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60)
어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수두에 걸렸는데 그 부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자신은 약아키라 약은 안 쓴다면서 약을 안 보냈다는 것.
결과적으로 어린이집에 있던 대다수 아이들에게 수두가 옮아서 난리가 난 적도 있다는 것이다.
“무식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궁금할 지경이군요.”
무태식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식으로 무식한 인간이라면 아이들에게는 없는 것보다 못한 부모인 셈이다.
“이 부분은 확실하게 그냥 둘 수는 없겠군.”
“더 심한 건 이걸 운영하는 사람이 한의사라는 거예요.”
“헐.”
“의사라고?”
“네.”
손채림은 의사라는 사람이 왜 이딴 짓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한의사라고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지식은 배울 수밖에 없다. 그건 양약이든 한약이든 상관없다.
그런데 그런 건 모조리 부정하고 자신만이 맞다고 외치고 있었다.
“심각한 문제군.”
사람들은 직업에 관한 신뢰성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을 믿는 것이다.
가령 사람은 아프면 의사를 믿는다.
그게 현실이고, 그러라고 있는 게 의사니까.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아무리 의사가 약을 처방한다고 해도 수많은 약을 다 아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운영자가 한의사라면 사람들은 약아키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이걸 그냥 둬?”
“아직은 시끄럽지 않으니까요.”
“하긴 그렇지.”
대한민국은 문제가 시끄러워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는 버릇이 있다.
당장 수만 명이 고통받고 있겠지만 그게 드러나지 않은 이상 정부가 움직일 이유가 없다.
“약아키라…….”
노형진은 보고서를 다시 한 번 살폈다.
물론 그곳에 가입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엄청난 극렬분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략 10%만 극렬분자라고 잡아도, 못해도 5천 명 이상의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을 때리지 않는다고 아동 학대를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어요. 그러니 무엇에게서든 아이들을 지켜 줘야 하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지요. 따라서 그걸 거부한다면 그것도 아동 학대입니다.”
“동의하네.”
“이번 일은 빨리해야겠군.”
안 그래도 한국은 아동 학대에 대해서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더군다나 때리지만 않으면 방치한 끝에 애가 죽어도, 아동 학대로 보지도 않는다.
누군가 고발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바로 고발을 진행했으면 하는데요.”
손채림도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건 기다려 가면서 해결할 사건이 아니다.
“그렇게 하세.”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경찰에게 이 정도 일을 던져 준다면 일을 참 잘할 것이다.
“바로 움직이지. 자료는 있나?”
“당연히요. 지금 자료 팀에서 밤을 새워 가면서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자료 팀 내부에도 부모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의 상태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철야를 시켜야겠어.”
송정한도 이번에는 다급성을 안다는 듯 말했다.
“노 변호사, 일단은 아동 학대로 들어가야겠지?”
“그래야겠지요. 하지만 확실하게 하려면 다른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걸 찾아봐야지요.”
노형진은 그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서 고민에 빠졌다.
* * *
“이게 애들 사진이라고요?”
새론에서는 약아키라는 사이트를 뒤져서 아무래도 위험하다 싶은 사례들을 골라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바로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들은 무슨 아동 학대가 천 단위로 들어오나 하는 생각에 장난하나 하는 표정이 되었다가 제출되는 증거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애 얼굴이…….”
사진뿐만이 아니었다.
사진을 올린 사람들도 있었지만 글만 쓴 사람도 많았다.
“허, 이거 보여? 아이가 화상을 입어서 소금물로 소독을 했다는데? 애가 무슨 독립운동 했냐? 아니, 상처에 소금물을 왜 뿌려? 지금이 일제시대여, 뭐여? 애를 왜 고문해?”
경찰들은 그걸 받아서 보면서 심각하게 말했다.
“이거 가능하면 빨리 진행이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마다요. 이거 미친놈들 아닙니까?”
아동 학대는 친고죄가 아니다. 그러니 고발이 들어가면 경찰은 얼마든지 조사를 할 수가 있다.
“이런 미친놈들 사이트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바로 조사를 시작해 주세요.”
“그러지요. 그러면 새론에서는?”
“일단 아이들의 보호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경찰에서 조사해도 친권을 박탈하는 건 아니니까요.”
“아…….”
한국은 부모가 자식을 강간해도 친권을 박탈하지 않는 나라다. 그걸 박탈하기 위해서는 따로 신청해야 한다.
그 지경인데, 단순히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권이 박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들 아시잖아요, 이거 형사처벌 해 봐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거.”
“그건 그렇지요, 후우.”
경찰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국에서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범죄를 상당히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친권을 박탈하지 않는 것도 문제거니와, 설사 조사한다고 해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아이를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낸다.
고발했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떨어질 처벌은 벌금이 끝일 게 뻔하며, 그들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똑같은 짓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애들을 그들에게서 빼앗아야 합니다. 최소한 그들이 그런 짓을 한다면 아이들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걸 알려 줘야 하지요.”
