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78)
그 순간 뭔가가 날아와서는 노형진의 옷에 퍼석하는 소리를 내면서 부딪혔다.
“이 무슨…….”
깨진 흔적과 주르륵 흐르는 점액질을 보고 그게 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계란?”
자신에게 날아온 날계란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내려다 보는 노형진.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수십 개의 계란이 날아왔다.
“아이고!”
황급하게 나오던 경비원이 손에 들었던 우산을 부랴부랴 펼쳤지만 이미 몇 개는 노형진의 옷을 맞힌 후였다.
그리고 그 우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빨갱이는 물러가라!”
“빨갱이를 처단하라!”
“이 빨갱이 새끼를 죽여 버리자!”
게거품을 물며 몰려드는 노인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당황했다.
“뭐…… 뭐라고요?”
빨갱이라니? 내가 뭘 어떻게 했기에?
그는 뭘 한 게 없다.
물론 비밀리에 권력의 핵심인 최재철과 척을 지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비밀로 하고 있어서 그쪽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런데 빨갱이라니?
“빨갱이 새끼를 죽여 버리자!”
“빨갱이는 꺼져라!”
계란도 부족한지, 수십 명의 노인들은 피켓까지 들고 들고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어지간한 일로는 눈도 깜짝 안 하는 노형진이었지만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자 경비원이 재빨리 그를 우산으로 가리면서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괜찮으세요? 어디 다친 곳이라도……?”
“저야 괜찮은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빨갱이라니요? 우리 새론은 정치적 사건은 담당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침부터 저렇게 몰려와서…….”
경비원은 어쩔 줄 몰라 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이를 먹고 은퇴한 후 경비 일을 하는 것인데 저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니 잘릴 수도 있기 떄문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럴 생각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저야 계란 몇 개 맞은 것뿐인데, 아저씨는요?”
“저는 괜찮은데요…….”
“안 그래 보이는데요?”
자신은 그나마 피해가 없는 계란으로 맞은 것이지만, 지금 여기 모여 있는 경비원들은 딱 봐도 옷이 흐트러지거나 뜯어지고 머리도 산발인 것이 한번 대판 한 눈치였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일단 조심하시구요, 경찰 부르시고 직접 대응하지 마세요. 저쪽은 숫자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상당히 폭력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경비원들이 그들에게 대응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네, 알겠습니다.”
“경찰은요?”
“경찰이 오기는 했는데…….”
그들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했고, 노형진의 시선도 그곳으로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경찰차에 기대선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는 경찰들이 보였다.
“끄응…….”
노형진은 그걸 보고 입안이 씁쓸했다.
이런 집회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방치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특히나 현 정부에서 보수 집회는 건드리지도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기는 변호사 사무실이고, 어찌 되었건 대한민국에서 톱 10위 안에 들어갈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경찰이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니.
‘설마…….’
혹시나 최재철이 자신들에 대해서 알아차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스물스물 기어올랐다.
그러면 곤란하다. 아직은 그들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
“제가 올라가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멀쩡하지 않은데 이런 말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우산을 몇 개 들고 주변 골목으로 가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나눠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들은 노형진의 말에 비상용 우산을 찾으러 창고로 헐레벌떡 뛰어갔고, 노형진은 자신의 사무실로 가지 않고 바로 위로 올라가서 송정한의 사무실로 향했다.
송정한의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송정한과 무태식 그리고 낯선 남자가 앉아 있었다.
“송 대표님.”
“오! 노 변호사 왔는가? 안 그래도 자네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무슨 일이 터진 겁니까? 하루 사이에 이런 일이라니? 설마 최재철이 우리에 대해서 알아차린 겁니까?”
그렇다면 상당히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노형진은 마음이 다급했다.
하지만 씁쓸하게 웃는 송정한의 표정은 전혀 다급한 것은 아니었다.
“그건 아니기는 한데…….”
“아니라고요?”
노형진이 어리둥절하게 묻자 옆에 있던 남자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가 사건을 괜시리 맡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닙니다. 변호사가 외압에 밀릴 수야 없지요.”
무태식 변호사는 그런 그를 다독거렸다.
눈치를 보아하니 남자가 어떤 사건을 맡겼는데 그 사건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되었고, 그 사실을 안 남자가 부랴부랴 온 것 같았다.
그리고 무태식 변호사가 그 사건의 담당 변호사인 듯하고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혹시나 무슨 정치적 사건이라도 담당하신 겁니까?”
“그건 아닐세. 정치적 사건은 아니야.”
“네?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지금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빨갱이는 물러나라고 소리 지르며 피켓을 흔들고 계란을 집어 던지는 저 노인들은 뭐란 말인가?
“그게…….”
남자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미안한 듯 노형진을 바라보았고, 무태식은 그런 그를 노형진에게 소개시켜 줘야만 했다.
“일단 설명을 듣기 전에 소개부터 해 드릴게요. 청년보수협회의 소규태 회장이라고 합니다.”
“청년보수협회요?”
“네.”
“정치적 단체 같은데.”
“일단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청년들이 모인 곳이니 정치적 단체이기는 한데, 진짜로 이번 사건은 정치적 사건이 아닙니다.”
양손을 흔들며 절대로 아니라고 부정하는 그를 보면서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그게…….”
그가 곤혹스러워하자 무태식이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말했다.
“치부를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건 알지만, 그걸 밝혀야 고쳐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해결할 정도의 능력이 되는 분은 노형진 변호사님뿐이구요.”
