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25)
물론 착한 건 좋다. 하지만 착한 것과 호구는 다르다.
남을 챙긴다는 건 같지만 누군가 뒤통수를 쳤을 때에도 가만히 있으면 그건 호구일 뿐이다.
“일단 이걸로 어머니는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당장 돈이 나올 구멍이 막혔으니까 명품백을 사거나 하지는 못하겠지요.”
물론 이미 사 버린 것도 있지만 그 정도는 감당할 만하다.
사실 그 정도 던져 주고 떨궈 내면 싼값이기는 하다.
“문제는 아버지더군요.”
“네, 아버지요?”
“저희가 좀 알아보니 아주 개판이더군요.”
접대라는 이유로 룸살롱에 다니고 수석을 모은다고 사방에 여행 다니고 인맥 쌓는다고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하는 등, 돈을 못 써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일단 사업 자금이 있기는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쓰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 사이에 1억을 쓰셨더군요.”
박만태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었다.
1억을 정산해 준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다 썼다고?
“다행히 대출받은 5억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걸 되찾아야 합니다.”
“무슨 수로요? 주실 리가 없는데.”
그걸 줄 위인이라면 애초에 대출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업을 하고 싶다면 사업을 하게 해 드려야지요.”
노형진은 옆에 있던 손채림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손채림은 알았다는 듯 씩 웃으면서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어떤가요?”
“어떠냐니요? 돌 아닙니까?”
“네, 돌입니다. 시가 12억짜리 수석이지요.”
“허어억!”
박만태의 눈이 격하게 떨렸다.
이 돌 하나가 12억이라니.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 음…… 예쁘기는 하군요.”
수석의 가치는 그 안에 얼마나 자연이 표현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지금 이들 앞에 놓인 수석에는 묘하게 산맥과 하늘이 표현되어 있었다.
“이걸 설마 파시겠다는 건 아닐 테고…….”
“팔 겁니다.”
“네?”
고작 5억에 12억짜리를 판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사실 이거 가짜입니다.”
“네? 가짜요? 수석에도 가짜가 있습니까?”
박만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수석은 돌 아닌가? 그런데 가짜라니?
“구운 거죠.”
“구운 거?”
“네.”
가짜 수석을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다.
형태가 아름다운 적당한 돌을 구해서 미세하게 파낸다. 그리고 그 위에 색이 있는 흙을 채워 넣고 잘 마무리한 다음에 구워 낸다.
그렇게 구워진 돌이 식으면 수압식 연마기로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광을 낸다.
“그렇게 하면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지요.”
“아아아, 신기하군요.”
그는 돌을 들어서 이리저리 살폈다.
아무리 봐도 그냥 수석인데 가짜라니.
“오래된 기법입니다.”
수석은 고가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사기꾼이 꼬일 수밖에 없다.
“사기를 쳐서 찾아오시겠다 이거군요.”
“네.”
“하지만 이걸 가지고 간다고 해서 속아 줄까요?”
속아서 사 준다면 참 감사하겠지만, 그렇게 속아 줄 리 없었다.
“돈이 된다면 어떨까요?”
“네?”
노형진은 씩 미소를 지었다.
* * *
“수석 경매전?”
서지연의 아버지인 서왕국은 자신에게 날아온 초대장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12회 수석 경매전.
“이게 뭐지?”
그는 당장 그에 대해 검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년에 한 번씩 하는 수석 경매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왜 나한테?”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호기심도 생겼다. 어찌 되었건 그 사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슬슬 뭐든 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 가 볼까?”
초대장을 받은 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이어들에게는 숙소까지 제공한다고 하니 더더욱 그랬다. 공짜라고 하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지 않던가?
그는 가볍게 생각을 하고 경매전 참가 신청을 했다.
참가자들과 인맥을 쌓아야 뭐든 팔 수 있을 테니까.
* * *
“안녕하십니까. 지연수석을 운영하는 서왕국입니다.”
“지연수석?”
“슈가걸즈의 지연이 제 딸입니다, 흐흐흐.”
