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63)
각 보험은 정해진 병원에서만 효과를 발휘해서 당장 죽을 것 같아도 근처에 있는 병원이 아니라 멀리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고, 그나마도 절대 가격이 싼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장갑 하나, 면봉 하나까지 가격을 책정해서 요구한다.
보험이 들어 있으면 그나마 거기서 내주지만 그 대신 보험료가 무지막지하게 오르거나 다음번 보험 가입을 거절당한다.
“미국은 그래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집안이 망하는 게 순식간이지.”
그러한 문제 때문에 한국은 병원의 상업화를 막는 입장인데, 현 정부에 들어서 대통령과 부자들이 상업화를 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상업화한 거네.”
명백하게 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그는 상업적 행위를 했다.
관련이 없는 커피숍이나 편의점 같은 거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명백하게 병원과 연계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과연 이에 대해 뭐라고 변명할지 한번 만나 보자고.”
노형진은 씩 웃었다.
* * *
고발하는 순간 경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갈 것은 명확했다.
의료법 위반과 방문판매법 위반 등등, 건수는 넘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수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형진아! 찾았어!”
노형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찾았어?”
“그래. 진짜 은밀하게 감춰 놨더라.”
“어딘데?”
“강원도 산골이야. 발송한 주소는 애초부터 가짜였어.”
“공장이 거기에 있어?”
“응.”
해당 사이트의 회원수만 무려 5만 8천 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절대로 혼자서 만들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어디선가 만들고 있을 거라 의심했다.
“잘했어! 바로 경찰을 불러야겠다.”
“경찰이랑 이미 다 이야기가 된 거야?”
“그렇지.”
고발이 들어가면 그들은 바로 그곳을 버리고 도망갈 거라는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전에 증거를 모으기 위해 노형진은 고발을 잠깐 늦추고 그들의 뒤를 캤던 것이다.
그 결과, 불법적으로 의료용품을 만드는 공장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고발하자고.”
노형진은 고발장을 들고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과 검찰에는 이미 다 이야기해 둔 상황이라 고발장이 들어감과 동시에 수색영장과 체포 영장이 나왔다.
“증거가 넘쳐서 문제더군요.”
김 경사는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주신 증거 말고도,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미친 짓거리가 아주 체계적으로 나와 있어요. 아주 그냥 무안단물이에요, 무안단물.”
“큭.”
같이 움직이던 사람들이 애써 웃음을 참았다.
“무안단물이 뭐야?”
“아, 일종의 사이비 종교 관련 가짜 약이야.”
먹기만 하면 암도 치료되고 화상도 치료되고, 심지어 고장 난 세탁기까지 고쳐진다는 개 같은 소리를 하던 사이비 집단의 물건이었다.
물론 그 성분은 그냥 수돗물이었지만.
“도대체 의사라는 작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미친 거죠, 돈이라는 괴물에.”
“하긴.”
심지어 신종 플루에 걸리면 병원에 가지 말고 자신에게 오라고 쓰여 있기까지 했다.
자신이 하루 만에 다 치료해 줄 수 있다고.
“도대체 몇 명이나 죽이려고.”
신종 플루에 걸린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운전하고 가지는 못하니 당연히 대중교통을 타고 움직일 테고, 그 과정에서 노출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될 것은 뻔한 일이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질병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은 둘째 치고, 질병의 예방은 방역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신종 플루는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도 아니야.”
한약도 양약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한약은 평소에 몸을 보호하고 기운을 보강해 줄 수는 있지만 양약에 비해서 신종 질병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양약은 독한 만큼 효과는 좋지만 과하게 먹으면 약물중독이 될 수 있다.
“하물며 신종 플루에 왜 신종이라는 단어가 붙었는데.”
한약이라는 것이 생길 때에는 없었던 질병이다. 그런데 그게 한약으로 치료될 리 없다.
그걸 치료하겠다니.
“도착했어.”
현장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서 어두운 숲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작고 허름한 조립식 건물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뭐? 의료용품이라고?”
공장의 상황은 심각했다.
한쪽에서는 소위 말하는 건강용 숯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게 가관이었다.
“저게 끝이라고요?”
숯을 사다가 씻은 후 말려서 분쇄하는 것. 그게 끝이었다.
애초에 의료용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이 생략되어 있었다.
“그나마 숯도 중국산인데요?”
노형진의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한쪽 구석을 가리키는 김 경사.
거기에는 한자가 인쇄된 상자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거뭇거뭇한 것이 숯을 포장했던 상자로 보였다.
“같은 공간에서 꿀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약간 떨어진 공간에서는 꿀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꿀을 만드는 방식이 정말로 ‘끓이는 것’이었다.
물론 열두 시간 동안 끓인다고 했으니 당연히 끓이기야 하겠지만, 옆에서 숯을 갈고 있으니 거기서 발생한 먼지가 다 어디로 가겠는가?
그런데 솥뚜껑을 열어 둔 채로 끓이고 있었다.
“음…….”
노형진은 그걸 보고 주변을 스윽 둘러봤다.
“아무래도 여기에 수도는 안 들어오겠지요?”
“그렇지요. 그건 왜요?”
“그러면 저 물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끓으면 당연히 졸아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거기에 물을 넣어야 한다.
지금도 열린 솥 안으로 호스에서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수도가 안 들어온다.
“지하수 아닐까요?”
“뭐가 들어 있는 줄 알고요?”
“아!”
