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9)
“네, 그쪽은 아직 위험지역입니다. 저희도 그쪽으로 이동할 때는 상당히 조심하는데요.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만 대부분 안전을 위해 무장 병력과 같이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움직임은 저희 레이더망에 다 걸리는데 한국, 아니 아시아 계열의 자선 단체는 없었습니다.”
“흠…….”
노형진은 그 말에 작게 신음성을 흘렸다.
‘어쩌면…… 일이 커질지도 모르겠는걸.’
지금 노형진이 가는 곳은 그들이 아이들에게 돈을 줬다는 그 지역이다. 그들의 주장이 맞다 해도 주기적으로 의약품과 식량을 전달했어야 하는 지역인 것이다. 그런데 들어가 있는 지원 단체가 없다고?
“확실한 겁니까?”
“네.”
하긴 아프리카에서 전쟁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니 위험지역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저 지역에 유일하게 들어가는 단체는 국경없는의사회뿐입니다. 그나마 그곳은 유명한 곳이어서 반군들이 조심하는데도 상당한 병력이 호위합니다. 미스터 노가 말한 만민구원회나 세계나눔이라는 단체는 처음 들어 봅니다.”
세계나눔이라는 곳은 그 만구회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집단으로, 주로 전 세계에서 인도적 지원 업무를 하는 곳이다. 실질적으로 기부받아서 집행하는 곳인 것이다.
“흠…….”
설마라고 예상은 했지만 현지에서 들어 본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큰 문제인 듯했다.
“혹시 그 단체가 어디서 활동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네?”
“아무래도 이쪽엔 정보 라인이 없으니까요. 이상한 집단도 아니니 그냥 어디서 활동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어렵지 않은 부탁이군요.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형진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창밖의 사람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 *
“묵직하군요.”
무태식은 방탄복과 P-90 소총을 들고 수류탄까지 장착하고는 질렸다는 얼굴이 되었다.
철컥.
노형진은 익숙하게 방탄복을 입고 탄창을 확인하고 안전장치를 확인한 다음, 몇 번 탄창을 바꿔 끼는 연습을 했다. 아무래도 P-90의 탄창은 한국에서 쓰는 것과 방식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혹시 사격 연습을 해 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뒤쪽에 사격장이 있습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간 노형진은 그곳에서 능숙하게 장탄을 하고 몇 번 빠르게 움직이면서 사격했다. 그걸 본 무태식은 입을 쩍 벌렸다.
“노 변호사님, 현역 출신입니까?”
“당연하죠. 무 변호사님은 아닙니까?”
“아니, 아니…… 병사로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무태식은 법무관 출신이다. 당연히 총을 쏘는 것은 입소할 때만 한 번 그리고 1년에 한 번 정도로 그냥 대충 쏘는 게 다였지, 이렇게 움직이면서 사격하는 식의 제대로 된 훈련은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이번에는 법무관일지 몰라도 전에는 땅개로 박박 기었기에 하고자 하면 할 정도는 되었다.
“뭐, 전 개인적으로 훈련했다고 치죠.”
“도대체 노 변호사님은 못하는 게 뭡니까?”
“하하하.”
노형진은 그저 웃고 말았다. 앤슨 역시 놀랍다는 얼굴이 되었다.
“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되겠습니다.”
물론 자신들보다 훨씬 느리기는 하지만 자신을 어느 정도 엄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최소한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서…….”
P-90은 한국에서 쓰는 소총에 비해서 그 길이가 짧은 불펍식 소총이다. 표현하자면 기관단총에 가깝다. 군수용 소총은 어느 정도 백병전을 생각해야 하지만 이건 그냥 사격전만 감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무태식은 생소한 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고 있었다.
“이분은 오늘 연습을 해야겠군요.”
“우우우…… PRI는 하기 싫은데.”
“여기는 한국이 아닙니다. 당장 가다가 반군을 만나도 이상할 게 없는 곳이 아프리카입니다. 최소한 엄폐하는 것과 사격하는 법은 배워야 합니다.”
확실히 무태식의 사격 실력은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너무하십니다, 노 변호사님!”
자신을 두고 안으로 들어가는 노형진을 보고 무태식은 툴툴거렸지만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일단 탄창을 채우는 법부터 배우셔야겠군요.”
앤슨은 커다란 탄통을 가지고 와서는 떡하니 올려놨다.
“이걸 다 쏘기 전에는 못 들어가십니다.”
“히이익.”
무태식은 절망했다.
* * *
부르릉.
두 대의 험비가 나란히 험난한 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무태식은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한 대에 한 명씩 넣지 않죠?”
선두에는 무장한 병력만 타고 있고 자신들이 뒤에 있는 것이 이상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경호라는 게 뭉쳐 있어야 편하니까요. 그리고 공격받게 되면 선두의 차량이 가장 먼저 집중사격을 받습니다.”
“아…….”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동할 때는 무장한 병력이 선두에 서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나저나 이런 곳에 그 아이들이 있을까요?”
“있기를 바라야지요.”
1대1 결연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일단은 최소한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를 노형진은 기대하고 있었다.
“전방에 마을이 보입니다!”
드디어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마을. 그곳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허술했다. 나뭇가지로 세운 담벼락. 흙으로 만들어 둔 집. 그리고 여기저기 찢어진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
‘도대체 지원금은 어디로 간 거야?’
그들의 말대로라면 최소한 아이들이 정상적인 옷이라도 입고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은 완전히 찢어진 채로 누더기가 되어 있는 상황.
끼익!
무장한 군인들이 내리자 어른들이 우르르 몰려나왔고 아이들은 서둘러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AK 소총이 들려 있었다.
“좀 적대적이네요?”
