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80)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다시 고탁현을 바라보았다.
“어서 움직입시다. 놈들이 더 숨어들기 전에요.”
“걱정 마쇼! 내가 금방 찾아낼 테니까.”
추적할 방법이 나타나자 고탁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해졌다.
* * *
“이곳입니다.”
얼마 후 경찰에서 제대로 건수를 물어 왔다.
도축장의 협조를 얻어서, 최근에 갑자기 고기 소비가 급증한 식당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 노형진은 경찰들과 함께 그 근처에서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 도축장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 사 가는 고기의 양이 많이 늘었다고 하더군요.”
“다른 곳도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쪽은 정육점입니다. 그런데 그곳도 이 근처입니다. 그쪽에도 이미 사람을 배치해 둔 상태입니다.”
고탁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래도 그놈들이 이 근처에 있는 모양이군요.”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네요.”
수십 명이 한꺼번에 음식을 사 먹으니 당연히 소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음식점에서 매일 사 먹을 수는 없으니 당연히 근처에 있는 정육점에서도 할랄 인증이 된 고기를 사서 먹었을 테고 말이다.
“보아하니 이 근처에 할랄 푸드를 파는 가게도 두 곳 정도 있습니다. 아마 그들도 조사하면 판매량이 확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노형진의 말에 고탁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고탁현이 본청에 전화해서 지원을 요청하는 사이에 모두의 시선은 가게로 향해 있었다.
“생각보다 배달이 많지는 않네.”
“대부분 배달이 아니라 와서 먹는 타입이니까.”
손채림의 말에 노형진은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식당을 노려보았다.
사실 배달은 한국에서나 발달한 문화이지, 다른 나라는 별로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할랄 푸드 같은 특별한 음식이라면 더더욱 배달하기가 힘들다.
“설사 배달한다고 해도 드러날 거야. 한 번에 한두 개만 배달하겠어?”
“하긴.”
시켜서 먹을 때 한두 개만 배달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샤리아 경찰이라고 자칭하는 놈들의 숫자가 적은 게 아니니까.
그 덕에 결과적으로 그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과연 어디에 있을까?”
경찰이 제일 많이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추적? 탐문 조사?
아니다. 제일 많이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대기다.
숨어서 조용히 기다리는 것. 즉, 잠복.
“제가 한 잠복 중에서 제일 편한 잠복이네요.”
고탁현은 피식거리면서 말했다.
“돈 좋은 게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요. 이야, 우리도 이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경찰들의 잠복은 대부분 차 안에 앉아서 죽어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노형진 덕분에 건너편 건물의 작은 방을 빌려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느긋하게 감시하고 있으니 돈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여름에는 진짜 곡소리가 나오는데 말이지요.”
“그래요?”
“그럼요. 여름하고 겨울은 아주 죽을 맛입니다, 죽을 맛.”
여름은 그냥 있자니 덥다. 겨울은 또 춥다.
에어컨이든 히터든 돌리려면 시동을 켜 놔야 하는데, 그렇게 들어가는 기름이 장난이 아니다.
“하루 종일 그 안에만 있으면 온몸이 찌뿌둥한데, 잠깐 나가서 몸이라도 풀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이건 좆 되는 거고.”
“하하하, 고충이 심하시네요.”
“죽을 맛이라니까요.”
감시하면서 그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원래는 경찰 두 명 정도가 매복하겠지만 오늘은 노형진과 함께 온 경호 팀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돌아가면서 바깥을 살피고 있어서 문제는 없었다.
“어?”
“왜?”
경찰과의 대화가 재미없는지 물끄러미 화면을 보던 손채림이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저거 봐 봐.”
식당에서 한 남자가 힘겹게 커다란 봉투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양쪽 봉투에는 제법 많은 양의 음식 포장재가 담겨 있었다.
“흠?”
노형진은 자세를 바로 하고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확인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가지고 간다는 것.
