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13)
그야말로 철저하게 자신은 이득만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설계였다.
“그 부분을 공격하는 건 어떤가?”
“불가능합니다. 진보에 지원해 주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니까요. 강도를 당했으면 강도를 욕해야지, 피해자를 욕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 경우는 정부와 국민이 피해자입니다. 그들의 돈을 빼돌렸으니까요.”
“하긴, 그렇겠구먼.”
국세금을 빼돌려서 자신의 배를 채운 작자들에 대해서 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일부 감사의 책임을 지기는 하겠지만, 주요 범인은 황연수와 그 일당이다.
“결국 답은 똑같습니다. 언론을 이용하거나 소송을 하지는 못합니다.”
“전처럼 보수를 이용하는 건 어떤가? 그때 보수를 이용해서 보수를 공격하지 않았나?”
“보수와 진보는 성격이 좀 달라서요.”
보수는 만일 누군가 이런 걸 폭로하면 ‘봐라, 보수도 당당하고 바르다.’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콘크리트 지지층이니 이탈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하지만 진보는 아니다.
그들은 부패에 대해서 혐오감이 강하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이탈하려고 하는 성향이 크다.
누구 말마따나, 나 빼고 다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진보는 누군가 잘못하면 그걸 감싸는 게 아니라 같이 공격합니다.”
“하긴.”
그 점을 이용해서 정치적 분열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번 사건도 그 사전 초석일 테고.
“그러면 어떻게 해서든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거군.”
“그렇다면…….”
노형진은 살짝 눈을 찡그렸다.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있어?”
“네.”
“그런데 마음에 안 든다니?”
노형진은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혐오의 정치학 (1)
“혐오?”
“네. 유찬성 의원님의 말을 들어 보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작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을 혐오하는 것 같던데요. 아닌가요?”
“맞네.”
유찬성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문제인 거다.
최소한의 측은함이나 인간성이라도 있다면 그런 범죄는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있으면 유통기한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지난 음식을 줄 수는 없다.
거기에다 진실재단은 각 단체의 대표를 거기서 뽑는 게 아니라 위에서 내려보내는 식으로 운영한다. 그러니 그곳에서 내려간 놈들이 내부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서 제대로 알 리 없다.
“사실 혐오도 혐오지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선민의식이네. 애초에 선민의식이라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에 대한 무시를 깔고 들어가는 것이니까. 무시와 혐오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또 미묘하게 같기도 하지.”
“그러니까요.”
유찬성이 본 진실재단은 지독할 정도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선민의식이라는 것은 당연히 남에 대한 무시와 혐오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 부분을 드러내는 겁니다.”
“소송이 아니고?”
“소송을 하면 최재철이 터트릴 겁니다.”
“하긴…….”
어차피 못 쓰게 될 폭탄이라면 터트림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주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일단 소송 없이 내부에서 그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그들의 혐오를 드러냄으로써 그들이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유찬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쉽게 표현해 주겠나?”
“간단하게 말하면 가면을 벗기자는 겁니다. 그들은 진보라는 가면, 약자를 챙긴다는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가면을 벗기자는 것이지요. 아시겠지만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이중성을 좀 극단적으로 싫어합니다.”
아무래도 보수와의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러한 부패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
감춰졌다면 모르지만 드러난다면 그들은 가차없이 등을 돌릴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본모습을 드러내면 몰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들이 그냥 두지는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애석하지만, 이런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에게는 약점이 있거든요.”
“약점?”
“네. 자격지심 말입니다.”
“자격지심?”
“네.”
그들을 아무리 공평하게 대해 줘도, 그들에게 아무리 기회를 줘도,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평생을 사회적 약자로 무시당하며 살아오면서 그 트라우마는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은 자격지심이 있다.
그건 그 후에 아무리 성공해도 어쩔 수 없는 정신적 약점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은 자신을 무시했다 싶으면 좀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만일 대표가 혐오 주의자라는 걸 알면 그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자네가 이 작전은 좀 꺼린 거군.”
“네.”
아무리 노형진이 승리를 위해서 뭐든 하는 변호사라고 하지만 상대방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면서까지 이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어쩔 수가 없다. 그들을 몰아내지 않으면 더 극심한 피해가 발생할 테니까.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네.”
유찬성은 노형진이 꺼리는 이유를 알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들이 좀 화가 나기는 하겠지만 말이지.”
“그렇기는 하죠.”
자격지심을 건드린다 해도 그들이 입는 피해는 화가 나는 정도뿐이다.
하지만 그냥 두면 그들에게 돌아갈 피해는 심각하다.
“그리고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정치는 혐오를 기반으로 한다네.”
“네?”
“혐오의 정치학이라고 아나?”
“혐오의 정치학?”
“그래. 누군가 상대방을 혐오하는 놈이 있다면 결속력은 강해지기 마련이지. 당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혐오의 정치학이 있지 않나?”
“지역감정 말이군요.”
다른 지역에 대해서 비하하고 증오하고 혐오하면서 결속하여 표를 얻는 정치인들.
그들은 선거 때마다 ‘우리가 남이가?’를 시전한다.
