지금 민사소송을 하게 되면 그 소송 당사자는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되어 버린다. 물론 그렇게 되면 지금 돈을 제법 많이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후에는? 끝이다.
그들은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을 테고 민사를 해 봐야 결국 부모가 주는 돈으로 벌금을 내고 전처럼 평화롭게 살 것이다.
“제가 미쳤다고 그 꼴을 봅니까?”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당연히 성인이 되면 해야지요.”
성인이 된 후에 민사를 하면 부모가 돈을 준다고 해도 어차피 당사자는 본인이 된다. 즉, 재판에도 본인이 나와야 하며 사건의 반향도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전 아주 합법적으로 그 새끼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할 수 있다는 거죠. 후후후.”
“아…… 전 그것도 모르고…….”
“아닙니다. 그 계획을 말하지 않은 건 저니까요.”
민사의 무서움은 단순히 돈이 아니다. 지금 받으나 그때 받으나 돈의 차이는 없다. 하지만 노형진은 돈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풀려나서 깨끗한 사람인 척 살 수 있게 놔둘 생각 따위는 없었다.
‘내가 이런 방법은 잘 쓰지 않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법만 잘 이용하면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도 일이 아니다. 다만 그게 극도로 잔인한 짓이기 때문에 노형진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리어 노형진이 그 녀석들이 성인이 되기를 기다릴 만큼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안 그래도 저희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고문학조차도 미소를 지으면서 민시아 변호사를 진정시켰다.
“그 녀석들은 계속 추적 중입니다.”
“몰랐어요.”
“한 사람을 몰락시키는 작전을 준비한다는 게 주변에 알려져서는 좋을 게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여기 계신 분들도 그 부분은 감안하시고 비밀을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노형진의 말에 다른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잘 사는 게 복수라는 말은 개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복수는 그들이 가장 행복할 때 가장 지옥으로 처박아 주는 겁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후후.”
“역시…… 노 변호사……. 서비스까지 확실하다니까. 하하하!”
송정한이 기대된다는 듯 그렇게 웃음을 터트리는 그때였다.
“노 변호사님.”
“응?”
회의를 계속하는 중이었는데 여직원이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이세요?”
“최 부장님이 전화하셨는데요?”
“최 부장님?”
최 부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이번에 대룡에서 피해자 구제 자금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지?”
보통은 따로 전화하는 경우가 없다. 일단 별개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아, 노 변호사님.”
“네, 최 부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혹시 사건 하나 담당해 주실 수 있나 해서요.”
“사건요?”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최 부장이 운영하는 자금은 피해자를 위한 지원금이지, 사건을 처리해 주는 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원이라니?
“사실은 좀 곤란한 사건이 있어서요.”
“곤란한 사건?”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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