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3)
“여기까지요?”
“하하하, 그럴 리가요. 마침 출장 중입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시기에 해외 로케를 하는 영화가 있나 했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영화를 아는 건 아니지만 졸리나가 나온 영화 중에 이 시기에 여기서 촬영한 영화는 없을 텐데?’
미국의 영화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뺄 수 없는 것이 졸리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이 시기에 여기에 영화와 관련해서 뭔가 찍은 기억이 없다.
‘날 보러? 그럴 리가 없지.’
자신이 영화에 투자를 하는 큰손으로 대우받기는 하지만 졸리나의 재산은 지금의 노형진보다 훨씬 많다. 막말로 졸리나가 원하면 자기 혼자 영화 두어 개 찍는 건 일도 아니다.
실제로도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에 자기가 영화를 만들어서 제법 성공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라고 할 만한 여자였다.
“혹시 영화 투자 건으로 오신 겁니까?”
“네, 이쪽에서 영화를 하나 찍자고 해서요.”
“흠…….”
노형진은 한참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는 아주 어렴풋하게 대충 상황을 알 것 같았다.
“그거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거 사기입니다.”
“사기요?”
“네.”
노형진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 시가에 영화계에서 큰 사기가 있었다. 더욱 쪽팔린 건 그 사기의 주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필리핀에 대규모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영화 세트를 만들겠다고 투자받아서 잠적한 사건.
“하지만 그 사람……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
한국에서 잘나가는 가수다. 아니, 정확하게는 가수였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많았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그 돈으로 제3국으로 도망감으로써 수많은 자살자를 만들어 내고 끝냈다.
‘거기에 이 두 사람도 있었나?’
이런 곳에 대형 세트가 있으면 좋기는 할 것이다. 열대지방에서 찍을 때 쓰는 로케 비용이 확 줄어들 테니까.
‘이들이 투자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지만 뭐, 경고해 주는 건 나쁘지 않겠지.’
투자한다고 해도 자신이 모르는 걸 봐서는 큰돈을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요?”
“네, 그거 사기입니다.”
“흠…… 좀 알아봐야겠네요.”
“미스터 브라운, 제가 언제 허튼소리 했습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노형진의 영화적 감각은 상상을 초월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영화에 투자해서 막대한 수익을 뽑아내는 그의 능력은 모두의 존경을 받을 정도였다.
실제로 모두가 추천하는 가능성이 있는 영화에 그는 투자를 거부했고 화려한 영상에 비해서 영화는 참혹할 정도로 망했다. 반대로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서정적인 영화에 투자했는데 엄청난 수익을 불러오기도 했다.
100전 100승. 영화계의 미다스의 손. 그게 노형진의 별명이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노.”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전 가족들과 함께 온 거라서요.”
“알겠습니다.”
노형진이 돌아가자 브라운은 고개를 돌려서 졸리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가 그렇게 믿을 만한 건가요?”
졸리나는 호기심에 오기는 했지만 그를 절대적으로 믿는 브라운이 이상했다.
“사업에 관한 한 그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건 미국에서건 말입니다.”
“단 한 번도 말입니까?”
“네.”
“대단하군요.”
그렇다면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아주 사업적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일단 한국 쪽 선을 알아봐야겠습니다.”
브라운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미안합니다, 졸리나. 제가 큰 실수를 할 뻔했군요.”
브라운은 졸리나에게 정식으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인맥을 통해서 알아봤더니 생각과 다른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한국에서 유명하고 잘나가는 가수 같지만 실상은 사치로 인해서 파산 직전이라는 것.
한국에서도 몇 번의 사업 시도를 했지만 말아먹을 정도로 사업적 감각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마터면 큰 피해를 입을 뻔했습니다. 졸리나, 미안합니다, 여기까지 오게 했는데.”
“아니에요. 어차피 휴가를 즐기러 온 거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영화가 끝나고 휴가 겸 온 것이라 졸리나는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노형진이었다.
“그나저나 미스터 노라는 사람, 대단하군요.”
