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84)
“징역 1년이라니, 터무니없는 거죠.”
어떤 네티즌이 모 정치인의 과거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정치인이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비판 과정에서 그 정치인의 과거의 잘못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은 진짜 있었던 일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집요하게 파고든 것도 아니고 자신의 블로그에 단 한 번 그 이야기를 했는데, 법원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1심부터 3심까지 단 3개월 만에 끝났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지.’
보통 1심이 3개월부터 6개월이 걸리고 3심까지 가려면 빨라도 3년, 보통은 5년은 잡아야 한다.
그런데 단 3개월 만에 3심까지 끝난다?
행정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집요하게 명예훼손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벌금형인데 단 한 번 언급했다고 징역 1년 형.
터무니없이 과한 처벌이다.
“그거야 유명하지 않나. 그 이야기를 막으려고 계획적으로 한 거니까.”
“그렇지요.”
그렇게 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누구도 다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효율적으로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것이다.
선거라도 가깝다면 또 모르지만 선거도 멀었으니 자신의 과거의 더러운 면을 묻어 버리려고 한 것.
“그 정도 가지고 그렇게까지 했는데 탈세로 사람 인생 망치는 거야 쉽죠.”
단순히 실형이 아니다.
탈세를 빌미로 세금을 추징하고 그에 따른 벌금을 내게 하면 사람 인생을 시궁창에 처박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년 치 세금에 탈세에 대한 추징금까지 더하면, 사람은 말 그대로 나락으로 처박힌다.
국세청에서 작심하고 괴롭히려고 하면 몇 년간 수익의 90% 이상을 뜯어낼 수 있다.
인간이 돈을 안 쓰고 살 수는 없으니, 갑자기 그렇게 뜯어 가면서 실형까지 선고되면 그 사람은 재기 불능에 빠져 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장이 요구한 뇌물을 거부한 사업가 한 명이 그렇게 무너졌다.
200억대 재산이 있었지만 무너지는 데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던 사건.
노형진은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약자를 공격해서 가족을 쓰러트린다라…….”
물론 유찬성 의원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면 이런 방법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찬성 의원은 아무리 정치적 경험이 많다고 해도 가족을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이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도우려고 할 것이다.
“아무래도 만나 봐야 할 것 같네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찾아봐야지요.”
이미 저들은 싸움을 걸어왔고, 피할 수는 없는 싸움이었다.
* * *
“그게 말이나 됩니까!”
유찬성은 화를 버럭버럭 냈다.
하지만 당에서 나온 사람들의 의견은 명확했다.
“여기서 걸리면 안 됩니다. 여기에 전화라도 한번 하면 당장 내일 기사가 나갈 겁니다.”
가장 무서운 함정은 뭘까? 그건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함정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사소한 전화 한 통이라도 하는 순간 내일 헤드라인은 유 의원이 검찰에 정치적 압박을 넣었다는 소식이 될 겁니다.”
“그러면 우리 처제는요!”
물론 정확하게 신고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기는 하다. 하지만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워낙 세금이 많아서,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것이 개인 사업자들의 현실이기도 했다.
그녀의 잘못이라고는 형부가 유명 정치인이라는 것뿐이었다.
“그것 때문에 그녀 가족의 인생이 파멸해야 한단 말입니까!”
유찬성은 속이 답답했다.
최재철이 위험한 놈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당에서도 이런 공격에 대해서는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도 바보는 아니다. 최재철이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 모를 리 없다.
법을 기반으로 하는 공격이다. 이쪽에서 저항할수록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이러니까 당 대표를 그냥 두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유찬성은 이를 박박 갈았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눈을 찌푸렸다.
“왜 그 이야기가 나옵니까?”
“하지 않게 생겼습니까?”
전 당 대표는 진짜 칼 같은 사람이었다. 이런 공격에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사실 최재철이 그를 털어 내기 위해서 국정원까지 동원했음에도 티끌 하나 나오지 않았던 사람이다.
문제는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기존 세력이 그를 쫓아냈다는 것.
“그분이 있었으면 이 꼴은 안 났잖습니까!”
그랬다면 공격은 그에게 쏠렸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일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맙시다. 지금은 이 공격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요.”
“그러니까 방법을 이야기해 보세요!”
“하나뿐입니다.”
바로 처제를 버리는 것.
물론 그의 가정도 풍비박산이 나겠지만 최소한 야당 쪽에 피해가 오지는 않는다.
“이런 개…….”
유찬성이 분노에 눈이 뒤집히려고 하는 찰나였다.
-유 의원님, 노형진 변호사가 찾아왔습니다.
“노형진 변호사?”
모두의 시선이 유찬성에게로 향했다.
“변호사를 끼운 겁니까? 그래 봤자 불리한 건 이쪽입니다. 물론 변호사를 써서 형량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미 결정된 의미 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른 적 없는데요.”
“그럼 나중에 찾아오라고 하세요.”
유찬성은 코웃음을 쳤다.
“왜요?”
“아니, 우리가 있는데 그를 불러들이겠다는 겁니까?”
“아니요. 당신들을 내보내고 만날 겁니다.”
“뭐요?”
다들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유찬성은 단호했다.
