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65)
쥐고 있다가 망해 버리면 그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물론 지금도 그 책임이 가볍지는 않다. 단 며칠 사이에 수십억이 날아갔으니까.
시말서로는 절대 안 되고 최소한 감봉, 최악의 경우 정직까지.
‘싯팔.’
최재철파에 줄을 섰을 때만 해도 장차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국회의원은커녕 당장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해지는 상황이었다.
“지금 30%라고?”
“네.”
“그럼 25%에 내놔.”
“네? 하지만 부장님…….”
“그럼 어쩌자는 거야? 주식을 휴지통으로 처박을까? 응? 어떻게 해서든 처분해야 할 거 아냐!”
구입한 주식이 떨어지는 건 자신이 어쩔 수 없는 하늘의 운명이라고 우길 수도 있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니 감봉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러니까 떨어지는 게 뻔하게 보이는데 쥐고 있었던 경우, 그건 하늘의 책임이 아니라 본인의 책임이다.
하물며 그러다가 망하면?
그건 감봉이 아니라 해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염병할.’
원래는 팔았어야 한다.
그런데 최재철이 쥐고 있으라고, 그래야 자신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판매를 막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무래도 그른 것 같으니 팔라고 하다니.
‘막아 주면 좋겠지만.’
최재철이 자신을 위해서 위에서 내려오는 징계를 막아 줄 것 같지는 않은 상황.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최대한 팔아. 25%, 아니 20%에라도 팔 수 있으면 팔아. 더 이상 손해를 늘릴 수는 없으니까.”
최 부장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 * *
“주식이 다 나온 것 같군요.”
주식은 가치다. 그런데 그 가치가 없는 주식은 누구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세건유통의 주식이 딱 그랬다.
“이제 다 긁어모아 봅시다. 다른 주주들에게도 이야기해요.”
“드디어 회수하는 겁니까?”
“네.”
황대만의 눈이 반짝거렸다.
주주들이 한꺼번에 주식을 푸는 것은 노형진이 계획한 것이었다. 이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말이다.
“공급 업체에는 이야기해 두겠습니다. 이제 공급이 재개될 겁니다.”
애초에 공급을 막은 것도 노형진이었다.
공급 업체들도 이번 싸움에 끼어들 수밖에 없는 게, 이곳이 망하면 새로운 판매 라인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뒤에서 꿀이 떨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놨으니 노형진의 작전에 참가할 수밖에.
망할 것처럼 보였지만 애초에 망할 가능성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시장에 내놓았던 주식을 회수하고, 일부 팔린 건 최재철 쪽에서 내놓은 주식을 구입하면 될 겁니다.”
사실 그런다고 해도 손해는 아니다. 비싸게 팔아서 싸게 사는 거니까.
“최재철이 물러날 거라 예상하셨나 봐요.”
“더 이상 매력적인 함정이 아니니까요.”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인 주식이다. 설사 그가 끼어든다고 해도 자신이 원했던 것은 하기는 글렀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포기하는 것뿐.
“하지만 그래도 타격이 크잖아?”
손채림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무리 고의로 부도가 날 것처럼 굴었다고 하지만 외부에서는 세건유통이 상당히 위험한 회사처럼 보인다. 그러니 다시 정상화하려면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릴 것이다.
공급 업체 역시 노형진과 짠 곳이 있는 반면 그러지 않고 자의적으로 공급을 거절한 곳도 있으니까.
“아, 그 부분은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응?”
“마이스터 쪽을 통해서 주식의 일부를 구입할 거야.”
“아하!”
마이스터 투자금융.
그곳이 사는 곳은 무조건 오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회사가 주식시장에 올라온 것도 아닌 회사에 투자를 한다?
그렇다는 건 그 회사의 가치가 무척이나 낮게 잡혀 있다는 방증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곳에서 투자를 발표함과 동시에 주식을 정식으로 상장할 거야.”
“오오!”
주식을 정식으로 상장하게 되면 주식의 가치는 몇 배로 뛰기 마련이다.
거기에 마이스터의 이름까지 빌리면 과거 최활황기의 주식 가격보다 못해도 세 배 이상은 올라갈 것이다.
“그 정도면 손해를 벌충하고도 남지.”
손채림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결국 손해 본 것은 최재철뿐이지.”
노형진은 히죽거리면서 웃었다.
“하지만 이번이 끝일까?”
“아닐걸.”
최재철은 돈을 빼돌리기 위해서 이런 작업을 했다.
그런데 사실상 최재철이 이런 일을 한 번만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다음번에도 다른 곳을 통해서 어떻게 해서든 또다시 돈을 벌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당하지 않을 거야.”
지금이야 모르는 상황에서 불시에 닥친 거라지만, 이제는 저들이 어떻게 돈을 벌려고 하는지 안다.
“이제는 그걸 몰래 방해해야지.”
최재철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기는 필연적으로 수백수천 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서는 노형진이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길을 막을 수 있다면 별걱정은 없을 거야.”
모르고 있다면 모를까, 알고 있으니 그가 하는 짓거리를 막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능하면 그 녀석이 빨리 망했으면 좋겠네요.”
황대만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지금쯤 최재철은 황대만에게 이를 박박 갈고 있을 테니 자신은 미국으로 도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망해야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다.
“걱정하지 마세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5년 안에 그 녀석의 운명을 끝장낼 테니.”