하지만 정작 그 지역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혐오로 뭉친 지역은 계속 그를 위해서 표를 준다.
“그래.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이건 너무 흔해서 미안하지도 않은 일이야. 자네 입장에서야 뭐,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쩝.”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하긴,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는 정치의 기본이다.
그러니 자신이 조금 자극한다고 해도 굳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혐오 없이 정치한다? 그건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유토피아의 환상 같은 것이다.
“일단 자네 말은 알았네. 하지만 최재철이 그냥 있겠나? 어떻게 해서든 지키려고 할 텐데. 안 되면 그 전에 터트리려고 하겠지.”
“소용없을 겁니다. 우리가 하는 건 소송이 아니니까요.”
정관에 따라서 적법하게 잘라 내는 것이니 소송이 아니다.
모든 조직은 정관이 있고, 거기에 해임 규정이 있다.
“만일 그들이 섣불리 기존 대표단을 지지하면 부패를 같이 뒤집어쓰게 됩니다.”
“터트리려고 한다면?”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다.
“그가 원하는 파괴력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해임안의 이유를 부패로 만들어 버리면 외부에서는 자정작용으로 볼 테니까요.”
“아하!”
일단 해임안이 먼저 올라간 이후에는 최재철이 터트린다고 해도 그 파괴력은 현저하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부패를 공격해 봐야 이미 알고 있는 데다, 혐오와 부패를 이유로 자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단 혐오로 프레임을 짜서 해임안을 올리고 언론 플레이를 하면 그들이 터트려 봐야 혐오의 프레임에 갇혀서 제대로 빛을 보기 힘들 겁니다.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건 흔해 빠진 뇌물 수수가 아니라 혐오와 증오 범죄이니까요.”
모든 떡밥은 한계가 있다. 모든 사건이 천년만년 관심을 끌지는 않는다.
일단은 혐오의 문제로 공격해서 그들을 쳐 내어 언론의 관심을 끈다. 그 후에 그 관심이 꺼지면 횡령으로 고발을 넣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부패로 몰아붙이려고 할 때쯤이 되면, 이미 떡밥의 수명은 다한 셈이 된다.
“그때쯤이면 아마 언론도 관심을 끊을 겁니다. 이런 사건은 100% 횡령으로 인한 고발이 엮이거든요.”
“그건 그렇지.”
일단 어떤 조직이든 해임되면 무조건 횡령으로 고발하는 것이 보통 정석적인 공방의 방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여기서 혐오로 자르고 횡령으로 고발해 봤자 국민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최재철이 터트릴 수는 있겠지만, 치명적인 파괴력은 결코 나오지 않을 겁니다.”
절묘하게 파괴력을 줄이면서 정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좋은 방법이군.”
유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 이상으로 파괴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그럼 첫 번째 표적은 누군가? 생각해 둔 사람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첫 표적이다.
그래야 사건의 모든 관심이 그곳으로 쏠릴 테니까.
“네, 있습니다.”
“누군데?”
“성 소수자 협회인 크레파스의 대표입니다.”
“성 소수자?”
“가장 극렬하게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제격이지요.”
“아하!”
장애인들은 아무래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노숙자나 파트타임을 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너무 숫자가 많아서 그들을 규합하는 것도 힘들고, 진실재단이 그들을 쳐 내고 다른 바지 사장을 들이미는 게 쉽다.
마지막으로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은 그들에게 지원받는 것이 아무리 적다고 해도 일단 절실하기 때문에 저항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성 소수자는 존엄성의 문제가 걸려 있거든요.”
“맞는 말이네, 하하하.”
특히나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극렬하게 저항하는 사람들이 많다.
존엄성의 문제가 걸려 있다는 것은 트라우마도 심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자들이 초반에 관심을 가져야 사람들이 피로도를 느껴서 나중에 최재철이 터트려도 별 효과가 없지요.”
“아하!”
성 소수자 내부에서의 이런 분란은 기자들이 좋아할 만한 떡밥이다.
“일단은 그들의 대표부터 조사해 보지요.”
* * *
“특이 사항은 없는데요.”
무태식은 정리된 사항을 뒤적거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이 대표단 중에서 한 명을 딱 집어냈는데, 그가 혐오 주의자라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성 소수자 단체인 크레파스의 대표 한광무였다.
“도대체 왜 이 사람이 혐오 주의자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특이한 발언은 없는데요.”
“그 사람은 교회를 다니거든요. 그래서 혐오 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네?”
“그게 뭔 말인가?”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서 동석한 유찬성 의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그중에는 성 소수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교회에 다닌다고 다 소수자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건 아닐세. 그들에게 우호적인 교인들도 있어.”
“맞습니다.”
대한민국의 기독교계가 기본적으로 성 소수자에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개개인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그러니 교회에 간다고 차별 주의자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목사를 믿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응?”
“이 사람이 믿는 사람은 전돈주라는 목사입니다.”
“전돈주?”
“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보수 목사이며 또 유명한 목사이다.
물론 유명한 목사를 믿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광무가 그를 믿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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