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90)
곡을 쓴 작곡가는 자신의 곡을 가지고 와서 실력을 입증해야 하며, 그게 입증된다면 계약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대룡은 그 곡에 대한 사용권을 가지는 대신 1년간 매달 150만 원의 생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게 뭐가 달라지는 거죠?”
“일단 저들이 장난치지 못하게 됩니다.”
“저들이 장난치지 못하다니요?”
“사용권을 경매에 부칠 거거든요.”
“경매에 부친다?”
“네. 당연히 원곡자의 이름은 기밀로 붙입니다.”
“……!”
송예나는 라손의 장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좋은 곡은 비싸게 팔릴 건 뻔한 일.
더군다나 이 곡은 경매해서 사용권만 사 가는 것이다. 그러니 그 저작권은 이쪽에 있다.
“그쪽에서 사고 난 후에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그걸 반환하는 조건도 걸어 둘 겁니다.”
가령 어떤 곡을 샀는데 자신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작곡가일 수도 있다.
라손이 송예나의 곡을 산다면 그걸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
그 상황에서 그걸 사용하지 않으면 저작권료가 들어오지 않아서 작곡가의 손해가 되어 버린다.
“1년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그 곡은 다시 귀속됩니다. 당연히 그쪽의 계약 파기 사항이니 그들이 준 돈을 돌려줄 이유는 없지요.”
“아…….”
“제가 듣기로는 유명 작곡가도 무명 작곡가들의 곡을 빼앗는다고 하더군요.”
“네.”
잘해 봐야 150만 원.
그 돈을 주고 곡의 모든 권한을 넘겨야 하는 것이 무명 작곡가들의 삶이다.
“그런 사람들을 ‘유령 작곡가’라고 불러요. 저도 그중 한 명이고요.”
사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유령 작곡가들은 많다.
당장 드라마나 영화 등에도 배경음악이 들어간다.
어떤 작곡가는 4년간 칠백 곡이나 만들었는데 그가 받은 돈은 4년간 2천. 그러니까 매년 50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든 작사가와 작곡가를 저희 쪽에 소유할 겁니다.”
“소유라고 하시면…….”
“매니저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매니저가 된다면 모든 거래는 자신들을 통해서 해야 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대룡을 통해서 말이다.
과연 대룡이 그를 대신해서 협상하는데 장난칠 수 있는 자들이 얼마나 될까?
“일반적인 곡의 경우는 경매를 통해서 판매하겠지만 OST 등은 계약을 통해서 만들어야겠지요. 물론 그 거래는 대룡이 합니다.”
“거절하면요?”
노형진이 씩 웃었다.
“대룡의 영화관이 몇 개던가요?”
송예나는 부르르 떨었다.
대룡은 영화관 체인을 가지고 있다.
만일 그곳에서 합법적으로 거래하지 않고 강제로 빼앗은 곡으로 OST를 쓴 영화는 틀지 않는다고 못 박아 버리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거래할까?
아니, 애초에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투자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 영화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성화가 무너지고 영화관들이 많이 망했지요.”
성화가 무너지면서 그들이 만든 영화관 체인은 대룡이 집어삼켰다.
문화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유민택이 그걸 노린 것이다.
현재 대룡은 전국에 있는 영화관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기존 영화관들과 제휴한 곳이 20%이고, 성화가 망하면서 집어삼킨 곳이 30%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한국 시장에서 50%의 상영관을 적으로 돌리고 영화를 만들 사람이 있을까, 고작 작곡가에게 몇백 안 주려고?
“그러니 곡을 파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물론 실력이 너무 없으면 경매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대룡도 피해를 입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경매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매니지먼트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익의 일부를 가지고 오는 조건으로 계약하게 되면 이쪽에서 돈을 안 주고 계약할 수 있으니, 얼마든지 계약이 가능하다.
“경매에는 실력이 있는 작곡가들이 나갈 테고, 상대방은 그 곡을 듣고 마음에 들면 사는 거죠.”
“음…….”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저들이 작곡가들에게 갑질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뿐입니다. 바로 곡을 부를 가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
곡을 만들려고 하는 작곡가는 많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음악 쪽 대학에서 배우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대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언제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갑질을 하는 거다.
“하지만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구하기 힘든 게 함정이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계약할 건 아니잖아요?”
대룡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매년 관련 전공자만 수백 명이 나온다. 그들과 일일이 계약해서 다 지켜 줄 수는 없다.
단순 매니지먼트도 그런데, 사용권 경매는 더 힘들다.
일단 1년간 매달 150만 원씩 생활 자금을 지원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압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합니다.”
“네?”
“만일 송예나 씨가 대박을 낸다면…… 아니, 이미 내셨군요. 송예나 씨는 왜 우리 쪽에 오려고 하십니까?”
“그거야 갑질에 제 곡을 빼앗기는 게 싫어서……. 아하! 그렇군요!”
“네, 그런 거죠.”
처음에는 운이 좋아서 무명 작곡가를 싼 가격에 불러다가 곡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다가 그게 운이 좋아서 대박이 날 수 있다.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과연 그 짓거리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룹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말 그대로 수억씩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그런 가수들에게 좋은 노래를 줘서 띄우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유명한 가수들이 인기가 있는 거고.
그런데 이름도 없는 무명 작곡가들은 실력을 믿을 수가 없다.
설사 실력이 있다고 해도 작곡가의 지명도도 홍보에는 중요하다.
유명한 작곡가가 만든 곡은 한 번이라도 더 듣기 마련이니까.
그렇다고 뜰 때까지 무작정 곡을 줄 수도 없다.
