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8)
엄청난 숫자다. 그러면 사건이 무척이나 커지는 경향이 있다.
“피해액이 얼마입니까? 20억? 30억? 설마 100억이 넘나요?”
집단소송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총력전이 된다. 그런데 듣고 있던 노형진은 귀를 의심했다.
“그게 말이야…… 한 1억 좀 넘을 것 같은데? 지금 집계 중이기는 하지만.”
“에? 고작요?”
물론 1억이라는 돈이 고작이라고 말할 만큼 작은 돈은 아니다. 문제는 피해자가 이백 명이라는 거다. 그럼 1인당 5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건데…….
“택배 사기인가 보죠?”
물건을 보내 준다 하고 택배를 보내지 않았거나 돌을 보내는 사기꾼들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노형진은 금방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지, 그런 거면 애초에 애매하다고 하지는 않았을 거잖아?’
그런 사건은 명백하게 사기임이 증명되니 애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니나 다를까, 송정한은 어려워하는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종교 관련 일이라서.”
“으윽…….”
그 말에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내고 말았다.
종교 관련 사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더럽다. 일단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섣불리 종교 단체와의 소송전에 들어가면 종교 탄압이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종교라는 것이 특히나 집단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신자들 중 광신자들은 말 그대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어쩐지 날 기다렸다고 하더니만…….’
이런 사건은 진짜 닳고 닳은, 그리고 실력이 있는 변호사가 아니면 시작하기도 부담스러운 사건일 수밖에 없다. 결국 노형진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그 소송 집단의 대표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이선화입니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집단소송을 하셨더군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당연히 해 드려야지요. 이건 명백하게 우리를 우롱하는 짓이니까요.”
“도대체 어떤 일이기에?”
노형진은 처음에 종교 소송이라고 하기에 종교집단에서 사람들을 속여서 재산을 빼앗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종말이 온다는 둥 아니면 집안에 흉이 끼어 있다는 둥 하는 식으로 말이다.
“전 이태원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데요.”
이선화는 쉰 중반의 여주인으로 이태원에서 제법 커다란 인도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저를 비롯해서 가게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려고 뭉쳤는데…….”
그렇게 시작된 설명. 그렇게 뭉친 사람들은 좋은 일을 하려고 했지만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시간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한 종교 시설에서 운영하는 해외 자선사업에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래요?”
그걸 기부하고 돌려 달라고 하는 걸까? 그럴 리가 없다. 일단 기부금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돌려주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종교 단체와 협약을 맺고 아프리카의 아이들과 1대1 자매결연을 맺어서 지원했거든요, 매달 2만 원씩.”
“종교 단체라……. 그게…… 이름이 뭐죠?”
“만구회라는 곳이에요.”
“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만구회라니?
“만민의 구원회라는 곳이에요. 작은 교회라는데 저희 회원 중 한 명이 소개시켜 준 곳이에요.”
왠지 노형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곳이기 때문이다. 먼 미래, 돈 욕심에 수백 명의 목숨을 날려 버린 집단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하긴 그곳이 존재할 때이기는 하지. 그나저나 만구회라니…… 부담스러운데……. 거기 완전 광신도 또라이 집단인데…….’
그렇다고 사건을 피할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노형진은 최대한 표시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물어봤다.
“그럼 피해액이 얼마죠?”
“피해액 자체는 얼마 안 돼요. 한 사람당 한 50만 원 정도?”
그렇다면 약 2년 정도 지원했다는 뜻이다. 1대1 자매결연이다 보니 서로 편지도 주고받고 감사의 인사도 건네고 하면서 잘 자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이 사진을 보세요. 그 애가 보내 준 사진이에요.”
“음…… 사진이…… 참…… 발육이 빠르네요.”
처음에 보내 준 사진은 잘해 봐야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데 최근에 보내 준 사진은 한 열 살 정도 되어 보인다. 2년을 지원했다고 해도 좀 갭이 크다.
