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93)
“우리가 정당한 권리자요!”
“반쯤 강제로 곡을 빼앗으신 거잖아요?”
일단 송예나의 문제는 해결했으니 그다음에 해결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내부의 적이었다.
이미 배신하려고 했던 자들인 만큼 배려해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가수들이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돈도 많이 번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러면 주변에 베풀 줄도 아셔야지요.”
“우리가 투자한 돈이 얼만데!”
“생각보다는 많지 않을 텐데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은 대부분 조합에서 지원해 줬다.
연습실은 대룡에서 지원했지만, 초반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차량과 메이크업 팀은 조합에서 지원해 준 것이다. 게다가 사무실과 공통 인력도 지원했다.
그러니 기존의 방식과 비교하면 아무리 못해도 돈이 4분의 1 이하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면 베푸셔야지요.“
내부 조사를 해 보자 노형진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작곡료로 150만 원 정도 받는 게 평균이며, 당연하게도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사실 규모가 작다 보니 초반에 많은 돈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이해라도 하는데, 자신들이 가수를 데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았던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간단합니다. 지금이라도 저작권을 인정하시고 돈을 주시든가, 아니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월급을 주시든가.”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월급을 주게 된다면 그 업무로서 만들어진 곡에 대한 권한은 기업이 가지는 게 맞다. 그러니 권한을 가지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월급도 늘어나고 4대 보험에 퇴직금까지 해 줘야 하니 아까워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바닥의 룰도 모르는 녀석이!”
누군가가 거칠게 말했다.
“우리가 애들 키우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그런데 이제 와서 너 같은 새끼가 끼어서 착한 척한다고 세상이 바뀌어?”
“바뀔 겁니다. 그 전에 옛정을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거구요.”
노형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웃기지 마! 절대 그렇게 못 해!”
“어떤 불이익이 갈지도 모릅니다만?”
“잊고 있는 모양인데, 우리는 조합이야! 알아? 조합은 모두가 다 평등하다고! 대룡에서 나왔다고 우리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맞소이다.”
“갑질을 그만둬라! 그만둬라!”
자신들이 갑질로 남의 재산을 빼앗고는 갑질을 그만두라니.
‘이건 뭐, 말을 할 가치도 없군.’
하긴 대부분이 양아치라고 하니 반성은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에 기회를 준다 생각하고 이야기를 꺼낸 것뿐이다.
당근은 더 이상 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러면 저희는 저희가 알아서 하지요. 어떤 불이익이 있더라도 감수하시기 바랍니다.”
“이러고도 너희가 멀쩡할 거라 생각한 거야!”
“우리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
그들은 당장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팬클럽이 있고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다.
연예인이라는 것은 아주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들을 이용하면 대룡을 천하의 개썅놈으로 만들 수 있다.
“조합에서 탈퇴하겠어!”
“하시든가.”
노형진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차피 저들은 나갈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권을 찾을 기회만 바라고 있었다.
그걸 뻔히 알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 * *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저희는 무릎을 꿇고 정식으로 모든 가수들과 팬분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박상규가 사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사과의 말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면서까지 극도로 사과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전국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사과는 맞다.
하지만 사장단의 말처럼 그들에게 굴복해서 하는 사과가 아니었다.
“저희 대룡은 작곡가와 안무가 역시 문화를 만드는 대표적인 장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 근래 한국 문화계에서 작곡가들의 곡을 무차별적으로 빼앗는 행위가 있음이 드러났으며, 안무가의 안무는 아예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이 알려졌습니다.”
박상규는 계속해서 사과문을 읽었다.
“그리고 제가 새로 오기 전 전임 사장 시절부터 저희 대룡 역시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었다는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대룡은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게 일하고 존중받으며,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서 수년간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서 대룡엔터테인먼트가 모르는 곳에서 착취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물을 훔치면서 힘겹게 사과문을 읽는 박상규.
그 모습을 보는 기자들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 아니던가요?”
그랬다.
기자들이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런 상황이 한 번도 알려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자들이야 서로 알고 있지만 기사화시키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알려지지도 않은 일에 대해 대룡의 상무라는 사람이 무릎까지 꿇어 가면서 사죄하다니.
‘미친 거 아냐?’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과는 잘못하다가 걸렸을 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잘못한 것을 숨기는커녕, 지금까지 관행으로 이루어져 오던 걸 정면으로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사과는…….”
박상규는 확실하게 말했다.
“자신의 반성을 담아야 합니다. 남이 알지 못하니까 그냥 넘어가자, 그건 반성이 아닙니다. 나중에 잘하면 되겠지, 그것도 반성이 아닙니다. 반성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대중과 호흡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좀 편하자는 이유로 비리를 감추고 깨끗한 척하는 것은 절대로 사과라 볼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대룡이 인정한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대룡은 사과의 의미로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음악 및 안무 저작권자에 대한 배상책을 준비 중이고, 또한 저작권을 구입하여 그분들의 수익을 올려 드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요?”
