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33)
“음악을 하는 건물이라서 그런지 방음이 참 잘되어 있는 것 같아. 이 안에서 하는 말은 바깥으로 안 나가는 것 같더라고.”
“한 번만 봐주십시오, 회장님! 기회를 주시면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김 사장.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애들까지 건드리는 건 아니잖아? 김 사장이 이 바닥에서 뜬 지 오래돼서 감이 영 아닌가 봐.”
“아닙니다. 진짜로 아닙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싹싹 빌었다.
하지만 회장이라 불린 남자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난 시끄러운 거 싫으니까 문은 닫지?”
“네, 회장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문을 닫고 아예 잠가 버렸다.
누구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기 위해서였다.
“회장님…… 제, 제발…….”
김세무는 사력을 다해 빌면서도 누군가 경찰에 신고해 주기를 애타게 기도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희망은 여지없이 부서져 나갔다.
“직원들이 요즘 일도 없는데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다 퇴근시켰어.”
사색이 되는 김세무.
그러는 사이 회장은 검은색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고, 뒤에 있던 남자가 그의 손에 흔해 빠진 펜치 하나를 쥐여 주었다.
“방음이 잘되는 곳은 이래서 좋단 말이야.”
“회장님! 아닙니다! 전 재기할 수 있습니다! 진짜입니다! 으아아!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하지만 남자들은 봐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도망가기 위해서 뒤로 박박 기는 김세무를 강제로 끌고 회장의 앞으로 가서 힘으로 찍어 눌렀다.
그러자 그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김세무의 오른손이 앞으로 내밀렸다.
“그래도 내가 착한 사람이라.”
회장은 김세무가 먹던 독한 양주를 그의 오른손에 들이부었다.
“패혈증 예방 차원에서 소독은 해 줄게. 어느 쪽 손톱부터 할까?”
“안 됩니다, 회장님! 끄아악!”
마침 마지막으로 회사 건물을 벗어나던 직원은 멀리서 들리는 희미한 비명에 부르르 떨었다.
텅 빈 건물에서 울리는 비명만큼 사람을 두렵게 하는 건 없었다.
그는 마치 못 들을 소리를 들은 것처럼 귀를 막고 황급하게 그곳을 떠나갔다.
나도 모르는 내 연애 이야기 (1)
“피해! 피해!”
“의무병 불러!”
“아, 진짜 잘한다며!”
“넌 플토를 저그처럼 운영하는 새끼가 어디 있어!”
PC방.
모든 남자들이 한 번은 거쳐 가는 공간이며, 남자들이 모이면 당구장과 함께 한 번은 몰려가는 곳.
그곳에서 노형진은 미친 듯이 스타에 몰입하고 있었다.
“으악! 졌잖아!”
결국 패배한 친구는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했고, 패배의 원인이 된 노형진은 미안한 듯 고개를 스윽 돌렸다.
“잘한다며!”
“잘했지…….”
“아오! 범생이 변호사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이상하다.”
노형진은 당혹스러웠다.
확실히 잘했다, 물론 회귀 전이지만.
“전에는 이렇게 해서 이겼는데.”
“도대체 몇 년 전 패치인데? 응?”
“응? 그…… 글쎄?”
“으아! 넌 스타 좀 한다는 놈이 그것도 모르냐!”
“쩝.”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했더니, 아무래도 이번 패치에서는 그게 승리의 비법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자, 패배자들은 3차 술값을 내는 거다.”
옆자리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다른 친구들은 씨익 웃었고, 패배한 사람들은 무서운 눈빛으로 노형진을 노려봤다.
“아, 음, 쏘리.”
“망할 놈. 믿고 끼워 줬는데.”
“그러니까 믿을 놈을 믿어야지. 내가 저 녀석이랑 PC방을 와 본 역사가 없는데 잘할 리가 있냐.”
노형진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동창회라고 우르르 몰려온 건 좋은데 이렇게 패배할 줄이야.
“끝났냐?”
다른 쪽에 있던 여자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물었다.
“이놈이 낼 거다.”
노형진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는 친구들.
“알았다, 알았어.”
약속은 약속이니 툴툴거리면서도 수긍하는 노형진.
“도대체가 말이야, 여자들을 데리고 PC방에 오는 놈들이 어디에 있어?”
