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10)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기는 하지만 진보 측 언론사들도 존재한다.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응?”
“그들이 가진 선민의식은 진실재단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거든요.”
“허?”
“그리고 그들은 이미 돈에 넘어간 지 오래입니다.”
“돈?”
“네, 그렇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다.
노형진은 돈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걸 쓰는 것은 원하지 않는 타입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공정한 법적 지원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데다 다른 변호사들은 그 방식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아나?”
“광고를 보면 알지요.”
“광고?”
“네. 기업은 참 치사한 조직이거든요.”
기업과 언론이 사이가 좋으면 안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언론, 특히 신문사 같은 계열이 살아남으려면 기업으로부터 광고를 많이 받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을 운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인터넷의 힘이 강해진 요즘 구독자 수는 더 줄었기 때문에 언론사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들의 돈이 절실해지는 셈이었다.
“그런데 진보 언론에서 요즘 광고하는 것들을 보세요. 과거와 다르게 대기업 광고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광고가 늘어날수록 진보 측 언론에서 대기업을 공격하는 말은 줄어들지요.”
“음…….”
“전형적인, 돈으로 길들이기 수법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광고를 보면 확실히 대기업과 정부에서 많이 준다. 그리고 누가 봐도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진보 언론사조차도 입도 뻥긋 안 한다.
“지금의 진보 언론사들은 진보라는 가면을 쓴 보수라고 보면 됩니다. 과거에는 진보였지만, 지금은 아니죠.”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경우야 많지 않습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과거에 모 신문사도 최초에 발간된 것은 일제로부터 국민들을 계몽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채 10년도 가기 전에 그곳은 일제와 천황 폐하를 위해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바치자고 외쳐 대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언론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언론사 중에서 공정하게 사건을 다루는 곳은 없다고 보면 되고요.”
“하아…….”
설사 공정하게 다룬다고 해도 보수 신문이 주류인 대한민국에서 그들이 하는 말은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언론에서 때려 주지 않으면 정치인들을 굴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네.”
송정한은 딱 잘라서 말했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그리고 권력의 속성이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나마 정치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야. 자네도 알지 않나?”
“그렇지요.”
“그런데 언론을 빼고 소송을 한다? 2심이나 가면 다행일세. 그리고 언론을 빼려면 경찰도 이용 못 해.”
“압니다.”
어떤 방식이든 이쪽에서 내분을 일으킨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순간 경찰이고 검찰이고 법원이고 기자고 다 달려들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외칠 것이다, ‘봐라! 진보라는 작자들은 이렇게 썩었다!’라고.
“진보라고 해서 딱히 혜택을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세상은 브레이크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하긴. 지금 정부가 브레이크가 제대로 되지를 않지.”
진보가 힘을 잃어 가면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그리고 특히나 노형진은 이 부분에 대해서 민감했다.
‘절대로 더 이상 무너지게 하면 안 돼.’
회귀 전 부패의 끝을 본 노형진이다.
그 당시에는 이런 사건도 없었다. 아마도 결국 현 상황 때문에 유찬성 의원이 포기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패가 하늘을 찔러서 결국 나라가 망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런데 그나마 유일한 브레이크를 날려 버리면 진짜 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아랫사람들을 동원해서 밟아야 하나?”
“안 될 겁니다.”
노형진이 즐겨 쓰는 방법은 아래쪽에서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게 안 된다.
“일단 단체를 만드는 건 그들 마음이니까요.”
“그게 무슨 말인가?”
“그곳에서 나온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단체를 만든다고 해서 정부에서 인정할까요?”
“아…….”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인정과 지원이다.
그들은 사람을 속여서 집단을 만들고, 그 집단의 승인을 통해 국가의 지원을 받은 후 빼돌린다.
그게 그들의 방식이다.
“이미 인증받았다 이거지.”
“네.”
그들이 승인을 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상, 아래쪽에서 다른 단체를 만든다고 해서 지원이 그들에게서 넘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사실을 까발리면 공격의 빌미가 모든 보수에게 쏠리게 되는 현상이 벌어질 테고.
“이럴 때는 손채림 양이 생각나는구먼. 이 자리에 있었다면…….”
가끔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각으로 의견을 내곤 했다. 그게 돌파구가 되곤 했는데, 현재 그녀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상황.
“아직 안 죽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있지 않나?”
“가서 물어보면 되지요.”
어려운 건 아니다.
물론 전화로 해도 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긴 이야기다.
“그래 볼까?”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보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자네가 한번 가서 물어보게.”
어쩌면 손채림이라면 다른 시점으로 사건을 볼지도 모른다는 그들의 생각이 맞아떨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큰 바람을 불러올지, 그들은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그래서 온 거야? 병문안이 아니고?”
“지금 근무시간이거든!”
“이건 특근으로 쳐줘야 해.”
“기꺼이.”
병원에 누워 있는 손채림은 끊임없이 툴툴거렸다.
회사가 등골을 빼먹네부터, 내가 이러려고 일하나 자괴감이 든다는 말까지.
“거참, 말 많네.”