“말 그대로입니다.”
박상규는 음악의 경매장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했으며, 또한 저작권자를 위한 매니지먼트를 최소한의 수익으로 할 거라는 것을 발표했다.
“최소한의 수익이라면?”
“말 그대로 최소한의 수익입니다.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최소한으로 할 것이며, 그 이후에 남는 수익은 전액 불우 이웃 돕기에 쓸 예정입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 할 말은 없는 겁니까?”
“유구무언이라는 말이 있지요. 사과하는 사람이 어찌 변명을 하겠습니까. 회장님께서는 사과할 때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변명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일은 저희가 잘못한 것이고, 그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입니다.”
발표는 계속되었고 기자들의 플래시는 계속 터져 나갔다.
* * *
“당했습니다.”
박상규의 기자회견은 사장단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장 그들의 생존 활로가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대룡에서는 권리자에게 합당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의 그룹이나 가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건 횡포입니다! 횡포!”
“우리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네.”
사장단의 대표가 된 아상록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저들이 먼저 사과한 것이 치명적이야.”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대놓고 먼저 사과한 대룡의 행동에 사람들은 ‘역시나 대룡이다. 진짜 바른 기업이다.’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이 칭찬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들이 바른 이미지를 가지고 간다면, 자신들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가수들을 동원해서 어떤 식으로든 언론 플레이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몇몇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했지만 아상록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사장단의 대표가 된 것은 그가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뭐라고? 우리가 빼앗은 건데 너희가 사과하면 어쩌느냐고?”
“네?”
“저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먼저 당위성을 가지고 갔어. 자신들이 먼저 대놓고 사과해서 올바른 이미지를 가지고 갔는데 우리가 그 사과에 반발해서 업계 관행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나?”
“아…….”
“그렇게 된다면 아마 우리 가수들도 버려지겠지.”
유명 가수들을 여럿 데리고 있는 거대 기업들이 아니라 잘해 봐야 한 명 또는 한 팀만 데리고 있고, 그나마도 아니면 한 개 그룹을 여러 기업이 제휴해서 만들기도 한 규모인 이들은 그 가수가 망하면 답이 없게 된다.
“젠장.”
없는 것을 사과하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였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바닥의 관행에 비하면 대룡은 무척 양심적으로 거래해 왔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사과해 버렸으니, 관행이라고 핑계를 대며 비양심적인 행동을 해 온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대표님, 어쩌지요? 우리 애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국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걸리는 건 그 부분이다.
지금 가수들이 활동하는 무대는 방송국 아니면 대룡이 만든 인터넷 방송국뿐이다.
방송국은 뚫기가 힘들어서 대룡의 인터넷 방송국에서 많이 활동하는 것이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부분이 제일 두려웠다.
“그 부분을 공략합시다.”
“네?”
“우리가 이기려면 그놈들이 우리에게 갑질을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줘야 합니다.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당연히 인터넷 방송 출연을 막겠지요.”
“아!”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서도 대룡이 휘두르지 않을 리 없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약자인 것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을이라는 것도 때로는 무기가 되는 법입니다.”
을질을 제대로 해 보겠다는 생각에 아상록은 눈을 빛냈다.
‘이 바닥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새끼들이 덤비겠다고? 내가 이 바닥에서 여론 몰이만 30년을 넘게 해 왔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흐흐흐.’
그는 방송 출연이 막히면 어떤 식으로 기자회견을 할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구도를 짜고 있었다.
* * *
“네?”
“우리는 그쪽 사정 알 바 아니고.”
대룡의 인터넷 방송국을 찾아간 아상록과 사장단은 방송국장의 말에 당황했다.
사실 출연하지 못한다고 하면 이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반대되는 말 때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출연시킨다니까요. 대룡엔터테인먼트 쪽과도 그렇게 이야기가 되었고요. 그쪽도 이해했습니다. 우리 쪽과 그쪽은 상관없다고요.”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애초에 같은 기업 소속이지만 전혀 다른 계열사예요. 그쪽이랑 관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운영은 우리 쪽이 다 알아서 하는데 그쪽에서 뭐라고 할 수가 없지요.”
국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장단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출연하는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그런가요?”
“왜요? 뭐, 불만이 있으신가요?”
“부, 불만요?”
“뭐, 저희의 입장이 그렇다는 거지, 그쪽에서 불편해서 출연을 고사하시겠다면 저희도 말릴 수는 없지요.”
국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이 출연하지 않겠다고 한다면야 강제로 출연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진짜로 출연하라는 거 맞습니까?”
“맞다니까요. 저희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출연시킬 겁니다.”
“우리가 대룡과 싸우는데도요?”
“대룡이 바보예요? 대룡도 기업이에요.”
대룡은 이익을 창출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돈이 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기업 방송 만들 게 얼마나 많은데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국장은 크게 웃으면서 자리를 떠났고, 그곳에 남은 사장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출연 금지가 떨어질 거라 말씀하셨잖습니까?”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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