“저희보다 새론이 더 급하겠네요.”
노형진의 말에 경찰은 안타깝게 말했다.
자신들은 처벌만 내릴 뿐이니 아이들을 구해야 하는 것은 결국 새론이 해야 할 일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경찰들은 노형진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할 테니까.”
노형진은 문득 이제는 볼 수 없는 회귀 전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 * *
“어때?”
“경찰서마다 난리가 났지.”
손채림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새론은 전력을 다해서 증거를 모았고, 그 증거를 본 경찰들은 경악하면서 서둘러서 사건을 진행시켰다.
그리고 기자들을 불러다가 해당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애 키우는 방식이라고 도리어 반발하고 있어.”
“원래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거든.”
그들은 반성하는 게 아니라 내 아이를 키우는 방식은 내가 선택한다면서 도리어 항의하고 있었고, 경찰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아동 학대로 봐야 하나 고민되는 사건도 많았다.
진짜 아동 학대로 볼 만한 사진들도 있었지만 사진 없이 글만 쓴 것으로는 아동 학대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난 도리어 의외인 게, 여자들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놀랐다.”
“응?”
“보통 아이들은 엄마들이 많이 보살피잖아. 그런데 그 약아키인지 뭔지 하는 곳에는 의외로 아빠들도 많더라.”
“무식이 남녀 따지는 거 봤냐?”
“하긴.”
무식은 남녀를 따지지 않는다.
남자든 여자든, 머리에 뇌 대신에 우동 사리를 넣고 다니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나마 대다수는 뉘우치는 것 같기는 한데.”
자신이 하던 일이 아이에 대한 학대라는 사실을 안 제대로 된 부모는 눈물로 참회하기도 했다.
그들이 무식하기는 하지만 나쁜 부모는 아니다.
제대로 되지 않은 정보를 받아서 속은 것뿐이지, 진짜로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벌금만 조금 내고 끝날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일종의 신념 단계로 넘어간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해.”
“신념?”
“그래.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누군가 지적했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이거든.”
하나는 그걸 인정하고 고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부정하고 반박하며 기존의 방식을 공고하게 한다.
이게 신념 단계로 들어가는 건데, 이 상태로 들어가면 말로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된다.
“가령 그런 거 있잖아. 어떤 정치인이 제대로 못해도 찍어 주는 거.”
“하긴.”
얼마 전 뉴스를 보면서 손채림은 혀를 끌끌 찼다.
국회의원이 전과 9범이다. 탈세에 폭력에, 심지어 성범죄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 사람들은 그를 또 뽑아 줬다.
“신념이 되어 버린 상태에서는 외부에서 억압할수록 도리어 극렬하게 반응하거든.”
“그러면 어떤 식으로 하게? 일단은 부모잖아. 전처럼 지역 지도자에게 말해 보게?”
“글쎄…… 이번에는 무리일 것 같은데?”
분명히 친권 박탈이 필요한 경우 지역의 수장이 그걸 신청할 권한이 있다.
노형진은 그 방식으로 학대받는 아이들의 친권을 박탈해서 아이들을 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리다.
일단 숫자가 너무 많다. 카페의 회원 숫자는 5만 명이 넘는다.
그중 상당수가 고발을 당해서 뉘우쳤을 수도 있지만,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표를 가지고 선거에 나가는 사람들은 그들을 적대시하기 힘들지. 자신들의 표가 나가떨어지면 곤란하니까. 거기에다 이들은 가족이란 말이야. 잘못하면 한 표가 아니라 가족 전부의 표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어.”
“이번에는 다수라는 거지?”
“그래.”
그러니 지역 수장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면 어쩌려고?”
“일단은 전염부터 막아야지.”
“전염? 하긴, 그게 문제이기는 하지.”
손채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연 치유 운운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이들을 다른 가정과 똑같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또는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자기 자녀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러니 일단은 그것부터 막자고.”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그들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었다.
* * *
“여러분은 약아키라는 것을 아십니까?”
노형진은 유치원의 부모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행히 약아키라는 사이트는 지역별로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한다. 그래서 그 지역에 약아키가 있는지 없는지 아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약아키?”
“그게 뭔데요?”
난데없이 유치원 원장의 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유치원으로 온 학부모들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대부분이 약아키라는 곳을 모르기 때문이다.
“약을 안 쓰고 아기 키우기라는 집단입니다.”
“그래요?”
“그런 곳이 있었어?”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는 사람들.
대부분 처음 들어 보는 곳일 테니까.
“네. 이 문제 때문에 여러분들을 오시라고 한 겁니다.”
“네?”
“현재 이 유치원에는 약아키를 하는 집의 아이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지요?”
다들 부모이다 보니 한 명을 차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들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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