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86)
“내부에서 나온 정보로는 새론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새론?”
“네.”
“흠, 그건 좀 거슬리는군.”
자신이 최근에 실패한 몇 번의 사건들 중 일부에는 새론이 끼어 있었다.
정상적인 절차였고, 다른 곳에서 받아 주지 않는 사건도 종종 받아 주는 새론의 특성상 이상할 것은 없지만…….
‘신경을 써야 하나?’
잠깐 생각하던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새론이 내부에서 수작을 부렸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이번만 해도 유찬성이 만나고 있는 변호사는 새론뿐만이 아니다. 수십 명을 만나 해결책을 묻고 있다고 들었다.
“일단은 그냥 둬. 주의는 해야겠지만 아직 나한테 위협이 된다는 느낌은 없으니까.”
“네.”
“다만 당 내부에서 말이 나오는 건 조심해야 해. 야당 쪽에 심어 둔 의원들에게서는 무슨 말이 있나? 유찬성이 방법을 찾았다고 하던가?”
“그건 아닌 듯합니다.”
최재철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정치인들을 날렸다. 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방법이 마땅치는 않을 거야.”
정치는 누가 더 나쁜 놈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잘 뒤집어씌우느냐의 문제다.
이쪽이 폭행에 마약을 하고 사기를 치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그걸 감추고 상대방에게 더러운 프레임을 씌우면 유리한 것은 자신들이다.
“경찰에 연락해서 수사를 더 빨리하라고 해요. 그리고 검찰에 이야기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하고.”
“네, 위원장님.”
비서는 그에게 고개를 90도로 숙이면서 말했다.
“유찬성, 주는 떡밥이나 먹고 떨어질 것이지 감히 나에게 대립각을 세운다 이거지? 후회할 거다, 후후후.”
최재철은 유찬성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 * *
“당에 알리지 말라고?”
“네. 만일 알려지면 새어 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
“전에 내부에 최재철의 세력이 있다고 말씀해 주신 건 유 의원님입니다.”
“그건 그렇지.”
유찬성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게 모르게 최재철이 보낸 사람이 있을 거라고 의심되는 사람들이 여럿이 있다.
그리고 지난번 진보 단체 사건에서 그건 확신이 되었다.
국회의원조차 정보원으로 심어 놨을 정도인데 당직자들 중에 몇 명이나 최재철의 프락치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일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당의 도움이 필요한데.”
“정반대입니다. 이번에는 일을 키우고 당에 양보하는 전략을 써야 합니다.”
“반대라고?”
“네. 현재 야당은 존재감이 너무 없어 문제가 많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유능한 사람들을 모조리 쫓아내고 무능한 놈들이 야당이랍시고 권력을 잡고 있으니 현 정권에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번번이 당하기만 한다.
정부를 견제할 때는 견제하고 도와줄 때는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야당인데, 견제는커녕 도리어 여당에 꼬리 흔드는 멍멍이 역할을 하는 놈들만 있고 도움은 자신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수준이라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
“이번 기회를 이용하는 겁니다. 안 그래도 유찬성 의원님이 세력을 확장하는 걸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내가 발굴하고 그걸 당의 도움으로 발표해서 공적을 넘겨라?”
“네.”
“음.”
그건 확실히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당에도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정보일세. 그냥 대립각을 세우면 되는 건가?”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최재철에게 언론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 이상 유찬성이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게 터질 리 없었다.
‘회귀 전에도 언론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게 아니야.’
몇 년 후라고 하지만 회귀 전에도 몇몇 언론이 이야기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묻혀 버렸다.
정부의 압력, 기업의 로비, 그리고 아파트값의 폭락을 두려워한 주민들의 항의 등등 별별 이유로 말이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지금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지금 자신들이 말해 봐야 그냥 묻혀 버릴 뿐이다.
“일단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찾아서 정보를 얻게 한다고?”
“관심을 끄는 게 중요한 거죠.”
자신들이 아무리 떠들어 봐야 최재철은 철저하게 통제할 것이다.
하물며 현 정권은 일본과 상당히 친밀한, 친일 정권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야기한다고 한들 과연 기자들이 기사화시켜 줄까?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다행히도 지금 의원님은 전 언론의 관심을 끌고 계시지 않습니까?”
노형진은 씩 웃었다.
최재철은 눈에 불을 켜고 유찬성을 감시하라고 했다. 그러니 유찬성이 뭘 하든 어딜 가든 기자들이 따라붙을 것은 당연한 일.
“그러니 의원님이 적당히 그걸 이용하는 것이 어떨까요?”
“이용?”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감정이 뭘까요?”
유찬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노? 슬픔? 절망?”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더 확실한 게 있지요.”
“어떤 거 말인가?”
“반일 감정입니다, 후후후.”
노형진은 이번에 반일 감정을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자, 과연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두고 보지요.”
* * *
유찬성의 기습적 행동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습적으로 일본 대사관에 가서 방사능 사태에 대한 항의를 한 것이다.
‘이때쯤이면 일본에서 자국 물품을 한국에 수출하려고 별짓을 다 하지.’
방사능에 오염된 게 뻔하게 보이는 물건들은 어쩔 수 없지만, 확인되지 않은 물건들을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서 그들은 한국을 제소한다면서 거품을 물고 있었다.
국민들이 반대해서 정부도 차마 대놓고 수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사실 사람들 모르게 조금씩 수출량이 늘어나기는 한다.