“풀 네임은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미국 내 투자 기업들에 비해서는 투자액이 작기는 하지만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게 엄청나죠.”
“오호.”
미국 내 투자 기업들은 투자 액수도 많지만 반대로 실패도 많다. 하지만 실패가 없다니.
“한번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네요.”
“자리를 만들어 볼까요?”
“아니에요. 어차피 저도 휴가고 그쪽도 휴가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으아아.”
풍덩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빠져드는 노현아. 그러고는 멋지게 머리를 털어 내면서 물속에서 나왔지만.
철푸덕.
멋지게 머릿결이 넘어가기를 기도했겠지만 그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 같았다.
“앗, 따거!”
도리어 긴 머리가 자신의 어깨를 강하게 때리자 따갑기만 했다.
“바보.”
“시끄러워. 그나저나 대단하네, 호텔 풀장에 워터 슬라이드가 있다니.”
“5성이잖아.”
“역시 돈이 있으니까 짱이네.”
“우우우, 이거 우리 누나 잘못 길들이는 거 아닌가 몰라?”
“잘못 길들이다니?”
“시집가면 이렇게는 못 살 것 같은데 어쩌누?”
“나 시집가지 말까?”
“그러지 마라. 광석이 형 운다.”
“낄낄낄.”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노형진과 노현아. 부모님은 피곤하다면서 방에서 주무시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조용해졌기 때문에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가 코피를 쏟을 뻔했다.
“우와…… 끝내준다.”
심지어 여자인 노현아조차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을 만큼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스터 노, 반갑습니다. 여기서 다시 뵙네요?”
“아, 졸리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늘씬한 몸매의 졸리나가 비키니를 입고 나오자 주변이 완벽하게 침묵을 지키는 중. 그런 상황에서 노형진과 대화하자 당연히 시선은 노형진에게 향했다.
“온 김에 휴가를 즐기려고 합니다.”
“휴가요?”
“투자하러 왔는데 미스터 노의 말이 맞더군요.”
“아…….”
역시나 그 사기꾼에게 투자하러 온 모양이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냥, 제가 한국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래요?”
“네.”
물론 졸리나도 그런 노형진의 말을 믿지는 않았다. 그에게 가장 많이 투자하는 사람이 한국 사람이고 그중에서는 권력이 좀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노형진은 영화계에 대해서만 잘 아는 거지, 음악계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미다스의 손이란 말이지.’
영화뿐만 아니라 사업 투자까지 한 번도 실패가 없었던 사람. 한국 국내 자산은 3천억 규모로 큰 부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해외 자산 중 주식이나 투자 지분으로 된 것도 많아 무시할 수 없는 부자라는 소리가 있었다.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졸리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모습에 노형진은 어색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도 남자다 보니 특정 부위로 시선이 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닙니다, 미스터 노. 그냥 관심이 가네요.”
“저한테요?”
“네.”
‘내가 취향이라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졸리나의 취향은 한국인 같은 동양인은 아니다. 편견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그의 취향일 따름이다.
“제가 남자로 보이는 건 아닐 테고.”
“호호호.”
그저 웃고 마는 졸리나. 노형진은 그녀의 기억을 한참 더듬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지 알 것 같았다.
“빈민 국가에 대한 지원 때문입니까?”
“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생각이 안 나는군요.”
그 말에 졸리나는 솔직히 깜짝 놀랐다. 자신이 빈민국의 어린이에 대해서 일종의 자선사업을 하는 건 익히 알려진 사업이지만 자신을 만나러 온 게 그것 때문이라고 알아차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협회를 만드실 생각이신가 보군요.”
“역시 미스터 브라운이 미스터 노를 칭찬할 만하군요. 맞습니다.”
“그냥 노형진이라고 부르십시오.”
“미스터 노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졸리나는 자신의 돈을 이용해서 빈민들에 대해서 수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은 유명하다. 그 유명세를 이용하면 직접 재단을 만들어서 수많은 지원자들을 모을 수도 있다.
“좋은 생각입니다.”