“여자? 여자가 어디 있는데?”
“콱!”
“동창일 뿐, 여자는 아니잖아?”
“뭐? 우리 중학교 남중 아니었어?”
“이것들이 맞으려고.”
여자들이 주먹을 흔들자 낄낄거리는 남자들.
“자, 가자. 3차는 내 돈 아니니 비싼 거 먹자. 그게 목적 아니었어?”
“우우.”
저마다 지갑을 확인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
노형진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안 가?”
다들 가려고 일어나는데 구석에 있던 손채림은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야, 안 가? 뭐 재미있는 뉴스라도 터졌어?”
“잠깐만.”
그녀는 뭔가 확인하려는 듯 몇 번이고 새로 고침하면서 컴퓨터를 확인했다.
다른 사람들이 PC방비를 계산하고 나서야 뒤를 따라 나왔다.
“왜 그래?”
“뭐 재미있는 뉴스라도 떴냐?”
스타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걸 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거나 실력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른 걸 했다.
그리고 손채림은 스타 같은 걸 잘하지 못해서 그냥 웹 서핑을 한다고 했다.
“열애설 떴네?”
“오, 누구누구?”
“형진이.”
“오, 형진이? 응? 그게 누구지? 가수? 배우?”
“형진아, 너랑 이름이 똑같은데, 아는 사람 있냐?”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친구의 머리를 꽁 하고 쥐어박았다.
“야, 내가 어떻게 알아? 동명이인이 한두 명도 아니고.”
그러나 손채림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노형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왜? 뭔데, 뭔데?”
“변호사 노형진이라는데?”
“엥? 나?”
“헐?”
“할 말 없냐?”
노형진은 어지간한 일로는 자신이 당황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열애설이라니?
“헐? 채림이 차인 거야?”
눈치 없는 한 놈이 헛소리했다가 다른 누군가의 공격에 입을 다물었다.
“어.”
다들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중 가장 당황한 건 다름 아닌 노형진이었다.
“열애설이라니? 누구랑?”
“전안나라고, 모델인데?”
“걘 누군데?”
“몰라?”
“알면 내가 당황하겠냐? 이름도 들어 본 적이 없구먼.”
“걔 유명한 사람 아냐? 재작년 슈퍼모델인가 그렇잖아.”
누군가 안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요즘 연예계로 가려고 한다는 소식도 알려 줬다.
“너 진짜 몰라?”
“모른다니까. 그 사람이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데 무슨 열애야?”
“야, 동명이인 아냐?”
“그럴 리 없지.”
노형진이 알기로는 변호사 중에서 노형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하지만 보통 뉴스는 노 모 씨, 그렇게 나오지 않나?”
“씨발, 노 모 씨라고 하지 마.”
왠지 야한 성이 되어 버린 노형진은 눈을 찌푸리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일단은 상황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내 연애라니, 이 무슨 어이없는 일이란 말인가?
“대형 S로펌에 일하는 20대 변호사 N 모 씨와의 불타는 사랑이란다.”
그런 노형진보다 더 빠르게 찾아서 읽어 주는 친구들.
이게 도와주는 건지 웬수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노형진은 그의 핸드폰을 잽싸게 빼앗아서 기사를 읽어 봤다.
“허어?”
S로펌이면 새론이고, 거기에 N씨라고 하면 노씨 성을 뜻한다. 그리고 20대 변호사 중에서 노씨는 자신뿐이다.
“이건 뭐, 엿 먹으라는 거야, 뭐야?”
“노 변호사님, 할 말 없습니까?”
손채림은 취재하는 기자의 자세로 물었고, 노형진은 다급하게 두 손을 흔들었다.
“난 몰라. 뭔 열애설이야. 열애는커녕, 잠잘 시간이나 있으면 좋겠다.”
“그건 인정.”
“헐, 그냥 이게 끝?”
손채림이 쿨하게 인정해 버리자 다들 어리둥절했다.
“아니, 열애설이라잖아! 그런데 인정이라니? 그게 끝이야?”
“우리는 같이 일하잖아.”
“그렇지.”
“매일같이 보는데, 열애 같은 게 터질 만한 틈이 없지.”
“하지만 쉬는 날 보거나…….”
