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92)
노형진이 무대 뒤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손채림이 히죽 웃었다.
“진짜 묘한 타이밍에 끊어 버리네.”
“원래 그래야 상상력을 자극하는 법이거든.”
그들은 조폭에 관련된 질문을 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갑자기 말을 딱 끊어 버리면서 내려왔다.
거기에다 조건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는 이상한 소리까지 하면서 말이다.
물론 계약서 내에 있는 조항이기는 하지만.
“기자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자신이 한 말에 거짓은 없다. 다만 살짝 비튼 것뿐이다.
“자, 그러면 라손에서 뭐라고 하는지 기대해 보자고.”
* * *
“이런 염병할!”
라손은 엄청난 위기에 빠졌다.
곡을 빼앗은 게 아니냐는 질문이 거의 곡을 빼앗은 거라는 확신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큐빅뿐만 아니라 소속 가수가 가는 곳에는 환호가 아니라 야유가 쏟아졌고 조폭 기획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이다.
라손의 김세무 사장은 과거에 조폭과 연관이 있었다. 과거 조폭들이 운영하던 기획사가 커진 게 바로 라손이었으니까.
물론 시절이 지나서 이제 관련된 조폭도 사라지고 과거의 기억은 흐려졌지만, 누군가는 그걸 기억하기 마련이다.
“사장님,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무마해야 합니다.”
“뭐 어떻게!”
“그게…….”
기자들은 조건을 공개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건을 공개하면 곡을 빼앗았다는 걸 인정하는 꼴밖에 안 되기 때문에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
“젠장…….”
곡만 빼앗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과거에는 그랬다.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는 매체도 없고, 그나마 가능한 대상이 기자들뿐인데 기자들은 소속사랑 친하다 보니 당연히 그런 걸 기사로 써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곡을 빼앗는 것은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서 이런 식으로 곡을 빼앗는 게 어마어마한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사장님, 그들과 협상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협상? 뭔 협상? 이미 내 거라고!”
“하지만 이대로는 다른 가수들이 다 망합니다.”
큐빅은 일단 광고가 다 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거래도 문제가 되고 있었다.
팬들이 뭐라고 하면 조폭 집단을 믿느냐면서 매도당하니, 어지간한 골수팬이 아니면 너도나도 떠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가.”
“계약서를 공개해야지요.”
“자네 미쳤나!”
김세무는 기겁했다.
계약서를 공개하면 곡을 빼앗았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니 절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
“다른 계약서를 공개하는 겁니다.”
“다른 계약서?”
“네.”
“위조해서 공개하자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 곤란해질 수 있다.
계약 내용을 누설하지 말라는 조항은 있지만 계약 내용을 부정하지 말라는 조항은 없다.
자기들은 저런 내용으로 계약한 적이 없다고 하면 계약서 조작까지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다.
“방법은 지금이라도 새로 계약서를 쓰시는 것뿐입니다.”
“새로운 계약서라니?”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계약서 말입니다. 그걸 쓰면 저들도 어쩌겠습니까?”
“그래야겠군. 어찌 되었건 이 순간을 넘겨야 하니까.”
김세무의 입에서는 한숨부터 나왔다.
그러나 고난은 지금부터였다.
* * *
“우리가 왜요?”
노형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김세무를 바라보았다.
“아니, 계약서를 새로 쓰자는 게 그게 어려운 부탁은 아니잖습니까? 어차피 끝난 계약인데.”
“그래요, 끝난 계약이지요. 그걸 왜 신경 써야 하지요? 더군다나 추가적인 자금 제공도 없이 그냥 계약서만 고치자? 그걸 저희가 받아들일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
그들이 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했지만 그건 새로 쓴 계약서를 지키겠다는 게 아니었다. 그냥 새로 계약서를 만들어서 공개하자는 것뿐이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금이나 새로운 계약의 이행이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익.”
김세무는 무서운 눈빛으로 송예나를 노려보았다.
송예나는 그런 그의 눈빛에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지만 노형진이 손을 들어서 그의 시선을 막아 버리자 그나마 좀 마음이 편해졌다.
“무슨 짓이지요?”
노형진은 분명히 경고하려고 김세무를 바라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김세무는 노형진의 말을 무시하고 있었다.
“너, 이딴 짓 하고 이 바닥에서 밥 먹고 살 것 같아? 응?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
‘그래, 이럴 줄 알았다.’
상대방이 변호사까지 끼고 들어왔다는 걸 알면서도 저러는 걸 보니 송예나를 파묻어 버릴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끼어든 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새론과 노형진인데 말이다.
“그래요? 하지만 어쩌나, 이미 전속 계약이 되어 있는데?”
“뭐라고? 이년이 증말!”
벌떡 일어나서 손을 올리는 김세무.
하지만 그의 손은 올라가기는 했어도 내려가지는 못했다.
“대룡이랑 싸우게요?”
“…….”
상대방이 대룡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이 진짜로 싸우자고 하면 김세무의 라손엔터테인먼트쯤은 순식간에 처바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룡과 전속 계약했습니다.”
“…….”
김세무는 부들부들 떨며 손을 내렸다.
“씨발, 원하는 조건이 뭔데?”
“2억 5천.”
“뭐? 이 씨발, 개 같은 새끼야! 고작 100만 원이면 살 수 있어! 그리고 톱클래스 작곡가도 1억은 안 가, 씨발 새끼야!”
“하지만 그걸 가지고 당신은 얼마나 벌었지요? 그리고 그 계약은 저작권을 가지고 오지 않는 조건 아니던가요? 제가 바보로 보입니까? 설마 제가 이곳 룰에 대해서 모르리라고 생각하세요?”
“크윽…….”
그랬다.
이미 저작권료로 수억을 벌었고, 장기적으로도 수억이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저작권을 넘기는 조건이 없다.