“아프리카니까요.”
일단 무장한 사람들이 온 상황에서 방심할 수 없는 게 이 세계니까.
“통역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앤슨은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했고 잠시 후 전방의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려서 다가왔다. 다른 직원과 다르게 흑인인 걸 보니 통역을 위해서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인 모양이었다.
“실례합니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 마을에서는 당신들을 도와줄 게 없습니다.”
딱 선을 긋고 다가오는 사람들.
‘명백하게 도움을 받아 온 사람들이 아니야.’
외부에 도움을 받아 온 사람이라면 자신들을 환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무척이나 경계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어떤 아이를 찾고 있습니다. 무타라는 아이인데 이 마을 사람이라고 들었거든요.”
“무타요?”
“네, 혹시 아십니까?”
“혹시 그 애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겁니까?”
“아닙니다. 그냥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럽니다.”
“잠시만요.”
어른 중 한 명이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열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함께 나왔다. 그 아이는 누더기가 된 옷을 입은 채로 노형진을 두려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타?”
“네.”
노형진은 가방에서 무타의 사진을 꺼내서 비교해 봤다. 하지만 자신이 봐서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인종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통역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가요?”
“흠…… 동일인 같군요.”
다행히 동일인이기는 한 모양이다.
“무타, 우리는 너한테 뭘 물어보려고 온 건데, 혹시 너 다른 나라 사람들이 널 도와주는 걸 알고 있니? 아니면 세계나눔이나 만구회, 또는 만민구원회라는 이름을 알고 있니?”
그러나 무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 뿐이었다.
“제가 누군가에게서 받은 건 연필 한 자루가 다인데요?”
“뭐?”
분명 기록에 따르면 무타에게 한 달에 3만 원씩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고작 연필 하나라니?
“그럼 다른 나라 사람이 널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거야?”
“누가 절 도와줘요?”
“그럼 이 사진은 어떤 거니?”
자신의 사진을 보여 주자 무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기서는 사진을 찍을 일이 거의 없으니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사진을 찍고 연필 한 자루를 주고 갔어요.”
그 말에 노형진은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런 개새…….’
첫 번째 마을이지만 꼴을 보아하니 몽땅 이런 것 같았다.
“무타, 그럼 공부는?”
“무슨 공부요?”
“영어 할 줄 몰라?”
“몰라요.”
보내온 편지에는 영어 공부를 한다면서 영어로 편지를 써서 보냈다. 그런데 정작 무타는 영어를 할 줄 모른단다.
어쩐지 노형진이 말하면 바로 반응하는 게 아니라 통역하고 나서야 말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말이다.
“그럼 이 마을에 게랑이라는 아이도 있습니까?”
“게랑?”
“네.”
분명 같은 마을에 사는 여자아이로, 지원 대상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들려온 말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 애는 죽은 지 3년이 넘었는데?”
“네?”
순간 이해하지 못하는 노형진이었다. 정식으로 1대1 결연을 맺고 지원한 게 약 2년째이다. 그런데 죽은 지 3년이라니?
“맞아. 3년 전에 말라리아로 죽었어.”
“혹시 그 아이가 이 아이인가요?”
그녀의 사진을 내밀자 한 남자가 황급하게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게랑…….”
“……?”
“이해하게. 죽은 게랑의 아버지라네.”
“끄응…….”
그렇다는 건 이들이 거짓말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아니, 사실 이들이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다.
“이 사진이 어디서 찍은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음…… 게랑이 찍혀 있다면 그때 그들이 찍은 거겠군.”
“그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조건으로 5달러씩 줬다네.”
‘헐.’
애초에 아이들의 사진만 찍는 조건으로 5달러를 줬다는 것은 후원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5달러면 5천 원 선. 이들에게는 제법 큰돈이었을 것이다.
“게랑…… 크흑…….”
사진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남자를 보면서 노형진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아, 그 사진을 가지라고 하세요.”
“네? 하지만 주요 서류 아닙니까?”
“사본입니다.”
이런 곳에 원본을 가지고 올 이유가 없다. 그러니 남자에게 줘도 무방했다.
‘그리고 애초에 저걸 보고 어떻게 사진을 돌려 달라고 한단 말이야?’
이런 곳에서 사진관이 있을 리도 없고 누군가 사진을 찍어 둘 리도 없다. 그러니까 죽어 버린 자기 자식을 볼 수 있는 사진은 저 사진이 유일할 게 뻔하다. 그걸 알면서 차마 그 사진을 돌려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몇몇 남자들이 노형진에게 접근했다.
“혹시 우리 아이들의 사진도 있을까요?”
“아이들?”
“그때 사진을 찍어 갔거든요.”
이들의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찾을 수는 없었기에 노형진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냥 사진을 보여 주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 꼴인데 이름이 정상이긴 하겠어?’
그렇다면 다른 아이의 사진을 다른 이름을 붙여서 한국으로 보낼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사진을 보여 드릴 테니 혹시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형진은 아예 자리를 잡고 사진을 몽땅 꺼내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시간상 모든 마을을 다 돌 수는 없다. 하지만 네 개의 마을을 도는 사이에 무려 백스무 명의 아이들이 동원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원받지 못한 건 예사고 아이가 벌써 죽었다거나 기록에는 다른 마을 사람이라고 되어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아이가 나타나는 등 도무지 제대로 된 1대1 결연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각하군요.”
심지어 사정을 들은 앤슨조차 심하게 화낼 정도였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미국의 스쿨버스가 장갑차에 버금가는 강도로 별도로 제작되어 영화 속에서 수시로 탈출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이용해서 돈을 받아 내고 있다니.
“아무래도 여기에 직접 와서 확인할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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