“전 처음에는 그냥 애들의 인종이 다르다 보니 성장 속도가 다르다고 생각했죠.”
그건 맞다. 한국에서는 열여섯 살이면 여전히 애 같은 느낌이 나지만 서양에서 열여섯 살이면 완전히 성인 같은 느낌이 나니까.
“그런데 제가 이 사진을 우리 가게 벽에다가 두고 다녔거든요. 이걸 보고 한 사람이라도 더 좋은 일을 하기를 원해서요.”
“네.”
“근데 우리 단골 중 한 명이 이 사진을 유심하게 보더니 글쎄, 뭐라는지 아세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거예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네!”
다른 인종 간에는 얼굴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백인은 황인종의 얼굴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황인종은 흑인종의 얼굴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이 경우엔 살짝 바뀐 듯한 모습도 애가 성장하면서 바뀐 것이라고 생각했지, 설마 아예 다른 아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중간에 기부하는 아이가 바뀐 건가요?”
“아니에요. 전 처음부터 한 명한테만 하고 있다고요.”
“그래요?”
근데 어째서 사진이 잘못 온 것일까? 단순한 사고일까?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그 손님이 이야기를 듣더니 마침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그 나라 사람이 있다고 좀 물어봐 준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요?”
“그래서 확인해 줬는데…….”
그 사람이 이야기해 준 말은 충격적이었다. 해당 단체가 자신의 고향에서 활동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빈민 구호단체가 아니라 선교 단체라서 선교를 목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선교하기 위해 돈을 쓰는 거지, 기부자의 말처럼 누군가를 돕기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접근한 게 아니라는 것.
“분명히 조건은 그게 아니었어요. 그저 어린아이에게 1대1 지원을 해 줌으로써 생존을 도모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였는데…….”
“그런데요?”
“그 후, 그분이 고향에 있는 가족을 통해서 제가 기부하는 아이에 대해서 알아봐 주셨는데…….”
물론 그렇게 알아보는 과정에서도 돈이 들어갔다. 하지만 화가 난 이선화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꼭 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곳에서 보내 준 사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자신이 기부한 아이는 존재하기는 하지만 사진에 나온 아이가 아니며 애초에 해당 단체로부터 단 한 번도 1대1 지원금이라는 것을 받아 본 적도 없다는 것.
그리고 애초에 이선화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
“그게 무슨 말인가요? 1대1 지원이 아니었나요?”
“그렇게 들었지요.”
깜짝 놀란 이선화가 함께 기부하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편지와 사진을 가지고 모였단다. 그리고 그렇게 모이자 더 이상한 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분명 1대1 지원이고 전혀 다른 아이잖아요. 그런데 사진을 모아 놓고 보니까 같은 사진이 한두 개가 아니라니까요.”
더군다나 편지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편지가 몇 개씩 나왔다. 즉, 누군가 중간에서 장난을 친 것이다.
“그래서 그쪽에다 항의했더니만…….”
그쪽에서는 1대1 지원금을 개별적으로 나눠 주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그 대신 필요 용품을 사서 해당 지역에 나눠 주는 걸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그럼 1대1 결연이 아니라 일반 지원이라고 하든가요! 그리고 사진에 편지까지 조작해서 보내는 건 완전 사기 아니에요?”
“으음…….”
노형진은 표정이 묘해졌다.
‘이거, 완전 골 때리네.’
사기라고 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정상 거래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결국 남을 돕는다는 목적에 쓰인 것은 맞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1대1 결연이라는 식으로 거짓말하고 서류를 조작했다는 건데.
‘송 변호사님이 사건이 묘하다고 할 만하네.’
사기로 보기도 그렇고 안 보기도 그렇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불쌍해서 지원한 거라고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일단 사문서 위조에 해당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근데 이거 수사가 되려나? 범죄가 벌어진 현장이 아무리 봐도 아프리카인 것 같은데 거기서 증인이나 자료를 보내 줄 리가 없잖아?’