“쉬는 날에 보기는, 무슨. 쉬는 날이 있기나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다들 살짝 눈치를 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증거로 나온 사진에 호텔에서 나오는 노형진과 전안나의 모습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어?”
그리고 사진을 확인한 노형진은 어이가 없었다.
“이거 가야 호텔 아냐?”
“응? 알아? 기억난 거야?”
“알지, 의뢰인을 만나러 간 건데. 그때 채림이도 있었어.”
손채림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의뢰인이 보안 문제로 찾아올 수 없다고 해서 가야 호텔에 가서 그를 만나고 왔던 적이 있다.
복장도 그렇고 대충 시간을 봐도 그렇고, 그날 찍혔을 가능성이 높다.
“형진이 나오고 바로 뒤에 내가 따라 나왔지.”
“뭐야? 그러면 열애설은?”
“개소리지.”
어깨를 으쓱하는 손채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장난스럽게 캐물은 것뿐이고, 노형진은 열애설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전안나는? 같이 찍혀 있잖아.”
“이 사람이 전안나야?”
“몰라?”
“너 방금 우리 지나간 여자 아냐?”
“아, 모르지.”
만일 노형진이 전안나라는 여자를 알았다면 나가던 그녀를 알아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형진은 그녀가 누군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그가 덕질을 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돌을 대상을 하는 것이지, 모델같이 전혀 엉뚱한 쪽은 아예 모른다.
더군다나 전안나는 선글라스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목도리까지 하고 있다.
겨울에는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복장이니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동네 아줌마가 누군지 신경 쓰고 다니는 사람은 없잖아.”
“일단 동네 아줌마는 아닌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확실한 건, 열애는커녕 누군지도 모른다는 것.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알고 있는 게 아니라 경험이 있어서.”
“경험?”
손채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과 함께한 사건 중 하나는 열애설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그때는 지금과 좀 다르기는 했다. 그때는 양쪽 다 연예인이었고 한쪽의 목적이 뚜렷했으니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잖아?”
“그건 그런데, 일단 기자라는 인간은 잘 안 믿어.”
손채림도 그래서 이걸 보고 일단 의심부터 한 것이다.
진실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좋을 대로 꾸미는 게 기자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음,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야, 여친 좀 불러 봐.”
“아놔, 놀리지 마라.”
기자들의 헛소리인 게 드러나자 분위기가 풀리면서 친구들은 반쯤 장난삼아 말하기 시작했다.
“여친한테 친구들 좀 불러 달라고 해. 예쁜 여자 불러서 놀자.”
“지금 여자들이 있는데 예의 없게 뭐 하는 소리야!”
“우리 학교는 남중이었다니까 그러네.”
티격태격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노형진은 겉으로는 웃었찌만 속으로는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이 새끼들을 어떻게 엿을 먹이지?’
* * *
“가짜 뉴스라고요?”
안기부는 늘어지게 기대앉으면서 히죽거렸다.
그는 지난번 공격 때 감옥에 갈 뻔했는데 다행히 새론의 방어로 벌금만 내고 풀려났다.
물론 그 벌금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네. 흔하게 있는 일이지요.”
노형진은 언론에 대해서 잘 아는 그를 불러서 지금 상황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연예인들끼리 서로 짜고 열애설 터트리는 건 이해하겠는데, 이건 뭡니까?”
“맞아요. 나도 그 부분이 이해가 안 가네요.”
노형진도 손채림도, 왜 전혀 뜬금없는 두 사람이 엮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간단하게 말해서 기자의 가치가 달라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네요.”
“가치?”
“네. 과거에는 기자라고 하면 펜을 제대로 세운 사람이었습니다.”
탐구하고, 진실을 추적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사람들이 기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종이보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인터넷에서 클릭 수가 더 많은 기사를 쓰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받는다.
그런 뉴스에는 광고가 붙고, 그 돈은 언론사로 간다.
“연예계 쪽은 질 안 좋은 기자들이 적지 않아요. 그런 놈들의 목적은 돈뿐이지요.”
“하지만 전안나 씨는?”
“그러니까 전안나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니까요.”
전안나 같은 경우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당연히 이슈를 타서 이름을 알리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형진 변호사는 그런 메리트도 없지요.”
“네?”
“이름은 상대적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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