그가 사람 좋게 웃자 상대방은 안다는 듯 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아! 지연 양 아버지 되시는군요. 수석을 파시는 줄은 몰랐는데요.”
“제가 그쪽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환영합니다. 지연 양 아버지라면 언제든 환영이지요.”
서지연의 아버지라는 것을 밝히자 주변에서의 반응도 좋았고, 몇몇은 친하게 지내자면서 명함을 건네기도 했다.
그걸 받으면서 서왕국은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지연이를 팔아야 장사가 잘된다니까.’
다들 부럽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서왕국은 그들과 함께 인맥을 쌓으면서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몇 개의 수석이 나왔다.
“이번 수석은 멧돼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형태의 수석으로, 그 안에 강의 모습과 그 뒤에 있는 언덕의 모습이 그려진 형태로…….”
수석의 설명을 들으면서 서왕국은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양이기는 했다.
“아름답네요.”
“그렇지요? 우리 수석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저런 아름다움 때문에 끊지 못한다니까요.”
그렇게 탄성을 내지르는 사이 경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작되자마자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1억!”
“허억!”
서왕국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그 남자의 모습에 기겁했다.
보자 마자 일단 1억부터 지르고 시작하다니.
“아, 저 새끼 또 저러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가 부른 1억 이상의 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행동은 다른 것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몇몇이 짜증스럽게 그에게 대항해서 경매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그는 더 높은 가격을 불러서 수석들을 싹쓸이해 갔다.
“거 작작 좀 하지.”
“더러우면 너희도 하든가.”
히죽거리면서 빈정거리는 남자를 보면서 서왕국은 옆 사람에게 물었다.
“저 사람 누굽니까?”
“아, 저 녀석, 중국으로 수석을 수출하는 놈입니다.”
“네? 수출요?”
“중국 쪽 수출량이 의외로 많거든요. 거기에다가 수석은 세금을 내지 않지 않습니까?”
서왕국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우리 수석인들이나 그 가치를 인정하지, 정부 입장에서는 그냥 돌이거든요.”
그래서 해외에 수출할 때 관세가 붙지 않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급성장하는 중국에서 수석이 어마어마하게 팔리고 있어서 한국의 두 배 이상의 가격이 붙고 있다는 것.
“벌써 2년째 저 녀석이 경매에 나오는 돌을 다 쓸어 가고 있어요. 솔직히 한국 수석을 모조리 중국에 바치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지요.”
짜증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그러나 예의 그 남자는 희희낙락하며 돌을 모조리 쓸어 가고 있었다.
“에잉, 저 새끼 때문에 다 망했네.”
다들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면서도 그 남자의 돌 쇼핑은 막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 * *
“어?”
며칠 뒤, 그는 다시 초대장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뭐지? 재경매를 한다고?”
재경매를 한다는 것은 사고가 터졌다는 건데,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야. 내가 다 알지는 못하니까.”
그는 수석 사업을 하기는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니 뭔가 아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 와중에 그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생각났다.
자신에게 재경매 초대장이 왔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랍을 뒤져 명함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누구십니까?
“저, 지연이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아, 지연수석 사장님.
“네. 사실은…….”
그는 초대장에 대해서 묻자 상대방은 뭐가 좋은지 허허 웃으면서 사정을 설명해 줬다.
-소식이 좀 늦으시군요.
“소식요?”
-네. 그 인간, 부도 맞았습니다.
“부도요?”
-네. 그 녀석이 수석도 하지만 다른 사업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사업이 잘못되면서 부도를 맞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석의 가격을 치르지 못해서 결국 재경매를 한다는 것.
-그날 보셨다시피, 대부분의 수석을 그 녀석이 다 쓸어 가지 않았습니까?
“그랬지요.”
-그런데 부도가 나서 모조리 그대로 있으니 방법이 없지요. 원래는 1년에 한 번이지만 이걸 내년까지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이번만 재경매를 한다고 합니다.
서왕국의 눈에서 불이 확 켜졌다.