“그렇다면야…….”
소규태는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치인이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치 사건은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소규태의 말에 노형진은 그를 바라보았다.
정치적 사건이 아닌, 정치인 관련 사건?
“정치인 한 명이 개인적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했구요.”
“끄으응…….”
노형진의 입에서 절로 신음 소리가 스며 나왔다.
아무리 개인 범죄라고 해도 그걸 저지른 게 정치인이라면, 그래서 저들이 걸고 넘어지면 정치 사건으로 비화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겁니까?”
“일단은 저희 단체에 대해서 아셔야 합니다.”
청년보수협회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면서 정책 선거로 나라를 바꾸자는 보수주의 청년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통 청년들 중에는 진보가 많다고 하지만 보수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보수의 가치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전통의 존중이지요. 외부에서는 현상 유지라고 욕하기는 하지만.”
“그건 압니다.”
“그래서 저희는 정당한 보수의 가치를 알리고 정책 선거를 통해 올바른 보수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요?”
“어찌 되었건 저희는 보수 대표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피해자들도 보수에 속한 사람들이다.
차마 외부에 보수의 추문을 이야기할 수가 없어서 그나마 믿을 만한 청년보수협회, 즉 청보협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도와주는데, 그게 아무래도 저쪽의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더군요.”
“저쪽이라고 하면?”
“바깥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요. 말로는 보수 단체이지만 사실 극우 이권 단체라서요.”
그러니까 다른 보수 단체가 뭔가를 지적하자 그들이 공격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매도당한 거군요.”
“정확하네.”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보수 단체가 같은 보수 단체를 공격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더군다나 개인적 범죄에 대해서 지적하는 단체를 공격한다? 말도 안 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들 하지요.”
“네.”
“그래서 저희는 그 말을 고치고 싶었습니다.”
같은 보수라고 하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범죄는 범죄라는 것을 정확하게 지적해서 고치고자 했다.
그랬더니 저들이 저렇게 거품을 물면서, 자신들과 자신들의 사건을 받아 준 새론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
“도대체 그 정치인이 누구인데요?”
“변재량요.”
“변재량이라고 하면 그……?”
“맞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자랑스러운 사람은 아니지요. 보수 쪽에서도 말이 많은 사람이구요.”
소규태는 약간은 곤혹스러운 듯 말했다.
노형진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는 노형진도 익히 아는 사람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다.
그를 아는 것은, 그가 상식 따위는 엿과 바꿔 먹은 3선 의원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정치 신념은 정치적 문제이니 이해라도 하겠지만 탈세부터 폭행까지, 구설수가 넘치다 못해서 폭발할 지경이다.
“그 사람에 대해서 주변에서 고발이 들어왔습니다. 저희는 그 고발, 아니 고소를 도와줬구요.”
“뭔데요?”
“갈취와 성희롱입니다.”
“갈취와 성희롱?”
“네. 보좌관들에게서 월급을 갈취했다고 하더군요.”
“허.”
소규태의 말에 노형진은 한심함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보좌관은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 월급이 나온다.
많은 건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그들은 그 돈으로 생활을 이어 가야 한다.
“그걸 갈취했다고요?”
“네, 정치헌금을 받아야 그래도 생활할 수 있다면서요.”
“얼마나 받아 갔는데요? 10? 20?”
“1인당 150만 원요.”
“얼마요?”
“1인당 150만 원요.”
“허! 아니, 국회의원 보좌관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요?”
“호봉에 따르면 1년 차가 대략 18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미친.”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가관이다.
국회의원의 보좌관은 별정직으로 구분되며 한시적 공무원 취급으로 분류된다.
공무원의 좋은 점은 안정적이라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호봉이 낮은 경우 임금이 낮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좌관은 임시적 공무원, 쉽게 말해서 월급도 낮고 안정적이지도 않은 자리다.
“그런 사람들 걸 150만 원씩이나 빼앗았다고요? 그럼 잘해 봐야 50만 원이나 남을 텐데요?”
“그러니까요.”
무태식의 눈이 절로 찡그러졌다.
“그래서 제가 그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겁니다. 그분들도 같이 일할 생각이 없다고 하니 그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요.”
무태식은 처음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다, 같은 보수 단체에서 불만을 제기한 것이고 법적으로 명백하게 잘못인 데다가 선거로 먹고사는 국회의원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일이니 소송을 걸면 그 돈을 돌려줄 거라고 말이다.
이렇게 난데없이 종북 프레임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는 정말이지 생각도 못 했다.
“피해자분들은 왜 그렇게 월급을 뜯기면서까지 거기에 있었던 겁니까?”
소규태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자기 말을 잘 따르면 공천시켜 준다고 했답니다. 다들 나라의 정치를 바꿔 보겠다고 용기를 가지고 들어간 사람들이니 꿈을 가지고 있었던 거지요.”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고작 3선 의원이 공천권에 근접할 수 있을 리 없다.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공천받기 위해서 수억씩 들고 따라다니는데 고작 3선 의원의 보좌관이라고 공천을 해 줄 리 없다.
“줄 리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문제지요.”
공천은 당연히 해 주지 않은 채 온갖 인격적 모욕과 비하를 퍼붓는 데다 개인적 심부름까지 시키면서 노예 취급을 했다는 것이다.
“성희롱은……. 아닙니다. 말 안 해도 알 것 같습니다.”
노형진은 소규태에게 확인하려다가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