“저놈들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요. 저렇게 큰 봉투를 영업장에 둘 이유가 없으니까요.”
조금만 뻥을 보태면 사람도 들어갈 만한 봉투다.
이불 같은 커다란 물건도 충분히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봉투.
“그만큼 배달하는 곳이 없다는 거, 확인했지요?”
“네.”
주변의 공장 같은 곳에서 배달시키지 않은 것은 이미 확인했다. 그렇다면 저렇게 배달하러 나갈 이유가 없다.
“봉투도 미리 준비한 거야.”
봉투는 깨끗하다. 어디에 구겨져 있던 게 아니다.
즉, 새로 사 둔 물건이라는 소리다.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직감적으로 저게 그들에게 가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확신해?”
“확실할걸. 분명히 저곳에서는 저렇게 대량으로 배달하러 가는 곳이 없다고 했어.”
그러나 미리 봉투를 준비할 정도면 아주 자주 배달시켰다는 뜻이다.
“도대체 왜 말하지 않은 걸까?”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들에게 말을 했으면 그곳으로 벌써 찾아갔을 텐데.
“기본적으로 할랄 음식을 취급한다는 것이 저들이 무슬림이라는 뜻이야.”
그러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샤리아 경찰이라는 작자들에게 공포심을 가지고 있든가, 아니면 그들에게 동조하든가.
“어느 쪽이든 우리한테 알려 줄 이유는 없지.”
“음.”
“그러니 우리가 여기서 매복하고 있었던 거 아니겠어?”
그러는 사이 사내는 능숙하게 트럭에 짐을 올리고는 시동을 걸고 그곳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김 형사, 지금 나가는 거 보여? 그래, 그거. 그거 따라가, 안 걸리게.”
고탁현은 기다리고 있던 다른 팀에 서둘러서 전화했다.
미행하기 위해서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통로에 다른 팀을 대기시켜 놨기 때문이다.
“꼬리를 붙여 놨으니 움직이면 됩니다.”
김 형사는 이 짓만 20년 넘게 한 베테랑이니 놓칠 가능성은 낮다.
설사 놓친다고 해도 이미 번호판을 알아 둔 이상 번호를 추적해서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은 적지 않을 겁니다.”
경찰은 샤리아 경찰이라는 놈들이 백 명이 넘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얼마나 숨어 있을지 모르지만 적은 수는 아닐 것이다.
“가지고 가는 양을 봐서는 서른 명쯤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기동대를 불러야겠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완전무장해서 보내세요. 아시죠, 저놈들 막장인 거?”
“알죠, 누구보다.”
말하면서 씁쓸하게 자신의 옆구리를 문지르는 고탁현.
“여권 보자고 하니까 옆구리를 칼로 쑤시더군요.”
자신의 나라가 아니다. 거기에다 처벌도 약하니 저들은 자신들이 불리하다 싶으면 그대로 칼로 쑤셔 버리는 성향이 강하다.
“재수 없으면 총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노형진 역시 그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경고했다.
“뭐, 그래서 까짓거 옷 벗으라면 벗지요.”
피식 웃은 고탁현이 문을 열었다.
“자, 갈까요?”
* * *
“허, 이런 곳에 숨어 있었나?”
트럭이 도착한 곳은 공단 외곽에 있는 폐건물이었다.
누가 봐도 전혀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찰도 신경 쓰지 않았었다.
“이런 곳이니까 숨어 있을 수 있었겠지요. 여기에 누가 오겠습니까?”
사실 그다지 열악하지도 않다.
화장실도, 사무실도 있는 공간이니까.
뭉쳐서 자는 것만 생각하면 되니까.
“열악하다 열악하다 하지만 군대에서도 생활했는데요.”
“아, 씨발. 그러네요. 거기보다는 백배는 낫겠네.”
고탁현은 자신의 군 생활을 회상하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한 사람당 대략 1.5평즘 되는 침상에서 살아야 했던 삶.
그런 곳에서도 살았는데 이런 곳이 뭐 문제가 되겠는가?
