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71)
“거당채권이라……. 질이 안 좋은 곳이군요.”
고문학은 턱을 스윽 문지르면서 말했다.
“그놈들, 질이 안 좋습니다.”
“그래요?”
“네.”
대한민국에서는 채권 회수에 관해 명확하게 법으로 방식을방식과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일몰 후 방문 금지, 하루 3회 이상 전화 금지, 그리고 회사 등지에 통지 금지 등등 말이다.
“하지만 거당채권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 놈들로 유명합니다. 독종들이지요. 말로는 채권자의 장기도 빼낸다고 할 놈들이니.”
“실제로도 그런가요?”
손채림의 질문에 고문학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랬으면 지금까지 남아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협박과 괴롭힘에 특화되어 있다는 소리다.
“그런 곳에 넘길 줄은 저도 몰랐네요.”
거당채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고문학은 상당히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거당채권의 악질적인 행태는 상당히 유명하다.
몇 번 벌금을 내면서도 끝끝내 행동을 고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이 벌금보다 더 많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 뒤에 든든한 백이 있다면야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로비를 많이 하는가 보군요.”
“네. 3차 채권 업체 중에서는 제일 큰 곳이니까요.”
“3차 채권?”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녀에게 노형진은 차분하게 설명해 줬다.
“채권도 거래되는 건 알지?”
“응, 그거야 알지.”
“그런데 그중에는 악성 채권도 있기 마련이거든. 그런 곳들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기업일수록 회수가 불가능해.”
가령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회수하려고 하는 것은 1차 채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곳은 신용 등급 하락, 내용증명 발송, 압류 등 합법적인 선에서 회수하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아무것도 없어서 방법이 없거나 애초에 갚지 않을 생각으로 빌려 간 놈들은 대책이 없다.
“그러면 보통 채권의 40% 정도를 포기하고 제2차 회수 업체에 넘겨 버려.”
그러니까 2차 업체는 60%의 가격에 사 와서 회수해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이자까지 생각하면 50% 이상 남기는 거다.
“당연히 이쪽은 은행과 다르게 더욱 필사적이지.”
채권 회수 외에 다른 수익처도 있는 은행과 달리 구입한 채권을 회수하는 것만이 수익을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 역시 합법적인 방법 내에서만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회수율이 아주 높을 수는 없다.
은행보다 좀 더 체계적이고 집요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거기서도 회수되지 않는 그런 돈이 있지.”
진짜 악질적인 경우, 그들은 회수할 방법이 없다.
그러면 3차 채권 회수 회사에서 구입해 간다.
그 가격은 원래 채권의 20%에서 30% 선.
“그런 곳은 불법적인 방법도 불사하며 채권을 회수하려고 해.”
“헐?”
“그리고 우리가 소송했던 애플머니 같은 경우 2차 채권 업체에 가깝지.”
그 산하에 회수 팀이 있을 테니까.
아무래도 그들은 1차보다는 좀 더 독하게 회수할 것이다.
“그런데 왜 3차에 넘긴 거야?”
“못 이길 게 뻔하니까.”
노형진이 건 채무 관계 부존재 소송.
이 사건에서 애플머니가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애초에 그들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도 않은 데다가, 그 근본이 된 사항도 범죄를 기반으로 한 것이니까.
“더군다나 전에도 말했다시피 그 사건에서는 내부의 누군가가 유착할 수밖에 없어.”
애플머니 내부의 누군가가 유착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사건은 성립될 수가 없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가 계속되는 현재 상황에서 그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그렇다면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뭘까?”
바로 채권을 넘기는 것.
“하지만 채권을 넘기는 것은 불법이잖아? 설사 아니라고 해도, 채권을 넘기면 불법적인 채권이 되는 건 뻔한 사실이고.”
“채권을 넘기는 건 기본적으로 불법이야. 하지만 특약이 있으면 아니지.”
채권을 넘기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즉, 채무자가 채권을 넘기는 데 동의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채권은 애초에 계약할 때 채권양도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넣어 둬.”
“그래?”
“그래야 나중에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걸 넘겨받은 회사는 선의의 제3자라는 주장을 하면서 강제로 수거하는 것이다.
“아마 애플머니는 이제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스윽 빠져나가려고 하겠지.”
“그게 가능해?”
“당연히 불가능하지. 애초에 근본이 되는 것이 무효인데 채권이 존재하겠어?”
“그런데 왜?”
“3차 업체니까.”
그들은 절대로 합법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돈을 받아 내기 위해서 협박하고 괴롭히며, 최악의 경우 폭력까지 행사한다.
“그런 놈들이 그런 문제에 대해서 신경이나 쓰겠어?”
“그러다가 처벌받으면?”
“‘담당자가 바뀌었습니다.’라고 말하고 끝이야.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지.”
듣고 있던 방탄석은 얼굴이 핼쑥해졌다.
“다 그런 식입니까?”
“네, 애석하게도요. 놈들은 절대로 쉽게 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거라면 차라리 자신들을 속인 범죄자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게…….”
“할 겁니다.”
“네에?”
“손해배상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할 거라고요.”
“헐?”
결국 돈을 여기서 뜯고 저기서도 뜯어서 불린다는 뜻인데.
“놈들의 악질적인 수법 중 하나죠.”
어깨를 으쓱하는 노형진.
이 방법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던가?
부존재 소송을 한다? 그러면 그들은 소송이 끝나기 전에 제3의 업체에 넘긴다.
그리고 그 후에 또 똑같이 자기들은 제3자라고 하면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결국 돈을 다 받아 낼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우우.”
방탄석은 얼굴을 부여잡았다.