“그래서, 당신들과 이야기해서 방법이 나오던가요?”
“으음.”
다들 침묵을 지켰다.
당의 의견을 들고 찾아오기는 했지만 사실 방법이 없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었다.
“이만 가 보시죠. 제가 아는 한 노형진 변호사는 구경 삼아 여기에 올 사람은 아니니까.”
“그건…….”
다들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곧 한두 명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들이 여기에 있어 봐야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유찬성의 시선이 절대로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섣불리 일 키우지 마세요.”
그들이 마지막 경고를 하고 방을 나가자 노형진이 스윽 들어왔다.
“높은 분들이 왔네요?”
“지랄하고 자빠지는 놈들이지.”
유찬성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거칠게 넥타이를 풀었다.
넥타이가 마치 자신의 목을 조매는 포승줄 같았다.
“제발 자네가 방법을 찾았다고 말해 주게.”
“어떻게 아십니까?”
“자네가 놀러 오거나 의뢰를 맡기라고 읍소하러 올 사람은 아니지 않나?”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얼굴을 비치면 도리어 적대감만 키운다.
그러니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면 찾아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모님은 어떻습니까?”
“울고불고 난리야. 하나뿐인 여동생이 감옥에 가게 생겼는데 멀쩡할 리 없지.”
“그래요?”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크게 사업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주는 건데.”
돈이라도 쌓아 뒀다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것이다.
처제는 자신의 도움은 받지 않고 스스로 가족들과 함께 작은 가게를 하면서 살아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 때문에 감옥에 갈 상황이라니.
“이야기는 해 보셨습니까?”
“뭔 수로?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일라치면 내일부터 언론사가 수사 외압이라느니 하면서 물어뜯을 텐데.”
그러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은 끝이나 마찬가지다.
“멍청한 놈들. 한두 번 당한 게 아닌데도.”
당에서도 이런 식으로 숱하게 당했으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재철에게 언론이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공격하는 거라면 정치 탄압이라고 해 보기라도 하지, 처제가 무슨 관련이 있나!”
“그렇지요. 그래서 정치 탄압이 될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죽겠는 거야.”
그는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었다.
“의원님.”
노형진은 고개를 스윽 숙였다.
“왜 그러나?”
“이번에 총 제대로 맞아 보실 생각 있습니까?”
“무슨 소리야?”
“처제분을, 아니 의원님과 국민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뭐라고?”
고개를 번쩍 드는 유찬성.
“그런 방법이 있다고?”
“네. 하지만 이게 제대로 터지면 한두 명 다치는 걸로 안 끝날 겁니다.”
“한두 명 다치는 걸로 안 끝날 거라니?”
“수십 명이 자살할 수도 있습니다.”
유찬성은 눈을 찌푸렸다.
“그런 불법적인 방법을 써서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싶지는 않네. 내 적당히 더러운 인간인 건 인정하지만, 남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칠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아.”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찬성은 완벽하게 올바르지는 않지만 적정한 선은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작전에 적합하다.
“압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만일 이게 실행된다면 수십 명이 죽을 수도 있고 기업이 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두면 수천수만 명이 죽을 수도 있고, 더 많은 기업이 나중에 망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유찬성은 몸을 숙여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냥 두면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거라니?
“말씀드리기 전에 확실히 해야 합니다. 의원님은 사람들의 분노와 기업들의 적대감을 버틸 수 있으십니까?”
“음.”
그냥 단순한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유찬성은 한참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일 필요한 일이라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러면 말씀드리지요.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사건으로 이번 사건을 덮는 것입니다.”
“뭐?”
유찬성은 눈을 찌푸렸다.
정부에서는 관련 프로토콜까지 있을 정도로 많이 쓰는 방법이다.
자신만 해도 뜬금없는 연예인 사건이 터지면 일단 정치적으로 뭔가 진행되고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그게 될 거라 생각하나? 자네가 최재철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은데…….”
“압니다. 아주 잘 알지요. 맨 처음 의원님을 찾아온 건 저였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으음.”
그랬다. 그러니 노형진이 최재철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다.
이미 언론이 그의 손아귀에 떨어졌다는 사실도 말이다.
“최재철이 이 사건을 터트리려고 작심하고 있네. 이걸 덮을 정도로 큰 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있다는 건가?”
“네, 있습니다.”
언론에 뉴스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그 뉴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최재철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걸 막는 것은 단 하나.
국민들이 최재철이 던진 떡밥을 무시할 정도로 큰 건수에 관심을 가지는 것뿐이다.
“기업의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으니 연예인은 아닐 테고.”
어쭙잖은 연예인의 스캔들은 터트려 봐야 최재철이 묻어 버릴 것이 뻔하다. 더군다나 연예인의 스캔들로 수십 명이 자살할 리 없다.
“그게 뭔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노형진의 말에 유찬성은 어리둥절했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그 아파트 정책을 지적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아니, 벌써 몇 번이나 지적했다. 효과는 없었지만.
“그게 무슨 중요한 건수라는 건가?”
“아파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내부가 중요하지요.”
“내부라니? 뭐, 부실 공사라도 했다는 건가? 그 정도로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까?”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부실 공사는 애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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