만일 >붉은 눈물>처럼 뜬 곡을 저작권까지 넘겨받으려면 그 돈은 줘야 한다.
“안 해! 못 해!”
“알겠습니다. 그러시지요.”
김세무는 일단 튕겨 봤다.
물론 그에게 2억 5천은 큰돈은 아니다. 하지만 생돈이 나가게 생겼는데 그걸 그냥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일어나시죠.”
노형진은 가차 없이 일어났다.
“어어?”
김세무는 당황했다.
어떻게 해서든 합의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주저하지 않고 일어나다니.
“잠깐, 합의는?”
“안 한다면서요?”
“뭐?”
“당사자가 안 한다는데 저희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으윽.”
설마 진짜로 파토를 낼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김세무는 부들부들 떨었다.
“너희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글쎄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저희는 문제가 안 되는데, 누구 한 명 양심선언 같은 거 하면 그쪽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양심선언? 뭔 양심선언?”
“가령 곡을 빼앗을 때 동원된 조폭이라든가.”
“자…… 잠깐! 난 조폭 동원한 적 없어!”
“누가 뭐래요? 그런 양심선언을 한다면 그렇게 된다는 거지.”
김세무는 등골이 오싹했다.
‘그러고 보니, 씨발…….’
잊고 있었다, 노형진이 조폭들과 선이 닿아 있다는 소문.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조직 하나에 지역 공연권을 주고 빠르게 세를 불렸다는 사실은 이쪽에서 일하는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씨발…….’
안 그래도 조폭을 동원해서 빼앗았다고 소문이 돌고 있다.
돈 받고 사람 패 주는 게 조폭인데, 돈 받고 거짓 양심선언하는 것쯤이야 진짜 별거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면 자신이 부정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믿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조폭이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겠지요. 혹시 조폭이랑 연관되거나 한 적 있으신가요?”
다 알면서도 캐묻는 노형진의 말에 김세무는 이를 박박 갈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씨발, 알았다! 알았어! 주면 되잖아!”
여기서 돈을 안 주면 큐빅은 끝장난다는 걸 그는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걸 그룹이다.
걸 그룹이 이미지가 박살 나면 뭐가 남겠는가?
물론 골수팬은 남아 줄 것이다.
하지만 돈이 되는 것은 골수팬이 아니다.
골수팬이 많이 팔아 준다고 해도 진짜 돈이 되는 광고를 찍을 수도 없으며, 행사를 많이 뛸 수도 없다.
이미지가 박살 난 걸 그룹은 돈 까먹는 기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좋습니다.”
노형진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김세무에게 세 종류의 서류를 내밀었다.
“뭐야? 왜 세 종류인데?”
“다른 두 곡은 안 하실 겁니까?”
“이런 씨팔…….”
김세무는 입술을 깨물면서 분노를 삼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이게…….”
송예나는 정신이 없었다.
자신의 손에 들어온 돈 3억 5천.
다른 곡들까지 합쳐서 받아 낸 돈이다.
“원래 받아야 하는 돈보다는 적을 테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지금까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을 겁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죠.”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몇 시간째 자신의 계좌에 찍혀 있는 금액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그들이 줄 거라는 걸 알았지요?”
“시대가 달라졌거든요. 그리고 불공정의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분노합니다.”
“네?”
“과거처럼 기자들을 사바사바해서 덮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라는 거죠.”
더군다나 현 정권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부패가 심해지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분노한다. 단지 그걸 표출하지 않을 뿐.
“그런 상황에서 표적을 하나 콕 집어 주면 그곳에 자신도 모르게 그 분노를 표출하지요.”
사람들의 휘몰아치는 분노는 어마어마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연예 기획사들이 그걸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곳들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던데.”
손채림은 그 부분이 이상했다.
부도덕한 연예 기획사가 그곳만 있는 게 아니다. 인터넷에 까발려진다고 해도 대부분 욕을 할지언정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 지나가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내가 조폭이라는 단어를 포함시킨 거야.”
“조폭?”
“그래.”
다른 사건들은 자기들끼리의 분란이다.
가장 멍청한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처럼, 그들의 부도덕한 계약 문제는 그들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조폭이 끼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폭이 끼어들면 그건 민간인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 되거든.”
“음…….”
“그리고 우리가 만든 팬클럽이 생각보다 일을 잘해 줬어.”
그들이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분위기를 선도한 덕분에 안티가 팍 늘어났다.
“아마 당분간은 고생 좀 할 거야. 다시는 이런 짓 못 하겠지.”
하고 싶어도 곧 경매장이 만들어질 테니까 하지도 못할 테지만.
“이제 끝이야?”
“아니, 이제 시작이지. 두 번은 같은 실수 할 생각이 없으니까.”
채찍의 맛 (1)
노형진은 자신의 실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배려 차원에서 한 거라고 하지만 너무 당근만 준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공포가 있어야 그가 베푸는 호의에 감사할 줄 알게 되는 게 인간이다.
그런데 그동안 노형진과 대룡은 너무 당근 위주의 정책만 써 왔다.
대룡이 채찍질을 하면 그에 맞고 바로 날아갈 정도로 부실한 기업들이니 그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기도 했다.
더군다나 과거에는 성화라는 적이 있어서, 섣불리 채찍질하면 그들에게 가서 붙어 버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커질 대로 커진 놈들이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덤비고 있었고 그들이 다시 갈 성화는 없다.
“왜들 말씀이 없으십니까?”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한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요구 사항을 다시 한 번 내려다봤다.
“이건…… 우리 죽으라는 소리 아닙니까?”
“아니죠. 저희가 무리한 부탁을 하는 건가요? 저작권자들에게 정당한 권한을 인정해 달라는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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