“너도 내 꼴 당해 봐, 기분이 어떨지.”
“여러 번 당해 봤거든.”
“아, 부정을 못 하겠네.”
그러고 보니 노형진은 숱하게 입원하고 그때마다 일거리가 병원으로 배달되었다. 그걸 생각하니 손채림은 차마 툴툴거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대신에 다른 걸 가지고 투정을 부렸다.
“그런데 일하러 온 거라면서? 아니면 내 음료수 털어 가려고 온 거야?”
“먹여 줄까? 아 해 봐.”
“아.”
“쉬우우웅.”
노형진은 입으로 비행기 소리를 내면서 음료수를 그녀의 입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입으로 날아가던 음료수는 코앞에서 방향을 돌려서 다시 노형진의 입으로 들어왔고, 손채림은 입을 삐쭉거렸다.
“팔 못 쓰는 사람 놀리면 좋아?”
“하하하, 그래도 다음 주면 풀잖아?”
“그렇기는 한데…… 가려워 죽겠다.”
양팔의 깁스를 짜증 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손채림.
지난번 사고에서 다친 팔 때문에 요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진짜로 안 온 거야?”
“기대도 안 해.”
“쩝.”
노형진이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손채림의 가족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사고가 나서 입원했다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 말이 사실인가?’
아무리 내놓은 자식이라고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된다.
안 그래도 요즘 손채림의 아버지가 약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기는 했다. 이상할 정도로 감정이 없다고 할까?
‘소시오패스라…….’
새론에는 소시오패스로 만들어진 경호 팀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특징을 잘 안다.
그녀의 아버지의 특징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하긴…… 10%라고 하던가.’
사회적으로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의 비율은 대략 10%라고 한다.
물론 그 안에서 경증과 중증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이 많다고 하지.’
남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성공만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그런 비율은 더 높아진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녀의 아버지인 손하균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손채림이 그렇게 쉽게 집과 절연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집에서 정이라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왜……?’
여전히 자신을 그렇게 싫어하는지는 모를 일이다.
“뭘 그렇게 생각해?”
“응? 아니야.”
손채림이 멍하니 생각에 빠진 노형진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네가 보기에는 어때?”
“음, 법적으로 할 수가 없다라…….”
“그래. 그래서 너의 관점에서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는 거야. 소송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언론을 이용할 수도 없고.”
노형진은 사건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해 줬고, 손채림은 그걸 듣기만 했다.
그런데 그녀가 바라본 쪽은 노형진과 새론에서 변호사들이 바라본 쪽이 아니었다.
“난 더 이상한 게 있는데.”
“뭐가?”
“진실재단 말이야.”
“진실재단이 왜? 그들이 횡령한 건 확실해. 지금 필요한 건,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몰아내느냐야.”
“아니, 횡령이 아니라 그들의 예산이 이상해.”
“예산? 잘못된 거 없는데?”
“내가 이상한 건 지금의 상황이야.”
“상황?”
손채림은 자세가 불편한 듯 비비적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지난번 사태가 있었는데 어떻게 멀쩡한 거지?”
“지난번 사태라니?”
“간첩 사건 때 말이야. 그때 대대적으로 사회단체를 검열하지 않았어?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정부에서 주로 진보 측을 많이 때려잡았던 것 같은데.”
“그렇지.”
갑자기 보수가 문제가 되자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진보 측 집단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공평하게 했지만, 주요 타깃은 진보 측 집단이었다.
“그게 왜?”
“네가 말한 정도로 문제가 많은 집단이면 그때 드러났어야 하는 거 아냐?”
“응?”
“그렇잖아.”
생각을 해 보니 그렇다.
이 정도로 부패한 집단이라면 그런 대규모 감찰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노형진은 슬며시 눈을 찌푸렸다.
간첩 사건 이후에 대대적인 감사가 있었다. 그 당시에 진보고 보수고 상관없이, 많은 곳들이 날아갔다.
그런데 어떻게 진실재단 같은 곳이 버티고 있을까?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성이다.
“그것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음…….”
끝이 아닌 시작점을 보자는 손채림의 말.
노형진은 수긍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트로이의 목마 (1)
“어떻게 버텼냐고?”
“네. 그때 상당히 열심히 때려잡지 않았습니까?”
“음, 그건 그렇지.”
보수가 자신들의 무기를 잃어버리자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사회단체를 조사했다. 그 결과 비리로 얼룩진 사회단체들이 많이 털렸다.
그건 노형진도 알고 유찬성도 알고,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진실재단은 버틴 거죠? 상황을 보아하니 장난 아니던데.”
“그렇군……. 나도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군.”
유찬성도 ‘아차.’ 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냥 부패한 집단이니 박멸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왜 아직까지 박멸이 되지 않았는지는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또 있습니다.”
“응?”
“이들이 어떻게 이번 정권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거죠?”
“응?”
“정권이 바뀌면서 지원이 상당히 많이 줄지 않았나요?”
“그거야 그렇지.”
정권이 바뀌면 지원 대상도 바뀐다. 그건 보수고 진보고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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