“초병도 있고, 제대로 털려면 피 좀 보겠는데요?”
입구로 보이는 곳에 남자 세 명이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그들은 주변을 향한 감시의 눈초리를 결코 멈추지 않았다.
“담을 넘어가는 것은 무리고.”
사실 담을 넘는 순간 뻔하게 다 보이는데 넘어갈 이유도 없다.
“보아하니 무장도 확실하군요.”
그들의 옆에 있는 기다란 쇠 파이프.
절대로 우연히 놓여 있는 물건이 아니다. 아마도 비상시에 무기가 될 게 뻔했다.
“뭐, 이쪽도 방패에 경찰 중대를 동원해서 들어갈 테니 문제가 없겠지만. 공격 방향은 이쪽이랑 반대쪽에 있는 입구 두 개로 하고, 나머지 두 개 중대는 포위하면서…….”
계획을 짜는 고탁현.
그러나 그런 그의 계획은 실행도 하기 전에 전혀 엉뚱한 대상에 의해서 막혀 버렸다.
“강제 돌입은 금지하라는 명령입니다.”
“뭐?”
갑자기 날아온 연락에 고탁현은 기가 막혀서 부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위에서 한 말이니 그를 노려본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저 새끼들이 누군지 몰라?”
“알죠. 하지만 위에서 안 된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지원 병력을 안 보내 주겠다는데.”
“이런 미친.”
아무리 그들을 잡고 싶다고 해도 지원 병력이 없으면 들어가는 순간 죽을 것이다.
“도대체 왜! 저 새끼들이 자칭 경찰이라서 그런 거야, 어? 저 새끼들은 깡패야, 깡패! 미국으로 치면 갱단 같은 존재라고!”
그런 작자들을 그냥 두라니?
“말로 설득해 보라 합니다. 여기서 강행 돌파하면 종교 탄압 문제도 있고 또 이슬람 국가들과의 사이도 틀어진다고, 외교부와 인권위에서 불만이 들어왔답니다.”
“이런 미친 새끼들.”
전 세계에서 가장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뽑으라면 종교적 광신자들이다.
그중에서도 이슬람 쪽은 말이 통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교도라면 아예 사람 취급도 안 한다.
그런데 ‘대화’를 해 보라니.
“설마…….”
노형진은 직감이 온 듯 국정원 요원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이 한 겁니까?”
“모릅니다.”
“국정원이 왜?”
어리둥절한 고탁현.
하지만 노형진은 그들이라고 확신했다.
사실,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수사가 제대로 진행된 것도 아닌데 외교부와 인권위에서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다들 얼굴이 딱딱해졌다.
그러나 국정원 요원의 얼굴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열받은 고탁현은 결국 그런 그에게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주지 않아서 맨땅에 헤딩하게 만들어 놓고는 해결책을 찾아냈더니 그마저도 막기 위해서 일을 벌이다니.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어! 한국에서 테러 한 건 터져야 속이 편하겠어?”
“난 모르는 일입니다.”
딱 잡아떼는 요원과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는 고탁현.
손채림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당장 잡아들여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도대체 왜 막는 거야?”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 실적이라든가, 존재감이라든가.”
“엉? 그게 무슨 소리야?”
“국정원은 정보 집단이야. 그런데 그런 곳에서도 모르던 일을 경찰이 해결했다고 해 봐. 저들 입장에서는 어떻겠어?”
손채림은 기가 막혔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설마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국정원이 합리적인 집단은 아니지.’
하지만 노형진은 그들이 합리적인 집단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사실 국정원은 국내 선거에 개입할 정도로 정치적인 집단으로 변한 지 오래다.
“더군다나 중요한 건 존재감이지.”
“존재감?”
“그래, 미국에서도 국토안보부나 FBI가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도 사소한 사건을 방치하는 경우는 많아.”
손채림은 입을 뻐끔거렸다.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하다니. 도대체 왜 그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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