그 당시에 수십억이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니 그걸 잡아서 중국으로 팔 수만 있다면…….
‘중국에서는 최소 두 배라고 했지?’
그 말이 계속 귀에서 맴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네?”
-한번 그런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현금만 받는다고 하더군요. 또 부도가 날 수가 있으니까.
“아아.”
-뭐, 그 녀석이 빠지는 바람에 몇몇이 그 자리 좀 노려 볼까 하는 눈치던데, 저랑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중국으로 가는 걸 막자는 분위기예요. 그러니 저도 몇 개 좀 구입해 봐야겠습니다. 중국인 브로커가 당황해서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더군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네. 서왕국 씨도 설마 중국으로 보낼 건 아니죠?
날카로운 질문.
서왕국은 애써 침착한 척 목소리를 낮췄다.
“그럴 리가요. 한국에 있는 아름다운 수석을 왜 중국으로 보냅니까!”
-그러니까요. 조심하세요. 브로커들이 여기저기 연락하고 다닌답니다. 저한테도 왔어요. 서왕국 씨야 처음 온 거라 그쪽에서 모르는 모양이지만, 현장에서 접근할지도 모르니 애초에 상대하지 마세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어떻게 한국의 자연을 중국에 넘깁니까?”
서왕국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에서는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 *
얼마 후 다시 열린 경매장.
그곳으로 가는 서왕국에게, 한 남자가 어눌한 한국말을 하며 다가왔다.
“선생님.”
“네?”
“혹시 수석 경매에 참가하십니까?”
“그렇소만.”
서왕국은 주변을 살피면서 말했다.
그런데 눈치가 이상했다.
한번 왔기 때문에 다른 참석자들의 얼굴을 대략이나마 알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 남자를 보자 얼굴을 찌푸리면서 눈도 안 마주치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수석을 판매하실 생각 없는지요?”
“수석 판매?”
그는 그제야 이 남자가 바로 전에 들은 중국인 브로커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 그 사람과 같이 일하던 그 중국인 브로커가 이 사람이군.’
수석 경매전은 오로지 한국인 대상으로만 열린다. 그러니 브로커는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전에 그 사람이 대신 사서 중국으로 넘긴 건데, 그가 부도로 도망자 신세가 되었으니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고 나선 것이리라.
‘하지만 그때 다들 안 좋아했지?’
한국의 수석이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는 이유로, 다들 이 사람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 알 바 아니지.’
그는 눈을 빛내면서 브로커에게 물었다.
“있습니다만, 얼마나 쳐줄 겁니까?”
“50% 더 드리겠습니다.”
“어허, 나도 귀가 있어요. 전에 있던 사람은 두 배 줬다는 거 모를 줄 알아요?”
브로커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했다.
“그걸 어떻게……?”
“소문이 파다합니다.”
“끄응…….”
“내가 더 바라지도 않으니 두 배 합시다.”
“그렇지요. 어차피 저희도 지금 다급하니.”
서왕국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환해졌다.
* * *
그날 경매에 나온 물품을 모조리 싹쓸이할 수는 없었다.
그곳에 나온 수석의 가격은 수십억인 데에 반해 서왕국이 쓸 수 있는 돈은 몇억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조리 긁어서 수석을 사들였다. 그중에는 집을 담보로 잡고 빌린 돈도 있었다.
“여보, 그 말이 사실이에요?”
“그렇다니까! 내가 어디 허투루 말하는 거 봤어?”
현장에서 현금을 주고 가지고 온 수석들이다.
그는 자신의 집을 담보로 잡고 아내의 명품을 모조리 중고로 팔아서 돈을 만들었는데, 그게 무려 11억이었다.
“지연이 그년이 돈을 좀 더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멍청한 년이라니까요! 두 배나 올려 주는데.”
“그러니까 세상 물정도 모르는 멍청한 년 같으니라고.”
자신의 동의도 없이 집을 사는 바람에 모조리 가압류가 걸려 버려서 돈을 받아 낼 수가 없었던 서왕국은 딸을 욕하면서 수석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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