지하수라고 마냥 깨끗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모든 지하수는 검사를 거친 후에야 음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척 봐도 저들이 검사를 거쳤을 리 없다.
“더군다나 지하수도 결국은 물이거든요.”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성분. 그게 끓이면 당연히 쫄아들고 성분들은 강화된다.
꿀도 못 먹을 만큼 조심스럽고 예민한 게 영아들이다. 그런데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지하수의 성분을 저렇게 농축해서 먹인다?
“미쳤네, 미쳤어.”
손채림도 혀를 내둘렀다.
-지지직. 포위 끝났습니다.
무전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
일당이 도망칠 것을 대비해서 주변을 포위하는 데 좀 걸리는 듯하더니 드디어 포위가 끝난 모양이었다.
“한 놈도 도망 못 가게 막았지요?”
-네.
“그러면 들어가지요.”
김 경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곳으로 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쯤에서 저들이 선량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응?”
노형진의 말에 그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린 손채림.
그러나 그 답은 다른 곳에서 먼저 나왔다.
“경찰입니다.”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그 한마디만 했을 뿐이지만 반응은 빨랐다.
“싯팔, 튀어!”
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포위된 상태였던지라 그들은 채 100미터도 가기 전에 덤불에 숨어 있던 다른 경찰의 기습을 받아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아악!”
“놔, 이 새끼들아! 놓으라고!”
발악하는 사람들.
그걸 보고 손채림은 혀를 끌끌 찼다.
노형진이 아까 한 말의 뜻을 이제야 안 것이다.
“선량한 사람은 아닌 것 같네.”
“그렇지?”
상식적으로 선량한 사람이고 이게 뭐에 쓰이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오거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는 대신에 사방으로 튀었다.
즉, 이게 어디에 쓰이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싯팔, 안 놔! 놓으라고!”
질질 끌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 * *
의료법 위반, 식품법 위반, 방문판매법 위반.
그 모든 것이 다 죄다 걸렸으니 그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지만 이미 돈은 넘친단 말이지.”
지난 몇 년간 그는 100억이 넘는 돈을 벌었다.
그러니 감옥에 갔다 온다고 해도 그 한의사는 떵떵거리면서 잘살 수 있다.
“도대체 왜 한의사들은 이걸 그냥 둔 거야?”
한의사들이 이걸 모를 리 없다.
벌써 인터넷에서 문제가 된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그들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응?”
“현대에 와서 한의학이 양학보다 밀리는 것은 사실이잖아.”
성격이 급한 현대인들은 한의학처럼 천천히 효과를 보는 것보다는 빠르게 효과를 보는 양학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진다고 해 봐.”
“신용도가 급락하겠구나.”
“그러니 고발하고 싶지만 고발하지 못한 거지.”
“하지만 결국 터졌잖아?”
“결국 자초한 거지.”
차라리 초반에 욕을 먹고 그를 몰아냈다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방치했고, 일이 사정없이 커진 이후에 언론에서 물어뜯기 시작했으니 당연히 추락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이런 걸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하지.”
“그런데 진짜 찝찝하다.”
사건은 해결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그나마도 다 해 봐야 잘해야 4년 정도 살고 나오면 된다고 한다.
“악이 승리한 꼴이잖아.”
그래서 그런지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당당하게 끌려가고 있었다.
“아마 그곳에서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 똑같은 짓을 하겠지.”
“뭐? 왜? 그때는 이미 의사가 아니잖아?”
“건강 보조 식품은 의사가 아니더라도 팔 수 있어. 그리고 그가 한 행동은 기껏해야 건강 보조 식품을 판 거야.”
“아.”
즉, 그때는 의사도 아니니 의료법 위반 걱정을 하지 않고 대놓고 팔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런 미친 새끼.”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 되는 손채림.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
“뭐, 신경이나 쓰겠어?”
“으으…….”
“걱정하지 마. 아직 싸움 안 끝났어.”
“안 끝났다니?”
“내가 왜 사이트에 있는 글들을 모조리 채증하라고 했는데.”
“응?”
“그 녀석은 의사로서 돈을 벌려고 그랬지. 하지만 그게 자기 목줄을 죄는 함정이 될 거라는 건 생각도 못 했을걸.”
* * *
사이트 내에는 이런저런 후기들이 잔뜩 올라온다.
노형진은 경찰의 도움을 얻어서 해당 사이트 내부의 복구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노리는 것을 찾았다.
“역시나 있었어.”
노형진은 삭제되었다가 복구된 내용을 보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예상은 했지만, 사실 마음 한편에서는 없기를 바랐다.
“이건?”
“사망자.”
“사망자?”
“제대로 된 치료를 한 게 아닌데 죽은 아이가 없겠어?”
“아…….”
손채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서치한 내용을 보면서 이상하게 느낀 게, 어디에나 있는 작은 불만조차도 없었다는 거야. 상식적으로 그런 조직은 없거든. 작은 불만도 없다? 인간은 그런 존재가 아니지.”
그런데 약아키는 그런 글이 전혀 없었다. 효과가 좋다는 글만 가득했다.
“그렇다는 건 뭐겠어?”
“누군가 삭제했다는 뜻이구나.”
“그래.”
복구 자료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이가 빠득빠득 갈렸다.
“이걸 보면서 그랬단 말이야?”
삭제한다는 건 그 내용을 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보고서도 어떻게 지금까지 그렇게 똑같은 짓을 해 왔는지 이해가 안 될 지경이었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노형진은 그 삭제된 내역들을 보면서 씁쓸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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