노형진 덕분에 그래도 3천은 줄었다. 다른 곳에서는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고 포기한 덕분이다.
하지만 다른 곳은 집요하게 괴롭힐 생각인 듯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네? 그냥 포기해야 하나요?”
저쪽에서 작정하고 괴롭힌다면 자신들은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많다.
더군다나 저쪽은 사실상 조폭들과 연계되어 있는 듯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들이 아무리 조폭이라고 해도 섣불리 손을 대지는 못합니다.”
“네?”
“이쪽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니까요.”
아무리 저들이 조폭들과 손잡았다고 하지만 새론에 저항할 정도의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저들이 폭력을 행사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계속 달라고 할 거 아닙니까?”
“그렇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혹시 한 사장님께 도움을 청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한만우.
노형진의 도움을 받아서 전국구 조폭으로 일어선 남자였다.
그는 주먹으로 빼앗는 게 아니라 이권을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했고, 그래서 반쯤은 양성화되었으면서도 언론과 경찰과 결탁한, 약간 이상한 형태의 전국구 폭력 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네?”
“한 사장님은 양성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부탁을 하면, 까딱 잘못하면 주먹질이 오가게 되거든요.”
그러면 곤란해지는 건 한 사장이다.
물론 노형진쯤 되는 사람이 부탁하면 한 사장도 거절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게 더 문제다.
“거당채권쯤 되는 녀석의 뒤에 있는 놈들이 그저 그런 동네 조폭은 아닐 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요.”
전국구급 규모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상당한 규모를 가진 곳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로비에 관해서는 어떤 면에서는 거당채권 측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한만우의 용화파의 경우에는 아직 지역 정치인들에게 선을 대고 있는 실정이지만 거당쯤 되면 중심 쪽에 손을 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용화파는 아직 더 커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써먹을 수 있어요. 벌써 드러내면 곤란합니다.”
“그러면 어쩌려고? 그냥 줄 수는 없잖아?”
사실 노형진이 주고 끝내면 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면 이 사건을 시스템화하려는 노형진의 노력이 의미가 없어진다.
“우리가 쓸 방법은 상계야.”
“상계?”
“그래. 결국 조직이라는 것은 개인의 집합이거든.”
“그런데?”
“개인이 무너지면 조직도 무너지는 법이지.”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 * *
“야, 이 새끼야! 돈 내놔!”
방탄석과 방현수의 아파트 앞.
그곳에 일단의 남자들이 몰려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불이 꺼져 있고 아무도 없는 듯한데도 그들은 문을 두들기면서 겁을 주고 있었다.
“당장 돈 안 내놔! 안 나오면 배때기를 확 쑤셔 버린다!”
컴컴한 밤에 어둑어둑한 어둠을 배경으로 시커먼 양복을 입은 남자들 다섯 명이 뭉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옆집 사람들이 문을 열고 빼꼼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걸 본 남자들은 더욱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질러 댔다.
“모가지 안 집어넣어! 모가지 따이고 싶어, 어?”
그러자 사람들은 후다닥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그걸 본 남자들은 피식 웃으면서 다시 방현수의 집 문을 두들겼다.
“이 새끼야!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안 기어 나와?”
그렇게 그들이 혼란을 일으키자 저 멀리서 다급하게 장년의 남자 두 명이 다가왔다.
그들은 다섯 남자들을 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뭐 하는 짓들입니다!”
고개를 돌려서 두 사람을 본 다섯 명은 피식 웃었다.
“뭐야? 짭새라도 되는 줄 알겠네.”
파란 점퍼에 파란 모자 그리고 손에 들 플래시 하나.
다름 아닌 경비원이었다.
사실 아파트 경비원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많다. 그것도 인원수는 두 명.
그러니 다섯 명이나 되는 조직원들과 싸움이 될 리 없다.
“아저씨들, 오래 살고 싶으면 꺼져. 쓸데없이 끼어들다가 뒈진 다음에 질질 짜지 말고.”
“여기는 남의 집이에요! 당신들이 뭐라고 지금 이러는 겁니까?”
“남의 집이고 나발이고, 난 돈 받으러 온 거라고! 돈!”
“당장 나가세요! 안 그러면 경찰 부르겠어!”
“뭐라고? 이 새끼가 증말!”
주먹을 쥐고 경비들에게 다가가는 남자들.
경비들은 움찔하면서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무기라고 할 것도 없고 싸우면 질 게 뻔하지만, 여기서 도망가면 자신들은 잘릴 수밖에 없다.
하나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는 그럴 수 없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처럼, 남자들 역시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으니 절로 악이 솟아난 것이다.
“쳐 봐! 당장 경찰 부를 테니까!”
핸드폰으로 112를 누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경비.
“그만둬라.”
문을 두들기던 남자가 다른 남자들을 말리면서 눈을 찌푸렸다.
“이제 시작인데 일 시끄럽게 만들면 쓰나.”
“네, 형님.”
“거 아저씨들, 오늘은 이만 가는데, 늙으려면 곱게 늙으셔야지. 안 그러면 쥐도 새도 모르게 모가지 따이는 수가 있어.”
그들은 몸을 돌려 경비원들의 얼굴과 어깨를 툭툭 치고는 떠나갔다.
그리고 얼마간이 지나자 두 경비는 다리가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끼이익.
그제야 방현수의 집 문이 열리면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방현수나 방탄석이 아닌 노형진이었다.
“갔나요?”
“네? 아, 네.”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들어오셔서 커피라도 한잔하세요.”
“가, 감사합니다.”
경비들은 쭈뼛거리면서 집 안으로 들어왔고, 다섯 사내가 멀리 사라진 걸 창으로 확인한 후에야 방현수는 불을 켜고 커피를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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