일반적으로 그룹이든 솔로든 적자를 감수하면서 앨범을 낼 수 있는 기회는 아무리 능력이 좋은 기획사라고 해 봐야 세 번이다.
그 이상은 시간이 지나서 가치가 사라진다. 그냥 망한 가수인 것이다.
수억을 들여서 싸구려 곡을 주고 띄운다?
너무 위험한 게임이다.
설사 그렇게 해서 운이 좋게 떴다고 해도 이미 대박 작곡가가 된 그 사람이 그들의 터무니없는 조건에 다시 응해서 곡을 줄까, 아니면 더 높은 조건을 요구할까?
그들의 방식은 간단하다.
내 말을 안 들으면 이 세계에서 묻어 버린다는 것.
“하지만 경매장이 있는 한 그건 불가능하지.”
그들이 터무니없는 조건을 요구하면 성공한 작곡가는 그들과 계약하는 대신에 경매장으로 올 것이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을 테니까.
성공하면 수억씩 벌 수 있는데 그걸 다 빼앗기는 일을 두 번 당할 바보는 없을 테니.
“경매장은 그러니까 언제든 너희를 버릴 수 있다는 일종의 증거군요.”
“네. 믿을 수 있는 일종의 방패인 셈이지요.”
그런 곳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 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명의 경우는 힘이 없으니 자신들을 대신해서 협상할 대룡에 찾아올 수밖에 없고, 유명한 사람은 굳이 대룡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된다.
그들이 등쳐 먹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송예나 씨만 마음을 먹으면 되는 겁니다.”
“저만…….”
송예나는 슬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선택.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짧았다.
이 상황에서는 결혼은커녕 당장 내일도 그리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고 지명도가 올라가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저작권과 권한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지명도는커녕 사람들은 자기라는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한다.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데 지명도가 어떻게 올라간단 말인가?
그녀도 안다, 무명이 무명인 이유를.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기 때문에 무명인 것이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들조차도 그럴진대, 그들에게 노래를 주는 자신은 지명도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리 없다.
“할게요.”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면서 말했다.
“어차피 이판사판이니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쉬울 건 아닐 텐데요. 저들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두 번은 실수하지 않는 타입이라서요.”
노형진은 싱긋 웃었다.
* * *
일단 노형진이 착수한 것은 송예나의 돈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어차피 소송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 저들이 계약서를 완벽하게 조작해 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모르지.”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노형진은 저들의 약점이 정확하게 어딘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공격할 충분한 인원도 가지고 있었다.
“자, 그러면 게임을 시작해 보자고.”
노형진은 엔터를 강하게 눌렀고, 그렇게 쓰인 글은 인터넷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글이 하나의 거대한 쓰나미가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너, 그 소리 들었어?”
“>붉은 눈물> 말이지?”
“그래, 그거.”
“야, 어떻게 그런 개 같은 짓을 할 수 있지?”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그런 얼굴로 그런 악독한 짓을 할 수가 있냐?”
인터넷에서 도는 소문.
그건 다름 아닌 한창 1위를 하는 곡인 >붉은 눈물>을 부른 가수들인 큐빅이 그 노래를 원작자에게서 강제로 빼앗았다는 소문이었다.
그 소문은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퍼져 갔다. 그 배경에는 노형진이 있었다.
애초에 그 글을 맨 처음 올린 것도 노형진이었다.
물론 바로 지웠지만, 이미 볼 만한 사람은 다 보고 퍼 갈 사람은 다 퍼 간 후였다.
더군다나 그가 올린 곳은 그냥 인터넷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들이 만든 팬클럽 사이트였다.
과거에 악플 사건 때 진짜 공격적인 악플러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각 팬클럽의 화력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고, 남의 곡을 빼앗아서 1위 자리까지 올라간 가수라고 어마어마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들이 속해 있던 기업인 라손엔터테인먼트에서는 난리가 났다.
“뭔 개소리야! 그건 내 노래야! 내 곡이라고!”
“하지만 사장님…….”
큐빅은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이었다.
자신들이 한 거라고는 사장이 준 노래를 부른 것뿐이다.
그런데 졸지에 자신들은 터무니없이 남의 노래를 조폭을 동원해서 강제로 빼앗아 1위까지 올라간 그룹으로 찍혀 버린 것이다.
“이게 도무지 꺼질 생각을 안 합니다.”
부장 역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사실 꺼지는 게 이상한 거다.
한두 명도 아니고 단순 안티도 아니고, 팬클럽협회에 속한 수많은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인터넷에 떠들고 있으니까.
“기자들이 이 사태에 대한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뭔 취재야!”
“사장님! 무시해서 지나갈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났습니다. 지금 큐빅의 인지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모르십니까?”
“끄응.”
김세무 사장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큐빅은 힘들게 띄운 데다 족히 5년은 넉넉하게 우려먹을 수 있는 그룹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떠도는 헛소문 때문에 이미지가 말 그대로 시궁창으로 처박히고 있었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뭔데?”
“광고주가 계약을 해지하겠답니다.”
“뭐라고!”
김세무는 벌떡 일어났다.
연예인이 돈을 버는 방법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버는 곳은 다름 아닌 광고다.
“어디인데!”
“오존치킨입니다.”
“크윽.”
치킨 광고는 당대에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이 한다고 할 만큼 이미지의 척도가 된다.
그런데 계약 해지라니.
그 말을 들은 김세무는 기겁을 했다.
“사장님!”
“알아! 안다고!”
이런 것은 한 곳이 시작되면 다른 곳도 다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사실 나가는 건 문제가 아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그들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런 사태는 명백하게 자신들의 잘못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배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큐빅이 한 계약을 생각해 보면 못해도 수십억은 배상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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