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61)
최근에 진보 측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이름을 떨치는 유찬성 의원.
그의 귀에 이 사건이 들어가면 아마 그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 인간이라면 자신이 뭐라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을 테고 말이다.
“그 녀석의 힘을 좀 빼 놨어야 했는데.”
그런데 그때마다 실패했다.
아니, 도리어 더 힘을 몰아주는 꼴이 되었다.
“그놈만 없었어도…….”
어떻게 해서든 무마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에 최재철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서 실장 들어오라고 해.”
-네. 바로 올려보내겠습니다.
비서는 별말하지 않고 대답했고, 채 20분도 지나지 않아서 깔끔하게 양복을 입은 남자가 그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위원장님.”
“그래. 요즘 일은 어때?”
“덕분에 별문제 없이 잘되고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뭔가를 꺼내서 방 안 이곳저곳을 스윽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일종의 추적 장치였다. 도청 장치 같은 것을 탐지하는 물건.
그걸로 방 안을 다 뒤진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절 부르신 걸 보니 곤란한 일이 생긴 모양이군요.”
“어떤 놈이 분수에도 모르는 욕심을 부리는군.”
“그런가요?”
“그래. 내가 공을 들여서 작업해 둔 걸 삼키려고 한다.”
“흠, 어디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일이 많아서요.”
“세건유통이다.”
“아, 그거 지난번에 주주들 때문에 엿 먹지 않았습니까?”
“그래.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속이 쓰린데 하필이면 황용서의 아들이 나타났다는군.”
아들이 나타나서 아버지 황용서의 명의로 되어 있는 주식에 대한 상속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을까요?”
“나도 모르지. 확실한 건, 이대로 두면 손해가 막심하다는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서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창문 밖을 바라보던 최재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었고, 서 실장은 조용히 바깥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최재철은 입술을 깨물었다.
‘일단 유찬성 이놈을 어떻게 해야겠군.’
그의 그런 생각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사건이 벌어지게 만드는 단초가 되었다.
* * *
“어머님은 잘 도착하셨다고 하더군요.”
“다행입니다.”
마이스터는 미국의 병원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니 미국의 병원에서 그녀를 치료받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나저나 주변에 특이한 일은 없었나요?”
“아직은요. 왜요?”
“상속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법적으로 이 상속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기존 판례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있으니까요.”
노형진이 만든 코리아 타임라인은 단순히 부패한 기자들을 잘라 낸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그곳으로 인해서 부패한 기자들이 잘리면서, 권력에 굽실거리던 기존 기자들의 자리를 아직 신념이 남아 있는 새로운 기자들이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방통위에서는 권력을 이용해서 기자들을 억눌렀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현재로서는 거의 통하지 않고 있지요. 이 상황에서 외부에 그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마가 안 되겠군요.”
“네. 권력이 있으니 실각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타격은 피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러면 그들이 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겠지요.”
황대만은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히 노형진이 경고를 해 줬던 상황이다. 그들이 쓸 방법은 결코 법만이 아닐 거라고.
“국정원에서 날 잡으러 오기라도 할까요? 하하하.”
“물론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정치 깡패란 놈들은 언제나 존재했으니까요.”
“정치 깡패…….”
“그래서 제가 어머님을 먼저 해외로 보낸 겁니다.”
그들이 노릴 수 있는 대상이 많을수록 이쪽이 불리해진다.
당연히 황대만의 어머니가 한국에 있으면 반드시 그들의 표적이 될 것이다.
“미국은 경호 시스템이 잘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야기가 끝난 모양이군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말씀드렸다시피, 그쪽에서는 상대 국가의 약점을 잡는 걸 좋아하니까요.”
“그럼…… 절 노리겠군요.”
“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당신을 노릴 겁니다.”
침을 꿀꺽 삼키는 황대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요?”
“경찰에요? 그건 의미가 없습니다.”
경찰이 그런 소리를 듣고 스물네 시간 경호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설사 그럴 수 있다 해도 권력은 그들의 편이다.
위에서 철수하라고 하면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숙소를 옮겨야 하나요?”
“숙소를 옮기게 될 겁니다. 다만, 타이밍을 맞춰서요.”
“타이밍을 맞춰서?”
“네. 혹시 화재보험 들어 놓으신 거 있습니까?”
황대만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 * *
철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황대만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형님, 이놈 잡아다가 손 좀 보면 되는 겁니까?”
“그래. 이놈이 간땡이가 부었단다.”
그들은 서 실장의 명령을 받고 황대만을 납치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놈 잡아다가 병신 만들고 포기 각서 받으란다.”
“멍청한 놈이네요, 왜 쓸데없는 욕심을 부려서.”
“내 말이.”
그들은 주변을 스윽 살피면서 사람들이 다니는지 확인했다.
사실 이 시간에 나다닐 사람들이 없을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다음 카메라가…….”
철구는 미리 준비한 약도를 보고 CCTV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런 일에 증거를 남기면 안 되기 때문에 위에서 미리 위치를 확인해서 알려 준 것이다.
“음, 이거 틀린 것 같은데요.”
“응?”
“직진하게 되어 있는데, 저기 안 보이십니까?”
저 멀리 보이는 카메라 한 대.