실제로 졸리나는 내년에 재단을 만든다. 노형진은 그걸 생각해 낸 것이다. 하지만 딱 하나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종교 시설을 끼지는 마십시오.”
“네?”
“나중에 머리가 아플 겁니다.”
“머리가 아플 거라니요?”
“지금 협력자로 생각하는 것이 종교 시설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세력이 있는 사람이 끼어들어야 좀 사람을 쉽게 모으기 때문에 졸리나는 종교 쪽 대상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이 아주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었다.
“종교가 끼어들면 그냥 좋은 일이 아니게 됩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하게 되지요. 그냥 행하면 모르지만 강요가 끼어들게 되면 그건 좋은 일이 아니라 거래가 되는 겁니다. 하느님을 믿어라. 그럼 먹여 주고 재워 준다. 그때는 자선사업이 아닌 그냥 사업입니다.”
“설마요.”
“그 시설을 믿을 수 있습니까?”
“어딘지 아시는 겁니까?”
“네.”
생각보다 대단한 정보력이라 살짝 놀라는 졸리나. 물론 노형진이 그걸 아는 건 몇 년 후 졸리나와 그곳이 대대적으로 소송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졸리나는 영화배우이고 모든 걸 자신이 혼자 할 수는 없다. 결국 한 종교 단체를 끼고 그런 협회를 만들어서 지원했는데 그 종교 단체가 딴마음을 먹은 것이다.
졸리나와 다른 지지자들은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지원해 주기를 원했지만 종교 단체는 그들이 지원한 돈을 이용하여 먹을 것과 치료제를 무기 삼아서 반강제로 포교 활동을 한 것이다.
교회에 나와서 찬송가를 부르면 하루 치 식량을 부르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이를 알게 된 졸리나는 무려 5년에 걸친 소송 끝에 그들을 단체에서 퇴출시켰다.
그러나 5년의 소송 기간 동안에 그들은 마구 돈을 써 댔고 지원 단체는 말 그대로 껍데기만 남아서 졸리나가 그걸 복구 시키는 데에 무척이나 오래 걸렸던 기억이 있었다.
“종교 시설은 기본적으로 포교를 감안하고 사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졸리나는 그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싶은 거죠. 양립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 불가능합니다. 다른 종교를 믿는 순간 지원에서 배제당할 겁니다. 그리고 해당 종교에 대한 증오는 더욱 강해지지요.”
“흠…….”
생각지도 못한 졸리나의 고민. 거의 마음을 굳혀 가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럼 미스터 노라면 어떤 식으로 지원하고 싶으신가요?”
“형진이라 부르시라니까요. 저라면…….”
노형진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확실히 졸리나는 깨어 있는 여성이기는 하다. 팔방미인에 착하고 말이다. 하지만 단 하나 문제가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아마 그의 재능이 아니었다면 벌써 망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문제야.’
그 때문에 도와주는 돈이 착복당하기도 하고 그런 이상한 종교 단체와 엮이기도 한다. 아마도 자신 스스로도 그걸 알기 때문에 철저한 제3자인 형진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리라.
“저라면 우물을 파 줄 겁니다.”
“우물?”
“네, 지금 졸리나는 약과 음식에 집중하지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졸리나.
“먹는 건 어떻든 간에 마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질병의 상당수가 수인성 질병입니다. 아프리카 같은 곳은 대부분 강에서 물을 떠 먹습니다. 수인성 질병에 노출되기 쉽지요. 그 강에서는 모든 동물이 와서 먹으니까요. 그러니 우물을 파 주고 그곳에 뚜껑을 덮는다면 수인성 질병에 엄청나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물을 구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걸어 다닐 필요가 없으니 시간이 남게 되어 아이들이 좀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오! 좋은 생각이군요!”
그녀의 성격이 드러나는 말이 있다, 아이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당장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의 가치를 아는 그녀였다.
“그리고…… 지뢰 제거 장비도 좋겠군요.”
“그건 너무 비쌉니다. 그리고 반군에게 빼앗기면 군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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