“당신들 말이야! 한국이 아직도 당신네들 속국 같아!”
일본 대사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치외법권인 대사관이라고 해도 그 나라의 국회의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거기에다 그가 기자들까지 우르르 끌고 왔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진땀을 흘리면서 대답을 회피하는 직원.
“이미 알고 있어! 일본의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과 과일, 공산품에 대한 수입을 늘리라고 요구했다면서!”
“그거야 정상적인 국가 간의 거래입니다.”
“하? 정상적? 도대체 어떤 나라가 방사능 범벅인 물품의 수입을 허가하나!”
“해당 물품들은 안전기준 내의 것들입니다.”
“다른 나라의 기준보다 열 배나 높은 당신네 안전기준 말이지?”
유찬성이 항의할 때마다 대사관 직원은 진땀을 흘렸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대한민국 정부는 아직 관련 법이 없다.
다급하게 수산물 등에 대한 긴급 조사는 하고 있지만 공산품에 대해서는 검사 기준 자체가 없는 데다가 아예 검사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당신네 대사를 만나야겠어.”
유찬성 의원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물론 이런 경우 대부분은 거절당한다.
“대사님은 바쁘십니다.”
약속도 잡지 않고 다짜고짜 가서 만나 달라고 하면, 아무리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라고 하지만 만나 줄 리 없다.
“당신들, 정말 그럴 거야?”
“약속하고 오시면…….”
“그러면 제대로 해명이라도 해 놔 봐! 왜 자꾸 당신네 나라의 방사능오염 조사 결과도 발표하지 않는 건데?”
“…….”
좀 떨어진 곳에서 노형진은 그런 유찬성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아주 제대로 들이받아 버리시는데?”
“원래 탱커라잖냐.”
“그렇기는 하지.”
유찬성은 야당에서도 탱커 노릇을 한다. 그러니 들이받을 때는 과감하게 들이받아 버린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고 말이다.
“그런데 진짜로 못 만나?”
“애초에 국회의원이랍시고 찾아온다고 무조건 만나 주면 다른 일 못 할걸. 국회의원들이 개나 소나 올 테니까.”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왜 온 거야?”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만나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데 도대체 왜 온 걸까?
노형진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말했다.
“언론의 속성 때문에.”
“언론의 속성?”
“기억나, 나 열애설 터졌을 때?”
“그때 아주 시끄러웠잖아.”
“그때 언론사에서 나 잠적했다고 했잖아.”
“아아.”
노형진은 멀쩡하게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그가 잠적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내부에 기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니까 노형진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고, 그걸 가지고 그냥 잠적이라고 해 버린 것이다.
“기자들은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하지. 만일 자극적이지 않으면 자극적으로 만들고 말이야.”
“그래서?”
“과연 오늘 뉴스가 뭐라고 나올까? 우리나라의 반일 감정을 모르는 바가 아닐 텐데?”
“아아, 알 것 같네. 약속을 안 잡은 게 문제가 아니다 이거지?”
“그래.”
최재철의 명령도 중요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의 핵심을 관통하는 반일 감정도 중요하다.
일본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글을 쓰면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것이 언론이다.
“아마도 언론은 일본 대사 접견 거절이라고 하겠네.”
한두 번 본 짓거리가 아니니 손채림도 예상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안 그래도 일본의 방사능 유출 때문에 한국에 불안감이 많아. 그런데 그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러 간 대한민국 정치인을 일본 대사가 접견 거부했다면?”
“사람들 분위기 살벌해지겠네.”
안 그래도 대한민국의 반일 감정은 어마어마하게 심하다. 거기에다 방사능오염에 대한 걱정까지 있으니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고 자국의 정치인이 찾아갔는데 대사가 접견을 거부한다?
화가 안 날 리 없다.
“그런데 이런다고 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과연?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손해 보기 전에는 관심 없잖아.”
“그건 그렇지.”
각 나라마다 고질적인 문화적 결점이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옆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거나 강간당하고 있어도 방관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며, 일본의 경우에는 민폐를 두려워해서 굶어 죽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정도의 고립된 문화가 문제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는,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으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도 모 기업이 밀어내기로 서민들을 착취해 불매운동이 일어났지만, 정작 그 뒤에 그 기업에서 이벤트를 하자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하니까.
“그러면 피해를 주면 되는 거지.”
“응? 피해? 무슨 피해?”
“말 그대로야. 피해를 주는 거지.”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리고 품에서 여권을 꺼내어 흔들었다.
“우리 여행 갈래?”
“뭐?”
갑작스러운 요청에 손채림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아니, 일도 많고, 짐도 캐리어에 있기는 한데 아직 난 마음의 준비가…….”
“어쩔 수 없어. 마음의 준비는 닥치면 하는 거야. 그리고 출장을 가는데 무슨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출장?”
“그래, 해외 출장.”
노형진은 능글거리면서 말했고 바로 손채림의 응징이 시작되었다.
“아악! 그만 꼬집어! 멍들어!”
* * *
해외여행, 아니 출장을 하는 이유는 조용히 처리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출장지는 다름 아닌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한국과 가깝고 또한 양질의 한국 물품을 상당수 수입하는 대국이니까.
그리고 노형진과 손채림이 러시아에서 간 곳은 의외로 허름한 빌딩이었다.
그나마도 한 건물을 다 쓰는 것도 아니고 한 층만 쓰는 작은 규모의 신문사였다.
“계획은 알겠는데 너무 작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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