분명 약도에는 CCTV가 없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자신들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아, 걱정하지 마. 저건 작동하지 않는 거야.”
“에?”
“동선을 조심하라고 하기는 했지만 아예 피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미리 동선 내부에서 피할 수 있는 곳은 피하되, 그럴 수 없는 곳은 작동을 중지시켜 둔다고 들은 상태였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
그들은 그 말을 믿고 천천히 그 아래를 지나갔다.
약간은 불안했지만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저 집이다.”
“네.”
그들이 도착한 것은 4층짜리 빌라였다.
황대만은 그 집의 2층 오른쪽에 살고 있었다.
“싸구려 빌라라 경비도 없어.”
철구는 능숙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 오면서 본 사람도 없으니 여기서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바로 차가 온다고 했으니까 들어가자. 꺽쇠야, 문 따.”
“넵, 형님!”
꺽쇠라고 불린 남자는 문으로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능숙하게 문을 따기 시작했다.
두 개의 자물쇠가 걸려 있기는 했지만 꺽쇠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아서 그걸 따는 데 성공했다.
물론 낮이라면 문제가 되었을 테지만 새벽 3시에 누가 있겠는가.
“들어가자.”
“네.”
철구는 애들을 데리고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일단 들어가서 표적에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흠씬 두들겨 팬 후에 도착하는 차에 태우고 이동할 예정이었다.
“어?”
그런데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어리둥절했다.
뭔가 이상했다.
“뭐지?”
사방에 가득한 종이들, 폐신문들이 그들을 반겼기 때문이다.
“이 새끼가 폐지 모으나?”
“그럴 리가요. 노가다 뛴다고 들었는데?”
“이상하네.”
의아했지만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뭘 하든 우리랑은 상관없다. 그놈 찾아.”
사실 찾는다고 해도 황대만이 있을 장소는 뻔했다.
안방. 모두 자는 시간이니까.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문손잡이를 돌리던 그들은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걸리자 눈살을 찌푸렸다.
“집 안에서 방문을 잠그고 자는 새끼가 어디 있어?”
“어쩌죠?”
“꺽쇠, 따!”
“네.”
꺽쇠는 다시 문에 붙어서 그걸 따려고 했다.
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따지 못했다.
아까는 5분 만에 땄는데 지금은 못 따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왜 그래?”
“글쎄요. 이거 안 열리네요.”
“아, 씨발.”
사실 그게 열릴 리 없다. 이미 노형진이 문을 고장 낸 후였니까.
하지만 그걸 모른 꺽쇠는 무려 20분을 더 시간을 들여서 따려고 했고, 결국 실패했다.
“아, 씨발.”
창문 밖을 바라본 철구는 눈을 찌푸렸다.
이미 차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오래 걸리면 여러모로 곤란하다.
“부수자.”
“네?”
“그러면 여기서 그냥 내뺄 거야?”
“그건…….”
“얌마, 이거 서 실장이 시킨 거야. 여기서 꼬리 말고 싶어?”
다들 입을 다물었다.
“부숴!”
“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온몸으로 문에 부딪쳤다.
사실 오래되어서 너덜거리던 문이었으니 그걸 열고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무서졌고 다섯 사람은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 갔다.
“어서 움직여! 어서!”
계획과 다르게 큰 소리가 났으니 주변에서 누가 깼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황대만을 구타하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납치해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어?”
뒤집어쓴 이불을 들추자 그 안에 누워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어리둥절한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찰나였다.
펑!
작은 소리가 들리자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 그들의 눈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부…… 불이다!”
여기저기 쌓여 있는 종이 더미에서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풍기는 기름 냄새.
“이런 씨발!”
철구는 기겁하면서 바깥으로 튀어 나갔다.
이대로 타 죽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젠장!”
그러나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미 잔뜩 쌓여 있는 종이마다 불이 붙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악!”
몸에 불이 붙은 놈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튀어 나가! 어서!”
비명을 지르는 놈을 끌고 나간 철구는 그를 쓰러트리고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서둘러 덮어 불을 껐다.
“불이야!”
그러는 사이 여기저기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철구는 입술을 깨물었다.
“싯팔, 실패다! 튀어!”
그들은 다급하게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어, 형님? 표적은요?”
“야, 이 새끼야! 지금 그게 중요해! 튀어! 빨리 밟아!”
차량은 무서운 속력으로 튀어 나갔고,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서 빌라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기 무섭게 옥상에서는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건장한 사내들이 소화기를 들고 내려왔다.
“어서 꺼요!”
푸시식! 푸식!
소화기의 힘에 이제 막 일어나던 불은 힘없이 꺼졌고, 갑작스러운 화재에 동네 주민들어 너도나도 모여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요?”
“불이 났습니다.”
“불?”
“네. 어떤 미친놈들이 건물에 불을 지르고 도망갔습니다.”
“뭐라고요?”
“아이고, 무시라.”
자신들이 사는 건물에 불을 질렀다는 말에 기겁하는 사람들.
몇몇은 서둘러서 경찰에 전화하고 있었다.
노형진은 그들을 지나쳐서 안으로 들어갔다.
“잘 탔네요.”
“그러네요.”
그런 노형진을 따라온 황대만은 약간 씁쓸했다.
다 버리고 갈 생각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태울 줄이야.
“주민들에게 문제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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