증인이 오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행기값을 내야 한다. 애초에 아프리카가 가난한 나라인 건 다 아는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다른 방법으로는 그쪽에서 수사하여 자료를 보내 주는 방법도 있지만 다른 나라도 아니고 아프리카의 빈국과 한국이 범죄 협조 조약이 되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소송을 해도 실익은 없을 것 같은데요. 고소를 해 봐야 애초에 조사가 불가능하니까요.”
“알아요. 하지만 사람을 이렇게 가지고 놀면 안 되죠.”
이선화는 진심으로 화내고 있었다. 하긴 사람이 선의로 좋은 일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그걸 가지고 자기 이득을 챙기는 사람에게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제대로 조사하고 자료를 구하려면 저희가 아프리카에 가야 합니다.”
“까짓거 보내 드리죠.”
그 말에 노형진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터졌구나, 자존심 싸움.’
사람들은 민사가 법률 싸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민사 법정에 가 보면 실질적으로 법률적 대립보다 더 강한 것이 자존심 싸움이다.
그때는 내가 얼마의 수익을 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얼마나 피해를 입히느냐가 중요하다.
‘하긴…… 이태원 상인연합이라면.’
이태원은 세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서 사업하는 이백 명의 사장들이라면 자신들이 아프리카에 갔다 오는 돈 정도는 말 그대로 푼돈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서 내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수임료는 2천만 원. 제반 비용은 저희가 다 냅니다.”
보통은 기분 나쁘다면 관계를 끊고 만다. 하지만 이쪽은 자존심을 걸고 시작한 싸움이니 상대방이 타격을 입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조건이면 충분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 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
아프리카.
작렬하는 태양의 땅. 그리고 광활한 대지의 땅. 그곳에 내리자 자신들을 괴롭히는 엄청난 열기.
“덥다…….”
무태식은 내리자마자 혀를 축 내밀었다.
“벌써 늘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전 더위에 약해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혼자서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노형진은 이번에는 무태식을 파트너로 데리고 왔다. 민시아 변호사가 아프리카를 보고 싶다고 징징거리는 했지만 아프리카가 치안이 좋지 않다 보니 섣불리 여자를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
“빨리 나가죠. 나가면 아마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으로 가자 나가는 게이트 앞에 서 있는 한 사람. 그는 종이에 영어로 ‘환영합니다. 새론.’이라고 써 놓고 서 있는 상태였다.
“미스터 앤슨?”
“혹시 미스터 노?”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쪽은 무태식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무.”
백인이기는 하지만 피부가 시커먼 색으로 그을린 그는 그 둘을 보면서 씩 웃었다.
“일단 나갈까?”
“그러지요.”
그를 따라서 나가는 노형진.
“여기서 험비를 타고 이동할 겁니다. 그나저나 군용이라 불편할 겁니다.”
“괜찮습니다. 한국은 모든 남자들이 군대를 가니까요.”
“아! 그렇지요? 그래서 여분의 총을 준비해 달라고 하신 거군요.”
“네.”
이야기하면서 나간 공항 바깥. 그곳에서 완전무장한 험비를 본 무태식은 묘한 얼굴이 되었다.
“진짜로 이런 걸 타고 다니네요.”
“그럼 가짜겠습니까? 아프리카는 치안이 좋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요.”
노형진이 만난 사람은 블랙워터스라는 미국의 유명한 경비 업체였다. 그들은 주로 이런 위험지역에서 요인 경호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남는 인력이 있어서 노형진의 의뢰를 받아들인 것이다.
“일단 여기는 시내라서 무장이 좀 그렇군요. 베이스로 가지요.”
“네.”
그의 차를 타고 가는 두 사람. 커다란 험비였지만 두 사람이 탄 데다가 워낙 서양인들의 덩치가 커서 꽉 차는 느낌이었다.
“보내 주신 지도는 확인했습니다. 좀 위험한 지역이더군요.”
“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린 겁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쪽에서 활동하는 자선사업체에 대한 확인이라고 하셨는데 저희가 아는 바로 그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곳이 없거든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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