그렇게 최재철의 운명은 정해져 버렸다.
취업 사기꾼들 (1)
“너 미쳤냐? 미쳤어?”
손채림은 출근하다 말고 멈칫했다.
고개를 숙인 한 청년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의 맞은편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허공을 바라보는 남자.
“아이고, 맙소사. 6천이라니. 우리가 그 돈이 어디 있어, 어? 그 돈이 어디 있느냐고!”
마지막으로, 털썩 주저앉아서 대성통곡하는 아줌마.
‘어? 저 사람은?’
자신이 아는 사람이다.
동네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아줌마다. 가끔 자신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곤 했다.
“무슨 일이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집 안의 분위기가 워낙 살벌하다 보니 들어가서 물어볼 상황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아무리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다고 하지만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서 ‘의뢰하세요.’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뭐, 일단은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시계를 힐끔 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보아하니 오늘 아침 출근도 택시를 타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고, 내 돈.’
돈이 아깝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남의 집 구경하느라고 정신 줄을 놔서 그런 것을.
그녀는 다급하게 총총걸음으로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 * *
“응?”
며칠 뒤 퇴근하는 길. 아줌마 몇몇이 뭉쳐서 떠드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아, 색시 왔어?”
“색시 아니라니까요. 아직 미혼이라니까. 아줌마는 맨날 색시래.”
“에이, 시집가야지.”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런데 왜 다들 여기 계세요?”
“아, 현수 엄마 병문안 때문에.”
“현수 어머니요?”
현수라고 하면 얼마 전 집안에서 혼나던 그 아이다.
그날 이후에 깜빡하고 있었던 일이 손채림의 머릿속에서 스윽 기억났다.
“무슨 일 있어요?”
“현수가 사기를 당했다네.”
“사기요?”
“그래.”
방현수는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넘도록 취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안에서도 애를 바짝바짝 태우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사기까지 당해서 무려 6천만 원이나 뜯겼다는 것.
“뜯겨요? 그럴 돈이 있었어요?”
“대출받았다고 하던데.”
“대출요?”
“그래.”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직장인도 아니고 백수에게 6천만 원이나 대출해 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거 때문에 현수 엄마가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다잖아.”
“저런, 큰일이네요.”
“큰일이지. 현수 아빠도 돈을 구할 곳이 없으니까 자기 면허를 팔 생각을 하던데.”
“네에?”
손채림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알기로 현수의 아버지인 방탄석은 개인택시를 운전한다.
세상에 팔 수 있는 면허는 얼마 안 되니 판다면 결국 개인택시 면허일 건데…….
“하지만 그거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유, 불쌍해서 어떻게 해.”
“그럼 현수는요?”
“현수도 꼴이 말이 아니야. 자살 시도했다가 입원했잖어.”
“진짜요?”
“자기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으니 어린것이 얼마나 속이 타겠어.”
손채림은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전에는 사정을 몰라서 넘어갔다지만 이러다가는 사람 여럿 죽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수 아버지나 어머니 전화번호 아는 분 계시나요?”
“응, 왜?”
“제가 로펌에서 일하잖아요. 변호사님께 말씀드려 보려고요.”
“아, 그래?”
반색한 아줌마들은 핸드폰 주소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변호사를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산다고 하던 게 생각난 것이다.
“색시, 아니 아가씨가 소개 좀 해 줘 봐. 안쓰러워 죽겠어.”
“그럴게요. 이런 경우는 평등재단 쪽에 이야기해서 변호사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을 거예요.”
“아휴! 그러면 다행이지!”
그녀들은 잠깐 전화번호를 들고 고민하는 듯하더니 낯선 번호 하나를 손채림에게 건네줬다.
“현수 엄마랑 현수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니까 여기에 전화해 봐. 현수 아빠 전화번호야.”
“네.”
“빨리 좀 해결해 줬으면 좋겠네.”
“그럴게요.”
번호를 받은 손채림은 주저하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현수 아버님이시죠?”
* * *
이틀 뒤, 손채림은 노형진과 약속을 잡아 줬다.
그리고 현수 아버지는 칼같이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노형진입니다.”
“방탄석이라고 합니다.”
인사를 건네자 고개를 90도로 꺾으면서 인사하는 그를 보면서 노형진은 다급하게 말렸다.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와주신다고 하니 감사해서 그럽니다. 너무 답이 안 보여서 죽을 것 같았습니다.”
노형진은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절망을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저,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사기당한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사기를 당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은 사정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이건 현수 잘못이 아닙니다.”
취업하기 힘든 시기에 현수는 어떻게 해서든 취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래서 드디어 어떤 곳에 취업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현수가 취업한 곳이 사기꾼들이 만든 회사였던 것.
그들은 현수에게 취업의 조건으로 인감증명서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걸로 핸드폰을 만들고 그 핸드폰을 통해서 본인 인증을 해서, 무려 6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대출받은 것.
‘이런.’
노형진은 그 말을 듣고 대충 상황이 이해되었다.
‘이쯤부터 유행하는 사기 방식이군.’
사실 취업할 때 인감증명서는 전혀 필요가 없는 서류다.
그런데 상당수 기업이 마치 구색 맞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인감증명서를 요구했다. 그래서 그걸 이용한 사기가 퍼지고 있는 시기였다.
이로 인해서 수만 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자살하는 사람도 생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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